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신약개발 경쟁의 무게중심이 연구자의 경험과 반복 실험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후보물질 선별로 이동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그동안 축적한 화합물과 유전체, 실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AI를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검증까지 지원하는 플랫폼 구축에 나서면서 신약 연구개발 과정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12일 LG CNS는 동아쏘시오그룹 IT 계열사 DAI와 약 6개월에 걸쳐 구축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플랫폼 구축은 LG CNS가 동아쏘시오그룹과 함께 AI를 활용해 신약개발 과정 전반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AI 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데이터를 통합하고 AI 예측 결과를 실제 실험 데이터와 다시 연결하는 구조를 적용해 연구가 진행될수록 AI의 예측 성능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신약개발은 수많은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효능과 안전성 등을 반복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만큼 통상 10~15년의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까지 진입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신약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에서 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얼마나 빠르게 걸러내느냐가 연구개발 효율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이 같은 신약개발 과정의 반복 작업을 줄이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대한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치료 표적을 찾고, 조건에 맞는 후보물질을 설계하거나 후보물질과 표적 간 결합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실제 실험에 들어가기 전 컴퓨터 환경에서 가상 검증을 진행하면 연구자가 검토해야 할 후보물질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
LG CNS는 이번 플랫폼도 신약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화합물과 유전체 정보, 실험 결과뿐 아니라 논문과 특허 등 기존에 분산돼 있던 연구 데이터를 통합·표준화해 연구자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AI 활용 과정도 신약 개발 단계에 맞췄다. 질병 원인을 분석하는 단계에서는 세포별 유전자 정보와 조직 내 위치 정보를 AI로 분석하고 시각화해 치료 표적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후보물질 설계 단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연구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이에 맞는 새로운 물질 구조를 설계하도록 해 기존 후보물질을 일일이 탐색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후보물질을 실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AI가 활용된다. 후보물질과 표적 간 결합 가능성과 작용 안정성 등을 시뮬레이션해 유망한 후보를 선별하고, 실제 실험에 앞서 컴퓨터 환경에서 가상 검증을 진행한다.
특히 이번 플랫폼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AI가 한 번 분석하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AI가 예측한 결과와 실제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비교하고 이를 다시 AI 모델의 재학습에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예측과 실험 사이의 차이가 데이터로 축적되면 이후 연구에서 AI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늘어난다. 연구가 반복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모델이 고도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 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일회성 결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향후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약 연구 데이터의 특성을 고려한 보안과 관리 체계도 플랫폼에 반영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후보물질 정보와 연구 결과, 특허 관련 데이터 등 민감한 정보가 다뤄지는 만큼 AI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접근과 관리, 규제 대응 역시 플랫폼 구축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LG CNS는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 특화한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틱웍스 for BIO'를 앞세워 관련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AI가 여러 업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연구·개발 과정에 적용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업무 자동화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AI 활용 역시 개별 연구자를 지원하는 도구에서 연구 데이터를 연결하고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지원하는 플랫폼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면 장기간 축적된 연구 데이터 자체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승 LG CNS 클라우드사업담당 상무는 "에이전틱 AI를 비롯한 차별화된 AX 기술과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 역량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AI 신약 연구·개발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며 "고객이 신약 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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