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미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추진해온 북미 하이브리드 전략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북미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EREV를 현지 생산하며 전기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기아도 HEV 차종을 늘려 SUV와 픽업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수요가 강한 미국 시장에서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 판매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31년형 승용차·경형 트럭의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을 기존 규정에서 크게 낮추는 내용의 새 기준을 확정했다.
NHTSA는 새 기준이 오는 2031년형 차량 기준 업계 전체 평균 약 34.9mpg에 해당할 것으로 제시했다. 기존 2024년 확정 기준에서 제시했던 2031년 약 50.4mpg와 비교하면 15.5mpg 낮아진 수준이다.
CAFE는 완성차 업체의 차량 판매 구성에도 영향을 주는 규제다. 기준이 낮아지면 업체가 평균연비를 맞추기 위해 고연비 차량이나 전기차 판매를 빠르게 늘려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대형 SUV와 픽업 등 상대적으로 연비가 낮은 차종을 판매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전동화 과정에서도 시장 수요에 맞춰 HEV와 EREV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미국 소비자의 실제 구매 흐름도 하이브리드에 우호적이다. 올해 들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8월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66만3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824만3564대로 2.9% 감소했고, 전기차는 64만8350대로 26.8% 줄었다. 주요 파워트레인 가운데 하이브리드만 판매량이 증가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에서도 하이브리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양사는 8월 미국에서 17만8405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 판매는 5만57대로 47.7% 증가하며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2만5109대로 33.0%, 기아는 2만4948대로 65.7%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8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12.9%로 집계됐다. 포드와의 격차도 확대되면서 월간 기준 3위권에 올라섰다. 1~8월 누적 판매량은 126만407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북미에서 HEV 신차를 10종 이상 출시하고, 북미 판매에서 HEV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북미 생산능력도 50만대 추가하고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EREV도 북미 전동화 제품군에 포함했다. 현대차는 2027년 상반기 첫 EREV 모델을 출시하고 600마일 이상의 총주행거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싼타페 EREV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다. 전기모터를 중심으로 주행하면서 발전용 엔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장거리 주행과 충전 인프라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구조다.
기아 역시 미국에서 HEV 라인업을 확대한다. 기아는 2030년 미국 판매 102만대와 시장점유율 6.2%를 목표로 제시했으며, HEV 라인업을 기존 4종에서 8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스포티지를 연간 20만대 이상 판매하는 핵심 차종으로 육성하고, 텔루라이드의 연간 생산능력을 18만대까지 확대한다. HEV와 EREV를 적용한 신규 차종도 투입한다.
기아의 하이브리드 확대는 미국뿐 아니라 2030년 글로벌 HEV 판매 목표를 110만대로 설정하고 중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생산능력을 40만대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지역별 전동화 속도에 맞춰 내연기관과 HEV, EV를 함께 운영하는 제품 구성을 확대한다.
하이브리드 확대는 수익성 측면에서 현대차가 강조하는 분야다. 현대차는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를 9% 이상으로 상향했다.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와 원가 절감을 수익성 개선의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2026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역시 6.3~7.3%로 제시하면서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언급했다.
전기차 투자도 유지한다. 현대차는 2030년 전동화 차량 판매 비중을 60%까지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고, 기아도 2030년 EV 판매 확대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HEV와 EREV를 통해 현재 미국 시장의 수요를 확보하면서 EV 수요가 회복될 경우 생산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CAFE 기준 완화로 전동화 전환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낮아진 만큼 완성차 업체들도 판매 확대뿐 아니라 수익성을 고려한 제품 전략을 짜기가 수월해졌다"며 "북미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와 생산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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