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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증시는 본래 흔들리는 곳이다. 그러나 흔들림에도 결이 있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이 바뀌어 흔들리는 시장과 금융상품의 구조가 스스로 진동을 키워 흔들리는 시장은 다르다. 전자는 가격 발견의 과정이지만 후자는 시장 장치의 부작용일 수 있어서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주의 급등락은 한국 증시의 체온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AI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 랠리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랠리 위에 과도한 레버리지가 얹히고 다시 그 레버리지가 주가 변동을 키우는 구조다. 불길이 오를 때는 더 큰 불꽃처럼 보이지만 바람이 바뀌면 같은 구조가 시장을 덮치는 역풍이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르면 관련 2배 상품은 대체로 6% 상승을 목표로 한다. 반대로 3% 하락하면 손실도 6% 안팎으로 커진다. 겉으로는 단순하다. 그러나 속은 복잡하다. 이 상품은 장기 보유용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맞추는 단기 매매형 상품이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로에 따라 누적 수익률은 기초주식의 2배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원금이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 자금 유입 속도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는 지난 5월 27일 출시됐다. 이후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레버리지 ETF 약 8조2000억원, 인버스 2배 ETF 약 3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9조15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5조22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단기간에 특정 종목, 특정 방향, 특정 투자자층에 자금이 쏠린 것이다. 금융당국의 경고음도 이례적으로 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초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로 나간 개인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쏠림과 과열 매매,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된 셈이다. 정책의 선의가 시장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리밸런싱이다. 레버리지 ETF는 약속한 2배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판다. 보통 투자 격언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라”고 하지만 레버리지 ETF의 구조는 특정 국면에서 정반대로 작동한다. 상승장 후반에는 매수 압력을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보탠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쏠림이 심하고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이 기계적 매매가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상품이 ‘ETF’라는 익숙한 이름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ETF는 대개 분산투자, 낮은 비용, 투명한 운용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인 ETF와 다르다. 분산투자 상품이 아니라 특정 기업 한 곳에 2배로 베팅하는 파생형 상품에 가깝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우량한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고 해서 상품 자체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도 나쁜 가격과 나쁜 구조를 만나면 위험한 투자 대상이 된다. 개인투자자는 세 가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손실 확대 위험이다. 하루 10% 하락은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20% 안팎의 손실로 번질 수 있다. 둘째, 경로 의존 위험이다. 10% 하락 뒤 10% 상승해도 원금은 회복되지 않는다. 레버리지 상품은 그 괴리가 더 커진다. 셋째, 유동성 위험이다. 시장이 급변할 때 호가가 얇아지면 실제 체결 가격은 투자자가 예상한 가격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장 초반과 장 막판, 급락장에서는 이 위험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시장은 위험을 없애는 곳이 아니라 위험을 가격화하고 배분하는 곳이다. 위험을 이해한 전문투자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과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개인투자자에게 손쉬운 투기 수단을 열어주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균형이다. 상품 혁신이 시장 발전을 이끌 수 있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가계에 떠넘기는 것은 금융의 본령이 아니다. 향후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판매·거래 규제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사전교육, 예탁금 요건, 투자성향 확인, 위험고지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규모 이상 순자산이 불어난 상품에 대해서는 리밸런싱 영향 점검, 괴리율 관리, 유동성공급자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 특정 종목과 특정 상품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투자경고 체계와 상장 유지 기준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투자자 역시 이 상품을 ‘우량주 투자’가 아니라 ‘고위험 단기 파생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손자병법>에선 “잘 싸우는 자는 세에 의지한다”고 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별 투자자의 판단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이 시장의 세를 만든다. 지금 한국 증시의 세는 AI 반도체 기대, 개인투자자의 추격 매수,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리밸런싱, 높은 회전율이 한데 엉킨 모양새다. 이 세가 상승장을 밀어 올릴 때는 누구도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세가 하락장을 밀어붙일 때는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가려면 상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 깊은 유동성, 합리적 투자자 보호, 엄격한 상품 심사가 함께 가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어디까지 위험을 허용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답은 분명하다. 시장의 활력은 살리되 시장을 카지노로 만드는 장치는 걷어내야 한다. 투자자의 선택권은 존중하되 선택의 대가를 제대로 알리는 장벽은 높여야 한다. 증시는 꿈을 먹고 오른다. 그러나 꿈에 레버리지를 얹으면 탐욕이 된다. 탐욕이 시장의 엔진이 되는 순간 변동성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랠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기름통을 치우는 일이다. 시장은 뜨거울수록 냉정한 규율이 필요하다.
2026-07-06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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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스페이스X 나흘 만에 3조원 순매수…주가 조정에도 '우주 베팅' 계속
[경제일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단기간에 집중되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른바 ‘서학개미’들은 나흘 만에 3조원에 육박하는 순매수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위성통신, 우주항공 산업을 묶은 미래 성장 기대가 매수세를 자극했지만, 상장 초기 과열과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변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상장 이후 4거래일 동안 총 19억4960만달러, 약 2조98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거래일인 지난 17일 하루에만 순매수 규모가 1억3667만달러, 약 2095억원에 달했다. 이날 매수 금액은 1억8247만달러였고 매도 금액은 4580만달러에 그쳤다. 스페이스X는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 올랐다. 순매수 2위인 마블테크놀로지 3억955만달러와 비교하면 6배가 넘는 규모다. 보유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면서 기존 서학개미 보유 상위 종목인 인텔을 추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텔 보관금액은 20억1389만달러 수준으로, 스페이스X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스페이스X 매수세는 최근 두 달간 위축됐던 해외주식 투자 흐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서학개미는 지난 4월과 5월 두 달 연속 미국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 지난 19일 조회 기준으로 미국 증시에서 8억462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스페이스X 흥행이 3개월 만의 순매수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주가 흐름은 투자자 기대만큼 일방적이지 않다.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한 뒤 한때 200달러를 넘어섰고 장중 22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17일 4.95% 하락한 데 이어 18일에도 3.56% 내린 184.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직후 급등세가 꺾이며 고점 매수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장기 성장성에는 이견이 크지 않지만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우주발사, 스타링크 위성통신, 국방·항공우주 계약 등 사업 확장성이 크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실적과 기업가치 간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 조정은 국내 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이스X 편입 비중이 높은 일부 국내 ETF는 상장 직후 주가 급등 구간에서 물량을 확보한 영향으로 단기 손실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뿐 아니라 로켓랩, AST스페이스모바일 등 기존 우주항공 관련주가 동반 조정을 받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가 우주 산업의 대표 성장주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상장 초기 ‘포모’ 매수세에 편승한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적 가시성, 위성통신 사업의 수익성, 국방·우주 계약 확대 여부, 주요 지수 편입 가능성 등이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를 향한 서학개미의 3조원 베팅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존 빅테크를 넘어 우주·AI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성장 서사가 강할수록 가격 변동성도 커지기 때문에 우주를 향한 기대가 장기 투자 성과로 이어지려면 단기 흥분보다 기업가치와 수익성을 따지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026-06-21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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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노조인가…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전자
삼성전자 노조의 사상 초유 총파업 예고. 표면적으로는 ‘더 많은 성과급’을 향한 노사 간 줄다리기처럼 보이지만, 사태의 이면에는 훨씬 복잡하고 위태로운 역설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의 호실적을 잣대로 내세운 거대 보상 요구는 오히려 가전·스마트폰(DX) 부문 조합원들의 소외와 대규모 이탈을 불렀다. 무조건적인 연대 대신 내부의 공정과 성과 비례를 묻는 MZ세대 노조의 딜레마이자, 대표성의 위기다. 나아가 납기 준수가 생명인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파업이라는 강경 수단은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수년이 걸려도 회복하기 힘든 고객 신뢰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총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이번 사태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회사와 노조의 갈등을 넘어 노조 내부의 대표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쟁점은 단순히 ‘성과급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 즉 DS(Device Solutions)의 실적을 근거로 한 성과급 요구가 삼성전자 전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요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근로자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노조가 임금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교섭 결렬 시 쟁의행위를 검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요구가 얼마나 공정하고, 전체 조합원의 이해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느냐에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DS부문은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냈다.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부문은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반도체가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익을 많이 낸 부문이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곧바로 노조 전체의 요구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커지는 내부 파열음…“우리는 배제됐다” DX부문의 소외감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 성과급 상한 폐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경쟁사 SK하이닉스와의 보상 격차,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해당 요구가 DS 조합원에게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메모리 가격 상승 속에서 반도체 인력의 기여가 컸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회사이고, 노조 역시 특정 사업부의 이익단체가 아니라 조합원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같은 회사 안에서 DX부문 조합원들이 ‘우리는 이번 요구에서 배제됐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대표성의 균열이다. 균열은 이미 밖으로 드러났다. DX부문 기반의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은 지난 4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행노조는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 및 요청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협의하려는 의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행노조 조합원은 약 2300명이고, 이 중 70%가 DX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 부문 공통 성과급을 기본으로 하고, 부문별 추가 성과급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동행노조의 설명이다. 또한 초기업노조 조합원 약 7만명 중 DS부문 소속이 80%이고, 최근 DX부문 조합원 1500명이 DS 중심 의사결정에 반발해 탈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초기업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탈퇴 신청 글이 급증했고, 평소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신청이 지난달 28일 500건, 29일 1000건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조합원이 누구인지, 그 이익이 누구의 몫인지가 흐려지면 노조의 명분은 흔들린다. 특히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라는 단일 기업 안에서도 실적 격차가 큰 DS와 DX가 서로 다른 현실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DS는 AI 반도체 호황의 직접 수혜를 받고 있지만, DX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원가 부담 속에서 상대적으로 제한된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실적 발표에서 DX부문에 대해 ‘원가 부담 가중’ 속에서도 이익 감소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DS 중심 성과급 요구가 전면에 부각되면 DX 조합원에게는 노조가 보호막이 아니라 또 다른 소외의 구조로 보일 수 있다. 회사 안에서 한쪽은 “우리가 벌었으니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우리는 같은 노조 안에서도 주변부가 됐다”고 느끼는 구조다. 이것이 이번 갈등의 본질이다. ◆ 강한 노조의 전제조건, 수적 우위 아닌 ‘대표성의 증명’ 비판의 초점은 노조의 임금 요구 자체가 아니다.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권리는 노동자에게 있다. 하지만 과반 노조 또는 공동투쟁본부가 회사 전체를 향해 총파업이라는 강한 수단을 꺼내려 한다면, 그 요구는 조합원 다수의 수적 우위만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가져야 한다. 수가 많다고 해서 대표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이 갈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 메시지를 통해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사업 경쟁력 저하, 고객 신뢰 상실, 주주·투자자 손실, 국가 경제 악영향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며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노조는 강해야 한다. 하지만 강한 노조일수록 더 공정해야 한다. 특정 부문의 성과를 앞세워 전체 회사를 멈추겠다고 압박하면서도, 다른 부문 조합원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면 그 투쟁은 사회적 설득력을 잃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노동운동이 ‘사측 대비 노동자의 연대’라는 단일대오에 집중했다면,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재의 노조는 ‘내부의 공정과 성과 비례 보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전체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조율하지 못하는 거대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이전에 내부 조합원들의 이탈이라는 리스크에 먼저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조 역시 정치적 명분보다는 실질적이고 정교한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야 할 때”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금 되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를 받을 것인가’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가’가 먼저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총파업은 회사와의 싸움 이전에 조합원 내부의 신뢰부터 잃을 수 있다.
2026-05-06 15:5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