검색결과 총 2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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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20조 선납 제안…전력망 책임은 누구 몫인가
[경제일보] 수백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단 팹은 거대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도체 경쟁이 기술과 자본의 싸움인 동시에 전력망 경쟁인 이유다. 하지만 그 전력망을 깔 돈이 부족해지자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치 전기요금을 먼저 내달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전이 제안한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치를 계산했다. 선납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등에 투입하고, 기업에는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참여 여부와 금리, 금액과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전도 ‘제안’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 선납제 자체도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지난해 선납액은 약 3900억원이었고, 대부분 공공기관이 이용했다. 기업이 미래에 낼 전기료를 먼저 내고 한전은 그 돈을 필요한 설비에 투자하며 기업은 이자를 받는 구조라면 금융거래로서 성립할 여지는 있다. 적기에 전력망이 완공되지 못해 수십조원짜리 공장이 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해관계가 있다. 문제는 규모와 목적이다. 3900억원 수준이던 선납제도를 단숨에 25조원짜리 전력망 조달수단으로 바꾸면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25조원은 한전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전기요금 납부 편의를 위한 제도가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를 조달하는 금융수단으로 변하는 셈이다. 한전이 이 방안을 고민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과 호남 클러스터 건설 등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는 20.6GW로 추산되고,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필요한 전력이 더 늘어난다. 한전은 당초 2038년까지 전력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수요는 더 커졌다. 반면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지난 6월 말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조1000억원을 썼다. 공기업의 재무제표와 국가 산업정책의 시간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곧바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쓰는 전기니 두 회사가 망을 깔면 된다”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력망은 공장 안의 생산설비가 아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산업단지와 도시로 실어 나르는 국가 기간시설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송·변전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법의 목적부터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국가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는 데 있다. 국가가 스스로 ‘기간망’이라고 이름 붙인 인프라의 책임을 특정 기업의 현금 여력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반대편 원칙도 분명하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자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겠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 10GW, 20GW의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과 변전소, 계통보강 비용이 따라온다. 그 비용을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전기 소비자에게 똑같이 떠넘기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제5편에서 개인이나 소수에게 맡길 수 없는 공공사업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을 국가의 책무로 봤다. 동시에 도로와 교량 같은 시설의 비용은 이용자에게 받는 통행료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250년 전에도 공공 인프라의 책임과 이용자의 비용부담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도 ‘국가가 전부 낼 것이냐, 기업이 전부 낼 것이냐’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누가 어느 비용을 왜 부담하는지에 대한 원칙이다. 국가 전체가 이용하는 기간 송전망과 장거리 간선망은 국가와 한전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 반면 특정 산업단지나 초대형 수요처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전용선로와 변전소, 접속설비에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기업과 지역이 함께 혜택을 보는 계통보강 비용이라면 수익 범위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선이 먼저 그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현금이 많은 기업을 찾아가 몇 년 뒤 받을 전기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방식이 관행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지만 내일은 데이터센터, 배터리, 철강·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인프라 투자비가 전력 수요자의 현금 보유액이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는 산업정책도, 요금정책도 아니다. 더구나 한전은 독점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싫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으로 거래의 자발성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공장에 제때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과 그 전력을 공급할 사실상의 유일한 사업자가 20조원 규모의 선납을 협상한다면 일반적인 금융거래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납제를 확대하려면 세 가지 안전장치가 먼저다. 선납금은 해당 전력망 건설에만 쓰도록 별도 관리해야 한다. 기업별 부담액은 전력 사용량과 추가 계통투자 비용 등에 따른 객관적 산식으로 정하고 동일한 조건의 대규모 수요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거나 전력 공급 일정이 어긋났을 때 선납기업이 부담할 위험과 보상 원칙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문제와 전력망 투자 문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선납금으로 한전채 발행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전기요금 정책과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210조원대 부채를 반도체 기업의 미래 전기료로 메우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전력망에 들어갈 돈과 한전의 누적 재무부담을 한 통장에 넣는 순간 비용 부담의 원칙은 흐려진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용인과 호남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는 수십조원,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주문하면서 정작 공장을 돌릴 전력망은 한전과 기업이 돈을 마련해 알아서 깔라는 식이어서는 산업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공장 유치는 국가전략이고 송전망은 기업 사정이라는 식의 역할 분담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는 전력망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주민 수용성 문제와 송전선로 인허가를 풀고 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해 기간망을 미리 확보하는 일은 개별 기업이 대신할 수 없는 국가의 몫이다. 올해 시행된 국가기간전력망법이 5년마다 30년 단위의 장기 전망을 담은 전력망 기본계획을 만들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자가 되는 전력설비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조건이 합리적이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전기료 선납도 하나의 재원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먼저 국가가 어떤 전력망을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 정하고, 그 다음 특정 수요자가 추가로 발생시킨 비용의 몫을 투명하게 계산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순서를 거꾸로 세워서는 안 된다. 전기는 기업이 돈을 내고 사는 상품이지만, 그 전기가 흐르는 국가기간망은 대한민국 산업의 기반이다. 상품의 값을 기업에 받을 수는 있다. 더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많은 인프라 비용을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때 준비하지 못한 기간망의 책임까지 ‘5년치 전기료 선납’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청구해서는 안 된다. 25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그것이다. “한국의 전력망은 누구의 책임인가.”
2026-09-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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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주차비·출장비도 이자"…고금리 차량담보대출 주의보
[경제일보] 금융감독원이 고금리 변종 차량담보대출에 대한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대부업자가 주차비와 출장비, 수수료 등 명목으로 요구하는 비용은 모두 이자에 포함되는 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채무자의 차량을 담보로 확보한 뒤 법정이자를 초과하는 고금리를 받는 변종 불법사금융 신고가 총 12건 접수됐다. 월별로는 지난 1월 1건, 3월 2건, 4월 1건, 5월 4건, 6월 4건이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범죄가 금융소비자를 기망하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소비자경보를 통해 유의사항과 대응요령을 안내했다. 불법 차량담보대출은 외형상 일반 차량담보대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금리 불법사금융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업자 등이 오토바이나 자가용 등을 인도받아 직접 점유하는 방식으로 담보를 확보한 뒤 각종 명목의 부대비용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일부 업자는 할부·리스차량으로도 담보대출이 가능하다고 소비자를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할부차량은 피해자 소유인 경우에도 저당권자인 할부금융회사 동의 없이 담보로 제공하거나 인도하면 저당목적물 은닉에 해당할 수 있다. 리스차량은 리스회사 소유이기 때문에 담보 제공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금리 수취 방식도 다양했다. 대부업자는 약정이자와 별도로 주차비와 출장비, 수수료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업법상 명칭과 관계없이 대부와 관련해 대부업자가 청구한 비용은 모두 이자에 포함된다. 등록대부업자도 연 이자율 20%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연 이자율이 60%를 초과하면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가 된다. 불법 추심 사례도 확인됐다. 할부 또는 리스차량인 경우 대부업자가 이를 빌미로 "할부금융·리스회사에 알려 고소당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협박하는 경우가 있었다. 채무자에 대한 협박이나 공포심·불안감 유발, 무효인 채권에 대한 추심은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한다. 담보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피해도 발생했다. 대부업자가 채무자 동의 없이 차량을 운행하면서 차량 가치가 하락하고 주정차 위반 과태료와 통행료가 채무자에게 부과되는 사례가 있었다. 피해 대출 규모는 25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었다. 선공제 금액과 출장비·주차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이자로 간주해 산출한 이자율은 27%에서 229%에 달했다. 기간 등이 특정되지 않아 이자율을 산정할 수 없는 1건은 제외됐다. 피해자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전체 12명 중 30대가 6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60대 2명, 20대·40대·50대가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거주지는 경기 5명, 서울 3명, 인천 1명 등 수도권이 대부분이었으며 대구·경남·광주에서도 각 1명씩 피해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주차비, 출장비, 수수료 등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업자가 요구하는 비용은 이자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출 과정에서 부대비용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 법정 최고금리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스·할부차량을 담보로 제공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채무자가 적법한 권한 없이 리스·할부차량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인도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부업자도 리스·할부차량을 담보로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금감원은 관련 판례도 제시했다. 승용차를 담보로 250만원을 대부하면서 선이자 4만원, 담보차량 주차요금 35만원, 출장비 및 이동비 8만원 등 총 47만원을 제외한 사례에서 법원은 출장비와 주차비를 모두 이자로 산정했다. 리스차량을 대부업자에게 담보 제공 명목으로 인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할부차량을 담보로 넘겨 자동차 저당권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는 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될 수 있다. 금감원은 불법 차량담보대출이 의심되면 추가 피해 방지와 피해 구제를 위해 금감원이나 수사기관에 적극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 시스템을 통해 피해내역 정리, 증빙자료 준비, 신고서 작성, 채무조정, 고용·복지 연계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고금리 불법 차량담보대출 신고 건 중 증빙자료가 확보된 건에 대해서는 채무자대리인 선임, 무효확인서 발급 등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경우 금융감독원 1332번으로 신고하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다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상담이 가능하다.
2026-06-25 08: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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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합의에 유가 4% 급락…한국 물가도 숨통 트이나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개전 106일 만에 사실상 종전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제유가와 해운, 정유·화학, 환율, 글로벌 증시에 걸친 불확실성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가 현실화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승인하고 미 해군의 대이란 해상봉쇄도 즉시 해제하겠다고 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도 양측이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했으며 공식 서명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합의 소식 이후 브렌트유 선물은 4.02% 하락한 배럴당 83.8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3% 내린 80.95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산 원유 공급 정상화 기대가 유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전쟁 이후 이 해협의 통항 차질 우려는 국제유가 급등, 해상 운임 상승, 정유·화학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종전합의가 실제 이행되면 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지정학 리스크가 한 단계 낮아지는 셈이다. 한국에는 유가 하락이 물가와 산업비용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원유와 나프타, LNG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다. 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안정되면 정유사는 재고평가 부담을 줄이고 석유화학업계는 원가 압박을 일부 덜 수 있다. 해운과 항공, 물류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유조선 보험료와 우회 항로 비용, 항공유 가격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물류비와 항공운임, 산업용 에너지 비용을 통해 제조업 전반에 파급된다.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던 유가 불안이 진정되면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합의 초안의 내용도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초안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신규 제재 중단, 일정 기간 석유 제재 면제, 250억달러 규모 동결자금 해제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확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60일간 후속 협상에서 고농축우라늄 처리와 핵 프로그램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검증할 대목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중재국 설명으로 협상 타결은 확인됐지만 공식 서명과 이행 절차는 별개다. 이란 측의 최종 공식 확인, 내부 승인 절차,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 정상화 시점, 미국의 제재 완화 범위와 속도는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산업계가 기대만 앞세우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선박 운항 재개와 보험료 정상화, 원유 선적 재조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핵 협상이 다시 흔들리거나 제재 해제 순서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 유가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
2026-06-15 07: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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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MOU 임박했지만…호르무즈·핵·제재 곳곳 '지뢰밭'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하면서 중동 위기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측 모두 합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긴장 완화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핵심 쟁점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MOU 서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이란 핵 프로그램,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 등 핵심 의제는 모두 후속 협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봉합은 가까워졌지만 실제 이행 단계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다시 충돌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냐 ‘새 질서’냐 가장 민감한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은 MOU 체결과 함께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고 이에 맞춰 이란 항만과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완화한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상선과 유조선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급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세계 석유 액체연료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해협이 막히거나 통항이 제한되면 국제유가와 해상 물류, 아시아 에너지 수급이 곧바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란의 계산은 다르다. 이란은 해협이 전쟁 이전의 상태로 단순 복귀하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란은 오만과 함께 해협의 안전과 통항 질서를 관리하는 새로운 체계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란 측 인사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되 이란과 오만이 정하는 조건, 이른바 통행료를 포함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국이 말하는 ‘국제 항로 정상화’와 이란이 구상하는 ‘지역 관리 질서’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MOU 문안이 이 문제를 모호하게 넘기더라도 후속 협상에서 해협의 법적 지위, 통항 조건, 통제권 문제는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핵 협상, 미국은 ‘해체’ 이란은 ‘보류’ 이란 핵 문제는 양측 해석 차가 가장 큰 분야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방향에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의 폐기 또는 제거, 장기 사찰 체계 구축도 미국이 내세우는 핵심 조건이다. 그러나 이란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은 임시 합의가 먼저 이행되지 않는 한 미국과 핵 협상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MOU가 곧 핵 해체 합의라는 미국식 해석과 거리가 있다. 이란은 핵 문제를 전쟁 종식과 제재 완화 이후 다룰 별도 협상 의제로 남겨두려는 모습이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도 충돌 지점이다. 미국은 이란 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반출이나 폐기, 국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 내 희석 가능성을 주장하며 핵 물질의 해외 반출이나 파괴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 문제는 60일 기술협상의 가장 큰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 문제는 국내 정치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으로 이란의 핵 야망을 꺾었다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란은 전쟁 속에서도 핵 주권과 체제 자존심을 지켰다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같은 MOU를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승리 서사를 만드는 이유다. ◇제재와 동결자금, ‘선이행’ 놓고 줄다리기 대이란 제재와 동결자금 해제도 순탄치 않다. 이란은 MOU 체결 직후 일부 동결자금이 풀리고 이후 단계적으로 제재 완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자국 여론에 전달하고 있다. 전쟁으로 악화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 정부에는 즉각적인 경제 성과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를 ‘성과 기반 합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개방, 핵 관련 의무, 국제 검증 등 약속을 실제로 이행해야만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단순히 서명했다고 자금이 풀리거나 원유 제재가 완화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차이는 협상 막판까지 줄다리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란은 서명 전후의 선제적 자금 접근을 원하고, 미국은 검증 가능한 이행 뒤 보상을 고수한다. 양측 모두 국내 여론을 의식해 물러서기 어려운 구조다. 서명 장소와 방식도 아직 유동적이다. 미국 측은 유럽 지역, 특히 제네바 같은 외교 무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은 상징성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형식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어느 쪽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장면이 될 수 있다. ◇합의 이후가 더 어렵다 시장 반응은 일단 긴장 완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가능성은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호르무즈 인근에서 군사적 긴장이 이어졌다는 점은 합의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번 MOU가 체결되더라도 남은 60일은 사실상 본협상에 가깝다. 해협 통항, 핵 물질 처리, 사찰 체계, 제재 완화, 동결자금 지급, 이스라엘과 주변국 변수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의제가 없다. 양측이 모두 ‘승리’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합의문이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동 위기의 출구가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출구가 보인다는 것과 길이 평탄하다는 것은 다르다. 미국과 이란의 MOU는 전쟁을 멈추는 문서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더 어려운 협상의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의 물길이 다시 열린다 해도 핵과 제재의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면 중동의 불안은 언제든 다시 유가와 시장, 안보를 흔드는 변수로 돌아올 수 있다.
2026-06-13 1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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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건설부, 남북고속도로 확장 추진…특별제도 도입 검토
베트남 건설부가 남북고속도로 동부 구간의 일부 노선을 확장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를 마련하고, 관련 지방정부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아울러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토지 보상과 건설자재 공급, 투자 방식 전환 등에 관한 특별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건설부는 최근 동나이(Đồng Nai), 닌빈(Ninh Bình), 타인호아(Thanh Hóa), 응에안(Nghệ An), 하띤(Hà Tĩnh), 꽝찌(Quảng Trị), 꽝응아이(Quảng Ngãi), 자라이(Gia Lai), 닥락(Đắk Lắk), 카인호아(Khánh Hòa), 럼동(Lâm Đồng) 등 11개 성·시에 공문을 보내 남북고속도로 동부 구간 확장 사업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이번 사업은 2026~2030년 중기 공공투자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현재 폭 17m 규모의 제한적 4차로 고속도로를 완전한 6차로 고속도로로 확장하는 방안이 핵심 내용이다. 건설부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작성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다. 건설부는 각 지방정부에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사회적 효과를 평가하는 한편 공공투자 방식과 민관협력(PPP) 방식 중 적합한 투자 모델을 제안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토지 수용, 건설자재 확보, 사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메커니즘도 함께 제안하도록 했다. 앞서 쩐 홍 민(Trần Hồng Minh) 건설부 장관은 관련 회의를 주재하며 현재 제한적 4차로로 운영 중인 남북고속도로를 장기적으로 6차로 체계로 확장하는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반복적인 확장 공사를 방지하고 예산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노선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부는 또한 까오방에서 까마우까지 이어지는 남북고속도로 전체 구간을 종합 점검한 뒤 △까오방~하노이 △하노이~호찌민시 △호찌민시~닷무이(Đất Mũi) 등 3개 권역으로 구분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우선순위는 교통 수요와 재원 조달 능력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교통량이 많은 2017~2020년 사업 구간을 우선 확장해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나머지 구간은 2028년 착공해 2030년까지 전 구간 확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PPP 방식으로 운영 중인 디엔쩌우~바이봇(Diễn Châu–Bãi Vọt), 냐짱~깜럼(Nha Trang–Cam Lâm), 깜럼~빈하오(Cam Lâm–Vĩnh Hảo) 등 3개 구간에 대해서는 베트남 도로국이 기존 BOT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해 확장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국비로 건설된 기존 구간에 대해서는 국가 예산을 활용한 확장 방안과 PPP 방식의 경제성을 비교 검토한 후 최종 투자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공공투자 방식으로 확장할 경우 완공 이후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한 탕롱 프로젝트관리위원회는 두 가지 확장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마이선(Mai Sơn)~바이봇(Bãi Vọt) 구간과 냐짱(Nha Trang)~저우저이(Dầu Giây) 구간 등 총 534km를 우선 확장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는 약 63조4110억 동으로 추산된다. 두 번째 안은 마이선~깜로(Cam Lộ) 구간과 꽝응아이(Quảng Ngãi)~저우저이 구간 등 총 1144km를 확장하는 방안으로 총사업비는 약 154조2460억 동에 달한다. 투자 방식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국가 예산으로 건설된 15개 구간은 공공투자를 유지하고 PPP 방식으로 추진된 3개 구간은 정부 지원을 병행하는 PPP 모델을 유지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연구진은 두 가지 특별제도 도입도 건의했다. 첫 번째는 국회가 이미 주요 국가 인프라 사업에 허용한 투자정책 변경 및 재원 심사 절차 간소화 등 기존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신규 특례 도입으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투자 승인 과정에서는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되, 시공 단계에서는 기존에 승인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라 환경보호 조치를 이행하도록 했다. 또한 PPP 방식의 사업이 투자자 선정에 실패할 경우 건설부가 해당 사업을 공공투자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투자 방식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남북고속도로 확장 사업을 통해 국가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급증할 교통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026-06-10 1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