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23년 연속 1위를 지킨 캐논코리아가 약 13년 반 만에 마련한 대형 팝업. 가장 먼저 내민 것은 신제품이 아닌 '사진 문진표'였다.
방문객의 촬영 취향을 먼저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카메라와 렌즈를 직접 사용해보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전문 카메라를 어렵게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 설명보다 촬영 경험을 앞세웠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체험형 팝업스토어 '캐논 사진 한방당'을 찾았다. 지난 23일 문을 연 이곳은 일반적인 카메라 전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한의원을 연상시키는 나무 약장과 한약재, '사진 체질'을 진단하는 문진표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이번 팝업은 방문객의 촬영 취향을 '풍경인', '찰나인', '사물인', '인상인' 등 네 가지 체질로 구분했다. 풍경과 건축물을 즐겨 찍는 사람부터 움직이는 피사체, 작은 사물의 디테일, 인물 표정과 감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까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카메라와 렌즈를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복잡한 제품 사양을 이해해야만 카메라를 다룰 수 있다는 부담을 덜어내고 전문 장비에 대한 설명을 소비자에게 친숙한 언어로 바꿨다. 카메라와 렌즈의 기술적 특징은 '효능'으로, 촬영 방법과 제품 추천은 '처방'으로 표현했다.
2층에 마련된 '시력 검사'에서는 카메라의 줌 기능을 활용해 여러 도안 가운데 올바른 캐논 로고를 찾아 촬영하는 미션이 진행됐다. 이어지는 '순발력 검사'에서는 광각·표준·망원·어안 렌즈 중 하나를 선택해 카메라에 장착하고 제한 시간 안에 피사체를 촬영하는 체험이 이어졌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터치해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데 익숙한 소비자가 렌즈를 직접 교환하며 화각 차이를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기자 역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동안 전문 카메라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기기마다 다른 기능에 종류도 다양한 렌즈까지, 관심은 있어도 선뜻 사용해 보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장비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카메라를 손에 쥐고 셔터를 눌러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눈앞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포착하는 성능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사진 찍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이었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사진을 남길 때와는 달리 직접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색다른 재미가 느껴졌다. 어렵게만 여겼던 전문 카메라가 하나의 취미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캐논이 이번 팝업에서 주목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의 변화다. 전문 장비라는 부담을 직접 촬영하는 경험으로 낮추고 카메라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던 소비자까지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3층과 옥상에서는 방문객의 사진 체질에 맞춰 다양한 촬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물인' 공간에서는 접사 렌즈로 한약재와 작은 소품의 섬세한 질감을 담아내고 '찰나인' 공간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포착하며 순간 촬영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옥상에 마련된 '풍경인' 공간에서는 경복궁 영추문과 서촌 일대가 한눈에 펼쳐졌으며 광각과 망원 렌즈를 번갈아 사용해 같은 풍경도 서로 다른 구도로 담아내는 체험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일 판매를 시작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신제품 'EOS R8 Mark II'를 주요 체험 공간에 배치한 게 눈에 띄었다. 약 2420만 화소의 풀프레임 센서와 최고 초당 약 40매의 전자식 셔터 연사 기능 등을 갖춘 제품으로 방문객이 실제 촬영 환경에서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골라 현장에서 인화 후 결과물을 실물로 소장할 수 있도록 했다. 카메라·렌즈부터 포토프린터까지 이어지는 캐논의 제품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캐논이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달라진 카메라 시장 환경이 자리한다. 일상적인 사진 촬영이 스마트폰만으로 가능해지면서 전문 카메라는 차별화된 촬영 경험과 활용 가치를 소비자에게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이용자뿐 아니라 사진 촬영을 새로운 취미로 받아들일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보급에도 전문 카메라 수요는 일부 제품군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943만8876대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700만1965대로 5.9%, 미러리스 카메라는 631만1054대로 12.5% 늘었다. 다만 CIPA는 올해 렌즈교환식 카메라 출하량이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해 제품군별 수요 변화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처럼 카메라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도 제품군별 수요가 엇갈리는 가운데 캐논은 기존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신규 고객층 확대에 나서고 있다. 캐논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은 44.2%로 1위를 기록했다.
APS-C 미러리스 시장에서는 56.6%의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입문자용 제품인 'EOS R50'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전체 모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우위를 확보한 캐논이 신규 고객 발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캐논은 2013년 서울 가로수길에서 DSLR 신제품 'EOS 100D' 등을 앞세운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다만 약 13년 반 만에 마련한 이번 대형 팝업에서는 제품 성능보다 소비자의 촬영 취향과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제품 홍보를 넘어 사진 촬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카메라와 교환 렌즈 등으로 이어지는 잠재 수요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캐논코리아는 오는 11월 1일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서촌 산책', '광화문 라이드', '서울의 밤' 등 세 가지 출사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촬영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시장 안에서 제품을 사용해 보는 데서 나아가 일상 공간에서 카메라의 활용도를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캐논 사진 한방당'은 공간 곳곳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직접 활용하며 캐논의 이미징 기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한 팝업"이라며 "서촌의 공간적 매력과 다채로운 촬영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즐기는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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