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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의 포화와 중국의 한기…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2026년의 문턱에서 한국 경제가 거대한 복합 위기의 한가운데로 밀려 들어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중동의 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 경제의 둔화가 우리의 수출 기반을 흔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수차례의 파고를 넘어온 한국 경제지만 지금과 같은 ‘이중 충격(Double Shock)’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성장의 발판이 아니라 성장 절벽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먼저 중동이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계기로 촉발된 군사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폭등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100달러 선을 넘어 130달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에너지의 거의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인 변수다. 유가 상승은 단순한 원가 인상의 문제가 아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해운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 비용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며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빠르게 잠식한다. 여기에 전기료와 운송비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다시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경제 교과서에서나 보던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현실 경제의 문 앞까지 다가온 셈이다. 금융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국내 증시는 불과 일주일 사이 큰 폭의 하락을 겪었고 환율 역시 급등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투자도 소비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동의 포화가 터지자마자 전해진 또 하나의 소식이 한국 경제의 심장을 더욱 세게 조이고 있다. 바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사실상 4%대 수준으로 낮춘 것은 단순한 숫자의 조정이 아니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중국 성장 모델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에 중국은 단순한 교역 상대가 아니다. 전체 수출의 2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특히 반도체·화학·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산업의 상당 부분이 중국 시장과 생산망에 연결돼 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은 곧 한국 중간재 수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경제의 질적 변화다. 과거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개발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중간재와 장비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 산업에서 자국 기업을 키우려는 전략이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결국 과거의 ‘차이나 특수’는 점점 역사 속 이야기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중국 시장 의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 두 가지 변수, 즉 중동의 전쟁과 중국의 둔화가 동시에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경기 하강이 아니라 복합 불황의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주요 경제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중국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가 1%대 성장률에 머물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수출은 중국에 막히고 내수는 고물가와 금리 부담에 눌리는 전형적인 ‘샌드위치 경제’의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그것 하나로 거대한 대외 악재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에너지 안보의 재구조화다. 중동 정세는 언제든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전략 비축유 관리와 함께 에너지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원전과 신재생을 포함한 장기적 에너지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에너지 수입 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는 어떤 산업 경쟁력도 지속되기 어렵다. 둘째는 수출 시장의 구조적 재편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면 한국 기업 역시 시장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중남미 등 새로운 성장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특히 중동 지역은 전쟁 이후 대규모 재건 사업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셋째는 경제 체질 개선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외부 환경이 좋을 때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외부 환경이 예전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고도화 없이 과거 방식의 성장 모델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 첨단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러나 그 위기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바라보는 태도와 대응의 속도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던 한국 경제의 경험은 결코 작지 않은 자산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퍼펙트 스톰’은 분명 거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이 위기를 산업 구조와 에너지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경제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할 수도 있다. 폭풍 속에서 방향을 잃는 나라는 침몰하고 방향을 잡는 나라는 항로를 바꾼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낙관도 비관도 아닌 냉정한 전략과 결단이다.
2026-03-07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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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국 사회 7대 비정상 바로잡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사회의 ‘7대 비정상’을 지목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마약범죄, 공직부패, 보이스피싱, 부동산 불법행위, 고액·악성 체납, 주가조작, 중대재해를 ‘정상화해야 할 대표적 문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 정비와 함께 기존 법 집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시장 질서를 흔드는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사례로 들며 “경제 전반에 반시장적인 담합 행위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나 공급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불법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문제로 보는 ‘부동산 불법행위’에는 전세사기와 기획부동산, 농지 불법투기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가를 올리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담합 행위까지 포함된다. 주가조작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가 조작이나 부정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인력을 늘리고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는 등 대응을 강화해 왔다. 민생 안전과 직결된 범죄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마약범죄와 보이스피싱은 국경을 넘는 대표적인 초국가 범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초국가범죄 대응 관계장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대응 강화를 지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초국가 범죄가 국민 삶을 파괴하고 사회적 비용을 급격히 늘린다”며 마약, 보이스피싱, 사이버도박 등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꼽았다. 외교 채널을 통한 대응도 추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마약 범죄자의 국내 인도를 요청했다. 공직 기강 문제도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 비위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청탁 의혹이 제기된 비서관을 즉시 면직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도 권한 남용 문제로 면직됐다. 최근에는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하루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도 있다. 조세 질서 문제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국세 체납액이 11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납세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국세청에 체납관리단 확대를 지시했다. 국세청은 체납관리단 인력 500명을 추가 선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대재해 문제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상화 과제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업재해 근절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 가운데 상당수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기존 제도를 철저히 집행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2026-03-06 1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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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심층분석 ①] 2003년 이라크, 2026년 이란… 미국 전쟁 방식이 달라졌다
2003년 3월 20일. 미군 지상군 15만 명이 이라크 사막을 가로질러 바그다드로 향했다. 23년 뒤인 2026년 2월 28일, 이번에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테헤란 상공을 가로질렀다. 두 전쟁은 모두 미국이 ‘선제 공격’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은 전혀 다르다. 이라크 전쟁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점령전이었다면, 이란 공습은 공중과 해상에서 이루어진 정밀 타격 중심의 작전이다. 명분과 전략, 그리고 이후의 정치적 목표까지 달라졌다. 이라크 전쟁의 명분은 ‘대량살상무기(WMD)’였다. 2003년 2월 5일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 연단에서 시험관을 들어 보이며 이라크의 생물무기 프로그램 존재를 주장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밝혀진 사실은 달랐다.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2004년 보고서에서 당시 정보 판단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결론 내렸다. 파월 역시 훗날 이 연설을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큰 오점”이라고 회고했다. 2026년 이란 공습의 명분은 두 가지로 제시됐다. 첫 번째는 핵 개발 저지다. 이란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핵합의(JCPOA)를 탈퇴한 이후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JCPOA는 2015년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이 체결한 핵협정으로,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대신 서방이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탈퇴 이후 협정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두 번째는 인도주의 문제다. 2025년 말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고,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직전 브리핑에서 “최소 3만2000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쟁 방식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했다. 21일 만에 바그다드를 함락시켰지만 이후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종파 갈등과 반군 활동,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가 이어지면서 미군은 2011년까지 8년 동안 주둔해야 했다. 미군 전사자는 약 4500명,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수십만 명으로 추산된다. 2026년 이란 전쟁에서는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았다. 미국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B-52 전략폭격기, 잠수함 발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동원해 이란 전역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 2000여 개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였다. 이스라엘도 별도의 공습을 진행했다. ‘포효하는 사자 작전(Operation Roaring Lion)’이라는 이름 아래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300여 곳을 공격했다. 개전 15시간 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관저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 양상은 급격히 바뀌었다. 이스라엘 군은 “최고지도자 제거와 제공권 확보로 1단계 목표가 달성됐다”고 발표했다. 전장의 또 다른 변수는 쿠르드 세력이다. AP통신은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 수천 명이 이라크 북부에서 국경을 넘어 이란 서북부 지역으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직접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현지 세력을 활용해 이란 내부에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쟁의 목표 역시 차이가 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부시 행정부는 ‘민주주의 확산’을 강조했지만, 사담 후세인 이후의 정치 질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권력 공백은 종파 갈등과 극단주의 조직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2026년 이란 전쟁에서는 목표가 보다 분명하게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직전 영상 메시지에서 이란 국민을 향해 “전쟁이 끝나면 여러분이 정부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권 교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다만 이후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망명 중인 왕세자 레자 팔라비가 귀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반면, 이란 정권 핵심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는 내부 지도 체제를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이라크처럼 장기 혼란에 빠질지, 아니면 새로운 권력 질서가 빠르게 형성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2026-03-06 17: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