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통화정책의 방향을 다시 긴축으로 틀었다. 올해 말 금리 전망도 끌어올렸다. 고유가와 관세 등으로 물가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과 고용이 금리 인상을 감당할 만큼 견조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투표권을 가진 FOMC 위원 12명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연준은 2024년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 지난해 9월과 10월, 12월에도 금리를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한 뒤 이번 회의에서 정책 방향을 바꿨다. 케빈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첫 금리 조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인하가 아닌 인상으로 결정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연준은 결정문에서 미국의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소비가 회복력을 유지하고 생산성 증가와 자본투자가 강하며, 일자리 증가도 노동력 증가 속도를 따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더 신속하게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리 경로는 더 매파적으로 바뀌었다. 연준이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말 연방기금금리 전망 중간값은 4.1%로 지난 6월의 3.8%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현재 기준금리 범위의 중간값이 3.875%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적어도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한 것이다.
점도표를 제출한 18명 가운데 12명은 올해 말 금리를 4.125%, 4명은 4.375%로 예상했다. 16명이 현 수준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한 셈이다. 이 가운데 4명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까지 염두에 뒀다. 현 수준 유지를 예상한 위원은 2명에 그쳤다. 워시 의장은 자신의 금리 전망을 점도표에 제출하지 않았다.
연준은 오는 10월 27~28일과 12월 8~9일 두 차례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향후 물가와 국제유가 흐름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10월이나 12월 중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도 짙어졌다.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4.1%로 올해 말과 같았다. 지난 6월 전망치 3.6%보다 0.5%포인트 높다. 18명 중 8명은 내년 말 4.375%, 6명은 4.125%를 예상했다. 연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뒤 내년까지 유지하는 시나리오가 점도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물가 전망도 높아졌다.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을 3.7%로 내다봤다. 지난 6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전망도 3.3%에서 3.4%로 올렸다. PCE 물가가 목표치인 2.0%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9년으로 제시됐다.
이란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관세정책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연준 결정문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언급했을 뿐 이번 인상의 원인을 이란전쟁이나 유가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래 지속됐다”며 여름철 지표에서도 기조적 물가 흐름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장과 고용 전망은 오히려 좋아졌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종전 2.2%에서 2.3%로, 내년 전망을 2.3%에서 2.4%로 각각 높였다. 올해 말 실업률 전망은 4.3%에서 4.1%로 낮췄다.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도 경기 침체나 고용 급랭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금리 인상의 여력을 넓혔다.
금융시장은 추가 긴축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5%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도 소폭 내렸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4.7%대로 뛰었고 10년물 금리는 5% 선을 넘어 19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달러화도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상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의 금리가 1% 또는 그 이하가 돼야 한다며 연준을 다시 압박했다. 백악관도 이번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워시 의장은 대통령과의 논의 내용에는 답하지 않으면서도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미국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올려 현재 연 3.00%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인상 가능성과 국채금리 상승은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자금 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까지 자극하면 한국은행의 추가 인상 압력도 커진다. 한국은행 역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관건은 연준이 10월과 12월 회의 중 실제로 추가 인상에 나설지다. 이번 인상은 시장이 상당 부분 예상했지만 연말과 내년 금리 전망까지 크게 높아진 것은 긴축이 단발성 조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가와 근원 물가가 꺾이지 않는다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한국은행의 추가 대응을 함께 계산해야 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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