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으로 구축한 북미 배터리 생산기지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에 활용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사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늘자 기존 설비를 전환해 대응하는 전략이다. 올해 말에는 ESS 사업 비중이 30%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상반기 ESS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배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후반까지 높아졌다. 상반기에만 최종 고객이 하이퍼스케일러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해 3조원 이상의 ESS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증가하는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생산망도 빠르게 바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와 랜싱, 캐나다 온타리오 넥스트스타 에너지 등 3개 단독 생산거점과 GM 합작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 혼다 합작 L-H 배터리 컴퍼니 오하이오 공장 등 북미 5개 거점에서 ESS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말 북미 ESS용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공장들이 처음부터 ESS용으로 건설된 것은 아니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비해 구축한 EV 배터리 생산설비를 ESS로 전환하면서 신규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투자와 시간을 줄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ESS는 당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사업 비중도 올해 말 3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대부분 공장이 EV용으로 초기 건설됐지만 북미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라인을 전환하면서 기존 설비 활용성을 높이고 신규 투자 부담과 설비 설치 기간을 줄였다"고 했다. 이어 "현재 새로 가동한 생산라인의 램프업과 안정화가 진행 중"이라며 "라인 전환에 따른 투자비 부담이 감소하고 생산이 안정화되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북미 ESS 생산거점은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은 지난해 6월 북미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고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같은 해 11월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에는 GM과 혼다 합작공장의 ESS 생산이 시작된 데 이어 지난달 랜싱 공장도 문을 열었다. 연산 35GWh 이상 규모인 랜싱에서는 ESS용 LFP와 전기차용 NCM 배터리를 함께 생산할 계획이다.
이러한 ESS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고성능 AI 서버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면서 발전 설비뿐 아니라 전력망 안정성과 저장 능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존 태양광·풍력 발전에 더해 AI 데이터센터가 ESS의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용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공급망 확대에 나섰다.
지난 5월 미국 DTE에너지와 약 16억달러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약 2년에 걸쳐 총 6GWh를 공급하며 제품은 미시간주의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8개 프로젝트에 활용될 예정이다. 랜싱에서 생산하는 LFP 배터리도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버텍을 통해 전력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공급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40GWh다. 올해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50GWh 이상을 북미에 배치할 계획이다. 과거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구축한 북미 생산망이 AI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용 배터리 공급망으로 역할을 넓히는 주축이 됐다.
다만 중국 업체들과의 LFP 경쟁은 넘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ESS 시장에서는 가격과 수명 등을 앞세운 LFP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며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전략은 전기차 캐즘으로 생긴 생산 부담을 덜어내는 데서 성패가 끝나지 않는다. 북미 5개 생산거점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140GWh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실제 출하와 이익으로 연결한다면 ESS는 EV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체 사업을 넘어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수익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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