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면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심방세동’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과 심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맥이다. 고령화와 함께 환자가 늘고 있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일 대한부정맥학회의 한국 심방세동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2.2%로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남성 유병률은 2.4%로 여성의 2.0%보다 높았다. 60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같은 기간 3.9%에서 5.7%로 상승해 고령층에서 더욱 흔하게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무질서하게 발생해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으로 뛰지 못하는 질환이다.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면서 맥박이 불규칙해진다. 심장이 혈액을 효율적으로 내보내지 못하면 두근거림과 호흡곤란, 어지럼증,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없더라도 질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면 심장 안에 혈액이 정체돼 혈전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 혈류를 타고 이동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증상 유무만으로 질환의 위험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고혈압과 심장판막질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도 주요 위험 요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비만, 수면무호흡증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심장에 뚜렷한 구조적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 발생하기도 하며 과음이나 폭음이 발병 또는 재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과 불규칙한 맥박이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고 평소보다 쉽게 지치거나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발작성 심방세동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상 리듬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발작이 잦아지거나 지속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진단에는 심전도 검사가 기본적으로 활용된다.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해 박동과 리듬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다만 심방세동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면 짧은 심전도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일정 시간 심장 리듬을 기록하는 홀터검사나 장기간 심전도 기록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 진단 후에는 심장초음파와 혈액검사 등을 통해 심장 기능과 동반질환을 확인한다.
치료는 뇌졸중 예방과 심장 박동 조절에 초점을 맞춘다. 환자의 나이와 고혈압·당뇨병 여부, 심부전 및 과거 뇌졸중 병력 등을 평가해 항응고제 처방 여부를 결정한다. 항응고제는 혈전 생성을 억제해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약물이다. 심박수가 지나치게 빠르면 심박수 조절 약물을 사용하고 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회복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항부정맥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에도 심방세동이 반복되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극도자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심장 안에 삽입한 뒤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하는 부위를 치료하는 시술이다. 주로 폐정맥 주변의 전기신호가 심방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폐정맥 격리를 시행해 심방세동의 재발을 줄인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초기 치료로 선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열을 이용하는 고주파 절제술 외에 전기장을 이용해 심장 조직을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펄스장 절제술도 활용되고 있다. 치료 방법은 심방세동의 유형과 환자의 상태, 동반질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약물치료나 전극도자절제술로도 조절이 어렵거나 다른 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인 메이즈 수술은 심방에 특정 병변을 만들어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심장판막질환 등으로 수술받는 환자에게 함께 시행할 수 있다. 수술 중 좌심방이 폐쇄나 제거를 병행하면 혈전이 생기는 주요 부위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술이나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심방세동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뇌졸중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치료 후에도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항응고제 복용 여부는 개인의 뇌졸중 위험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과음과 폭음을 피하고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부전 등 동반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고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함께 치료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심장 기능과 체력에 맞춰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는 갑작스럽고 무리한 야외운동을 피하고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노승영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이 뇌졸중과 심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맥박이 불규칙하거나 두근거림과 숨참이 반복된다면 검사를 받아야 하며 진단 후에는 개인의 뇌졸중 위험에 맞는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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