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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내하청 직접고용…이제 진짜 시험이 시작됐다
[경제일보] 포스코 제철소 현장은 늘 같았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설비를 돌리고, 같은 위험을 감수한다. 다만 이름표만 달랐다. 정규직과 협력사 직원. 그 경계는 오랫동안 당연한 것처럼 유지돼 왔다. 그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사내하청 노동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인사 정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수년간 이어진 소송과 갈등이 한 번에 응축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같은 방향을 가리켜 왔다.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이 반복됐고, 그때마다 문제는 봉합되지 못한 채 쌓였다. 시간을 벌던 방식은 결국 시간을 더 크게 되돌려 받는 쪽으로 흘렀다. 환경도 달라졌다. 노조법 개정 이후 원청의 책임은 더 이상 외곽에 머물기 어려워졌다. 산업재해를 둘러싼 논란 역시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위험은 왜 바깥으로 밀려났는가. 책임은 왜 안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포스코는 이번에 그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우회로 대신 정면을 택했다. 자회사가 아니라 본사가 직접 고용하겠다는 선택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방향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직고용이 곧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제외할 것인지, 어디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에 따라 현장은 다시 갈라질 수 있다. 이름표만 바뀌고 처우가 그대로라면 갈등은 형태만 달라질 뿐이다. 임금과 복지는 더 민감한 문제다. 기존 직원과 새로 편입되는 인력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따라 조직 내부의 긴장이 달라질 수 있다. 비용을 기업이 온전히 감당할지, 내부에서 나누게 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절차 역시 간단하지 않다. 노동조합과의 협의, 현장의 수용성, 기존 인력의 반응이 모두 얽혀 있다. 갈등을 풀기 위해 내놓은 카드가 새로운 갈등의 출발점이 되는 장면은 낯선 일이 아니다. 결국 이번 결정의 핵심은 고용 방식이 아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대우받는가에 있다. 그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직고용은 이름만 바뀐 또 다른 경계선이 될 수 있다. 포스코는 중요한 선택을 했다. 다만 더 어려운 일은 이제부터다. 경계를 없애는 일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같은 기준을 만들어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결단은 늦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단이 어떤 결과로 남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6-04-09 07:54:24
노란봉투법에 車 원청 책임 확대…완성차 공급망 전략 시험대
[경제일보] 자동차 산업의 원·하청 구조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협력사 노동조합이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수천 개 협력사가 연결된 자동차 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가 협력사 임금 문제까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부품 단가와 생산 전략까지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법 시행 첫날 전국 200여개 사업장을 상대로 400여개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소속 하청 노조들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한국GM 등을 상대로 교섭 요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쟁의 관련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법 조문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직접 교섭 대상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공급망 구조에 있다. 차량 한 대에는 약 2만~3만개 부품이 사용되며 완성차 업체는 수백 개 1차 협력사와 수천 개 2·3차 협력사와 연결됐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 계획과 품질 기준, 납기 요구가 협력사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노조가 원청 책임을 주장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협력사 네트워크 규모가 큰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수백 개 1차 협력사와 거래하고 있으며 이들과 연결된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공급망 규모는 수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구조에서 협력사 임금 문제가 원청 교섭 이슈로 확대될 경우 완성차 업체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협력사 임금 인상 요구가 확대되면 부품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 가격 변동이 생산 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 특성상 완성차 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이 곧바로 생산 전략을 크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주요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도 구동 모듈과 전동화 부품을 계열사를 통해 공급하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공급망 재편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협력사와의 책임 범위가 확대될 경우 완성차 업체가 생산 공정과 공급망 관리 방식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GM 사례도 원청 책임 논쟁이 자동차 산업에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금속노조 한국GM 비정규직지회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인 한국GM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회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됐으며, 임금과 근로조건 문제에 대해 원청과 직접 교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공장은 조립·물류·검사 등 여러 공정이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연결된 구조다. 이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완성차 생산 공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원청이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의 서비스 네트워크 구조 개편 역시 공급망 관리 변화의 사례로 거론된다. 한국GM은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을 둘러싼 갈등 끝에 최근 노조와 합의를 통해 서비스망 운영 방식을 조정했다. 기존 직영 센터를 축소하는 대신 인천 부평을 포함한 3개 거점을 기술센터 형태로 유지하고 전국 약 380개 협력 정비망을 중심으로 서비스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직영 체제를 전면 유지하기 어렵고 협력망 중심 구조로 완전히 전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사례가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 공급망 관리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해외 자동차 기업들도 노동 규제 강화에 맞춰 생산 구조나 공급망 전략을 조정해왔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노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멕시코 등 해외 생산 비중을 확대했다. 테슬라의 경우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등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하는 수직 통합 전략을 강화했고, 일본 토요타는 계열 협력사 중심 공급망 구조를 유지하며 노사 갈등을 관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에는 원청 교섭 요구와 법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 산업은 생산 공정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라 협력사 노사 문제가 결국 완성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완성차 업체들이 협력사 관리 방식과 공급망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11 16: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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