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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초범이 형량을 흔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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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초범이 형량을 흔드는 순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5-06 07:58:46
사진대법원 제공
사진=대법원 제공


[경제일보] 미성년자를 속여 촬영을 유도했다.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게 한 뒤 화면을 통해 통제했다. 그렇게 확보한 영상으로 부모를 압박해 돈을 요구했다. 유인과 촬영, 통제와 협박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준비와 실행이 나뉘어 있다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방향으로 움직인 범행이다.
 

항소심은 형을 낮췄다. 10년에서 6년으로 내려왔다. 판결문은 죄질이 무겁다고 적는다. 피해 회복이 없다고 적는다. 반성도 부족하다고 적는다. 이 지점까지 읽으면 결론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형은 줄었다. 초범이고 나이가 어리다는 사정이 앞에 섰다.
 

이 유형의 범죄는 법 체계 안에서 이미 별도로 다뤄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제작 행위를 가장 무겁게 본다. 실무 기준을 정리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다수 피해자, 계획성, 협박이 결합된 경우를 가중 영역으로 본다. 이 사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형량이 어느 범위에 놓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이미 제시돼 있다.
 

그럼에도 항소심은 다른 요소를 중심에 둔다. 초범과 연령이다. 형법이 인정하는 감경 사유다. 문제는 이 사유가 어떤 위치에서 작동해야 하는가다. 범죄의 무게를 먼저 재고 개인 사정을 뒤에 놓는 방식과, 개인 사정을 앞에 두고 형량을 조정하는 방식은 결론을 다르게 만든다. 이번 판단은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상은 남고 유통의 가능성도 함께 남는다. 피해는 시간에 따라 줄어들지 않는다. 이 점에서 형벌의 기능은 교화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억지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처벌이 남기는 신호가 중요해진다.
 

판결문은 피해자들이 용서하지 않았다고 적는다.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한다고 적는다. 진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적는다. 그럼에도 형은 낮아졌다. 형량을 움직인 결정적 사정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된다. 남는 것은 초범이라는 요소 하나다. 이 하나가 범죄의 성격과 결과를 밀어내는 기준으로 자리 잡는 순간, 양형의 방향은 달라진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사회는 분명한 방향을 택했다. 아동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강하게 다룬다. 입법과 수사 체계도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 흐름은 일시적 반응이 아니라 제도적 선택이다. 법정의 판단 역시 이 선택과 멀리 떨어져 있기 어렵다.
 

초범이라는 사정은 오랫동안 형량을 조정하는 기준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모든 범죄에 같은 비중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까지 같은 선에서 다루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범죄 유형에 따라 감경의 범위를 달리 설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범의 가능성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접근이 쉽고 은폐가 가능하다. 반복을 막는 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처음이니 낮춘다’는 판단이 이후 사건들에 어떤 신호로 작용할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형벌은 개별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슷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때마다 법원은 기준을 확인한다. 기준이 일정하지 않으면 결과도 흔들린다. 예측 가능성이 약해지고 신뢰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서는 그 파장이 더 크다.
 

아동을 상대로 한 성착취 범죄에서 초범이라는 사정이 형량을 끌어내리는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처벌의 방향은 이미 흔들린다. 범죄의 무게와 피해의 깊이가 아니라 행위자의 이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순간, 양형의 축은 뒤집힌다. 기준이 흔들리면 메시지도 흐려진다. 그 빈자리는 결국 사회가 감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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