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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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올리자 국채시장 경고등…통화·재정 따로 볼 때 아니다
[경제일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연 4.090%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경계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들은 17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필요한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장기금리에는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수급과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금융안정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까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리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금리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 전망과 국채 공급, 글로벌 금리,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국채금리 상승이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가계가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계 역시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재정·국채정책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뿐 아니라 국채시장을 통해 금융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재정을 확대할 때 필요한 지출 규모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와 민간 자금조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안정조치도 원인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과도한 시장 쏠림 때문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보다 재정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기관의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결국 하나의 금융시장에서 만난다. 금융시장의 가격은 정책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환율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기업과 가계로 전달된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가격인 동시에 시장이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격이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 국채 수급, 글로벌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단순한 시장의 ‘쏠림’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재정은 재정대로, 통화는 통화대로, 국채는 국채대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얼마를 지출하고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재정과 통화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2026-09-18 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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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상, 물가 잡다 내수를 더 얼려선 안 된다
[경제일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11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데 이어 국내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에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데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취약차주에게 금리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 한국경제는 금리를 올리기에도, 그대로 두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반도체 수출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소비 회복은 더디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의 부실 우려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만 바라보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거시경제 지표는 안정될지 몰라도 내수와 취약 부문의 부담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반대로 가계와 기업 부담만 걱정해 물가 상승 압력을 방치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서민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한국은행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이유다. 최근의 물가 흐름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수 회복과 임금, 서비스 가격 등 국내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면 통화당국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굳어지면 나중에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물가만 잡는 단일 처방전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순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과 기업 대출에 동시에 충격이 전달된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도 폭넓게 살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가계부채다. 한국의 가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에게 추가 금리 인상은 월 원리금 부담 증가로 바로 이어진다. 주거비와 생활물가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다시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연결되고 다시 내수 침체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번진다. 취약차주에 대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금리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 그 과정에서 충격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금리 부담을 겪는 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등 현실적인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자영업자 대책도 단순한 만기 연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에 경기 부진과 고금리가 겹치면서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와 사실상 상환 능력을 잃은 사업자를 구분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상 사업자에게는 금융 지원을 제공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폐업과 재취업, 채무조정을 연결하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 PF도 경계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성이 낮은 개발사업의 금융비용은 커지고 부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부실을 무조건 금융권이 떠안게 하는 것도, 정부가 세금으로 막아주는 것도 답이 아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은 자금이 막혀 쓰러지지 않도록 선별 지원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과 정부 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와 각종 지원책으로 수요를 크게 자극한다면 정책 효과는 상쇄된다.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식이어서는 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진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불안을 막겠다며 대출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특정 계층에 과도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면 시장에는 엇갈린 신호가 간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레버리지를 억제한다는 명확한 원칙 아래 금융·세제·공급 정책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금리 결정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기준으로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경기나 정치적 이유로 금리 결정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책 효과와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 공유와 거시정책 조율은 훨씬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리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추가 인상이 필요하더라도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야 한다. 물가 기대가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소비와 고용,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는 한번 올린 뒤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긴축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과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는 크게 다르다. 평균적인 성장률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면 경제 내부의 양극화를 놓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이른바 '성장의 역설'이다. 수출과 반도체 투자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수요와 물가가 상승해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 금리 인상의 비용은 반도체 대기업보다 대출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성장의 과실과 긴축의 비용이 서로 다른 곳에 집중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으로 경제 전체의 물가를 관리하되 재정과 금융정책은 취약계층에 정밀하게 집중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이자를 대신 내주는 식의 보편적 지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한다. 상환 능력과 소득, 부채 수준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해야 한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가 불안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도 위축된다. 반대로 내수가 무너지면 성장과 고용이 흔들린다.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경제정책의 실력이다. 한국은행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추가 금리 인상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물가와 금융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장이 금리 경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가계와 기업도 대출과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더 큰 불안을 부른다. <논어>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통화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물가를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경제의 약한 고리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원칙을 지키되 금리 인상이 가계와 자영업자, 부동산 PF와 내수에 미칠 충격까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도 중앙은행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는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취약 부문의 충격을 줄일 안전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물가를 잡는 것도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가는 안정됐지만 가계와 자영업자가 먼저 무너지는 정책이라면 성공한 통화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2026-08-12 10: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