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임금 격차를 보완하기 위한 ‘공정수당’ 도입을 공식화했다.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짧은 계약 기간과 낮은 임금이라는 이중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최소한의 형평성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정수당만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방향을 잘못 잡으면 기간제 남용을 정당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마저 있다.
공정수당의 핵심은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다. 일정 기간 근무한 뒤 계약이 종료될 때 기본급의 일부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은 단기 노동의 불이익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된 사례에서도 제한적이나마 긍정적 평가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문제의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무엇보다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공공부문 전반에 적용할 경우 수조 원대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민간부문까지 확장하려 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추가 비용을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정책은 이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 위에 설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공정수당이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일정한 수당을 지급하면 제도적 비판을 피할 수 있다면 굳이 정규직 전환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든다. 다시 말해 ‘돈으로 보상했으니 문제없다’는 논리가 작동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축소가 아니라 고착화를 부를 수 있다.
해외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시직에게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에서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정규직 전환을 선호한다. 소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정수당이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계가 공정수당 도입에 미온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차별이 아니라 구조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의 확립,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 그리고 무엇보다 불필요한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 이런 근본 처방 없이 수당만 덧붙이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정부가 기간제 사용 기간을 확대하는 정책과 공정수당을 연계하려 한다는 의심이다. 사용 기간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수당을 도입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타협에 가깝다.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기보다는 갈등을 무마하기 위한 ‘보상 카드’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책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비정규직 남용을 줄이겠다면 사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와 함께 가야 한다. 일시적·예외적 업무에 한해 기간제 사용을 허용하는 원칙이 확립되지 않는 한, 어떤 보완책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수당 역시 이러한 틀 속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
결국 핵심은 분명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고용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재정 투입도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공정수당은 필요할 수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이 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 공정수당이라는 단기 처방에 기대기보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원칙 없는 보완책은 또 다른 왜곡을 낳을 뿐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공정한 보상이 아니라 공정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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