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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5% 금리'의 경고, 아직도 저금리의 망령에 취해 있나
[경제일보] 돈의 시대가 바뀌었다. 공짜에 가깝던 돈이 사라지고 돈의 가격이 정상화되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5% 안팎을 오르내리는 고금리 환경이 새로운 질서로 굳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경제와 정치권은 여전히 저금리 시대의 낡은 사고에 갇혀 있다. 빚을 내 버티고,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며, 금리가 다시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는 안이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제 ‘저금리의 망령’에서 깨어나야 한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가 누린 초저금리는 값비싼 착시를 만들었다. 가계는 빚을 늘려 집을 샀고, 기업은 싼 자금에 의존했으며,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성장의 만능 처방처럼 활용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경제의 뇌관이 됐고,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은 커졌다. 금리가 오르자 감춰졌던 경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저금리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뒤로 미뤄놓았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재정이다. 고금리 시대에 빚을 늘리는 것은 저금리 때보다 훨씬 위험하다. 국채 이자가 불어나면 미래의 재정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복지와 연구개발, 산업투자에 쓸 돈이 이자 상환으로 빠져나가고, 정부가 시장의 자금을 과도하게 흡수하면 민간의 투자와 자금 조달을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도 커진다. 국가채무가 늘어날수록 미래세대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런 냉혹한 산수를 외면하고 있다. 선거와 민심을 앞세워 현금성 지원과 각종 사업을 쏟아내고, 재정 확대를 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국민에게 지금 돈을 나눠주는 것은 쉽지만 그 청구서는 결국 국민이 미래에 갚아야 한다. 재정에는 공짜가 없다.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미래의 지출을 포기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청구서 떠넘기기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재정의 브레이크부터 점검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재정준칙을 서둘러 마련하고, 의무지출을 포함한 재정사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효과가 불분명한 보조금과 중복사업,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사업부터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재정은 인기 경쟁을 위한 지갑이 아니라 국가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해야 할 최후의 안전판이다. 경제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돈을 풀어 연명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규제를 걷어내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며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무조건 연명시키는 정책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미루면 부실의 규모만 커질 뿐이다. 가계부채 역시 ‘연착륙’이라는 말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함께 대출 규율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도 한층 엄격하게 해야 한다. 부실이 터진 뒤 국민 세금으로 수습하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5% 금리의 시대에는 1% 금리 시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빚으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재정으로 민생을 포장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해야 할 말은 ‘더 드리겠다’가 아니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빚은 만들지 않겠다’여야 한다. 고금리는 우리 경제의 약점을 드러내는 냉혹한 청구서다. 이를 외면하면 국가채무와 가계부채, 기업부실이 한꺼번에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달콤한 재정 살포도, 금리 인하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아니다. 재정의 군살을 도려내고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낮추며,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뼈 를 깎는 구조개혁이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과 결별하고 정부는 인기 없는 개혁이라도 밀어붙여야 한다. 그것이 지금 세대가 미래세대에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2026-09-30 11: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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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올리자 국채시장 경고등…통화·재정 따로 볼 때 아니다
[경제일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연 4.090%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경계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들은 17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필요한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장기금리에는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수급과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금융안정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까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리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금리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 전망과 국채 공급, 글로벌 금리,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국채금리 상승이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가계가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계 역시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재정·국채정책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뿐 아니라 국채시장을 통해 금융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재정을 확대할 때 필요한 지출 규모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와 민간 자금조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안정조치도 원인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과도한 시장 쏠림 때문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보다 재정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기관의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결국 하나의 금융시장에서 만난다. 금융시장의 가격은 정책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환율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기업과 가계로 전달된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가격인 동시에 시장이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격이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 국채 수급, 글로벌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단순한 시장의 ‘쏠림’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재정은 재정대로, 통화는 통화대로, 국채는 국채대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얼마를 지출하고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재정과 통화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2026-09-18 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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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에 안주할 때 아니다…외환 방어력 키울 골든 타임이다
[경제일보] 반도체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에 모처럼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외화 유입이 늘었고, 한동안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에 시달려 온 우리 경제에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 안정이 구조적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부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더욱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개방경제다. 수출이 성장의 버팀목인 만큼 국제 금융시장과 지정학적 변수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미·중 전략 경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도 해소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정치와 안보 논리에 따라 언제든 재편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고 해서 대외 리스크까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환율 안정기에 외환 방어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경제의 최후 안전판이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국가 신용을 지키는 버팀목이고,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다. 외화가 충분히 유입되는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적기다.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외화를 흡수하고,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보유 자산의 질도 함께 높여야 한다. 거시경제 체질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환율이 안정됐다고 가계부채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기업의 생산성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더디고,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도 지속되고 있다. 재정 건전성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기 부양에 치우친 단기 처방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이다. 노동과 연금, 규제 개혁을 비롯한 생산성 제고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정부 정책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재정 규율을 확립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적인 환율 수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을 붙잡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여러 차례 방심의 대가를 치렀다.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환 유동성 관리 실패가 얼마나 큰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충분한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위기는 늘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고, 준비된 나라만이 충격을 최소화했다. 반도체 호황과 환율 안정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것이 경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면허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며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경제는 호황기에 미래를 준비한 나라가 위기에서도 살아남는다. 오늘의 환율 안정을 내일의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정부와 경제 당국이 놓쳐서는 안 될 시대적 책무다.
2026-07-13 09: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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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 '한계기업'…반도체 빼고 경영난 심화
[경제일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최근 8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산업의 경영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집계됐다. 2017년(11.8%)과 비교하면 15.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한계기업은 세전이익(EBIT)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9.5%포인트 증가한 30.7%를 기록했고, 프랑스는 26.4%, 영국은 22.4%, 독일은 12.9%, 일본은 3.6%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증가 폭이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일시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43.9%로 미국(44.0%)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프랑스(40.1%)와 영국(36.7%), 독일(27.0%), 일본(9.8%)을 모두 웃돌았다. 시장별로는 코스닥 기업의 경영 부담이 더욱 컸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은 32.6%로 코스피(16.7%)의 약 두 배에 달했다. 2017년 이후 증가 폭 역시 코스닥이 19.5%포인트로 코스피(7.1%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예술·스포츠 및 여가서비스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6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6.8%), 도·소매업(36.4%), 정보통신업(32.5%), 제조업(25.6%), 건설업(23.6%)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제조업 등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며 산업 전반으로 경영 부담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경협은 교역 환경 악화와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부담 확대, 내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교역 여건 악화와 비용 상승, 내수 부진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주력 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경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6-06-30 09: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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