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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한 달 김용범, 왜 다시 '국채'를 꺼냈나
[경제일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경제정책의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는 부동산도, 증시도 아니다. 국채다. 김 전 실장이 최근 쓴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의 출발점은 글로벌 금리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장기금리 상승을 단순한 인플레이션 후유증이 아니라 지난 15년간 이어졌던 저금리 체제의 변화로 봤다. 글만 놓고 보면 채권시장 분석이다. 그러나 작성 시점과 김 전 실장의 현재 위치를 함께 놓으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김 전 실장은 지난 9월 1일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정부 출범 후 15개월 만이었다. 한미 통상협상과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휘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부동산·세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책임론도 동시에 받았다. 퇴임 이후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며 김 전 실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다만 현재까지 제기된 내용은 정치권의 의혹과 고발 단계다. 10월 1일 정무위가 채택한 증인 명단에는 김 전 실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이 선택한 주제가 국채와 반도체, 그리고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그의 정책실장 재임기를 상징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두고 “아주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이 모일 것”이라며 청년·미래·지역·교육에 활용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자리에서 물러난 9월 1일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정책실장 임기는 끝났지만 그가 밀었던 정책은 오히려 제도화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글에서 김 전 실장이 “정부에서 일하며 호황기 세수가 가진 중력을 여러 번 봤다”고 회고한 대목도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세수가 늘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교육청마다 쓸 이유가 생기고, 한 번 늘어난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미래대응기금을 설명하면서 ‘의지만으로는 이 중력을 이기기 어렵다. 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숫자는 그의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000억원으로 다시 추산했다. 추경예산보다 63조2000억원 많다. 반도체 호황과 특별배당, 증시 활성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9월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63% 증가했다.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반도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 전 실장이 이번 글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도 현재의 고금리 자체보다는 반도체 호황이 끝났을 때의 한국 경제다. 지금은 반도체 수출과 기업이익이 성장과 세수, 외환수급을 동시에 받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상황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성장과 세수가 둔화되고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로벌 장기금리마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 경제가 쓸 수 있는 완충재는 줄어든다. ◇ 왜 지금 ‘국채’인가 글의 또 다른 축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를 넘어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미국 고용이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졌지만 장기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라면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났을 때 국채 금리는 먼저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채 공급이 늘고 있는 데다 AI 투자 붐까지 자본시장 수요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의 돈을 쓰고 있다. 올해 들어 AI 관련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 금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돈을 필요로 하는 구조다. 일본도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3%를 기록해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장기간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의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가 확대됐고,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도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재정, AI 투자, 인플레이션, 지정학이라는 네 가지 요인을 국채 금리 상승 원인으로 나눈 배경이다. 결국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2010년대의 초저금리가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시장 분석인가, 정책 유산에 대한 설명인가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회고가 이례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 김 전 실장은 재임 당시에도 SNS에 장문의 경제정책 글을 꾸준히 올렸다. 정책실장이 직접 증시와 부동산, 산업정책을 설명하면서 시장이 그의 표현 하나하나에 반응하기도 했다. 이번 글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의 글이었다면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정책 설계자의 글이다. 그래서 “좋을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장 전망인 동시에 자신의 정책 선택에 대한 설명으로도 읽힌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그렇다. 정부는 내년 기금에 162조3000억원을 적립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45조4000억원을 쓰고 나머지는 국채 발행 축소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도가 출범하기도 전에 논쟁은 시작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가·초과 세수를 기금에 적립한 뒤 필요할 경우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구조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약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수 있다며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글에서 “기금의 입법도 중요하지만 꺼내 쓰는 원칙을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오히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기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용범의 진단, 어디까지 맞을까 큰 방향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이 그의 진단과 상당 부분 겹친다. 글로벌 국채금리가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전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은 이미 뚜렷하다. 정부 부채 증가와 AI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에 반도체라는 강력한 완충재가 있다는 분석 역시 현재 숫자만 보면 설득력이 있다. 올해 세수 증가와 기록적인 수출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한국 경제의 위험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잘될수록 성장률도 높아지고 세수도 늘어난다. 정부의 정책 여력도 커진다. 반대로 반도체가 흔들리면 그 효과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쟁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호황으로 생긴 돈을 지금 쓸 것인가. 다음 불황을 위해 남길 것인가. 아니면 AI와 인재,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인가. 김 전 실장은 세 번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다만 그 답이 미래대응기금 하나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통제, 지방재정과의 관계, 투자 사업의 선정 기준, 기금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엄격하게 정하느냐가 남았다. 기금이 미래 투자를 위한 완충장치가 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거대한 지출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도 아직 정치권에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새로운 공직은 없다. 그럼에도 그가 다시 시장과 정책에 대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적어도 글 안에서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이 정부 안에서 보았던 호황기의 재정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자신이 추진했던 미래대응기금이 왜 필요했는지를 다시 말하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 복귀 신호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정책실장에서 경제정책 논객으로 위치가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 한 달 전까지 정책을 만들던 사람이 이제 그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밖에서 설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장은 그의 글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채금리는 오르고 있고, AI 투자는 더 많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 전례 없는 호황을 가져왔다. 미래대응기금의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앞으로 볼 대목은 김용범 개인보다 정책이다.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더 많은 의무지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신산업과 인재, 재정의 완충력이 남을 것인가. 한편 김 전 실장이 던진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라는 문제의식의 끝에는 결국 이 질문이 있다. 좋을 때 번 돈을 어떻게 쓰는가. 호황이 끝난 뒤 국가의 실력은 거기서 드러난다.
2026-10-03 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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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막자 지수형 ETF로…고위험 자금 이동
[경제일보]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문턱을 높이자 고위험 투자 자금이 지수형 ETF(상장지수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는 수천억원대 자금이 유입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몰렸던 투기성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작은 지수형 상품으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변동성은 일부 진정됐지만 레버리지 투자 선호가 구조적으로 낮아졌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 시행일인 지난 7월 31일 이후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 CHECK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수형 ETF 네 종목에 순유입된 자금만 1조원을 훌쩍 넘는다. KODEX 레버리지가 448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ODEX 코스닥150 4237억원, KODEX 200 3827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181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같은 기간 자금이 빠져나갔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가 2002억원 순유출로 이탈 규모가 가장 컸고,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214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도 1025억원이 빠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서 빠진 돈, 지수형 ETF로 자금 흐름은 규제 시행 전후로 뚜렷하게 갈렸다. 7월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두 배로 베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SK하이닉스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 거래대금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규제 시행 이후에는 판도가 뒤집혔다. 거래대금 상위권은 KODEX 200, KODEX 레버리지, KODEX 인버스, KODEX 200선물인버스2X,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같은 지수형 상품으로 채워졌다. 한때 거래대금 1위를 다투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순위는 지난 7일 13위까지 내려앉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별 종목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분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기본예탁금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매수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며 “다만 고위험 성향 투자자금이 완전히 빠져나갔다기보다 지수형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일반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상장지수증권)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할 경우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보유하도록 했다. 기존 기본예탁금 1000만원에서 문턱을 세 배로 높인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과열 양상을 보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장의 수요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지난 7월 31일로 앞당겨 시행한다고 밝혔다. ◆거래대금 급감…당국 규제 1차 효과 당국 조치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키움증권 분석을 인용해 금융당국 조치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비중이 지난 7월 30일 코스피 거래대금의 33.4%에서 7월 31일 6.6%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거래 비중이 하루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매수 수요를 빠르게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거래가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하루 수익률의 두 배 안팎을 추종하는 구조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도 빠르게 확대된다. 특히 기초자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코스피 내 비중이 큰 종목일 경우 레버리지 ETF의 매매와 헤지 수요가 다시 현물 주가와 지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기본예탁금 상향, 신규 상장 제한, 광고 제한 등 보완 조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대형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의 레버리지 ETF 청산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한국 증시에서 레버리지 ETF 청산이 완료됐고 헤지펀드 디레버리징도 약 90% 진행됐다고 봤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을 약 387억달러로 추정했다. ◆풍선효과인가, 정상화인가 다만 지수형 ETF로의 자금 이동을 모두 단일종목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 시행 이후 전체 ETF 시장의 거래대금이 함께 줄어든 데다, 최근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강하게 반등하면서 코스닥 지수형 상품의 투자 매력이 커진 측면도 있어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KODEX 코스닥150과 코스닥150레버리지로 자금이 들어온 것은 단일종목 규제의 영향도 있지만, 코스닥 반등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봐야 한다”며 “모든 자금 이동을 규제 회피성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수형 ETF는 단일종목 상품보다 분산 효과가 있다.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은 여러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특정 기업 실적이나 뉴스에 따른 급등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보다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레버리지 구조 자체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수형 레버리지 ETF도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손실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특히 장기 보유 시에는 기초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변동성 누적으로 수익률이 기대와 달라질 수 있다. ◆레버리지 선호가 끝났나 이번 규제의 1차 효과는 개별 종목 쏠림 완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거래가 줄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던 일부 수급 요인은 완화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위험을 낮춘 것인지, 위험의 종류를 바꾼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지수형 ETF와 인버스 상품으로 옮겨간다면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거래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지수형 상품은 단일종목보다 분산돼 있지만, 시장 급등락 국면에서는 오히려 지수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했지만, 고위험 투자 수요가 지수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며 “상품별 규제보다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의 손익 구조와 장기 보유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국 입장에서도 과제는 남아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는 시장 과열을 누그러뜨리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 그러나 자금이 다른 고위험 상품으로 옮겨가는 상황까지 관리하려면 판매 과정의 위험 고지, 투자자 적합성 확인, 상품 구조 설명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특정 종목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시장 안정 효과와 자금 이동 양상을 함께 보면서 필요하면 추가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자본시장 전망은? 8월 증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효과와 반도체주 수급 안정 여부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 조치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비중은 급감했고,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고위험 자금이 지수형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거래가 다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글로벌 변수도 부담이다. 로이터는 10일 아시아 증시가 소폭 상승했지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67% 안팎에서 움직이고 대규모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금리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와 환율, 미국 기술주 흐름이 다시 흔들릴 경우 외국인 수급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증시의 부담 요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줄면서 시장의 급격한 쏠림은 완화됐지만, 지수형 레버리지와 인버스 거래가 늘면 변동성의 형태만 달라질 수 있다”며 “8월 코스피는 반도체 실적 기대, 외국인 수급, 레버리지 자금 이동을 함께 보면서 당분간 6000선 초반에서 6500선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6-08-10 14: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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