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중동 지역 군사 충돌로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정부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와 민생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을 중심으로 한 긴급 재정 대응이 검토되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시장에서는 추경 규모가 10조원에서 최대 20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규모나 편성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예산 당국은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에 들어갔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와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추경 편성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와 관련 부처는 회의를 열고 추경 편성 절차에 착수했으며 예산 요구서를 취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각 부처가 제출하는 사업 계획을 토대로 부처 협의를 거쳐 추경안을 마련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뒤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번 추경 검토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 군사 충돌에 따른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이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원·달러 환율 역시 변동성이 확대됐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추경 편성 요건 가운데 ‘대내외 경제 여건의 중대한 변화’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경안의 주요 목적은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정유사가 주유소 공급 가격 상한을 적용받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보전 재원을 추경에 포함할지 검토하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공급할 수 있는 가격 상한을 정하고 정부가 일정 부분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사의 공급 비용이 상승해 손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재정 지원 여부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비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계층 지원 방안도 추경 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통·물류 업계에 대한 지원책도 논의되고 있다. 운송 비용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산업을 대상으로 한 재정 지원 방안도 추경 편성 과정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정세 변화에 취약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정책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해상 물류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 지원 정책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소비 위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취약계층 지원 방식과 관련해 직접 지원 형태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금 지급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원할 경우 지역 상권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추가 국채 발행 대신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주요 기업 실적이 크게 늘면서 세수 증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 규모와 관련해 약 15조원에서 20조원 수준이 적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 의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증가로 법인세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증권 거래 증가에 따른 세수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초과 세수가 최소 10조원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활용한 추경 편성이 추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 추경 규모나 구체적인 목표 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예산 당국 역시 각 부처의 사업 요구가 제출된 이후에야 추경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역대 추경 사례를 보면 규모는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편성된 18차례 추경의 평균 세출 증가 규모는 약 13조7000억원 수준이다.
단일 추경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는 2022년 소상공인 지원과 물가 안정 대책을 위해 편성된 2차 추경으로 약 52조4000억원이었다.
반대로 가장 작은 규모의 추경은 2018년 청년 일자리 대책을 위해 편성된 약 3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정부 내부에서는 상황 대응 속도를 고려해 추경 편성 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예산 당국은 주말에도 회의를 진행하며 사업 발굴과 예산 검토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주요 기업의 법인세 신고 시한인 3월 말 이전에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세수 추계를 포함한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일정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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