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은 7일부터 피해 고객 보상 신청을 받는다. 회사가 산정한 1인당 보상 패키지의 체감가치는 약 2만원이다. 문제는 액수가 크고 작으냐만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날 때마다 기업이 사과하고 포인트와 쿠폰을 주고 보안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데 있다.
이번 사고는 고도의 해킹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 조사 결과 개발·운영환경 접속키가 소스코드에 그대로 노출되거나 평문으로 저장돼 있었다. 모든 개발자가 전체 개발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었고, 2024년 모의해킹에서 같은 취약점을 발견하고도 충분한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고 뒤에 보안을 강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진짜 보안은 사고가 나기 전에 돈을 쓰는 일이다.
티빙은 앞으로 정보보호 투자를 늘리고 전문 인력도 확충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투자가 사고가 난 뒤에야 시작된다는 것이 문제다. 개인정보를 많이 가진 기업일수록 보안은 비용으로 보이기 쉽다. 매출을 직접 만들지 않고 눈에 띄는 성과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가 없으면 투자 효과조차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다 문제가 터지면 그동안 아낀 비용보다 훨씬 큰 값을 치른다.
개인정보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고객 데이터는 기업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이용자가 맡긴 정보다. 많이 모을수록 가치가 커지는 동시에 책임도 커진다. 한번 밖으로 나간 전화번호와 CI는 비밀번호처럼 간단히 바꿀 수도 없다.
그런데 사고의 책임은 여전히 보안 담당 부서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접근권한을 얼마나 줄일지, 보안 인력을 얼마나 둘지, 시스템 구축에 얼마를 쓸지는 실무자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경영의 문제다. 대규모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를 최고정보보호책임자 한 사람의 업무로 남겨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도 과징금 액수만 높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소권한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접속키와 인증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의해킹에서 발견된 취약점을 언제까지 고치도록 할 것인지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대한 취약점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경영진의 관리 책임까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사고 공시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정보가 빠져나갔는지만 알릴 것이 아니라 왜 사고가 났는지, 과거 어떤 경고가 있었는지, 누가 개선 여부를 확인했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도 기업의 보안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티빙의 2만원 보상이 적절한지는 이용자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남긴 질문은 금액보다 크다.
3954만개 계정이 유출된 뒤 2만원 상당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신뢰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를 맡아놓고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책임에는 가격표를 붙이기 어렵다. 보안은 사고 뒤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상비가 아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업이 먼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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