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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봄비 속 여의도, 꽃길 위 사람들
여의도에 봄비가 차분하게 내렸다. 회색 아스팔트 위로 빗물이 고이고 연분홍 벚꽃잎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졌다.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국회의사당 뒤편 길을 따라 천천히 이어졌다.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는 지난 3일부터 7일(오늘)까지 닷새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영등포구청과 영등포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봄의 정원’을 주제로 내세웠다. 여의도 벚꽃길은 1971년 한강변 정비 사업 당시 왕벚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5년 개별 행사들이 통합되며 축제로 정례화됐다. 교통 통제구역으로 지정된 여의서로 1.4km 구간에는 1886그루 벚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빗물을 머금은 가지는 짙은 색을 띠고, 꽃잎은 흐린 하늘 아래서 옅은 분홍빛을 냈다. 비에 젖은 거리를 걷는 인파 속에서는 2030 세대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던 20대 커플은 “예전에 와본 적은 있지만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교통이 편해서 여의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있는 분들도 많지만 2030 커플도 꽤 보인다”고 했다. 먹거리에 대해서는 “아직 먹은 건 없는데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아서 놀랐다”며 “주말에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비 때문에 아쉽다”고 했다. 형광 조끼를 입고 통제선 앞을 지키던 자원봉사자는 올해 축제 분위기가 예년과 달라졌다고 했다. 주말에는 인파가 몰려 걷기조차 어려웠지만 이날은 비 영향으로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는 국회가 개방된 점이 가장 눈에 띈다”며 “음식 부스가 줄어들면서 거리도 훨씬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식 판매 방식도 달라졌다. 공익 목적 단체만 심사를 거쳐 운영하도록 제한하면서 일반 판매는 막았다. 그 결과 거리 관리가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자원봉사자는 축제 운영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말처럼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도 거리 청결이 유지되고 자원봉사자와 청소 인력이 지속적으로 관리에 나서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 관리 역시 강화됐다. 소방과 경찰이 상시 대기하며 현장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벚꽃길 한복판에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민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1776연구소’ 조평세 대표와 청년들이 동행했다. 이 단체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주의 가치를 연구하는 민간 연구모임이다. 김 전 장관은 여의도 봄꽃축제를 자주 찾는 편이라고 했다. 국회 재직 시절부터 익숙한 장소로, 지난 주말에도 현장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김 전 장관은 “예전보다 먹거리는 줄고 벚꽃 중심으로 단순해진 느낌”이라면서도 여의도를 찾는 이유로 한강을 끼고 이어지는 긴 산책로와 비교적 여유로운 동선을 꼽았다. 석촌호수보다 상대적으로 덜 혼잡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주말에는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안전 관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 이후 확실히 달라졌다”며 “자원봉사자와 동선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어 외국인들도 안전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서 있었다. 종이컵 하나 보이지 않는 깨끗한 거리 위로 사람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꽃은 비에 젖어 있었지만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봄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2026-04-07 1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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