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휘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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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격돌] 조선소 사는 한화, 공정 파는 HD현대…美 조선 재건 전략은
미국 조선업 재건이라는 같은 시장을 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서로 다른 진입 전략을 펴고 있다.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한 한화는 미국 조선소를 직접 확보한 뒤 국내 생산기술을 이식하는 방식이다. HD현대는 설계·자동화·공정관리 등 운영체계를 현지에 먼저 적용한 뒤 사업과 투자를 넓히고 있다. 한화가 ‘거점 확보 후 기술 이식’이라면 HD현대는 ‘기술 이식 후 사업 확대’에 가깝다. 양사가 미국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현지 조선업의 생산능력 부족이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올해 4월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정 건조 사업에서 수십억달러의 비용 초과와 수년간의 납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접공·배관공 등 숙련인력 부족도 주요 병목으로 꼽힌다. GAO는 앞서 미 해군 전투함을 건조하는 7개 조선사 모두 해군의 인도 목표를 맞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한화, 美 스마트야드 심는다 현지 생산기반에서는 한화가 한발 앞서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2024년 12월 약 1억 달러에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이후 한화는 50억 달러를 투자해 도크와 안벽, 블록 조립시설 등을 확충하고 현재 연간 2척 미만인 생산량을 장기적으로 최대 20척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음 단계는 ‘한국식 조선소’ 이식이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에서 검증한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야드, 안전 시스템을 필리조선소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LNG운반선 건조를 시작으로 함정 블록·모듈 공급을 거쳐 향후 현지 함정 건조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필리조선소의 생산 역량과 시장 경험에 친환경 선박 기술과 생산 자동화 등 스마트 생산 역량을 결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야드, 안전 시스템을 도입해 LNG운반선과 함정 블록·모듈을 만들고 더 나아가 함정 건조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의 거점 확대는 필라델피아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호주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를 10억5000만~12억 달러에 인수하는 비구속 제안을 냈다. 미 해군·해안경비대 선박을 건조하는 오스탈USA까지 확보하면 미 방산 조선 공급망 진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HD현대, 조선소 ‘운영체계’ 수출 HD현대는 조선소 인수보다 국내에서 축적한 구축·운영 역량을 미국 현장에 먼저 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조선소 진단과 야드·공장 레이아웃 설계, 로봇·자동화 설비, 비용·공정·품질 최적화, AI·데이터 솔루션까지 전 주기가 대상이다. 연내 ‘조선소 현대화 컨설팅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맺어 프레이저조선소를 실증 모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HII 잉걸스조선소에서는 지능형 기계화 용접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작업 대상과 조건을 자동 인식해 용접 위치를 실시간 보정하고, 한 작업자가 여러 로봇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현장의 인력·생산성 병목을 줄이는 기술이다. 축적된 공정 데이터는 품질관리와 공정 개선에도 활용된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소 진단과 레이아웃 설계, 로봇·자동화 설비 도입부터 비용·공정·품질·생산성 최적화, AI·데이터 기반 솔루션까지 구축과 운영 전 주기를 아우르는 실행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프레이저조선소를 미국 조선산업 재건의 실증 모델로 육성해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도 장기적으로 자본투자를 열어두고 있다. 미국 서버러스캐피털, 산업은행과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 등을 대상으로 한 투자 프로그램 MOU를 맺었다. 기술과 운영체계를 먼저 입증한 뒤 현지 투자로 범위를 넓히는 구조다. 美 문턱 낮아졌다…승부처는 ‘생산성’ 미국의 정책 변화도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에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인력 훈련과 기술 이전 등을 추진하는 외국 조선업체가 본국에서 미 해군 함정을 최대 2척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안보각서에 서명했다. 현재 조건만 보면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가 앞선다. 반면 HD현대는 프레이저·HII와의 기술협력을 실제 현지 투자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과제다. 장기 승부는 결국 생산성에서 갈릴 전망이다. 한화는 확보한 조선소에 거제의 자동화·스마트야드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안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HD현대는 한국식 운영체계가 미국에서도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입증해 추가 계약과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 한화가 생산거점을 먼저 확보한 뒤 ‘한국식 조선소’를 심고 있다면 HD현대는 ‘한국식 조선소 운영법’을 먼저 이식하고 있다. 진입 순서는 다르지만 최종 시험대는 같다. 누가 미국 땅에서 더 빨리 K-조선의 생산성을 구현하느냐가 미국 조선 재건 시장의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2026-08-20 1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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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럭키크림서 배터리까지…'79년 전환 DNA' LG화학, 3대 엔진 가동
LG화학의 출발점은 거대한 석유화학 공장이 아니었다. 1947년 부산에서 만든 화장품 ‘럭키크림’이었다. 잘 팔리던 크림의 뚜껑이 쉽게 깨지자 창업주 구인회는 플라스틱에서 해법을 찾았다. 고객의 불편을 새로운 소재와 기술로 해결하려던 시도가 오늘날 LG화학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락희화학공업사는 이후 플라스틱 빗과 비눗갑을 생산하며 소재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생활용품을 팔던 회사가 제품을 구성하는 원료와 소재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후 79년 동안 되풀이됐다. 생활화학에서 플라스틱과 석유화학으로, 다시 전지와 정보전자소재·첨단소재·바이오로 주력 사업을 끊임없이 옮겼다. 석유화학 키우고, 배터리 준비한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의 중심은 석유화학으로 이동했다. PVC와 ABS 등 합성수지 사업을 확대했고 여수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00년대에는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을 잇달아 합병하며 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도 강화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이 성장하는 동안 이미 다음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었다. LG화학은 1995년 2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1997년 리튬이온전지 시제품을 만들었고, 1999년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외환위기로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접던 시기에도 연구를 이어간 결과였다. 이후 2009년에는 GM의 양산형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배터리가 독자적인 대형 사업으로 성장하자 회사는 다시 구조를 바꿨다. 2020년 전지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완제품 배터리는 떨어져 나갔지만 LG화학은 양극재 등 핵심 소재를 남겼다. 2024년에는 GM과 2035년까지 50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24조7000억원 규모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에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역할을 다시 바꾼 셈이다. 바이오도 새로운 축으로 편입했다. LG생명과학을 합병한 데 이어 2023년 미국 항암제 기업 AVEO를 인수하며 글로벌 항암 신약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석유화학에 뿌리를 두면서도 성장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전환의 DNA’가 이끈 컨버팅 LG화학은 올해 이 같은 사업 방식을 ‘기술이 강한 컨버팅(Converting) 회사’라는 비전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회사가 말하는 컨버팅은 단순히 업종을 바꾸거나 기존 사업을 신사업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 기술이 변화하는 영역에서 회사가 보유한 모든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 사업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활동”이라며 “단순한 소재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축적한 원천 기술과 공정 노하우, 제품 기획·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맞춤형 기술과 공정 솔루션을 제안하는 역량이 경쟁력”이라며 “축적된 기술을 새로운 산업과 시장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럭키크림의 깨지는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해결했던 방식과 맞닿아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단순히 공급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뒤 그 기술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이 79년 동안 반복해 온 사업 방식에 ‘컨버팅’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LG화학 역시 공식적으로 컨버팅을 단순 사업 전환이 아닌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석화의 LG에서 반도체·로봇·항암으로 다음 전환의 목적지도 구체화됐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70%를 반도체·인프라, 모빌리티·로봇, 항암 신약 등 3대 핵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 화학사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기술 장벽과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자원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인프라에서는 AI 반도체 성장에 맞춰 첨단 패키징 소재를 집중 육성한다.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이 대상이다. 기존 PID·DAF·CCL 등 전자소재 경쟁력을 토대로 2030년 관련 사업을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모빌리티는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영역을 넓힌다. 로봇 구조 소재와 정밀 구동·접합 소재를 개발하고 고객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항암 신약에서는 글로벌 임상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의 사업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다음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회사를 성장시킨 석유화학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장기간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NCC 생산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전체의 최대 25%가량 줄이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12월 정부에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제출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업체인 만큼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다. 결국 범용제품의 규모 경쟁보다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고객 산업과 밀착된 고부가 제품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한 가지 사업을 79년간 지켜온 회사라기보다 기술을 들고 성장하는 산업으로 계속 이동해 온 회사에 가깝다. 화장품에서 출발한 플라스틱 기술은 석유화학으로 이어졌고, 화학과 소재 기술은 배터리와 전자소재로 뻗었다. 이제 그 끝은 AI 반도체와 로봇, 항암 신약을 향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이 다음 전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과 전기차 시장 변화 속에서 기존 사업을 재편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 LG화학이 말하는 ‘컨버팅’의 진짜 시험대도 여기다. 79년간 회사를 키운 전환의 DNA가 또 한 번 LG화학의 주력 사업을 바꿀 수 있을지가 승부처다.
2026-08-20 09: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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