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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서 성수동으로…외국인 관광객 지갑 여는 서울의 새 공식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한꺼번에 사들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서울 성수동에서 한국의 최신 유행을 직접 경험하고 소비하는 형태로 바뀌는 흐름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핵심 변화는 관광객 구성이다. 과거에는 단체 관광객이 정해진 동선에 따라 쇼핑하는 패턴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자유여행객이 스스로 장소를 찾고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공간을 경험하는 비중이 커졌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디서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2024년 BC카드가 발표한 외국인 관광객 소비 분석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2019년과 2024년 결제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전통적 면세점 상권인 소공동 잠실3동 장충동의 외국인 매출 건수는 크게 줄었다. 반면 성수동은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 건수가 973% 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수동의 부상은 단순한 상권 이동이 아니다. 한국 2030세대가 실제로 즐기는 패션 문화 공간을 외국인 관광객도 함께 소비하는 현상에 가깝다. 한국 젊은 세대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대형 행사 기간에는 차이가 더 뚜렷하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방탄소년단 공연 당시 무신사 스탠다드 외국인 매출은 명동보다 성수동에서 더 큰 증가폭을 보였다. 공연 관람을 계기로 서울의 최신 상권까지 함께 찾는 동선이 형성된 셈이다. 성수동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공간의 힘도 있다. 이 지역은 과거 수제화 공장과 금속 가공업체가 모여 있던 산업지대였다. 이후 오래된 공장 건물을 허물지 않고 내부를 쇼룸 갤러리 카페 편집숍으로 바꾸면서 독특한 거리 분위기를 만들었다. 높은 천장과 넓은 실내 공간은 브랜드가 대형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적합했다. 팝업스토어는 일정 기간만 운영되는 체험형 매장이다.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브랜드 세계관을 보여주는 행사 공간으로 이해하면 쉽다. 성수동에는 이런 팝업스토어가 끊임없이 열리고 바뀌면서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든다. K팝 산업의 영향도 크다. 주요 연예기획사와 콘텐츠 기업들이 성수동 인근에 자리 잡으면서 유행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새로운 상품과 문화가 등장하면 한국 젊은 층과 인플루언서가 먼저 반응하고 이를 본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현장을 찾는 순환이 형성됐다. 실제 관광 동선도 국적별로 세분화된다. 미주권 관광객은 성수동과 서울숲 같은 여유 있는 공간을 함께 찾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은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패션 뷰티 쇼핑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명동이 여전히 대표 관광지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면 성수동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유행의 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면세 쇼핑’에서 ‘로컬 경험’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 관광의 공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04-15 07:25:39
선거 앞두고 멈춘 자치구 행정…5억 이상 계약 60% 급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자치구 행정이 눈에 띄게 움츠러들고 있다. 대형 신규 사업은 자취를 감추고 유지보수 중심의 일상 업무에 행정력이 집중되는 흐름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계약 정보 공개 시스템인 ‘서울계약마당’ 분석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4월 13일까지 서울 8개 자치구의 5억원 이상 대형 계약은 104건으로 집계됐다. 총액은 1329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급격한 위축이다. 2025년 동일 기간 8개 자치구의 대형 계약은 185건 3274억원에 달했다. 건수는 44% 줄었고 예산 규모는 60% 가까이 감소했다. 감소 폭보다 더 뚜렷한 변화는 내용이다. 올해 체결된 계약의 상당수는 하천 정비 이면도로 복구 가로등 유지보수 폐기물 수거 등 반복적 유지관리 업무에 집중됐다. 복합청사 건립 교육지원센터 신축 상권 활성화 사업 등 신규 투자 성격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강남구를 비롯해 종로 중구 중랑 강동 관악 양천 구로 등 조사 대상 자치구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강남구조차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시설 관리와 민원 대응에 행정력을 배분하는 모습이다. 배경에는 선거 변수에 따른 리스크 회피가 자리 잡고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규 대형 사업을 추진할 경우 선심성 행정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시비나 감사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차기 단체장 교체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다. 선거 결과에 따라 행정 기조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 사업을 확정할 경우 정책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사업 중단에 따른 매몰 비용과 책임 논란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결국 자치구들은 굵직한 결정을 뒤로 미루고 필수 유지관리 업무에 집중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차기 단체장 취임 이후로 판단을 넘기는 ‘대기 전략’이다. 문제는 행정 공백이다. 선거를 이유로 정책 추진이 지연될 경우 지역 발전 사업은 속도를 잃을 수밖에 없다. 행정은 선거와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원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선거 국면 속에서도 행정이 흔들림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04-14 09:15:36
유류할증료 '6단계→18단계' 한 달 만에 폭등…전쟁발 유가 급등에 항공·여행시장 직격탄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한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항공권 가격 상승과 노선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며 여행 수요 위축과 항공업계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10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장 분위기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항공권 가격을 확인한 승객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일본 나고야행 항공권을 알아봤다는 한 시민은 “일주일 사이 10만원 넘게 올라 당분간 여행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가격 인상 전 급하게 예매했지만 저가 항공권이라 일정 변경이나 취소 가능성이 걱정된다”고 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부 승객에게 나누는 장치다. 최근 한 달 평균 항공유 가격이 기준선을 넘으면 단계별로 요금을 올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상승분이 고스란히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4월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저비용항공사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거리별로 최소 4만원에서 최대 21만3900원까지 책정됐다. 지난 3월 최고 6만7600원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왕복 기준으로는 유류할증료만 40만원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번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고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약 40% 상승했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도 이를 따라 급등하며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통상 유가 변동이 한 달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5월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환율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항공사 비용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유가 전체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며 비용 압박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항공사들은 화물 사업 수익으로 일부 손실을 보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들어 잇달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신규 투자와 채용을 미루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것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대응은 더 직접적이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 등은 동남아 주요 노선의 감편과 운항 중단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다낭과 푸꾸옥 필리핀 세부 등 대표 관광 노선이 대상이다.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운항을 지속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간부터 정리하는 흐름이다. 항공유 공급 자체의 불안정도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요보다 비용 통제가 우선인 국면”이라며 “핵심 노선 유지 외에는 보수적으로 운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비축유 일부를 항공유 정제에 활용하거나 공급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실제 시행 여부와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가 급등이 촉발한 유류할증료 상승은 단순한 요금 인상을 넘어 항공 산업 전반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여행 수요와 항공사 수익 사이의 간극이 빠르게 벌어지는 국면이다.
2026-04-13 09:12:21
[르포] 봄비 속 여의도, 꽃길 위 사람들
여의도에 봄비가 차분하게 내렸다. 회색 아스팔트 위로 빗물이 고이고 연분홍 벚꽃잎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졌다.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국회의사당 뒤편 길을 따라 천천히 이어졌다.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는 지난 3일부터 7일(오늘)까지 닷새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영등포구청과 영등포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봄의 정원’을 주제로 내세웠다. 여의도 벚꽃길은 1971년 한강변 정비 사업 당시 왕벚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5년 개별 행사들이 통합되며 축제로 정례화됐다. 교통 통제구역으로 지정된 여의서로 1.4km 구간에는 1886그루 벚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빗물을 머금은 가지는 짙은 색을 띠고, 꽃잎은 흐린 하늘 아래서 옅은 분홍빛을 냈다. 비에 젖은 거리를 걷는 인파 속에서는 2030 세대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던 20대 커플은 “예전에 와본 적은 있지만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교통이 편해서 여의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있는 분들도 많지만 2030 커플도 꽤 보인다”고 했다. 먹거리에 대해서는 “아직 먹은 건 없는데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아서 놀랐다”며 “주말에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비 때문에 아쉽다”고 했다. 형광 조끼를 입고 통제선 앞을 지키던 자원봉사자는 올해 축제 분위기가 예년과 달라졌다고 했다. 주말에는 인파가 몰려 걷기조차 어려웠지만 이날은 비 영향으로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는 국회가 개방된 점이 가장 눈에 띈다”며 “음식 부스가 줄어들면서 거리도 훨씬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식 판매 방식도 달라졌다. 공익 목적 단체만 심사를 거쳐 운영하도록 제한하면서 일반 판매는 막았다. 그 결과 거리 관리가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자원봉사자는 축제 운영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말처럼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도 거리 청결이 유지되고 자원봉사자와 청소 인력이 지속적으로 관리에 나서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 관리 역시 강화됐다. 소방과 경찰이 상시 대기하며 현장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벚꽃길 한복판에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민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1776연구소’ 조평세 대표와 청년들이 동행했다. 이 단체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주의 가치를 연구하는 민간 연구모임이다. 김 전 장관은 여의도 봄꽃축제를 자주 찾는 편이라고 했다. 국회 재직 시절부터 익숙한 장소로, 지난 주말에도 현장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김 전 장관은 “예전보다 먹거리는 줄고 벚꽃 중심으로 단순해진 느낌”이라면서도 여의도를 찾는 이유로 한강을 끼고 이어지는 긴 산책로와 비교적 여유로운 동선을 꼽았다. 석촌호수보다 상대적으로 덜 혼잡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주말에는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안전 관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 이후 확실히 달라졌다”며 “자원봉사자와 동선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어 외국인들도 안전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서 있었다. 종이컵 하나 보이지 않는 깨끗한 거리 위로 사람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꽃은 비에 젖어 있었지만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봄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2026-04-07 1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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