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한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항공권 가격 상승과 노선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며 여행 수요 위축과 항공업계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10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장 분위기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항공권 가격을 확인한 승객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일본 나고야행 항공권을 알아봤다는 한 시민은 “일주일 사이 10만원 넘게 올라 당분간 여행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가격 인상 전 급하게 예매했지만 저가 항공권이라 일정 변경이나 취소 가능성이 걱정된다”고 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부 승객에게 나누는 장치다. 최근 한 달 평균 항공유 가격이 기준선을 넘으면 단계별로 요금을 올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상승분이 고스란히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4월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저비용항공사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거리별로 최소 4만원에서 최대 21만3900원까지 책정됐다. 지난 3월 최고 6만7600원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왕복 기준으로는 유류할증료만 40만원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번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고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약 40% 상승했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도 이를 따라 급등하며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통상 유가 변동이 한 달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5월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환율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항공사 비용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유가 전체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며 비용 압박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항공사들은 화물 사업 수익으로 일부 손실을 보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들어 잇달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신규 투자와 채용을 미루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것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대응은 더 직접적이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 등은 동남아 주요 노선의 감편과 운항 중단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다낭과 푸꾸옥 필리핀 세부 등 대표 관광 노선이 대상이다.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운항을 지속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간부터 정리하는 흐름이다.
항공유 공급 자체의 불안정도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요보다 비용 통제가 우선인 국면”이라며 “핵심 노선 유지 외에는 보수적으로 운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비축유 일부를 항공유 정제에 활용하거나 공급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실제 시행 여부와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가 급등이 촉발한 유류할증료 상승은 단순한 요금 인상을 넘어 항공 산업 전반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여행 수요와 항공사 수익 사이의 간극이 빠르게 벌어지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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