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지금은 송도를 이야기할 때 바이오 산업을 함께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대형 생산 공장과 연구시설이 들어섰고 글로벌 제약사 이름도 어렵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던 매립지에 가까웠다. 셀트리온은 그 공간에서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낯선 분야였다. 대규모 항체 바이오 생산시설을 국내 기업이 직접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셀트리온의 출발은 한국 제약 산업 기존 흐름과는 조금 달랐다. 전통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과 합성의약품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절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항체 기술에 집중했다. 시장 자체가 아직 크지 않았고 투자 부담도 컸다.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초기 셀트리온은 위탁생산(CMO) 사업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졌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의약품을 생산하며 생산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하는 방식이었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화학의약품과 전혀 다르다. 살아 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공정 관리 난도가 훨씬 높다. 작은 오차도 품질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셀트리온이 본격적으로 시장 흐름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바이오시밀러는 단순 복제약과 다르다. 화학의약품처럼 성분만 같다고 되는 영역이 아니다. 복잡한 바이오 구조와 효능, 안전성을 구현해야 한다. 개발 비용과 진입 장벽도 높다.
당시 글로벌 제약 시장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셀트리온은 이 틈에서 가능성을 봤다. 특허 만료가 예정된 고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표 사례가 램시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 진입한 램시마는 셀트리온의 흐름을 바꿔 놓은 제품이었다. 유럽 시장 허가 이후 점유율을 확대했고 미국 시장 진출까지 이어졌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글로벌 항체 바이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램시마가 남긴 의미는 단순 매출 규모로 설명하기 어렵다. 당시만 해도 국내 제약 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에서는 성장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판매와 시장 지배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셀트리온은 이 벽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이후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도 이어졌다.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 영역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항체 바이오 분야에서 입지를 넓혀 갔다. 특정 품목 하나에 머물지 않고 제품군 자체를 늘려 가는 흐름이었다.
송도 역시 함께 변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송도는 국내 바이오 산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산업 생태계가 특정 기업 하나를 넘어 지역 전체로 확대된 사례였다.
셀트리온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특징은 직판 체계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 수출이나 현지 파트너 계약에 의존할 때 셀트리온은 직접 판매망 확보 쪽으로 움직였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판매 조직을 키우고 유통망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이 전략은 위험 부담도 크다. 판매 조직 유지 비용이 들어가고 현지 시장 이해도도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단순 생산 기업보다 글로벌 제약사에 가까운 방향을 택한 셈이다.
최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역시 이런 흐름과 연결된다. 생산과 판매를 하나로 묶어 효율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바이오 산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순 제품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신약 개발은 셀트리온의 다음 단계로 거론된다. 바이오시밀러는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쟁도 심해진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자체 신약 경쟁력이 중요해진다. 셀트리온 역시 항체 신약과 신규 치료 영역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바이오 산업은 기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임상 결과와 허가, 특허, 규제 변화에 따라 기업 흐름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연구개발 비용도 막대하다. 하나의 실패가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셀트리온 역시 시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공매도 문제와 기업 가치 논쟁, 바이오 산업 특유의 변동성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바이오 산업은 미래 기대가 큰 만큼 시장 반응도 예민하게 움직인다.
최근 분위기는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금리 상승 이후 시장은 단순 기대보다 실제 수익성과 현금 흐름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바이오 기업들도 이제는 연구개발 이야기만이 아니라 실적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함께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셀트리온은 여전히 국내 바이오 산업 상징처럼 언급된다. 대규모 생산 능력과 항체 바이오 경험, 글로벌 허가 경험, 해외 판매망 확대 흐름이 함께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셀트리온은 국내 산업계에 하나의 장면을 남겼다. 해외 기술을 따라가던 산업에서 직접 시장을 흔드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송도 매립지 위 공장에서 시작된 흐름이 글로벌 시장까지 이어진 배경에는 이런 변화가 있었다.
한때 국내 바이오 산업은 가능성으로만 이야기되던 분야였다. 지금은 세계 시장 안에서 경쟁력을 논하는 단계까지 왔다. 셀트리온은 그 변화의 중심을 가장 오래 통과해 온 회사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의 다음 장면은 단순한 바이오시밀러 확대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생산과 판매, 신약 개발까지 연결되는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에 따라 셀트리온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 산업 방향도 함께 읽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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