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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서 878조 그룹으로…'하나'로 판 키운 하나금융 55년
하나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금융산업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출발은 1971년 6월 설립된 한국투자금융이었다. “한국 최초의 순수 민간 금융중개기관”이라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관 주도 금융의 색채가 강했던 시절, 민간 금융의 가능성을 시험한 이 출발이 훗날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의 뿌리가 됐다. 한국투자금융은 단순한 단기금융회사가 아니었다. 1980년 영업업무 온라인화를 추진했고 1984년에는 기업손님 전담제도와 어음관리계좌(CMA)를 선보였다. 1988년 수신잔고 1조원을 돌파하며 기업금융, 고객관리, 상품 혁신을 결합한 ‘하나식 금융 DNA’를 형성했다. ◆한국투자금융서 메가뱅크로…후발은행의 판을 바꾸다 하나금융의 1차 변곡점은 1991년이었다. 한국투자금융은 하나은행으로 전환하며 은행업에 진입했다. 초기 성장 방식은 차별화였다. 1993년 국내 최초 클럽상품을 출시했고, 금융권 최초로 ‘하나 비밀보장 서비스 제도’를 시행했다. 1995년에는 국내 최초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도입했다. 성장 속도도 빨랐다. 하나은행은 1995년 4월 국내 은행 역사상 최단기간인 3년 9개월 만에 총수신 10조원을 돌파했다. 1996년 런던 주식시장에 글로벌 주식 예탁증서(GDR)를 상장했고, 1997년에는 파이낸스아시아로부터 ‘한국의 최우수 은행’으로 선정됐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은 인수·합병으로 속도를 냈다. 1998년 충청은행을 인수해 충청하나은행을 출범시켰고 1999년 보람은행과 합병했다. 2002년에는 서울은행과 합병해 통합 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하나금융의 2차 도약은 금융그룹화였다. 하나금융은 2005년 12월 출범했다. 은행, 증권, 캐피탈, 보험, 연구소 등 관계사들이 시너지를 내는 종합금융서비스 네트워크를 지향했다. 2005년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했고 이후 하나대투증권, 하나UBS자산운용 등으로 증권·자산운용 기반을 넓혔다. 결정적 변곡점은 외환은행 인수였다. 하나금융은 2012년 한국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2015년 KEB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2016년 전산통합, 2019년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을 거쳐 2020년 하나은행 브랜드로 재정비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품으며 △기업금융 △외환 △글로벌 네트워크 △수출입 금융 경쟁력을 넓혔다. 하나카드 출범도 포트폴리오 강화의 한 축이었다. 하나금융은 2010년 하나SK카드를 출범시켰고 2014년 하나카드를 출범시켰다. 이후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자산신탁, 하나손해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은행 의존도를 낮췄다. ◆채용비리 그늘 속 사상 첫 순익 4조…878조 금융그룹으로 성장 그러나 하나금융의 역사에 성장의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은 2010년대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국면에서 불거졌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후 대법원은 올해 1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다만 남녀를 차별해 고용한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다. 이 대목은 금융회사가 채용, 인사, 내부통제 전반에서 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하나금융은 과거의 후발 은행이 아니다. 2005년 12월 하나금융지주 출범은 대도약의 변곡점이었다. 하나금융은 출범 당시 하나은행, 대한투자증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아이앤에스 등 4개 자회사와 하나증권,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대한투자신탁운용 등 손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로 출발했다. 은행 중심 구조를 넘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균형 잡힌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숫자로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하나은행의 2005년 순이익은 9068억원이었지만 2025년 하나금융그룹은 연간 당기순이익 4조2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순이익 4조원을 넘어섰다. 약 20년 만에 순이익 규모가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그룹 핵심이익은 11조3898억원, 비이자이익은 2조2133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총자산은 신탁자산 203조4101억원을 포함해 878조8억원에 달했다. 올해 출발도 좋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 1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외환은행 통합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다. 1분기 이자이익은 2조5053억원, 수수료이익은 6678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1042억원, 하나증권도 WM과 투자금융(IB) 성장에 힘입어 순이익 1033억원을 냈다. ◆생산적 금융·AI·글로벌…규모의 금융에서 가치의 금융으로 하나금융의 미래 성장 전략은 △생산적 금융 △WM △글로벌 △디지털·인공지능(AI)로 압축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17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첨단 인프라와 AI, 모험자본, 지역균형발전, 핵심 첨단산업, K-밸류체인·수출공급망 지원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자산관리와 비이자이익 확대도 핵심이다. 하나금융은 1995년 국내 최초 PB 서비스를 도입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고령화, 상속·증여 수요, 퇴직연금 시장 확대, 글로벌 자산배분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WM은 은행과 증권의 핵심 전장이다. 글로벌 금융도 중요하다. 외환은행 통합 이후 확보한 외국환, 수출입 금융, 해외 네트워크 경쟁력을 동남아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디지털과 AI 전환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고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AI를 심사·상담·리스크관리·자산관리에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승부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역사는 이름 그대로 ‘하나로 합치는’ 역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자본 효율, 비이자이익, 글로벌 수익성, 디지털 경쟁력, 내부통제, 소비자보호가 동시에 요구된다”며 “대출 성장만으로 이익을 키우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만큼 생산적 금융과 자산관리, 글로벌, AI를 연결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금융은 규모의 금융을 넘어 미래 산업과 고객 자산,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가치의 금융으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6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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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뜨거운 질주, 변동성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증시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상징하던 저평가 시장은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제 금융 언론이 주목하는 가장 뜨거운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 속도가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시기의 미국 나스닥 상승률마저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코스피는 지난해 초 2400선에서 올해 7200선을 돌파하며 18개월 만에 세 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미국 나스닥이 닷컴버블 당시 같은 수준까지 상승하는 데 걸렸던 시간보다도 더 빠른 속도다.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있다. 인공지능(AI) 혁명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폭증이 두 기업의 실적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30% 안팎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170% 가까이 급등했다.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이미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 경제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나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냉정함은 더욱 중요하다. FT가 지적했듯이 이번 랠리는 과거 닷컴버블과는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당시 미국 나스닥은 실적보다 미래 기대감과 밸류에이션 확대에 의해 움직였다. 반면 현재 한국 반도체 랠리는 실제 이익 증가가 동반되고 있다.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이 메모리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코스피 목표치를 계속 상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거 메모리 산업이 단순 경기순환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AI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장기 성장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시장의 균형이다. 현재 한국 증시의 상승은 지나치게 소수 종목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당수 종목은 여전히 부진하다. 중소형 가치주들은 시장 유동성에서 소외되고 있고, 체감 경기 역시 증시의 뜨거운 열기와는 큰 괴리가 있다. 즉 지금의 코스피는 ‘한국 경제 전체의 동반 상승’이라기보다 ‘AI 반도체 중심의 초집중 랠리’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시장은 언제나 낙관 속에서 과열되고, 과열 속에서 위험을 잊는다. 특히 한국 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구조다. 이번 상승장 역시 이른바 ‘개미군단’의 귀환이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한동안 미국 증시로 향했던 자금이 다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 속에 무리한 대출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시장은 극단적 변동성을 경험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분명 존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조정과 변동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한국 시장은 구조적으로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외국인은 상승장에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되지만, 위험 회피 국면에서는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자금이기도 하다. 미국 금리 정책,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대만해협 리스크, 중동 정세 같은 외부 변수는 언제든 한국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특정 섹터와 특정 종목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된 시장에서는 작은 충격도 훨씬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장이 점점 ‘투자’보다 ‘추격’의 심리로 움직일 가능성이다. 실적과 산업 변화에 대한 냉정한 분석보다는 “지금 안 사면 뒤처진다”는 조급함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까지 동원해 특정 종목에 몰릴 경우 시장의 건강성은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승장을 단순 거품으로만 볼 수도 없다. 현재 한국 증시는 여전히 미국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다. FT가 인용한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대 수준으로, 미국 S&P50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장사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다. 이는 한국 시장이 아직도 구조적 저평가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질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소형주와 가치주, 바이오와 로봇, 방산과 조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산업까지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저PBR 기업 가치 제고 정책 역시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시장 전체의 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균형감각이다. AI 혁명은 분명 거대한 산업 전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시장의 열광은 언제나 그림자를 동반한다. 투자자는 낙관 속에서도 위험을 계산해야 하고, 정부는 상승장 속에서도 시스템 리스크를 점검해야 하며, 기업은 주가 상승에 취하기보다 미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뜨거운 상승이 대한민국 산업 혁신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극단적 변동성으로 기록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있다.
2026-05-23 18: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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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시대 열린 車 공장…전환 부담은 기업만의 몫인가
[경제일보]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제조업 생산 현장의 노동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동화와 AI 공장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고, 노동 현장에서는 고용 안정과 역할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AI 전환에 대응한 직업훈련과 노동 전환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산업 변화 속도에 비해 재교육과 사회 안전망 체계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AI와 자동화 확대에 따른 고용 문제를 쟁점 가운데 하나로 다루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자동화 시스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비록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도입 계획을 먼저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생산 체계 특성상 향후 국내 공장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동 현장에서는 반복 작업과 일부 생산 공정 자동화가 확대될 경우 인력 축소와 직무 재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생산직 중심 제조업 구조 특성상 휴머노이드 도입 이후 기존 숙련 인력 역할 변화와 전환 배치, 재교육 문제 등이 향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AI·로봇 중심 생산체계 전환은 선택보다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생산과 물류 현장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휴머노이드 적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뿐 아니라 위험 공정과 부품 운반, 품질 검사 등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생산 현장에서는 인력 고령화와 안전사고 감소 필요성까지 겹치며 자동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변화 이후다. 국내 제조업 노동 논의는 여전히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인력 규모 중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휴머노이드와 AI 확대 이후 어떤 직무가 줄고 어떤 역할이 새롭게 필요해질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산업 구조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단순 반복 업무 비중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설비 운영과 데이터 관리, AI 시스템 대응 역량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 경쟁력 역시 ‘사람을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사람을 어떻게 전환시키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노동 전환 체계는 여전히 초기 단계다. 현장 재교육 시스템과 직무 전환 프로그램, 산업 변화 과정에서의 안전망 구축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자체 교육만으로 모든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역할론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AI와 자동화 확대 과정에서 직업 재교육과 산업 전환 지원 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 투자뿐 아니라 노동 이동과 재교육 체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AI와 휴머노이드 중심 제조업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변화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제조업 전환 부담을 기업만 떠안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와 산업계, 노동계 모두가 노동 전환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2026-05-21 15: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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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권리만큼 책임도 돌아봐야
[경제일보]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둘러싼 초유의 산업전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의 운명을 걸고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TSMC,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순한 민간기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과거 제조업과 전혀 다른 차원의 초자본집약 산업이다. 최첨단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십조 원이 들어가고 AI용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 투자가 반복적으로 요구된다. 오늘의 이익을 내일의 공장과 기술에 다시 투자하지 못하면 단숨에 도태되는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논쟁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노동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가. 또 국가 핵심 산업을 책임지는 노조는 어떤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노동권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급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통령은 노동3권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임을 인정하면서도 권리 행사에는 연대와 책임이 따라야 하며 공동체 전체를 흔드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접 배분하라는 요구에 대해 “투자자도 하기 어려운 요구”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은 현실적인 지적이다. 기업은 단순히 올해 이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그 돈을 곧바로 나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 같은 AI·반도체 기업은 오늘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미래 투자에 다시 투입해야 생존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캐피털 익스펜디처(Capital Expenditure·설비투자)다. AI 시대에는 설비투자 경쟁 자체가 생존 경쟁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대만은 국가 차원에서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막대한 영업이익을 낸다 해도 그것은 곧바로 ‘남는 돈’이 아니다. 차세대 메모리와 AI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R&D),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다시 투입돼야 할 미래 자금이다. 그런데 세금도 떼기 전 영업이익 자체를 일정 비율로 나누라고 요구하는 것은 산업 구조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물론 노동자의 기여를 폄하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와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동의 가치와 정당한 보상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 역시 산업과 국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는 임금을 받고 채권자는 이자를 받으며 국가는 세금을 거둔다. 그리고 모든 비용과 투자 이후 마지막 불확실한 몫을 책임지는 존재가 주주다. 주주는 이익이 날 때 잔여 이익을 가져가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그 부담을 떠안는다. 2023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주가가 폭락했을 때 가장 큰 손실을 본 것도 결국 주주와 투자자들이었다. 국민연금과 노후자금 상당 부분 역시 삼성전자 주식과 연결돼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 전체를 삼성전자를 통해 바라본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제 노동만이 아니라 주주와 투자자, 국민 전체의 시선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결코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저성장과 저출산, 중국의 기술 추격, 미국의 관세 압박, 중동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겹치며 경제 전반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런 시기에 대표 기업 노조가 과도한 요구와 극단적 대립으로 산업 생태계를 흔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 노조도 이제 변해야 한다. 과거의 투쟁 중심 노조에서 벗어나 산업 경쟁력과 국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선진 노조로 나아가야 한다. 임금과 복지 요구를 넘어 생산성과 기술 혁신, 장기 투자 안정성까지 함께 고민하는 성숙한 노조 문화가 필요하다. 노조가 기업의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 역시 노동자를 단순 비용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서로가 산업 생태계를 함께 떠받치는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AI와 반도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과거의 투쟁 논리를 넘어 한국 경제 재도약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함께 책임지는 선진 노조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노동도 살고 기업도 살며 결국 한국 경제 전체가 다시 도약하는 길이다.
2026-05-20 21: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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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뒤집힌 전기차 보조금 기준…시장 혼선만 키운 정부
[경제일보] 정부가 하반기부터 시행하려던 전기차 제작사 평가제를 한달 만에 대폭 수정했다. 외국계 차별 논란이 커지자 신용등급·국내 특허·정비망 기준 등을 완화하면서 사실상 제도를 다시 설계한 수준이다. 산업정책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내세웠지만, 정책 방향성과 시장 신뢰만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당초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제작사의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평가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개발과 생산, 정비망, 소비자 보호 체계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한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세부 기준이 공개된 이후 외국계 업체를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국내 지사 신용등급 반영, 국내 특허 기준, 직영 서비스센터 중심 평가 구조 등이 사실상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한 달 만에 평가 체계를 대폭 수정했다. 신용등급 항목과 국내 특허 평가는 삭제됐고, 서비스망 기준은 협력업체 운영 센터까지 포함하도록 완화됐다. 당초 최대 120점 체계에서 80점 이상이던 통과 기준은 최종안에서 100점 만점 기준 60점 이상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단순한 기준 조정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방향의 산업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인지 시장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단순 구매 지원 정책과 다르다. 생산과 투자, 고용, 서비스망 운영 등 산업 구조 전반과 연결된다. 정부가 국내 전기차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면 왜 해당 기준이 필요한지, 어떤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하려는 것인지부터 세부적으로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과정은 기준 발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책 취지와 평가 기준, 시장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연구개발비 평가의 경우 최근 3년간 500억원 이상 투자 시 최고점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됐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상당수가 충족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실제 변별력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생산설비와 공동 연구개발 항목 역시 기본점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질 배점 효과가 줄었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정책 불확실성이다. 정부는 평가 기준을 매년 갱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준이 반복적으로 변경될 경우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출시 이전부터 가격과 생산 물량, 인증 일정, 보조금 반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매 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전기차는 보조금 규모에 따라 실제 판매량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달 만에 핵심 평가 기준을 수정하고 향후에도 매년 변경 가능성을 열어둘 경우 시장 혼선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방향에 따라 투자와 판매 전략이 수시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배터리 안전성과 정비 대응 능력, OTA 이후 사후관리 체계, 부품 공급 안정성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논란 과정에서는 실제 소비자 체감 영역보다 점수 조정과 통과 기준 논쟁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전기차 시장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기준 수정이 아니다. 어떤 산업 구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중장기 로드맵, 예측 가능한 제도 운영 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시장 경쟁이 이미 글로벌 체제로 재편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조건 중 하나는 신뢰와 일관성이다. 정책 방향이 흔들릴수록 부담은 결국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2026-05-14 16: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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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혁신의 시간…구광모식 AI 전환, 제조 DNA를 재설계하다
[경제일보] 화려한 AI(인공지능) 경쟁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반도체가 서 있지만 산업 현장의 판을 바꾸는 진짜 승부는 결국 제조업에서 갈린다. 전통 제조기업 LG는 지금 AI를 단순한 서비스나 기능이 아니라 공장과 공급망, 고객 경험 전반을 재설계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제조 DNA'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며 AX(AI 전환) 속도전을 직접 주문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안정과 신중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LG가 AI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 빠르게 조직과 사업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오랫동안 '전통 제조업의 강자'로 불려왔다.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실물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과 품질관리, 물류와 마케팅, 고객 데이터 분석까지 전 과정이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산업 질서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이를 단순한 디지털 전환 수준이 아니라 제조업의 운영 체계 자체를 바꾸는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LG 내부에서는 AX가 특정 IT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라 생산과 연구개발(R&D), 공급망, 고객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AI에 의한 산업 구조 변화를 전기와 인터넷의 등장에 비유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사업 임팩트가 있는 영역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AX의 핵심을 속도와 실행력으로 규정했다. 기존 제조업 강자의 성공 공식이었던 신중한 검토와 안정적 운영만으로는 AI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메시지로 해석된다. 변화의 최전선에는 LG전자가 있다. LG전자는 더 이상 단순 가전회사를 지향하지 않는다. 냉난방공조(HVAC)와 스마트팩토리, 전장,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특히 공장 자동화와 산업용 솔루션 영역에서는 AI 기반 생산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화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는 LG전자에게 새로운 제품 기능이 아니라 제조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다. 생산라인 운영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이며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과정 전반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급성장 중인 HVAC 사업 역시 단순 냉방기기가 아니라 'AI 인프라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인 캐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증설 경쟁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핵심은 공장 운영 효율과 수율 개선, 원가 경쟁력 확보에 있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품질 예측 기술의 중요성도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생산 효율과 운영 최적화를 중심으로 AX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공정 데이터 분석과 불량 예측 시스템 고도화는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배터리 산업의 생존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그룹 차원의 AX 전략 중심에는 LG AI연구원이 있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그룹 내부 AI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경쟁이 소비자 서비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LG는 상대적으로 산업 현장과 제조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실전형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도 엑사원을 활용해 실시간 논의 분석과 키워드 추출, 회의 요약 등을 진행하며 회의 자체를 AX 실행 사례로 구현했다. AI를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녹여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장면이었다. LG CNS 역시 그룹 AX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LG CNS는 그룹 내부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외부 기업 대상 AX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와 물류, 금융, 공공 영역 전반에서 AI·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LG의 AX 역량이 새로운 B2B 사업 기회로 연결되는 구조다. LG의 움직임은 삼성이나 SK와는 결이 다르다. 삼성이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집중하고 SK가 배터리·바이오 중심의 대규모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가운데 LG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무리하게 새로운 판을 벌이기보다 제조와 품질, 고객 경험이라는 기존 강점에 AI를 결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가장 LG다운 AI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LG는 과거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철수했고 수익성이 떨어진 LCD 사업 비중도 줄였다. 대신 전장과 배터리, HVAC, 산업용 솔루션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다. 지금의 AX 전략 역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그룹의 미래 체력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제조업 경쟁력은 더 이상 저렴한 인건비나 생산 규모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LG가 지금 추진하는 AX 역시 결국 제조업의 본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화려한 AI 서비스 경쟁보다 산업 현장에 AI를 깊숙이 녹여내는 조용한 혁신이 LG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6-05-11 16: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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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월스트리트 피치북 쓰고 신용평가하는 시대...한국 금융당국은 대비하고 있는가
[경제일보] 미국 월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투자은행(IB)의 회의실에서 애널리스트와 회계사, 변호사들이 수백 장의 투자제안서(Pitch Book)를 만들었다. 기업 인수합병(M&A) 자료와 신용평가 메모, 리스크 분석 보고서와 회계 결산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금융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I 개발사인 Anthropic(앤트로픽)은 최근 금융권 전용 AI 에이전트 10종을 공개했다. 투자제안서 작성, 회계 결산, 신용평가 메모 초안 작성 등 금융권 핵심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능들이다. 이는 단순한 챗봇 서비스가 아니다. 금융산업의 두뇌 노동 자체를 AI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금융은 원래 보수적인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규제가 많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I 도입 속도가 빠른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터 규모가 방대하고 반복 업무가 많으며 비용 절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처럼 피로하지 않고, 24시간 문서를 읽고 요약하며, 수천 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단순 계산을 넘어 문서 작성과 논리 구성까지 수행하기 시작했다. 앤트로픽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다. 그것은 AI 산업의 전장이 소비자 서비스에서 기업용(B2B)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산업 초창기에는 챗GPT와 같은 대중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핵심은 기업 업무 자동화다. 특히 금융은 AI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다. 수익 규모가 크고,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 경우 산업 전체로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이미 금융 특화 서비스인 ‘클로드 포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시타델, AIG 등 대형 금융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 금융 IT 기업인 FIS와 협력해 금융범죄 탐지 AI 시스템 개발에 나섰고, 월가 금융회사들과 함께 15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까지 설립했다. AI 기업이 이제 금융 인프라 자체를 장악하려는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의 역할이 ‘보조 도구’에서 ‘업무 대행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AI는 이메일 초안 작성이나 간단한 검색 지원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은행의 피치북 제작과 신용평가 메모 작성, 회계 결산 등 고난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인간 전문가가 하던 핵심 지식 노동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금융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의 주니어 애널리스트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회계법인의 단순 감사 업무도 축소될 수 있다. 반면 AI 모델을 검증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새로운 직무는 늘어날 것이다. 금융산업은 이제 사람 중심 조직에서 인간과 AI가 함께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AI가 단순 효율화 수준을 넘어 금융 의사결정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평가와 리스크 분석은 금융의 핵심 권한이다.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어떤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판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만약 AI가 그 판단 과정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된다면 금융의 권력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융권은 이미 전면전에 들어갔다. JPMorgan Chase 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은행 내부에 AI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백 개 활용 사례가 진행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리스크 관리, 금융사기 탐지, 마케팅, 디자인, 회의 기록, 문서 검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AI가 투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월가는 이미 AI를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보고 있다. 과거 인터넷이 금융산업을 바꿨다면, 이제 AI는 금융업의 사고 체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인간이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던 시대에서 AI가 데이터를 읽고 인간이 최종 승인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 금융권도 AI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이 생성형 AI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일부 챗봇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개념검증(PoC)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직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전략은 부족하다. 금융당국 역시 규제와 보안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AI 금융 시대의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국가 전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미국은 이미 AI 전담 조직을 만들고 금융업 전체를 재편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시범 사업과 규제 검토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AI 산업은 속도의 게임이다. 초기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하며 압도적 우위를 갖게 된다. 한국 금융권이 지금처럼 느리게 대응할 경우 글로벌 금융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데이터 주권 문제다. 금융 데이터는 국가 경제의 핵심 자산이다. 만약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AI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한국 금융의 핵심 정보와 의사결정 구조가 외국 기술기업에 종속될 위험도 있다.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 안보의 문제다. 금융당국도 이제는 사고를 바꿔야 한다. AI를 단순히 규제 대상이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금융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금융 AI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둘째, 금융권의 AI 실증 사업을 과감히 허용하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셋째, 국내 AI 기업과 금융회사 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금융 데이터 보안과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 플랫폼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AI에는 위험도 존재한다. 잘못된 데이터 학습은 금융 사고를 초래할 수 있고, 알고리즘 편향은 신용 차별 문제를 낳을 수 있다. AI 기반 금융사기가 오히려 더 정교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낙관도, 막연한 공포도 아니다. 핵심은 통제 가능한 혁신이다. 도덕경에는 “변화에 앞서 움직이는 자가 흐름을 얻는다”는 뜻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산업혁명의 역사는 결국 먼저 준비한 자의 역사였다. 인터넷 시대에 뒤처진 기업들이 사라졌듯이, AI 금융 시대에도 대응하지 못한 금융회사는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는 AI가 피치북을 만들고 신용평가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의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한국 금융산업의 문 앞까지 와 있다. 문제는 하나다. 한국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과연 이 거대한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2026-05-10 09: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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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금융·기술·채용 지원 확대…협력사 관리 전면 강화
[경제일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배터리 업계 경쟁력이 개별 기업을 넘어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협력사 지원 확대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동반성장 강화에 나섰다.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 금융·기술·인재 육성까지 포괄하는 산업 생태계 전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파트너십 협약식을 열고 상생 협력 프로그램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력사 대표,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 등 약 20명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공정거래 기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협력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금융·기술 보호·인재 채용·ESG 대응 등 협력사 운영 전반에 걸친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배터리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린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소재·장비·부품 협력사 경쟁력까지 공급망 안정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배터리 업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공급망 규제, ESG 요구 강화 등으로 협력사 관리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단순 가격 경쟁력을 넘어 공급망 투명성과 ESG 수준까지 평가 요소로 반영하면서 협력사 역량이 전체 사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금융 지원을 통해 협력사의 경영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저리 자금 대출과 신용보증서 발급 절차 간소화, 대금결제 정보 관리 체계 개선 등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기술자료 임치제를 도입해 협력사의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한다. 기술자료 임치제는 핵심 기술 자료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해 기술 탈취와 분쟁 리스크를 줄이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소재·공정 기술 보호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협력사 기술 보호 체계 역시 경쟁력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재 확보 지원도 강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협력사 전용 온라인 채용관을 운영하고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중소 협력사의 채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협력사 인력난 해소 역시 공급망 안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ESG 규제 대응 컨설팅과 전문 인력 교육, 스마트러닝 지원 등도 병행한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ESG 기준 충족 여부가 납품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협력사의 ESG 대응 역량 강화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행보를 단순 상생 활동을 넘어 공급망 내재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협력사 네트워크 확보가 생산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고객 대응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충북을 대표하는 미래산업 현장이자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라며 "이번 협약이 협력사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협력의 모범 사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금융지원, 기술보호, 인재육성, ESG 대응 등은 협력사들이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라며 "국회에서도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가 현장에 뿌리내리고, 충북의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가 더욱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협력사의 성장 가속을 위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협력사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동반성장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2026-05-07 1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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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독주 끝?…AI주 수혜, 전력·부품으로 번진다
[경제일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증시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에서 전력기기·기판 등 인프라·부품 기업으로 이동하며 국내 산업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전력기기와 정보기술(IT) 부품 종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시장을 주도하던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흐름에서 벗어나 전력 인프라와 부품 기업으로 수혜 축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실제 코스피가 6000선을 재돌파한 이후 상승 구간에서 기계장비 업종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IT와 반도체 업종이 뒤를 이었다. 특히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기업은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주가 상승을 나타냈다. IT 업종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보다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기판·부품 기업의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며 투자심리가 후공정 영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 같은 변화는 AI 산업 구조 자체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하면서 전력 소비가 폭증하고 이에 따라 변압기·전력제어장치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기판·패키징 등 부품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의 성장 제약 요인이 반도체에서 전력과 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성능 칩 확보 경쟁에 이어 이를 실제로 구동할 전력망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이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실적 역시 이러한 흐름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766억원, 영업이익 12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와 45% 증가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북미 매출이 약 3000억원으로 1년 새 80% 급증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효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매출 1조3582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을 기록해 각각 26%, 48% 증가했으며 분기 기준 최대 신규 수주(4조1745억원)를 확보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매출 1조365억원, 영업이익 2583억원으로 각각 2.1%, 18.4% 증가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인 약 2조65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고 수주잔고도 11조원대로 확대되며 향후 실적 가시성을 높였다. 이들 전력기기 빅3는 북미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주잔고가 수조원 단위로 쌓이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 설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IT 부품 업종 역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 등 주요 기판·부품 기업은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두 자릿수 이익 성장세가 예상되며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수요 반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2분기 이후가 '실적 검증 국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이미 기대를 선반영한 만큼 실제 수주와 실적이 이를 뒷받침할지가 향후 흐름을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관련 설비 투자 규모 확대에 힘입어 전력기기 수요 강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만큼 공급 제약 요인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AI 서버와 전장 수요 확대에 따라 MLCC와 FC-BGA 등 고부가 부품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FC-BGA는 가격 인상이 반영되기 시작했고 하반기 추가 상승도 예상되는 등 수요 확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번 사이클에서 과거 최고 수준의 수익성 회복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2026-05-04 15: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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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뉴딜 정책 보여주기식으로는 곤란하다
[경제일보] 청년 고용 한파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코로나 시기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고, ‘쉬었음’ 청년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29일 민관 합동으로 일 경험과 직무 훈련을 제공하는 ‘청년 뉴딜’ 정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조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청년 선호 분야 중심의 훈련과 취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청년 문제를 개인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대응하겠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이름과 포장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정을 투입해 단기 일자리를 만들고,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은 반복되어 왔다. 그 결과 통계상 고용률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는 있었지만, 실제로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 현실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의 구조’에 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어떤 지원책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해고가 어려운 고용 환경,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는 기업의 인력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미래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청년 채용을 늘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과 같은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고령 인력의 고용 안정도 중요하지만,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고 인력 구조를 더욱 경직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청년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일자리 확대를 외치면서 동시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민간 기업 중심의 고용 창출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이 인력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를 확산시켜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청년 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이미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부족과 편견으로 인해 청년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런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규제 개선과 지원 정책 역시 이 방향에 맞춰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직무 훈련과 일 경험 프로그램도 근본적인 재정비가 요구된다. 단순한 체험이나 반복 업무에 그치는 프로그램으로는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고, 그것이 곧바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실제 취업’이어야 한다. 청년 고용난은 단순한 경기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경직성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 경력직 선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재정을 투입해 지표를 개선하는 데 급급한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며, 산업 정책과 고용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또 한 번의 미봉책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6-04-30 07:5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