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5건
-
-
포스코 58년 만의 파업, '회사가 버틸 수 있는 합의' 찾아야
[경제일보] 포스코의 ‘58년 무분규’ 기록이 끝났다. 지난 9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생산현장에서 부분파업이 벌어진 데 이어 16일 오전 7시부터는 닷새간 120시간의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5일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기본급과 성과보상을 둘러싼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현재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파업의 역사성이 눈길을 끌지만 더 무거운 질문은 따로 있다. “앞으로도 충분히 벌고,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남을 것인가.” 지난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기본급 2% 인상,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큰 재무 부담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조는 요구안은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데 사측이 부담만 지나치게 부각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금뿐 아니라 현장 인력과 안전,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도 쟁점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과를 나누자고 요구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쇳물은 고로가 만들지만 좋은 철강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키운 데에는 설비와 기술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숙련 노동자의 몫이 있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노동자가 그 과실을 공유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올해 2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영업이익은 8190억~82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가량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회사가 벌었는데 왜 우리의 몫은 작냐”고 묻는 배경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숫자를 한 꺼풀 벗겨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포스코 철강사업 자체의 2분기 영업이익은 2740억원이었다. 전분기보다는 28.6%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6.6% 줄었다. 그룹 전체 이익 증가는 이차전지소재의 흑자전환과 에너지·인프라 사업의 호조가 상당 부분 떠받쳤다. ‘포스코그룹이 돈을 잘 번다’는 말과 ‘국내 철강사업의 체력이 충분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바깥 환경은 더 거칠다. OECD는 올해 세계 철강산업의 과잉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은 2030년까지 연평균 0.9%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철강업체들은 내수 부진 속에서 2025년 사상 최대인 1억3100만톤을 해외시장에 내보냈다. 2020년보다 153% 늘어난 규모다. 싸고 많은 철강이 세계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철강은 여기에 탈탄소라는 두 번째 파도를 동시에 넘어야 한다. 포스코는 최근 광양제철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완공했고, 포항에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연산 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국내 탄소감축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룰 수 없는 투자다. 결국 지금의 임금협상은 몇 퍼센트를 올릴 것인가만의 싸움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와 미래의 경쟁력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동시에 협상해야 한다. 여기에는 구분이 필요하다. 좋은 실적으로 생긴 성과는 성과급과 일회성 보상을 통해 노동자와 충분히 나눌 수 있다. 회사가 잘 벌었는데 “산업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며 노동자의 몫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 반면 기본급처럼 한번 올라가면 경기가 꺾여도 계속 지급해야 하는 고정비는 다르게 봐야 한다. 철강처럼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서 호황기의 이익을 기준으로 고정비를 계속 높이면 불황이 왔을 때 결국 구조조정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고정비는 회사가 불황에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회사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경쟁력이라는 말을 노동자에게 임금 양보를 요구하는 편리한 명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면 경영진과 조직부터 효율성을 증명해야 하고, 노동자가 양보한 몫이 정말 탈탄소 설비와 고부가가치 강재, 안전과 자동화에 투자되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에게 산업전환의 비용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AI와 로봇이 확대되면 제철소의 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줄어드는 직무가 생기고 새로운 직무도 나타날 것이다. 회사가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노동자에게 고용불안만 남긴다면 기술혁신은 노사 갈등을 키울 뿐이다. 임금협상 테이블에 그래서 직무전환과 재교육, 숙련인력 재배치, 신규기술 교육, 안전투자까지 올라와야 한다. 노조도 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존 직무와 인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용안정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 철강업체가 저탄소 생산과 자동화로 원가를 낮추는데 한국 공장만 변화하지 못하면 기업은 국내 생산을 줄이거나 해외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작업 방식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 회사다. ‘주역’ 계사하전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구절이 있다. 상황이 다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길이 열리며, 그래야 오래간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 철강산업에 이보다 잘 맞는 말도 드물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호무역, 탈탄소 전환은 과거의 경영 방식과 노사관계로 버티기 어려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회사만 변할 수도 없고 노동자에게만 변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을 ‘노조의 무리한 요구’ 또는 ‘회사의 임금 억제’라는 단순한 구도로 볼 수 없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계산서에는 근거가 있다. 노동자는 지난 성과와 숙련의 몫을 묻는다. 회사는 철강사업의 수익성과 앞으로 들어갈 막대한 투자비를 걱정한다. 둘 가운데 하나만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협상에서 ‘회사를 어떻게 오래 가게 할 것이냐’의 협상으로 테이블을 넓히는 일이다. 기본급은 물가와 생산성, 철강사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기준으로 조정하고, 초과이익은 성과급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대신 노사는 탈탄소·자동화 투자와 연결된 고용·직무전환 계획을 함께 만들 필요가 있다. 경영성과가 좋아지면 노동자의 몫도 커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성과가 다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회사에도 이익이고 노동자에게도 더 오래가는 안전망이다. 포스코의 58년 무분규가 깨진 것 자체를 실패라고 할 필요는 없다. 노조의 파업권은 법이 보장한 권리이고, 갈등을 드러내는 것 또한 노사관계의 한 과정이다. 진짜 실패는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데도 노사가 과거 방식의 협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데 있다. 포스코가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무분규 58년’이라는 기록이 아니다. 노동자에게는 성과를 공정하게 돌려주고, 회사에는 다음 불황과 산업전환을 견딜 체력을 남기는 합의다. 좋은 임금협상은 어느 한쪽이 많이 얻는 합의가 아니다. 노동자도 버틸 수 있고 회사도 버틸 수 있어 다음 협상 때도 함께 앉을 수 있는 합의다.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 뒤 포스코 노사가 찾아야 할 답도 결국 거기에 있다.
2026-09-16 13:00:00
-
노사갈등 일단락됐는데…노란봉투법 지침에 재계 '새 쟁점' 경계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제조기업의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내놓으면서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AI·로봇 도입과 고용안정, 생산물량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재배치와 직무·근무형태 변경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영진의 투자·기술 도입 결정과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의 경계가 새로운 교섭 범위로 부상하면서 주요 제조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전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관련 시행지침’에 따르면 경영성과급 가운데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해 지급되는 이른바 ‘N%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이전, 인수합병(M&A), AI·자동화 기술 도입 등 경영권에 속하는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인해 근로자의 배치전환이나 근무장소 변경, 직무 변경, 근무형태 변화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는 투자 결정 이후 생산라인 구축과 장비 설치, 인력 배치, 직무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이나 자동차 생산공정의 AI·로봇 도입 과정에서도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변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노사 간 교섭 범위를 투자 결정 단계와 사업 집행 단계에서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올해 주요 제조기업의 임단협에서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근로조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현대차 노조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을 요구안에 포함했고, 올해 합의안에는 피지컬 AI·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대한 노사 공동 대응과 오는 2027~2028년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이 담겼다. 현대차의 경우 향후 AI·로봇이 생산공정에 실제 적용되면서 기존 직무가 바뀌거나 인력이 다른 공정으로 이동할 경우 새로운 교섭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 도입 자체는 경영상 결정으로 분류되지만, 그에 따른 배치전환이나 직무·근무형태 변경은 별도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반도체업계에서는 인력 이동 문제가 보다 구체적인 쟁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기존 사업장의 숙련인력을 이동시키거나 생산라인에 맞춰 직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 조사에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였다고 밝히고 관련 내용을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공장 건설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향후 인력 이동이나 근무지 변경, 직무 조정 등이 구체화될 경우 해당 사안의 교섭·쟁의 가능성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 배치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구체적인 불이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신규 투자에 따른 배치전환은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두고, 근무지 이동에 따른 주거비·교통비 지원 등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은 별도로 교섭하는 방식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N% 성과급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성과급을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침에 담겼다. 기본급이나 정액급여처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임금 항목은 별도로 판단한다. 법적 구속력은 별도의 변수다. 이번 지침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행정지침이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실제 분쟁에서는 투자 내용과 인력운영계획, 근무조건 변화의 구체성 등을 놓고 개별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와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사업 목적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며 “기업들도 투자 결정과 인력 운영 계획, 근무지 변경이나 직무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2026-09-04 16:39:56
-
NC AI, 사우디서 '피지컬 AI' 승부…K-AI 중동 공략 본격화
[경제일보] NC AI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발판으로 피지컬 AI의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단순히 AI 모델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국산 AI 반도체부터 클라우드·인프라,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까지 연결한 한국형 ‘풀스택 AI’를 현지 산업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NC AI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글로벌 기술 전시회 ‘LEAP 2026’에 참가해 한국 풀스택 AI 컨소시엄 공동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주도로 마련된 공동관에는 메가존클라우드,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유라클 등이 참여한다. NC AI는 이번 전시에서 산업특화 AI ‘배키(VAETKI)’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술을 선보인다. 가상 공간을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모델, 물리적 행동을 제어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물류센터와 도시 환경을 구현한 디지털트윈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특히 ‘바르코 3D(VARCO 3D)’와 ‘배키 트윈’을 활용한 시연도 진행한다. 물류센터 운영 상황과 도시 건축물을 3D 환경으로 구현하고, LEAP 전시장과 공동관까지 가상 공간으로 재현해 디지털트윈 구축 기술을 소개한다. NC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3D 자산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디지털트윈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우디가 AI를 국가 산업전환의 핵심 분야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정부와 국부펀드(PIF), 아람코 등을 중심으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모델 및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EAP에도 구글클라우드·AWS·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현지 AI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현지 실증에도 들어갔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 5월 퓨리오사AI·NC AI·업스테이지·유라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람코 디지털을 대상으로 국산 AI 반도체 기반 서버형 AI 인프라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NC AI는 이 사업에서 AI 기반 3D 렌더링과 디지털트윈 서비스를 맡는다. 따라서 이번 LEAP 참가가 단순 전시회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기존 실증 사업을 실제 계약과 현지 레퍼런스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가 관건이다. 특히 사우디가 제조·에너지·도시개발·국방 등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실 세계의 설비와 공간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피지컬 AI는 국내 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다만 중동 시장을 선점하려면 기술 시연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 데이터와 산업 환경에 맞춰 모델을 재학습하고, 보안·데이터 주권을 충족하면서 실제 프로젝트의 투자비와 운영비까지 낮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우디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기업까지 경쟁하는 만큼 한국 기업 간 기술 결합을 넘어 현지 기업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NC AI 이연수 대표는 “최고 수준의 한국형 풀스택 AI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리고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히 소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2026-08-31 09:01:07
-
철강 살리고 사람 잃는 전환은 안 된다
[경제일보] 철강의 위기가 공장 담장을 넘어 일자리로 번지고 있다. 충남 당진이 지난 21일부터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이 됐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기업들이 밀집한 이 도시에서 철강업과 금속제품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나타나자 정부가 고용 충격이 더 커지기 전에 안전망을 가동한 것이다. 23일 충남도는 정부 지원과 자체 일자리 정책을 연계해 고용 유지부터 직업훈련, 전직·재취업, 생계 지원까지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단순한 지역 고용대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기업 손익계산서를 넘어 지역사회에 청구서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당진은 포항·광양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도시다. 공장 하나가 철강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운송업체, 정비업체가 붙고 식당과 상점이 생긴다. 공장이 벌어들인 돈으로 지방세가 걷히고, 그 돈이 다시 지역의 학교와 도로, 복지에 쓰인다. 주력기업의 생산이 줄면 협력업체 매출이 먼저 꺾이고 채용이 줄며, 그 여파는 골목상권과 지방재정까지 이어진다. 당진은 이미 그 징후를 겪고 있다. 지역 주요 철강기업 5개사의 영업이익은 2023년 262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44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진의 국세 납부액 역시 2022년 5063억원에서 2024년 1228억원으로 급감했고 법인 지방소득세는 같은 기간 317억원에서 2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철강기업의 실적 악화가 지역경제의 체력을 얼마나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철강시장이 건설수요 감소와 글로벌 공급과잉, 수출 부진이 겹치며 20년 만의 최저 수준의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설비의 폐쇄와 가동 중단, 인력 조정 압력에 더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과 탄소중립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값싼 범용재를 대량 생산해 중국산 철강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자동차·조선·방산·에너지용 고부가 강재로 올라가고,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확대 등 탄소배출을 줄이는 생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공정에는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더 깊이 넣어야 한다. 유럽의 탄소규제와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생각하면 선택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운 문제다. 정부가 경쟁력이 떨어진 모든 설비와 일자리를 세금으로 영원히 붙들어둘 수도 없다. 시장에서 수요를 잃은 생산시설까지 고용을 이유로 계속 유지하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더 큰 구조조정을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기업은 오래된 설비를 닫으면 재무구조가 좋아질 수 있다. 국가는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면 탄소배출도 줄어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공장 주변의 협력업체, 지역 상인에게는 ‘산업 고도화’라는 말이 당장의 생계 문제로 돌아온다. 국가와 기업이 전환의 편익을 얻으면서 비용은 노동자와 지역에만 남기는 구조라면 공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 당진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 대상 노동자의 국민내일배움카드 한도는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나고 생활안정자금 융자 한도도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확대된다. 기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은 66.7%에서 80%로 높아진다. 충남도는 내년 최대 60억원 규모의 ‘당진 철강산업 버팀이음프로젝트’ 국비 확보도 추진한다. 필요한 조치다. 다만 생계자금과 훈련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산업 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숙련을 버리지 않는 전환이다. 철강공장에서 20년을 일한 노동자에게 새로운 직업을 찾으라며 몇 달짜리 일반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제철소의 설비와 공정, 품질관리, 안전관리 경험은 산업의 자산이다. 이를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친환경 설비,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운영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재교육의 출발점도 실업 이후가 아니라 재직 중이어야 한다. 구조조정 대상자가 확정된 뒤 교육기관을 찾는 것은 너무 늦다. 기업의 설비 전환 계획과 함께 향후 줄어드는 직무와 새로 필요한 직무를 예측하고, 노동자가 기존 일자리에서 일하는 동안 새로운 기술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도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국가가 탄소중립 설비에 세액공제와 정책금융을 제공한다면 해당 기업은 고용 전환 계획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어떤 일자리가 줄어들고 어떤 직무가 새로 생기는지, 기존 노동자를 얼마나 재배치하고 협력업체 고용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 친환경 설비 투자계획은 수십 년 뒤까지 세우면서 사람에 대한 계획은 구조조정 직전에 만드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지역 정책은 더 크게 봐야 한다. 당진의 철강 노동자를 모두 다른 철강회사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지역의 산업구조 자체를 넓혀야 한다. 당진을 저탄소 철강의 거점으로 만들면서 수소·에너지, 철강 자원순환, 친환경 소재, 산업자동화와 같은 연관 산업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도 철강 집적지역의 대응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과 탈탄소 설비·부품 산업, 제조 AX, 자원순환 분야로의 다각화를 제시했다. 그래야 전환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같은 지역 안에서 연결될 수 있다. 과거 제조업 구조조정의 실패에서 배울 것도 있다. 주력기업이 떠난 뒤에야 도시재생과 창업지원 사업을 시작하면 이미 숙련인력과 젊은 가족은 지역을 떠난 뒤다. 사람과 기업이 빠져나간 도시를 다시 일으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정부가 고용 충격이 통계에 완전히 나타나기 전에 당진을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그래서 평가할 대목이다. 이 제도 자체도 기존 고용위기지역이 실업과 고용 감소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작동한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이제 ‘선제’라는 말을 정책의 시간표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 실직하기 전에 훈련하고, 협력업체가 폐업하기 전에 사업 전환을 돕고, 지역의 청년이 떠나기 전에 새로운 기업을 불러들여야 한다. 정부도 최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신속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기가 현실이 된 뒤 지원하던 방식에서 위험이 보일 때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중용’에는 ‘범사예즉립 불예즉폐(凡事豫則立 不豫則廢)’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하면 서고, 준비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의미다. 산업 전환도 그렇다. 철강의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술도 바뀌고 시장도 바뀐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생산방식은 결국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누구의 희생 위에서 이뤄질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는 일이다. 기업에는 친환경 설비와 고부가 제품 전환을 지원하고, 노동자에게는 숙련을 이어갈 직업과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에는 다음 산업을 심어야 한다. 세 정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산업정책의 성공을 공장의 생산성만으로 평가하던 시대도 지나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공장을 지었는데 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기업은 살아났는데 지역 상권과 인구가 무너졌다면 그것을 온전한 산업 전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철강은 한국 산업화를 떠받친 산업이다. 당진과 포항, 광양의 노동자와 지역사회 역시 그 성장의 비용과 과실을 함께 감당했다. 새로운 철강으로 넘어가는 비용 역시 함께 나눠야 한다. 산업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버리는 전환은 오래갈 수 없다. 공장을 바꾸는 것과 사람의 삶을 이어주는 것, 그 둘을 함께 해내야 진짜 산업 전환이다.
2026-08-24 14:00:00
-
전태진 '변화론' vs 김태규 '책임론'…보수 텃밭 초접전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울산 남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전태진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규 후보의 양강 대결로 압축되며 막판 격전지로 떠올랐다. 울산 남구갑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면서 ‘보수 텃밭’이라는 기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전 후보는 교통난 해소와 청년 일자리, 산업전환을 앞세워 변화론을 내걸었고, 김 후보는 전임 의원의 당적 변경 논란을 겨냥한 책임정치와 트램 정상 추진, 법치 이미지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남구갑의 생활교통, 산업전환, 청년 유출, 보수 결집, 중도층 이동이 맞물린 복합전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김태규 41.4%, 전태진 38.0% ‘오차범위 내 접전’ 가장 최근 공표된 조사 중 하나는 김태규 후보의 근소 우세를 보여준다.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마이크 의뢰로 5월 26~27일 울산 남구갑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태규 후보는 41.4%, 전태진 후보는 38.0%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4%포인트로 표본오차 범위 안이다. 같은 조사에서 새미래민주당 이미영 후보는 6.8%, 개혁신당 김동칠 후보는 6.2%였다. 조사 방식은 무선 100% ARS로 보도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해야 한다. 다른 조사에서는 격차가 더 좁았다. 경상일보와 울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울산 남구갑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김태규 후보 40.5%, 전태진 후보 40.0%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0.5%포인트에 불과했다. 개혁신당 김동칠 후보는 6.4%, 새미래민주당 이미영 후보는 3.6%였다. 이 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범위 안 접전으로 해석해야 한다. 지역별 흐름도 엇갈린다. 펜앤마이크 의뢰 조사 보도에 따르면 신정1·2·3·5동에서는 김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였고, 삼호동·무거동에서는 전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경상일보·울산MBC 조사도 신정·옥동 생활권에서는 김 후보, 삼호·무거동에서는 전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울산 남구갑 보궐선거는 “김태규 후보가 보수 기반과 책임정치론으로 방어선을 세우고, 전태진 후보가 교통·청년·산업전환 의제로 보수 텃밭 균열을 노리는 선거”로 정리된다. ◆전태진, 교통·청년은 강점…보수 지형은 과제 전태진 후보의 강점은 생활형 변화론이다. 그는 울산 남구갑의 대표적 생활 불편인 교통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 후보는 1호 공약으로 ‘문수 지하 고속화도로 건설’을 제시했다. 공업탑로터리에서 옥동 정토사 인근 이예로 진입 구간까지 약 3.5㎞를 지하 고속화도로로 연결해 문수로 일대 만성 정체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전 후보는 이 사업을 통해 출퇴근 시간 단축, 옥동·무거동 접근성 개선, 상권 회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약점은 정당 지형이다. 남구갑은 오랫동안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이다. 전 후보가 오차범위 안 접전을 만들었다고 해도 민주당 후보가 이기려면 기존 진보층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쟁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층, 생활교통 문제에 민감한 무거·삼호동 유권자, 청년층 투표 참여를 실제 표로 연결해야 한다. 기회는 청년과 산업전환 의제다. 전 후보는 무거·삼호동 도시재생과 상권 활성화, 옥동 군부대 부지를 활용한 AI 산업 교육 거점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 후보가 문수 지하 고속화도로와 함께 무거·삼호동 도시재생, 옥동 군부대 부지 AI 산업 교육 거점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울산의 고민은 제조업 경쟁력만이 아니다. 청년이 떠나고, 상권이 식고, 주거·교통 불편이 누적되는 문제다. 전 후보는 이 지점을 “지역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생활 인프라”의 문제로 묶으려 한다. 위협은 다자 구도와 표 분산이다. 최근 조사에서 이미영·김동칠 후보가 각각 일정 지지율을 얻고 있다. 두 후보의 득표가 막판까지 유지될 경우 전 후보의 추격 동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중도·진보 성향 표심 일부가 전 후보 쪽으로 이동하면 선거는 더 좁은 격차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김태규, 보수 기반은 강점…생활 의제 확장성은 숙제 김태규 후보의 강점은 보수 기반과 공직 경력이다. 김 후보는 판사 출신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직무대행 등을 지냈다. 그는 출마 선언에서 “배신 없는 정치, 책임지는 정치”를 강조했다. 이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다가 탈당 뒤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전 의원 논란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약점은 후보 지지율이 정당 우세만큼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구갑의 보수 지형은 김 후보에게 유리한 자산이지만, 최근 조사들은 후보 경쟁이 이미 오차범위 안 접전으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보수층 결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김 후보가 승리하려면 책임정치론을 생활공약과 연결해 중도층까지 설득해야 한다. 기회는 전임 의원 논란과 보수 결집이다. 보궐선거의 배경 자체가 김 후보에게는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는 소재다. 김 후보가 “배신 없는 정치”를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수층이 이번 선거를 단순한 의석 경쟁이 아니라 지역 보수의 신뢰 회복 선거로 받아들이면 김 후보에게 유리한 동원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트램과 생활 인프라가 핵심이다. 김 후보가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이어지는 울산 도시철도 트램 1호선의 차질 없는 개통 지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청년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 국립울산 탄소중립 전문과학관과 카누슬라럼센터 건립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울산 도시철도 트램 1호선은 지방선거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트램 1호선 추진을 둘러싸고 울산 여야 후보들의 입장 차가 커 유권자 혼란이 생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위협은 선거가 정쟁보다 생활 의제로 이동할 경우다. TV토론에서는 불법계엄과 과거 행적 등을 둘러싼 공방이 두드러졌다. 실제 남구갑 후보 토론회가 정책 경쟁보다 정치 공방으로 얼룩졌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유권자가 마지막에 묻는 것은 결국 “누가 내 출근길과 상권,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 수 있느냐”다. 김 후보가 책임론을 넘어 실행 가능한 지역 해법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막판 승부처…생활권 표심, 트램·교통, 보수 결집, 다자 구도 첫 번째 승부처는 생활권별 표심이다. 신정·옥동 생활권은 김 후보에게, 삼호·무거동은 전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권역별 조사 수치는 교차분석 결과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남은 기간 두 후보가 자신의 우세 지역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상대 강세 지역에서 격차를 줄이는 싸움이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승부처는 교통 민심이다. 전 후보는 문수 지하 고속화도로를 앞세워 문수로 정체와 공업탑 일대 교통난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후보는 트램 1호선 정상 추진을 내세운다. 남구갑 유권자에게 교통은 거대 개발 공약이 아니라 매일 체감하는 생활 문제다. 유권자는 화려한 구호보다 재원, 공사 기간, 기존 교통망과의 충돌 여부를 따질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승부처는 보수 결집과 중도층 이동이다. 김 후보는 전임 의원 당적 변경 논란을 책임정치 프레임으로 묶어 보수층 결집을 시도한다. 반대로 전 후보는 정쟁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층에게 교통·청년·산업전환을 앞세운 실용 후보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배신 심판론’으로 흐르면 김 후보에게, ‘지역 문제 해결론’으로 흐르면 전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네 번째 승부처는 다자 구도다. 최근 조사에서 이미영·김동칠 후보가 합산 10% 안팎의 지지를 얻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 표가 끝까지 유지될지, 사표 방지 심리로 양강 후보 쪽으로 이동할지가 변수다. 초접전 선거에서는 1~2%포인트 이동도 결과를 바꿀 수 있다.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울산 남구갑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지역이다. 시장 선거 구도, 정당 지지도, 보궐선거의 특수성이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전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 요구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일이다. 김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층 위기감을 실제 투표율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울산 남구갑은 이제 보수 우세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거가 됐다”며 “전태진 후보는 생활교통과 청년 의제를 실제 표로 바꿔야 하고, 김태규 후보는 보수 결집을 넘어 지역 현안을 해결할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2026-06-01 17:06:08
-
'미래산업 수도' 외치는 후보들…표심 가를 '실행력'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광역단체장 선거의 중심 의제는 복지와 교통을 넘어 지역 산업의 생존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기에서는 반도체, 경남에서는 우주항공·조선, 울산에서는 자동차·석유화학의 인공지능 전환, 충남에서는 디스플레이·철강·제조업의 AI 접목, 전북에서는 새만금 미래산업 벨트가 승부처로 떠올랐다. 특히 후보마다 ‘미래산업 수도’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시선은 실제 투자 규모와 기업 유치 가능성, 인프라(전력·용수·부지) 및 전문인력 확보, 규제 권한 등 누가 더 구체적인 실행력을 갖추었느냐에 쏠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산업 공약이 커진 배경은 지역경제가 더 이상 중앙정부 예산 배분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우주항공, 조선, 석유화학, 철강 같은 전략산업은 모두 국가 경쟁력의 축이지만, 실제 공장과 항만, 산단과 주거지는 지방정부 관할 안에 있다. 중앙정부가 큰 방향을 잡아도 인허가, 산단 조성, 도로·철도 연결, 인재 정착, 민원 조정은 광역단체장의 실행력에 좌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 승패 가를 ‘병목 타개’ 가장 치열한 산업 공약 전장은 경기도지사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와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는 모두 경기남부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두 후보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GTX 조기 개통, 신도시·구도심 재정비 등 큰 틀에서는 유사한 방향을 보이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추 후보는 여당 후보로서 추진력과 행정 조정 능력을 강조하고, 양 후보는 반도체 현장 경험과 첨단산업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경기 반도체 공약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이 말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병목을 풀 수 있느냐’다. 추 후보는 경기남부 8개 시·군 후보들과 K-반도체 클러스터 공동 공약을 발표하며 설계·소부장·후공정까지 권역 안에서 완결되는 생태계 청사진을 제시했다. 양 후보는 도민 1인당 GRDP 1억원, 고연봉 일자리 10만개, 권역별 첨단산단 조성 등을 제시하며 ‘돈 버는 경기도’를 강조했다. 다만, 양측 모두 전력망 확충, 용수 확보, 수도권 규제 완화, 인력 주거대책 없이는 공약이 클러스터 구호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경남, 우주항공·조선-앵커 산업 시너지 경쟁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는 모두 우주항공청이 있는 사천·진주권을 미래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는 전남 고흥, 사천·진주·창원, 여수·광양, 하동까지 연결하는 남해안권 우주항공 산업벨트를 구상하고 있는 반면, 박 후보는 사천을 중심으로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집중 육성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창원에는 기계·방산·원전 제조 기반이 있고, 거제에는 조선소가 있다. 또 사천에는 우주항공청과 항공산업 기반이 있다. 박 후보는 경남을 중부·동부·서부·남부·북부 5개 권역으로 나눠 창원은 제조AI·SMR·방산, 동부권은 물류·첨단소재, 서부권은 우주항공, 남부권은 조선·해양플랜트로 육성하겠다는 권역별 전략을 제시했다. 반면, 김 후보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청년 일자리, 광역 교통망을 결합해 산업 인력의 정착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울산, 신산업 유치보다 절박한 주력산업 ‘AI 전환’ 울산은 산업 공약의 성격이 다른 지역과 다소 차이가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는 문제보다 기존 주력 산업의 생존 및 전환이 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은 울산을 산업수도로 만든 기반이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 탄소 규제, 전기차 전환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울산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는 서로 다른 AI 활용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김두겸 후보는 지난 4년간 기업 투자유치 36조원, 개발제한구역 해제, 분산에너지법 제정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AI 수도, 소버린AI 집적단지, 수중데이터센터, 양자융합원, UAM, K-배터리, 암모니아 벙커링, 북극항로 거점항만을 제시했다. 반면, 김상욱 후보는 노동 중심 산업AX, 울산형 직업전환 보장제, 청년AX아카데미, 숙련노동자 AI 동행사업, 석유화학 안전진단 특화 SLLM 모델 개발을 내세우고 있다. 김두겸 후보의 공약은 현직 시장의 연속성과 대형 프로젝트 추진력이 강점이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도시, 항만·에너지 허브 구상은 전력 수급과 주민 수용성, 국가계획 반영 여부가 관건이다. 김상욱 후보의 노동 중심 AX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충격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이 실제 설비투자와 데이터 개방에 참여할 유인이 충분한지가 숙제다. 울산의 진짜 승부처는 ‘신산업 유치’보다 ‘구산업의 고부가 전환’이다. 충남, 제조업 AI 접목…기업 유치-지역 정착 간극 ‘숙제’ 충남은 경기와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 공급망의 후방을 맡는 산업권이다. 이에 충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는 모두 AI와 충남·대전 통합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중소기업과 협력사를 위한 AI 원스톱 지원체계, 직무 전환 노동자 재교육 수당, 생활밀착형 AI 서비스를 내세웠고, 김 후보는 AI 전문인력 3만명 양성, 첨단 반도체 후공정 생산거점, 천안 종축장 글로벌 빅테크 기업 유치, 민선 9기 80조원 투자유치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박 후보는 천안·아산의 반도체·디스플레이·모빌리티, 당진·서산의 석유화학·제철·제조 등에 AI를 접목하고 AI 오픈랩, GPU·NPU 클라우드 인프라, 현장형 AX 인재 양성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민선 8기부터 추진해온 투자유치와 베이밸리 구상을 바탕으로 대기업·빅테크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 공약들의 관전 포인트는 AI가 실제 제조 현장에 얼마나 스며들 수 있느냐다. 표면적으로 AI 교육이나 인재 양성을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 중소 제조업체들이 데이터를 정리하고 시스템을 바꾸며 인력을 재교육하기까지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따라서 충남의 산업 공약은 ‘기업 유치’와 ‘지역소득 정착’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구체적 대안이 마련될 때 완성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 ‘기회의 땅’ 새만금 ‘실질적 대안’ 관건 전북도지사 선거는 가장 큰 변동성을 안고 있는 선거판이다. 새만금은 부지와 항만, 공항, 재생에너지, 대규모 산업단지를 한꺼번에 묶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동시에 전력망, 기반시설, 인허가, 기업 수요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모두 새만금을 전북 성장의 핵심 무대로 삼는다. 이 후보는 전북성장공사 설립과 체감 성장을 내세웠고, 김 후보는 대기업 15개, 투자 50조원 유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김 후보의 강점은 현직 도정에서 축적한 투자유치 성과를 확장하겠다는 실행 서사다. 그는 피지컬AI, 수소, 방산, 금융중심지, 새만금 미래산업 전진기지를 앞세워 향후 4년간 50조원 투자유치와 대기업 15개 유치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새만금 200조원 투자유치, 300만평 규모 AI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유치 구상을 내세우며 중앙정부·여당과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다만, 두 공약 모두 전북 자체 산업 생태계의 두께와 전문인력 공급 능력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지방선거의 산업정책 승자는 산업 이름을 가장 많이 외친 후보가 아니다”라며 “유권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기업 생태계와 연결되는지, 중앙정부 권한이 필요한 규제를 풀 현실적 통로가 있는지, 전력·용수·항만·철도·주거 같은 인프라의 우선순위가 분명한지, 지역 대학과 직업교육이 산업 인력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는지, 투자유치가 지역소득과 청년 정착으로 이어지는 장치를 갖췄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사실상 대한민국 산업지도의 다음 4년을 결정하는 선거가 됐다”며 “‘무엇을 유치하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후보들의 막판 설득력이 선거 결과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6-05-31 08:00:00
-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시작…후보 자질·정책 잘 따져 주권 행사해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문이 먼저 열린다. 사전투표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투표소에 갈 때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보다 덜 뜨겁고, 국회의원 선거보다 덜 주목받는다. 그러나 시민의 삶에는 오히려 더 가까운 선거다.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 재개발과 재건축, 학교와 돌봄, 골목상권과 지역 일자리, 청년 주거와 노인 복지, 쓰레기 처리와 하천 정비가 모두 지방정부의 손을 거친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누구로 뽑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4년이 달라진다. 지방선거를 ‘작은 선거’로 여기는 순간, 우리 일상의 큰 결정권을 남에게 맡기는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자질이다. 자질은 말솜씨가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얼마나 크게 외쳤는지도 아니다. 공직을 맡을 만한 도덕성, 이해충돌을 피할 수 있는 절제, 예산을 다룰 능력, 주민의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태도, 위기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품격이 자질이다. 지방권력은 중앙권력보다 감시의 눈이 느슨해지기 쉽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한 정당으로 쏠리면 견제 장치도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는 후보의 전과, 재산 형성 과정, 병역·납세, 과거 공직 수행 평가, 막말과 혐오 발언 여부까지 차분히 살펴야 한다. 정책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선거 때마다 지역마다 ‘철도 신설’ ‘산단 조성’ ‘청년 일자리’ ‘무상 복지’ ‘관광도시 도약’ 같은 말이 쏟아진다. 듣기 좋은 공약일수록 더 물어야 한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중앙정부 권한인지 지방정부 권한인지 구분했는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이름만 바꿔 새 공약처럼 내세운 것은 아닌가. 임기 4년 안에 가능한 사업인가. 주민 갈등을 조정할 방안은 있는가. 좋은 공약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숫자와 일정, 책임 주체가 분명한 약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 측이 제출한 정책·공약 자료가 게시돼 있다. 선관위는 선거 진행 중에는 후보자 공약 정보를 제공하고, 선거 종료 뒤에는 당선인 공약 정보를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유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정당의 10대 정책, 후보자별 공약, 지역별 쟁점을 비교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사전투표는 단순히 ‘미리 하는 투표’가 아니다. 바쁜 직장인, 자영업자, 돌봄 노동자, 출장·이동이 많은 유권자에게 참정권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다. 선거일 당일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사전투표는 주권을 놓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편리해진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후보 이름과 정당 기호만 볼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내 지역의 핵심 현안과 후보별 해법은 확인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위험은 ‘묻지마 투표’다. 중앙정치에 대한 분노나 호감만으로 지방정부를 선택하면 지역의 구체적 문제는 뒤로 밀린다. 여당을 도와야 한다는 구호도, 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구호도 유권자의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은 중앙정치의 대리인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을 책임질 일꾼이다. 정당을 보되 인물을 함께 보고, 구호를 듣되 실행 능력을 따져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의 바탕은 신뢰라는 뜻이다. 오늘의 지방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뢰는 선거운동 차량의 확성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는 후보의 삶, 말과 행동의 일관성, 공약의 실현 가능성,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유권자가 그 신뢰를 검증하지 않으면, 선거 뒤 실망할 권리도 약해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선거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도시, 집값과 교통난에 눌린 수도권, 산업전환의 갈림길에 선 제조업 도시, 교육과 돌봄 부담이 커진 모든 지역이 각자의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제들은 진영의 함성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숫자를 아는 행정,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9일과 30일 사전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워도, 한 표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연설보다 평범한 시민의 기표에서 완성된다. 후보의 자질을 따지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살피고, 내 지역의 4년을 누구에게 맡길지 숙고해야 한다. 투표는 권리이자 책임이다. 사전투표의 시작은 유권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도시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 답은 정당도, 여론조사도, 선거 구호도 대신해줄 수 없다. 오직 시민의 한 표만이 답할 수 있다.
2026-05-29 10:38:01
-
탄핵된 전직 대통령까지 나선 보수, 표 결집할까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막판, 보수 진영의 선거판에 뜻밖의 장면이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칠성시장에 이어 충청권까지 발걸음을 넓히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와 대구 칠성시장을 찾은 데 이어 25일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와 대전, 충남 공주 산성시장 등을 방문했다. 이후 PK(부산·경남)와 강원 방문도 예고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 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동시에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보수의 영광과 상처를 함께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접전지에 직접 등장했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를 단순한 지방권력 경쟁이 아니라 보수 생존의 총력전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 초반 분위기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세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평가론과 여당 프리미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수세가 겹치며 민주당 압승론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판세는 단순하지 않게 변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흐름은 서울과 영남권, 충청권 등에서 경합지가 늘고 있다. 초반 ‘여당 독주’ 구도가 막판 ‘혼전’ 구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이 흐름 위에 얹힌 정치적 촉매다. 그는 긴 연설을 하지 않아도 보수 핵심 지지층에게 강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인물이다. 특히 대구·경북, 충청 일부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아직 작지 않다. ‘정권을 빼앗겼다’는 위기감, ‘보수가 더 밀리면 안 된다’는 방어 심리, ‘그래도 우리가 남이냐”는 보수정서가 그의 방문을 계기로 다시 결집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절박한 선택이다. 선거 막판 승부는 중도 확장과 지지층 결집의 균형에서 갈린다. 여당이 압승 분위기에 취해 투표율 관리에 실패하면 보수 결집은 실제 의석과 지방권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사전투표가 5월 29~30일 진행되고, 5월 28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박 전 대통령의 순회 일정이 바로 그 직전 집중되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박근혜 카드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탄핵의 기억은 아직 한국 정치의 현재형이다. 보수 내부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도층과 청년층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국민의힘이 미래 비전보다 과거 상징에 기대는 정당으로 비친다면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름이 모든 선거에서 통하는 주문은 아니다. 정치는 기억의 싸움이자 미래의 경쟁이다. 박 전 대통령을 불러낸 보수의 선택은 과거 지지층을 깨우는 데는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결국 주민의 삶을 묻는 선거다. 교통, 주거, 일자리, 지방재정, 산업전환, 돌봄의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상징 정치만 앞세우면 유권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상대가 탄핵된 전직 대통령까지 앞세웠다고 해서 도덕적 우위만 강조하는 선거로는 부족하다. 여당은 지방권력을 맡길 만한 정책 능력과 책임 있는 재정 구상을 보여줘야 한다. 민심은 여당의 오만에도, 야당의 회귀 본능에도 냉정하다. 박 전 대통령의 지원유세는 보수층 결집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접전지에서는 몇 퍼센트포인트의 투표율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고 양면적이다. 보수 핵심층을 깨우는 동시에 탄핵의 기억도 함께 깨운다. 국민의힘이 이 장면을 승부수로 삼으려면 박근혜라는 이름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왜 지금 자신들이 지방권력을 맡아야 하는지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과거의 귀환이 아니다. 지방의 미래를 누가 더 책임 있게 설계할 수 있느냐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까지 유세장에 나선 장면은 보수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절박함만으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 결집은 시작일 뿐이다.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질문은 여전히 유권자의 삶이다.
2026-05-26 11:40:54
-
실종된 정책 선거, 피해는 시민에게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는 지역의 향후 4년을 맡길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지방의원·교육감을 골라야 한다. 그런데 정작 선거판에서 시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교통, 주거, 교육, 돌봄, 지방재정, 산업전환 같은 의제는 뒤로 밀리고, 상대를 흠집 내는 말싸움과 진영 결집 구호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본래 가장 생활에 가까운 선거다. 대통령 선거가 국가의 방향을 묻는 선거라면, 지방선거는 시민의 하루를 묻는 선거다. 출근길 버스 배차 간격을 줄일 사람은 누구인가. 낡은 원도심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아이를 맡길 학교와 돌봄 인프라는 충분한가.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할 산업 기반은 있는가. 고령층의 병원 접근성은 어떻게 높일 것인가. 자영업자의 임대료와 골목상권 문제를 누가 풀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지방선거의 본질이다. 정책 경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로 교통망 확충, 산업단지 조성, 공항·철도·도청 이전, 지방세 활용 방안 등 크고 작은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공약의 존재가 아니라 공약의 검증이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은 어떻게 나뉘는지, 이미 추진 중인 사업과 충돌하지 않는지, 임기 안에 실현 가능한지 따지는 장면이 드물다. 선거가 정쟁으로 흐르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숫자다. 예산 총액, 사업 기간, 지방채 부담, 민간투자 조건, 행정 절차, 법적 근거 같은 숫자와 제도가 뒷전으로 밀린다. 그 빈자리를 구호가 채운다. ‘반드시 해내겠다’, ‘심판해야 한다’, ‘정권을 지켜야 한다’,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설계도는 아니다. 지역 행정은 열정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도로 하나, 학교 하나, 병원 하나를 세우는 데도 예산과 인허가, 주민 수용성, 장기 운영비가 따라붙는다. 정쟁은 그 복잡한 문제를 한 줄 구호로 단순화한다. 정쟁 선거의 폐해는 분명하다. 첫째, 행정의 우선순위가 뒤틀린다. 후보는 지역의 구조적 문제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쉬운 이슈를 선택한다. 둘째, 공약의 품질이 낮아진다. 재원과 실현 가능성보다 표를 얻기 쉬운 장밋빛 약속이 늘어난다. 셋째, 선거 이후 협치가 어려워진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선거는 당선 뒤에도 의회와 집행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가로막는다. 결국 시민은 더 비싼 행정비용을 치른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는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고물가의 기억은 아직 생활비 곳곳에 남아 있고,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불안,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지역 제조업의 산업전환 압박도 크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지만,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어떻게 지원할지, 청년층의 주거와 일자리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령화 지역의 의료·돌봄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따라 지역의 생존력이 달라진다. 정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선거 때마다 중앙당은 지역 일꾼을 말하지만 실제 선거운동은 중앙 정치 구도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여당은 국정 안정론을, 야당은 견제론을 앞세운다. 물론 지방정부도 중앙정부 정책과 예산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중앙 프레임이 지역 의제를 집어삼키는 순간, 지방선거는 시민의 생활 선거가 아니라 정당의 중간평가 이벤트로 전락한다. 후보들도 달라져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말할 수 있다. 선거는 경쟁이고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과 네거티브는 다르다. 검증은 공직 수행 능력, 이해충돌, 재정 운용, 정책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일이다. 네거티브는 시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감정의 소모전이다. 후보가 상대를 공격하는 데 쓴 시간만큼, 시민은 자신의 삶을 바꿀 정책을 들을 기회를 잃는다.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말싸움은 기사화하기 쉽고 강한 표현은 제목이 된다. 그러나 지역 유권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공약의 비교표와 재원 검증, 후보의 행정 경험, 기존 사업의 연속성과 수정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다. 지방선거 보도는 누가 누구를 비판했는지보다, 그 비판이 사실인지, 대안은 있는지, 비용은 얼마인지까지 물어야 한다. 시민에게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임기 안에 가능한가’, ‘실패하면 무엇을 조정할 것인가’ 등을 물어야 한다. 정쟁의 소음은 큰 목소리로 번지지만 정책의 힘은 구체적인 질문에서 자란다. 유권자가 구호보다 숫자를 요구할 때 후보는 달라진다.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은 어느 정당이 더 크게 이기느냐만이 아니다. 선거 이후 시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느냐다. 교통난이 줄고, 빈 상가가 채워지고, 지역 병원이 버티고, 학교가 안정되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느냐가 본질이다. 그 일을 하라고 지방권력을 맡기는 것이다. 정책 선거가 실종되면 피해는 추상적인 국민에게 가지 않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학원비를 걱정하는 부모, 매출 부진에 버티는 자영업자, 일자리를 찾아 떠날지 고민하는 청년, 병원까지 한 시간을 가야 하는 노인에게 간다. 정쟁의 비용은 늘 생활인의 지갑과 시간과 기회로 청구된다. 6·3 지방선거는 아직 늦지 않았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여야와 후보들은 중앙정치의 칼날을 거두고 지역의 장부를 펼쳐야 한다. 누가 더 세게 공격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히 진단하고, 더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고, 더 책임 있게 실행할 수 있는지를 겨뤄야 한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시민이다. 선거판의 언어가 다시 시민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지역이 남고, 행정이 남고, 미래가 남는다.
2026-05-19 16:02:59
-
-
'백두대간 미래론' vs '현직 생활공약'…통합 성장전략 승부처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강원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의 양자 대결로 확정되면서 본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두 후보는 지난 14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각각 ‘강원의 새로운 미래’와 ‘도정의 연속성’을 기치로 내걸며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전직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정권 협력형 미래론’과 현직 도지사의 ‘도정 연속성’이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다. 현재까지의 판세는 우 후보가 다소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KBS춘천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춘천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30일~5월 2일, 강원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200명 대상, 3개 통신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무작위 추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2.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KBS 홈페이지 참조)에서 우 후보는 41.0%, 김 후보는 33.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격차는 7.2%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우 후보 측은 “강원도 전역에서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확인되고 있다”며 고무된 반응인 반면, 김 후보 측은 “현직 프리미엄과 보수층의 본격적인 결집이 시작되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차이”라며 반전을 벼르고 있다. 다만 선거가 본격화된 뒤 현직 프리미엄과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 작동할지는 남은 변수다. 우상호의 승부수, ‘산업지도 재편’ 통한 미래 거점화 우 후보는 강원의 산업 지도를 통째로 바꾸겠다는 내용의 ‘백두대간’, ‘미래 강원’을 승부수로 던졌다. 단순히 중앙정부의 예산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자생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일자리가 넘쳐 청년이 떠나지 않는 강원, 정주 여건이 좋아 관광객과 주민 모두 편안한 강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강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그는 강원의 재정과 일자리를 키우려면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며 국내외 기업 유치를 핵심 카드로 예고했다. 우 후보의 승부수는 강원의 미래산업 지도를 다시 짜는 데 있다. 강원은 수도권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산악·접경·폐광·동해안이라는 복합 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단순한 관광지나 군사 접경지로 머물 것인지, 바이오·헬스케어·데이터·수소·관광산업을 묶은 미래산업 거점으로 전환할 것인지가 이번 선거의 핵심 질문이다. 우 후보는 민주당 후보라는 정권 협력성을 앞세워 국비와 기업 유치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편다. 현직 도정 심판론을 미래산업 전환론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김진태의 수성전, ‘검증된 일꾼’ 앞세운 현장 행정론 김 후보의 강점은 현직 도지사로서의 실행 경험이다. 그는 후보 등록 직후 전국 최초 통합형 연금 정책인 ‘4대 도민연금’과 반값 농자재를 임업·어업·육아용품으로 넓힌 ‘4대 반값 시리즈’를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내세웠다. 강원의 산업 구조를 바꾸는 미래산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새로 시작할 사람’보다 ‘이미 해본 사람’이 강원특별자치도의 제도와 예산, 현안을 더 잘 안다는 논리다. 김 후보의 반격 포인트는 정책 구체성이다. 특히 ‘4대 반값 시리즈’는 반값 농자재·어업자재·임업자재·육아용품을 묶은 공약으로 농어촌·산촌과 젊은 부모층을 동시에 겨냥한다. 현직 후보가 생활 공약을 촘촘히 깔아 우 후보의 ‘큰 그림’을 구체성 부족 프레임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엇갈린 강원관(觀)…‘미래 전환’이냐 ‘생활 안정’이냐 두 후보의 차별 전략은 강원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갈린다. 우 후보는 강원을 ‘새 산업을 유치해야 하는 미래 전환 지역’으로 본다. 기업 유치, 청년 정주, 국비 확보, 강원특별자치도의 성장 동력을 강조한다. 반면 김 후보는 강원을 ‘생활 여건을 직접 고쳐야 하는 현장 행정 지역’으로 접근한다. 농자재와 어업·임업 자재, 육아용품 부담을 낮추고, 도민연금처럼 손에 잡히는 지원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공방은 이미 시작됐다. 첫 TV 토론회에서 우 후보는 김 후보가 4년 전 당선 직후 예비 엄마 수당, 결혼 축하금, 어민 수당 등 주요 공약을 폐기했다고 공격했고, 김 후보는 우 후보가 강원 현안을 잘 모른다고 맞섰다. 동서고속철도 등 SOC 사업 이해도와 공약 파기 논란이 맞부딪히며, 이번 선거가 단순한 정당 대결을 넘어 ‘누가 더 강원을 잘 아는가’의 검증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결국 승부처는 강원 특유의 복합 표심이다. 춘천·원주 등 영서권은 수도권 생활권과 청년·교육·주거 이슈에 민감하고, 강릉·동해·속초 등 영동권은 관광·해양·SOC·의료 접근성이 중요하다. 폐광지역은 산업 전환과 인구 감소, 접경지역은 안보와 지역경제 회복이 맞물려 있다. 우 후보가 여론조사 우세를 굳히려면 ‘정권 협력형 미래론’을 각 권역의 생활 문제로 번역해야 한다. 김 후보가 추격하려면 현직의 생활 공약을 넘어 도정 성과와 미래산업 비전을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 후보에게는 초반 우세를 실제 투표장까지 끌고 가야 하는 과제가 있고, 김 후보에게는 현직 도정의 성과와 생활밀착 공약으로 판을 흔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면서, “강원의 산과 바다, 접경과 폐광,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성장 전략으로 묶을 수 있는 후보가 마지막 표심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5-17 07:00:00
-
김상욱 '산업수도 변화'냐, 김두겸 '현직 시정 완성'이냐
[경제일보] 6·3 울산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의 정면승부로 압축되고 있다. 출발은 다자 구도였지만 선거판은 빠르게 단일화와 결집의 싸움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김상욱 후보는 조국혁신당 황명필 후보와 단일화한 데 이어 진보당 김종훈 후보와도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합의하며 범민주·진보 진영의 외연 확장에 나섰다. 김두겸 후보는 현직 시장의 행정 경험과 시정 연속성을 앞세워 재선 고지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울산시장 선거의 본질은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선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으로 성장한 산업수도 울산이 제조업 대전환의 문턱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상욱 후보는 ‘시민이 주인 되는 민주도시’와 산업수도 재설계를 내세우고, 김두겸 후보는 민선 8기 투자 유치와 산업 기반 확충 성과를 바탕으로 ‘AI수도 울산’ 완성을 약속하고 있다. 여론조사, 김두겸 우세 속 진보 단일화 변수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흐름은 팽팽하다. KBS울산과 울산매일신문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5월 4~5일 울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울산시장 가상 다자대결 조사에서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는 37.1%,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2.9%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4.2%포인트로, 표본오차 범위 안이다. 이어 김종훈 진보당 후보 14.2%, 박맹우 무소속 후보 8.5%, 이철수 무소속 후보 0.9%, 황명필 조국혁신당 후보 0.4% 순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무선전화 ARS 80%, 유선 RDD ARS 2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조사만 놓고 보면 김두겸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지만, 김상욱 후보와 김종훈 후보가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판세는 다시 유동성이 커졌다. 김상욱·김종훈 후보 지지율을 기계적으로 합산할 수는 없지만 범민주·진보 진영의 표 분산이 줄어들 경우 김두겸 후보의 현직 우세 흐름은 단일화 이후 재검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맹우 무소속 후보가 8.5%를 기록한 점은 보수 진영에도 분열 변수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4월 25~26일 울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울산시장 5자 가상대결에서 김상욱 후보는 40.3%, 김두겸 후보는 28.9%, 김종훈 후보는 15.4%로 조사됐고, 김상욱·김두겸 양자대결에서는 김상욱 후보 55.3%, 김두겸 후보 35.7%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7.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따라서 현재 울산시장 선거 판세는 어느 한쪽의 확실한 우세로 단정하기 어렵다. 5월 초 조사에서는 김두겸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과 보수 기반을 바탕으로 앞섰지만, 4월 말 조사에서는 김상욱 후보가 양자대결에서 강한 확장성을 보였다. 조사 시점과 후보 구도,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엇갈린 만큼 남은 변수는 분명하다. 김상욱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실제 표심으로 얼마나 흡수하느냐, 김두겸 후보가 박맹우 후보로 향할 수 있는 보수 이탈표를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막판 판세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욱, 단일화로 변화론에 속도 김상욱 후보의 최근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일화다. 후보 등록 첫날 조국혁신당 황명필 후보와 단일화한 데 이어 진보당 김종훈 후보와도 단일화 경선에 합의했다. 김 후보는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는 시민이 주인 되는 민주도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시민의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우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다시 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을 떠나 민주당 후보로 나선 정치적 이력을 ‘진영 이동’이 아니라 ‘울산 정치 교체’의 명분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김 후보의 공약은 산업수도 울산의 구조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북극항로 에너지 허브 △부산·울산·경남 통합 △노동 중심 산업 AX(인공지능 전환)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후보들이 함께 제시한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 구상도 김 후보의 핵심 카드다. 울산을 단일 제조업 도시로 남겨두지 않고 부산의 항만·물류, 경남의 제조 기반과 연결해 광역 경제권의 중심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김두겸, 현직 시장의 성과와 연속성 강조 김두겸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과 행정 경험을 전면에 세우고 있다. 그는 후보 등록 뒤 “울산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사업 연속성이 중요한 만큼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정쟁보다 정책과 행정의 연속성 문제로 끌고 가겠다는 메시지다. 김 후보가 내세우는 성과는 비교적 구체적이다. 그는 민선 8기 주요 성과로 △36조원 규모의 투자유치 △그린벨트 해제와 산업단지 조성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보통교부세 연 5000억원 추가 확보 △SK-아마존 데이터센터 유치 △반구천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을 제시했다. 재선 공약의 핵심은 ‘AI수도 울산’이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기술을 접목해 울산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보수 분열과 진보 단일화, 막판 변수로 다만 김두겸 후보에게는 보수 분열이 부담이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반발한 박맹우 전 울산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보수 표가 나뉠 가능성이 생겼다. 무소속 이철수 후보가 김두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것은 보수 결집에 유리한 신호지만, 박 후보가 완주할 경우 보수층 표 계산은 복잡해진다. 지역 정가에선 울산시장 선거의 승부처를 세 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첫째는 범민주·진보 단일화의 완성도다. 단일 후보가 확정되고 지지층 이전이 매끄럽게 이뤄지면 김상욱 후보에게는 뚜렷한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는 보수 진영의 결집 강도다. 김두겸 후보가 박맹우 후보로 향할 수 있는 이탈표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재선의 관건이다. 셋째는 산업전환 공약의 현실성이다. 울산 시민은 거대 담론보다 일자리, 임금, 기업 투자, 교통과 주거, 노동자 안전을 따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울산시장 선거는 실질적으로는 두 흐름의 대결이다”며 “김상욱 후보가 단일화 바람을 타고 변화론을 현실적 대안으로 만들 수 있느냐, 김두겸 후보가 현직 시장의 성과와 보수 결집을 바탕으로 안정론을 굳힐 수 있느냐 간의 대결이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울산을 다시 먹고살게 할 것이냐가 울산 시민들의 마지막 질문”이라며 “6월 3일 울산의 선택은 산업수도의 다음 방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5-17 07:00:00
-
김상욱 '변화의 돌풍'이냐, 김두겸 '현직의 수성'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울산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의 양강 대결로 재편되고 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뒤 울산시장 후보로 나선 ‘변화의 상징’이다. 김 시장은 현직 울산시장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행정 연속성’의 대표 주자다. 선거의 질문은 분명하다. 울산은 새 인물에게 산업도시의 체질 전환을 맡길 것이냐 아니면 현직 시장에게 시작한 사업의 완성을 맡길 것이냐다. 막판까지 △남구·중구 보수 표심 △동구·북구 노동 표심 △청년·중도층의 변화 요구 △행정 검증 등의 변수로 선거전은 혼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여론조사서 김상욱·김두겸 ‘엎치락뒤치락’ 최근 판세는 한마디로 접전이다. KBS울산방송과 울산매일신문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5월 4~5일 울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양자대결은 김두겸 후보 41.8%, 김상욱 후보 40.0%로 나타났다. 격차는 1.8%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조사는 무선 ARS 80%, 유선 ARS 2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이 조사만으로 판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4월 25~26일 울산 거주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양자대결에서 김상욱 후보가 55.3%, 김두겸 후보가 35.7%를 기록했다. 두 후보 격차는 19.6%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방식, 응답률 7.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두 조사를 종합하면 울산시장 선거는 ‘김상욱 돌풍이 먼저 불었고, 김두겸 현직론이 다시 붙잡은 형국’으로 읽힌다. 김상욱 후보는 중도층과 변화 요구를 흡수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반면 김두겸 후보는 보수층 결집, 현직 평가, 진보·무소속 후보 존재에 따른 다자구도 변수를 타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KBS울산·울산매일 조사에서 김두겸 후보가 다자와 양자 모두 근소 우위를 보였다는 점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반전의 신호다. 반대로 뉴스토마토 조사에서 김상욱 후보가 중도층에서 56.5%를 얻었다는 점은 민주당 입장에선 확장성의 근거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상욱, 정치적 변화 ‘강점’...막판 보수결집 ‘부담’ 김상욱 후보의 강점은 정치적 서사와 변화 이미지다. 그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울산 남갑에서 당선됐지만,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표결에 참여했고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경선에서 김 후보를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김 후보의 약점도 그 서사 안에 있다. 국민의힘 출신이 민주당 후보가 됐다는 점은 중도 확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양 진영 강성 지지층 모두에게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보수층에는 ‘배신’ 프레임, 민주당 전통 지지층에는 ‘검증’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다. 초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광역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김두겸 후보가 파고들 대목이다. 김 후보의 기회는 산업 전환 의제다. 김 후보는 선거전의 핵심 의제를 전통 제조업 중심 울산 경제에 디지털 전환을 접목하는 ‘산업도시 울산의 AX 대전환’으로 내세웠다. 그는 노동 중심 산업AX, 줄 세우기와 갈라치기가 아닌 공동체를 강조했다. 실제 김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노동 중심 AX 전환과 에너지 물류 허브 도시를 내세우며 “울산이 러스트벨트로 몰락할지 미래 산업도시로 재도약할지 갈림길에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에게 위협은 막판 보수 결집이다. 울산은 산업도시이자 보수 기반이 강한 지역이다. 특히 남구·중구와 고령층, 자영업자·기업인 표심에서 국민의힘 결집이 강해질 경우 김상욱 돌풍은 속도 조절을 받을 수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김상욱 후보에겐 진보당 후보와의 관계, 노동 의제의 주도권, 범진보 단일화 여부 등 변수가 많다”며 “그의 변화 이미지를 살리되 급진적 불안으로 비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게 지역 정가의 조언이다”고 말했다. 김두겸, 현직 프리미엄 ‘강점’...지역 침체 ‘한계’ 김두겸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과 실행력이다. 그는 지난 4년간 투자 유치, 산업단지 조성, 분산에너지 특구,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을 성과로 내세운다. 김 후보는 민선 8기 성과로 36조원 투자 유치, 그린벨트 해제 및 산업단지 조성, 분산에너지법 제정 주도, 보통교부세 연 5000억원 추가 확보, 7조원대 SK-아마존 AI 데이터센터 유치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의 약점은 정당 지형과 현직 책임론이다. 현직은 성과를 말할 수 있지만, 미완의 사업과 시민 불편도 모두 떠안아야 한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 사조직 논란, 각종 개발사업의 체감도는 선거 막판 검증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김 후보의 기회는 ‘AI수도 울산’의 완성이다. 김 후보는 산업수도 울산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AI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핵심 공약으로는 AI 데이터센터 1GW 확대, 100조원 추가 투자 유치, 반도체·이차전지 등 신산업 집적화, 분산에너지 특화지구 활성화가 제시됐다. 여기에 반구천의 암각화 관광 자원화, 세계암각화센터, 국제정원박람회 성공 개최를 결합해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러나 김 후보에게 위협요인은 ‘새로움’ 부재다. 울산이 인구 감소와 제조업 전환 압박을 동시에 겪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단순한 연속성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울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이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김상욱 후보의 변화론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며 “김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 홍보가 아니라 다음 4년의 숫자와 시간표”라고 지적했다. 김상욱 ‘통합형 산업전환’...김두겸 ‘투자 성과 현실화’ 남은 선거기간 김상욱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통합형 산업전환’이다. 국힘 출신 민주당 후보라는 이력을 약점이 아니라 ‘진영보다 울산’이라는 메시지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동 중심 AX가 기업을 옥죄는 구호가 아니라 노동자 재교육, 제조업 생산성, 청년 일자리, 에너지 물류 허브를 묶는 실용 전략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특히 현대차·HD현대중공업·석유화학·이차전지 협력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100일 실행계획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두겸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성과의 숫자화’다. 36조원 투자 유치, AI 데이터센터, 분산에너지, 국제정원박람회 같은 성과를 시민 삶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투자가 왔다”에서 끝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김두겸 후보는 몇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어느 지역의 상권이 살아나며 청년이 왜 울산에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현직 시장의 장점은 말이 아니라 문서와 예산, 착공과 준공으로 증명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2026-05-09 13:00:00
-
'보수의 심장'서 벌어지는 경제 재건 경쟁
[경제일보] 대구시장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는 오랫동안 보수 정당의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을 벌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26일 추 후보를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했고, 이로써 김 후보와의 본선 대진이 완성됐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접으면서 보수 표심 분산 가능성도 상당 부분 정리됐다. 이번 선거의 표면은 정당 대결이지만, 본질은 경제다. 대구 시민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대구 경제를 다시 움직일 수 있는가’, ‘누가 청년을 붙잡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가’, ‘누가 신공항, 행정통합, 미래산업, 민생경제를 구호가 아니라 실행계획으로 바꿀 수 있는가’ 등이다. 지난 2024년 국가데이터처의 지역소득 잠정 자료에서도 대구는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 등으로 실질 지역내총생산이 전년보다 0.8% 감소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대구 경제의 체감 위기가 이번 선거의 중심 의제가 된 이유다. 현재 여론은 혼전이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한 여론조사(SBS 의뢰, 입소스 수행, 2026년 5월 1~3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801명 대상, 무선 전화면접조사, 성·연령·지역 할당 후 무선 가상번호 추출, 응답률 12.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SBS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41%, 추 후보는 36%의 지지율을 보였다. 두 후보의 격차는 5%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며, 부동층은 21%였다. 중도층에서는 ‘김부겸 54%·추경호 23%’로 김 후보가 우세했지만, 정권 지원론 41%, 정권 견제론 44%로 선거 구도 자체는 팽팽했다. 차기 대구시장의 최우선 과제로는 일자리와 서민경제 지원이 50%로 가장 높았고, 미래산업 육성 19%,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14% 순이었다.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대구MBC 의뢰, 에이스리서치 수행, 2026년 5월 2~3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 대상, ARS 조사, 응답률 6.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김부겸 45.9%·추경호 42.4%’로 나타났다. 격차는 3.5%포인트로 역시 오차범위 안이다. 특히 4월 중순 1차 조사에서 14.1%포인트였던 두 후보 격차가 국민의힘 후보 확정 뒤 크게 줄었다는 점은 보수층 결집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9.5%, 민주당 31.1%로 국민의힘이 앞섰고, 최우선 현안은 일자리 창출 51.9%, 신공항 이전 15.2%, AI 등 미래 신산업 육성 13.9%였다. 다만, 여론조사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실제 KBS대구·한국리서치 전화면접 조사(KBS대구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27~29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시민 800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면접원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0.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김부겸 38.4%·추경호 31.2%’였지만, 매일신문·한길리서치 ARS 조사에서는 ‘추경호 46.1%·김부겸 42.6%’로 결과가 엇갈린 바 있다. 같은 지역, 비슷한 시기의 조사라도 전화면접과 ARS, 재질문 여부, 응답률, 표본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 판세는 ‘김부겸 우세’나 ‘추경호 역전’으로 단정하기보다 김 후보의 개인 경쟁력과 추 후보의 보수 결집력이 충돌하는 초접전 구도로 보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인물’은 합격점·‘간판’은 약점…GRDP 150조·일자리 10만개 ‘현실성’ 관건 김 후보의 강점은 대구에서 축적한 정치적 확장성이다. 그는 민주당 후보이지만 대구 유권자에게 완전히 낯선 인물이 아니다. 또한 김 후보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경험, 여당과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핵심 자산으로 내세우고 있다. 약점도 분명하다.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은 여전히 무겁다. SBS 조사에서 정당 구도는 정권 지원론보다 정권 견제론이 근소하게 높았고, 대구MBC 조사에서도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김 후보 개인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다는 것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민주당에 대한 지역 불신을 후보 개인이 계속 돌파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회는 산업 전환 공약에 있다. 김 후보는 ‘대구 산업 대전환’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경제 재도약, 민생경제 활성화, 균형발전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오는 2035년까지 대구 GRDP를 150조원 규모로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대구를 ‘남부권 판교’, 양자산업과 AI 로봇 수도, AX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후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공약의 현실성 검증이다. GRDP 150조원, 일자리 10만개, AI·양자·로봇 수도라는 목표는 크다. 하지만 대구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큰 단어보다 실행 경로다. 어느 산업단지에 어떤 기업을 유치할 것인지, 청년 임금은 얼마나 높일 것인지, 신공항과 산업단지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따라붙지 않으면 미래산업 공약은 추상론으로 흐를 수 있다. ◆‘경제 해결사’ 자임…공천 피로감·‘12·3 계엄 수사’ 암초 추 후보의 강점은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고, 대구 달성에서 3선을 한 현역 정치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추 후보는 대구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대구 주력 산업을 AI와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반도체 클러스터와 국가대표 창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추 후보의 약점은 공천 과정의 피로감과 보수 정당에 대한 책임론이다. 국민의힘 후보 확정 전까지 대구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노출됐고, 추 후보 본인도 후보 확정 전 당내 혼선과 민심 이반을 인정하는 취지의 설명한 바 있다. 대구가 보수의 강세 지역이라는 사실은 추 후보에게 기반이지만, ‘어차피 보수’라는 인식은 오히려 유권자의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 기회는 보수 결집과 경제 프레임이다. 이에 추 후보는 대구 경제 회복과 청년 유출 방지를 위해 첨단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추 후보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은 중도층 열세다. SBS 조사에서 중도층만 놓고 보면 ‘김부겸 54%·추경호 23%’였다. 대구 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보수층을 결집하면서도 중도층에 ‘경제를 맡길 수 있는 후보’라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또한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와 정치적 공방이 선거 쟁점으로 커질 경우, 경제 메시지가 흐려질 위험도 있다. ◆‘이념’보다 ‘일자리’…중도층·보수 결집 강도 핵심 변수 김 후보의 히든카드는 여당 후보의 실행력이다. 그는 중앙정부와의 협력, 대구·경북 행정통합, 신공항, 기업은행 이전, AI 산업전환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으려 한다. 대구 시민에게 ‘이번에는 예산과 권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반면, 추 후보의 히든카드는 경제부총리 경험과 보수 결집이다. 그는 경제를 아는 후보, 기업을 유치할 후보, 대구 산업구조를 바꿀 후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장 유치, AI·미래 모빌리티 전환, 창업도시 구상은 대구의 청년 유출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구 선거의 승부처를 크게 ‘일자리’, ‘중도층’, ‘보수 결집 강도’ 세 가지로 전망하고 있다. SBS, 대구MBC 등의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일자리와 서민경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였고, 김 후보와 추 후보는 각각 ‘중도 우위 유지’, ‘중도 열세 회복’의 숙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대구라는 지역의 특성상 보수 결집의 강도는 두 후보의 희비가 가르는 여전히 막강한 변수다. 다만, 대구는 이번 선거에서 이념만 묻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 시민은 이미 오래 기다렸다. 청년은 떠났고, 제조업은 늙었고, 신공항은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고들 한다”며 “선거 과정에서 김 후보의 경우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시장’임을 증명해야 하고, 추 후보는 ‘경제를 실제로 살릴 수 있는 시장’임을 각각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26-05-09 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