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주한미군의 핵심 방공 전력인 패트리엇(PAC-3)과 사드(THAAD) 일부가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군사 장비 재배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반도 안보 구조가 동맹 중심의 고정된 틀에서 보다 유동적인 전략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북 억지력에 공백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동맹 전력이 다른 전장으로 이동하는 현실 자체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 안보의 공백을 메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늘의 국제정치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 안보의 핵심 동맹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글로벌 강대국이다. 중동과 유럽, 인도·태평양 등 여러 지역에서 군사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전력을 고정적으로 묶어 두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은 더 이상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안보 전략은 강력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억지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 틀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동맹에 대한 의존이 자주적 대비 태세의 부족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안정적인 안보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이제는 구호에 머무는 자주국방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자주국방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의 조기 전력화는 단순한 무기 개발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다. 여기에 중거리와 단거리 요격 체계를 결합한 다층 방어망을 완성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방어 능력의 공백은 곧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간 사전 협의 체계 역시 보다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맹 전력의 이동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반도 방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협의와 보완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전력 이동 시 대체 전력 투입이나 공동 작전 계획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방위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근 한국 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진정한 자주국방은 수출 실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핵심 부품과 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첨단 방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할 때 비로소 안보 자립의 기반이 마련된다.
군 구조와 국방 예산 운용 역시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 현대전의 양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미사일 방어와 우주, 사이버 영역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한된 국방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해 미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안보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동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도 우리 스스로의 방어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스스로 설 수 있는 나라와 협력하는 동맹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동맹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전력 차출 문제는 단순한 일시적 사건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는 한반도 안보 전략을 다시 점검하라는 현실의 경고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안심이나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구체적인 준비와 실천이다.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치밀하게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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