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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58년 만의 파업, '회사가 버틸 수 있는 합의' 찾아야
[경제일보] 포스코의 ‘58년 무분규’ 기록이 끝났다. 지난 9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생산현장에서 부분파업이 벌어진 데 이어 16일 오전 7시부터는 닷새간 120시간의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5일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기본급과 성과보상을 둘러싼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현재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파업의 역사성이 눈길을 끌지만 더 무거운 질문은 따로 있다. “앞으로도 충분히 벌고,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남을 것인가.” 지난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기본급 2% 인상,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큰 재무 부담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조는 요구안은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데 사측이 부담만 지나치게 부각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금뿐 아니라 현장 인력과 안전,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도 쟁점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과를 나누자고 요구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쇳물은 고로가 만들지만 좋은 철강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키운 데에는 설비와 기술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숙련 노동자의 몫이 있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노동자가 그 과실을 공유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올해 2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영업이익은 8190억~82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가량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회사가 벌었는데 왜 우리의 몫은 작냐”고 묻는 배경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숫자를 한 꺼풀 벗겨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포스코 철강사업 자체의 2분기 영업이익은 2740억원이었다. 전분기보다는 28.6%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6.6% 줄었다. 그룹 전체 이익 증가는 이차전지소재의 흑자전환과 에너지·인프라 사업의 호조가 상당 부분 떠받쳤다. ‘포스코그룹이 돈을 잘 번다’는 말과 ‘국내 철강사업의 체력이 충분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바깥 환경은 더 거칠다. OECD는 올해 세계 철강산업의 과잉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은 2030년까지 연평균 0.9%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철강업체들은 내수 부진 속에서 2025년 사상 최대인 1억3100만톤을 해외시장에 내보냈다. 2020년보다 153% 늘어난 규모다. 싸고 많은 철강이 세계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철강은 여기에 탈탄소라는 두 번째 파도를 동시에 넘어야 한다. 포스코는 최근 광양제철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완공했고, 포항에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연산 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국내 탄소감축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룰 수 없는 투자다. 결국 지금의 임금협상은 몇 퍼센트를 올릴 것인가만의 싸움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와 미래의 경쟁력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동시에 협상해야 한다. 여기에는 구분이 필요하다. 좋은 실적으로 생긴 성과는 성과급과 일회성 보상을 통해 노동자와 충분히 나눌 수 있다. 회사가 잘 벌었는데 “산업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며 노동자의 몫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 반면 기본급처럼 한번 올라가면 경기가 꺾여도 계속 지급해야 하는 고정비는 다르게 봐야 한다. 철강처럼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서 호황기의 이익을 기준으로 고정비를 계속 높이면 불황이 왔을 때 결국 구조조정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고정비는 회사가 불황에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회사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경쟁력이라는 말을 노동자에게 임금 양보를 요구하는 편리한 명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면 경영진과 조직부터 효율성을 증명해야 하고, 노동자가 양보한 몫이 정말 탈탄소 설비와 고부가가치 강재, 안전과 자동화에 투자되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에게 산업전환의 비용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AI와 로봇이 확대되면 제철소의 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줄어드는 직무가 생기고 새로운 직무도 나타날 것이다. 회사가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노동자에게 고용불안만 남긴다면 기술혁신은 노사 갈등을 키울 뿐이다. 임금협상 테이블에 그래서 직무전환과 재교육, 숙련인력 재배치, 신규기술 교육, 안전투자까지 올라와야 한다. 노조도 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존 직무와 인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용안정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 철강업체가 저탄소 생산과 자동화로 원가를 낮추는데 한국 공장만 변화하지 못하면 기업은 국내 생산을 줄이거나 해외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작업 방식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 회사다. ‘주역’ 계사하전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구절이 있다. 상황이 다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길이 열리며, 그래야 오래간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 철강산업에 이보다 잘 맞는 말도 드물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호무역, 탈탄소 전환은 과거의 경영 방식과 노사관계로 버티기 어려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회사만 변할 수도 없고 노동자에게만 변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을 ‘노조의 무리한 요구’ 또는 ‘회사의 임금 억제’라는 단순한 구도로 볼 수 없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계산서에는 근거가 있다. 노동자는 지난 성과와 숙련의 몫을 묻는다. 회사는 철강사업의 수익성과 앞으로 들어갈 막대한 투자비를 걱정한다. 둘 가운데 하나만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협상에서 ‘회사를 어떻게 오래 가게 할 것이냐’의 협상으로 테이블을 넓히는 일이다. 기본급은 물가와 생산성, 철강사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기준으로 조정하고, 초과이익은 성과급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대신 노사는 탈탄소·자동화 투자와 연결된 고용·직무전환 계획을 함께 만들 필요가 있다. 경영성과가 좋아지면 노동자의 몫도 커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성과가 다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회사에도 이익이고 노동자에게도 더 오래가는 안전망이다. 포스코의 58년 무분규가 깨진 것 자체를 실패라고 할 필요는 없다. 노조의 파업권은 법이 보장한 권리이고, 갈등을 드러내는 것 또한 노사관계의 한 과정이다. 진짜 실패는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데도 노사가 과거 방식의 협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데 있다. 포스코가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무분규 58년’이라는 기록이 아니다. 노동자에게는 성과를 공정하게 돌려주고, 회사에는 다음 불황과 산업전환을 견딜 체력을 남기는 합의다. 좋은 임금협상은 어느 한쪽이 많이 얻는 합의가 아니다. 노동자도 버틸 수 있고 회사도 버틸 수 있어 다음 협상 때도 함께 앉을 수 있는 합의다.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 뒤 포스코 노사가 찾아야 할 답도 결국 거기에 있다.
2026-09-16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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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일단락됐는데…노란봉투법 지침에 재계 '새 쟁점' 경계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제조기업의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내놓으면서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AI·로봇 도입과 고용안정, 생산물량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재배치와 직무·근무형태 변경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영진의 투자·기술 도입 결정과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의 경계가 새로운 교섭 범위로 부상하면서 주요 제조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전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관련 시행지침’에 따르면 경영성과급 가운데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해 지급되는 이른바 ‘N%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이전, 인수합병(M&A), AI·자동화 기술 도입 등 경영권에 속하는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인해 근로자의 배치전환이나 근무장소 변경, 직무 변경, 근무형태 변화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는 투자 결정 이후 생산라인 구축과 장비 설치, 인력 배치, 직무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이나 자동차 생산공정의 AI·로봇 도입 과정에서도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변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노사 간 교섭 범위를 투자 결정 단계와 사업 집행 단계에서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올해 주요 제조기업의 임단협에서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근로조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현대차 노조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을 요구안에 포함했고, 올해 합의안에는 피지컬 AI·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대한 노사 공동 대응과 오는 2027~2028년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이 담겼다. 현대차의 경우 향후 AI·로봇이 생산공정에 실제 적용되면서 기존 직무가 바뀌거나 인력이 다른 공정으로 이동할 경우 새로운 교섭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 도입 자체는 경영상 결정으로 분류되지만, 그에 따른 배치전환이나 직무·근무형태 변경은 별도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반도체업계에서는 인력 이동 문제가 보다 구체적인 쟁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기존 사업장의 숙련인력을 이동시키거나 생산라인에 맞춰 직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 조사에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였다고 밝히고 관련 내용을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공장 건설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향후 인력 이동이나 근무지 변경, 직무 조정 등이 구체화될 경우 해당 사안의 교섭·쟁의 가능성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 배치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구체적인 불이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신규 투자에 따른 배치전환은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두고, 근무지 이동에 따른 주거비·교통비 지원 등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은 별도로 교섭하는 방식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N% 성과급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성과급을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침에 담겼다. 기본급이나 정액급여처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임금 항목은 별도로 판단한다. 법적 구속력은 별도의 변수다. 이번 지침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행정지침이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실제 분쟁에서는 투자 내용과 인력운영계획, 근무조건 변화의 구체성 등을 놓고 개별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와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사업 목적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며 “기업들도 투자 결정과 인력 운영 계획, 근무지 변경이나 직무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2026-09-04 16: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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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AI, 사우디서 '피지컬 AI' 승부…K-AI 중동 공략 본격화
[경제일보] NC AI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발판으로 피지컬 AI의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단순히 AI 모델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국산 AI 반도체부터 클라우드·인프라,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까지 연결한 한국형 ‘풀스택 AI’를 현지 산업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NC AI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글로벌 기술 전시회 ‘LEAP 2026’에 참가해 한국 풀스택 AI 컨소시엄 공동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주도로 마련된 공동관에는 메가존클라우드,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유라클 등이 참여한다. NC AI는 이번 전시에서 산업특화 AI ‘배키(VAETKI)’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술을 선보인다. 가상 공간을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모델, 물리적 행동을 제어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물류센터와 도시 환경을 구현한 디지털트윈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특히 ‘바르코 3D(VARCO 3D)’와 ‘배키 트윈’을 활용한 시연도 진행한다. 물류센터 운영 상황과 도시 건축물을 3D 환경으로 구현하고, LEAP 전시장과 공동관까지 가상 공간으로 재현해 디지털트윈 구축 기술을 소개한다. NC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3D 자산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디지털트윈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우디가 AI를 국가 산업전환의 핵심 분야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정부와 국부펀드(PIF), 아람코 등을 중심으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모델 및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EAP에도 구글클라우드·AWS·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현지 AI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현지 실증에도 들어갔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 5월 퓨리오사AI·NC AI·업스테이지·유라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람코 디지털을 대상으로 국산 AI 반도체 기반 서버형 AI 인프라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NC AI는 이 사업에서 AI 기반 3D 렌더링과 디지털트윈 서비스를 맡는다. 따라서 이번 LEAP 참가가 단순 전시회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기존 실증 사업을 실제 계약과 현지 레퍼런스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가 관건이다. 특히 사우디가 제조·에너지·도시개발·국방 등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실 세계의 설비와 공간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피지컬 AI는 국내 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다만 중동 시장을 선점하려면 기술 시연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 데이터와 산업 환경에 맞춰 모델을 재학습하고, 보안·데이터 주권을 충족하면서 실제 프로젝트의 투자비와 운영비까지 낮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우디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기업까지 경쟁하는 만큼 한국 기업 간 기술 결합을 넘어 현지 기업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NC AI 이연수 대표는 “최고 수준의 한국형 풀스택 AI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리고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히 소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2026-08-31 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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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뜨거운 한국경제, 수출 신기록에 취할 때 아니다
[경제일보] 한국 수출이 다시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월 1일~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180.6% 급증했다. 중국 수출은 94.1%, 미국 수출도 39.6% 증가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은 10.6%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화려한 숫자 뒤에 반도체 편중과 업종별 양극화가 동시에 드러난 것이다. 수출 호조가 곧바로 경제 전반의 회복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오는 23일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앞두고 로이터가 경제전문가 24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경제는 2분기 전 분기보다 0.4%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성장률 1.8%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경제를 끌었지만 소비와 내수는 여전히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0.4%는 아직 전망치다. 7월 1일~20일 수출 역시 월 전체 실적이 아닌 잠정치다. 그러나 두 지표가 동시에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반도체 공장과 수출항은 뜨거운데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매출, 청년의 취업시장, 가계의 소비심리는 그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액은 빠르게 늘지만 국민의 살림살이가 비례해 좋아지지 않는 ‘K자형 회복’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은 분명 한국경제의 소중한 기회다. 세계적인 AI 투자 경쟁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 증가와 기업 실적 개선은 세수 회복과 설비투자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와 기업은 이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반도체가 잘된다는 사실과 경제 전체가 건강하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경기 변동이 크고 글로벌 수요와 공급, 미국과 중국의 산업정책, 기술 변화에 민감한 업종이다. 지금은 AI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 확대나 투자 조정이 시작되면 업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수 있다. 한국경제가 반도체 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할수록 업황 반전의 충격도 경제 전체로 커지게 된다.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다는 점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철강과 석유화학, 기계, 배터리 등 다른 주력 산업도 관세와 중국의 추격, 공급과잉, 고유가라는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다른 업종의 부진을 가린다고 해서 산업 경쟁력의 약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 수출 실적이 좋을 때 구조적 취약성을 점검하고 다음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반도체 수출 실적을 홍보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수출 호황의 온기가 기업 투자와 고용, 임금과 소비로 퍼지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국내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발주, 양질의 일자리가 함께 늘지 않는다면 수출 증가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우선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에 연구개발과 첨단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와 인재 공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송전망과 용수시설, 교통망을 제때 구축해 실제 투자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기술과 인력을 키우는 생태계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의 사용처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적인 소비 부양에 투입하면 잠시 경기지표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재정은 청년 고용과 직업훈련, 중소기업의 자동화·디지털 전환, 연구개발,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밀려나는 노동자의 재교육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소비 부진에 대한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 가계가 지갑을 닫는 것은 단순히 소비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금리 부담, 불안한 고용과 노후 걱정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상품권이나 소비쿠폰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내수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주거·돌봄·교육비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반도체 대기업의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내수 서비스업과 영세 사업장의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의 양극화는 심해진다. 디지털 전환 지원과 공동 물류, 경영 컨설팅, 사업 전환을 돕되 경쟁력을 잃은 기업까지 무조건 연명시키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생존 자체보다 생산성 향상과 구조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반도체 수출 호황을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전략도 서둘러야 한다. 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와 로봇, 자율주행차, 조선, 바이오, 방위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요 산업과 연계해야 한다.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를 넘어 반도체를 활용해 전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나라가 돼야 한다. <서경>에는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거안사위(居安思危)’가 나온다. 수출 실적이 좋을 때야말로 호황 뒤의 위험을 살펴야 한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에 취해 내수 부진과 산업 편중을 외면한다면 지금의 호황은 다음 불황에 대한 대비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수출액이 늘었다고 국민의 살림까지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호황이 기업의 장부에만 머물지 않고 투자와 고용, 임금과 소비로 이어져야 비로소 경제 전체의 회복이라 부를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반도체의 열기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온기가 골목상권과 일자리, 다른 산업으로 번지도록 길을 놓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반도체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았다. 그러나 자동차가 제대로 달리려면 다른 바퀴와 차체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반도체만 뜨겁고 내수와 고용이 차갑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수출 신기록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 숫자에 취할 때는 아니다.
2026-07-22 11: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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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메가프로젝트 꺼낸 건설업계…건설의 날 기념식서 혁신 한목소리
[경제일보] “건설산업이 다시 한 번 힘차게 뛰어야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도 다시 고동칩니다.” 2026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건설업계와 정부, 정치권이 건설산업의 재도약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올해 행사는 건설산업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공사비 상승과 투자 위축, 안전 신뢰 회복, 인력 부족 등 업계가 마주한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 전환과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한 새 성장 기회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9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2026 건설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7개 건설 관련 단체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주관했으며 한성숙 국무총리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여야 국회의원, 건설 관련 단체장, 건설업계 관계자, 건설 관련 대학·고교 학생 등이 참석했다. 한승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의 기념사 순서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념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마련됐다. 로봇이 단상에서 기념사를 전달하는 장면은 건설산업이 전통 시공 중심을 넘어 첨단기술과 결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 회장은 건설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강조했다. 그는 건설 관련 취업자가 192만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69조원을 기록하며 한국 건설의 위상을 다시 알렸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한 회장은 “투자 위축과 공사비 상승, 과도한 규제로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중견·중소기업들이 겪는 고통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현장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산업의 세 가지 혁신 방향으로 청년이 찾는 산업 전환, 첨단기술 도입, 안전 최우선 경영을 제시했다. 한 회장은 “AI와 로봇, 드론 등 첨단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안전은 매몰되는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현장의 존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정부 포상 수여식도 진행됐다. 이날 금탑산업훈장은 조인호 해광이앤씨 대표이사가 받았다. 은탑산업훈장은 최상대 대도토건 대표이사와 최길학 서림종합건설 대표이사에게 수여됐다. 동탑산업훈장과 산업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도 건설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돌아갔다. 한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건설업을 국민 삶의 터전과 국가 기반시설을 만드는 핵심 산업으로 평가했다. 그는 “도로와 철도, 집, 산업단지 등 국민의 삶의 터전을 이루는 곳에 건설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건설업은 국내총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우리 경제의 생산과 소비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건설업이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한 국무총리는 저성장과 금융 불안,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와 자재가격 상승, 대형사와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 간 양극화, 안전사고 문제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첨단기술과 구조 혁신을 통한 스마트 건설 생태계 조성을 위해 건설인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건설 특화 피지컬 AI와 건설 로보틱스 개발·도입, 스마트 안전관리, 건설 주체별 안전 책무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한 국무총리는 “산업단지와 교통망은 물론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등 핵심 기반시설은 건설인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며 3대 메가프로젝트와 건설산업의 연계를 강조했다. 정치권의 격려사도 이어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국가 투자를 언급하며 “건설인 여러분들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가난했던 대한민국을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준 건설인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메가프로젝트를 기회로 다시 한번 건설인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함께할 일을 찾겠다”고 밝혔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건설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국회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혔다.
2026-07-09 16: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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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포용금융 15조+α 확대…'농업금융 DNA'로 이재명 정부 금융기조 화답
[경제일보] 농협이 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생산적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춰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선다. 올해 총 8876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감면하고, 향후 5년간 15조원 이상을 서민·농업인·취약계층에 공급하기로 했다. 단순한 일회성 채무조정이 아니라 은행,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전국 농축협, 농협자산관리까지 참여하는 ‘범농협 포용금융’ 체제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오랜 기간 채무 부담에 묶여 있던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장기연체채권 소각·감면이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5년간 서민금융과 농업인 금융지원을 대폭 늘리는 포용금융 공급 확대다. 농협은 이를 통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농협금융의 다음 성장동력으로 포용금융과 생산적금융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5일 “장기연체채권 소각과 감면을 통해 오랜 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취약계층에게 재기의 희망을 전하는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며 “앞으로도 범농협 차원의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농협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8876억 연체채권 정리…취약계층 9만명 재기 지원 이날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올해 총 8876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거나 감면한다. 이를 통해 약 9만명의 취약계층이 추심 부담을 덜고 정상적인 금융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장기연체채권 6870억원을 소각한다. 대상자는 약 6만4000명이다. 채권 소각은 단순한 회계상 정리가 아니다. 장기간 상환 능력을 잃은 차주에게 계속 추심이 이어질 경우 경제적 재기는 더 어려워진다. 농협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연체채권을 정리해 취약계층의 추심 부담을 면제하고 신용회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계열별 소각 규모도 구체화했다. NH농협은행이 2870억원, 농축협 상호금융이 1500억원, 농협자산관리가 25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소각한다. 중앙회와 금융지주 계열사, 지역 농축협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농협 특유의 조직망을 활용한 포용금융 모델로 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보유한 3년 경과 연체채권에 대해서는 2006억원 규모의 원금과 이자를 감면한다. 원금은 최대 90%까지 감면하고, 미수이자는 전액 면제한다. 감면 프로그램은 오는 7월부터 1년간 운영된다. 농협은 약 2만6000명의 취약계층이 금융 부담을 덜 것으로 보고 있다. ◆5년간 15조3000억 공급…서민·농업인 금융지원 확대 이와 함께 농협은 향후 5년간 15조3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 지원계획도 추진한다. 은행, 캐피탈, 저축은행 등 농협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8조5000억원, 서민금융·취약계층 대출 6조8000억원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 대목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 기조와 맞닿아 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자영업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서민과 취약차주의 금융 부담은 커졌다. 특히 제2금융권과 대부업권으로 밀려난 차주, 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이 더딘 자영업자, 고령층과 저신용자에게 금융 안전망은 생계의 문제다. 금융회사가 건전성만 앞세워 문턱을 높이면 취약차주는 더 비싼 금리의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농협의 포용금융 확대는 이런 악순환을 끊는 데 목적이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운영자금과 재기자금을 공급하고, 저신용·취약계층에는 정책서민금융과 연계한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방식이다. 농업인과 농촌 지역 차주에게는 농협이 가진 현장 정보와 지역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도 포용금융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농협의 뿌리인 농업금융과 지역금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이다. 과거 농협이 영농자금과 생활자금을 통해 농촌 경제를 지탱했다면, 앞으로는 서민·자영업자·농업인·지역기업의 재기를 돕는 금융 플랫폼으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포용금융 넘어 생산적금융으로…농협금융 새 성장판 주목할 부분은 농협의 전략이 포용금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협금융은 최근 금융권 전반의 생산적금융 확대 흐름 속에서 농업·농식품 산업, 지역 중소기업, 신성장 산업, 청년 창업, 지역 인프라 투자를 새로운 성장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은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담보와 가계대출에 쏠렸던 금융 자금을 산업, 기술, 지역, 일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권에 요구하는 방향도 여기에 있다. 금융이 이자 장사에 머물지 말고 기업의 투자와 산업 전환, 서민의 재기와 지역경제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이 분야에서 다른 금융그룹과 다른 위치에 있다. 전국 농축협과 농협은행 점포망, 농협경제지주와 연결된 농식품 밸류체인, 농업인과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접근성은 농협만의 자산이다. 스마트팜, 푸드테크, 농식품 수출, 농촌 관광, 로컬 브랜드, 지역 에너지 전환 등은 농협금융이 생산적금융을 접목할 수 있는 대표 영역이다. NH투자증권과 NH-Amundi자산운용, NH벤처투자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은행이 대출과 보증, 정책자금 연계를 맡는다면 증권과 운용사는 펀드, 채권, 프로젝트금융, 벤처투자를 통해 자본시장 방식의 생산적금융을 설계할 수 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 금융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이 관건 다만 포용금융과 생산적금융 확대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균형이 필요하다. 먼저 공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이다.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대출 확대는 금융회사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 장기연체채권 소각·감면 역시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하려면 대상 선정, 상환 능력 평가, 성실상환 유도 장치가 정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또 하나는 정책 호응과 독자 전략의 균형이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발맞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농협금융의 포용·생산금융은 정부 방침에 대한 단순한 ‘화답’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협이 가장 잘 아는 농업, 농촌, 지역경제, 서민금융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포용금융이 비용이 아니라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농협금융은 이미 2012년 금융지주 출범 이후 은행·증권·보험·캐피탈·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제 다음 과제는 외형 확장이 아니라 금융의 방향 전환이다. 고령화와 지방소멸, 자영업 위기, 농업의 산업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농협금융이 어디에 자금을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농협의 이번 포용금융 확대는 그래서 단순한 취약계층 지원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장기연체채권 8876억원 소각·감면은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는 일이다. 5년간 15조3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 공급은 현재의 금융 안전망을 넓히는 일이다. 여기에 생산적금융을 결합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농협금융의 역사는 농업과 지역에서 시작됐다. 앞으로의 경쟁력도 그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생산적금융 기조는 농협금융에 부담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금융의 공공성을 요구받는 압박이지만, 농협의 정체성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채무조정은 재기로 이어져야 하고 서민금융은 자립으로 연결돼야 하며, 생산적금융은 산업과 일자리로 증명돼야 한다”며 “농협이 농업금융의 DNA를 바탕으로 포용과 생산의 두 축을 제대로 세운다면 농협금융은 단순한 5대 금융그룹의 한 축을 넘어 지역경제와 미래 산업을 잇는 독자적 금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6-15 13: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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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갈등 아닌 '사회적 대타협'의 지혜 모을 때다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역대급 초호황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물결을 타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 ‘달콤한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려던 사회연대임금 긴급토론회마저 연기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숙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초과이익 환원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오늘날 반도체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 성과는 국가의 막대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투자, 전력·용수 등 사회기반시설 지원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헌신이 결합된 결과물인 만큼, 이익의 일부를 산업 생태계와 사회 전체로 환원해 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우려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중국, 대만, 일본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장이다. 수십조 원 단위의 선제적 투자가 멈추는 순간 도태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정부가 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흔들고 미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이념 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 과거 대기업들이 내놓았던 수많은 상생기금이나 사회공헌 사업이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치며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는 '면죄부'로 전락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선의나 정부의 강제적 개입 모두 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원청과 협력업체, 노사와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동시에,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강화, 공정한 조세 체계 확립, 직업훈련 및 산업 전환 지원 등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해법을 함께 도출해야 한다. 초과이익은 기업의 미래 투자,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 지금의 논쟁이 소모적 갈등으로 끝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논의를 성장과 분배, 경쟁력과 상생이 공존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지혜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세계적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06 13: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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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갈등 아닌 '사회적 대타협'의 지혜 모을 때다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역대급 초호황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물결을 타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 ‘달콤한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려던 사회연대임금 긴급토론회마저 연기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숙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초과이익 환원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오늘날 반도체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 성과는 국가의 막대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투자, 전력·용수 등 사회기반시설 지원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헌신이 결합된 결과물인 만큼, 이익의 일부를 산업 생태계와 사회 전체로 환원해 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우려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중국, 대만, 일본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장이다. 수십조 원 단위의 선제적 투자가 멈추는 순간 도태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정부가 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흔들고 미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이념 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 과거 대기업들이 내놓았던 수많은 상생기금이나 사회공헌 사업이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치며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는 '면죄부'로 전락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선의나 정부의 강제적 개입 모두 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원청과 협력업체, 노사와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동시에,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강화, 공정한 조세 체계 확립, 직업훈련 및 산업 전환 지원 등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해법을 함께 도출해야 한다. 초과이익은 기업의 미래 투자,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 지금의 논쟁이 소모적 갈등으로 끝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논의를 성장과 분배, 경쟁력과 상생이 공존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지혜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세계적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05 07: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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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대구의 경고음…'보수 결집력' 숙제
[경제일보]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근소한 우세 흐름을 보였지만 선거 전체 판세에서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었다. 서울은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으로 흘렀고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8년 만의 시장직 탈환을 눈앞에 뒀다. 대구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지만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1%포인트 안팎의 경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의 핵심 기반에서도 압도적 결집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6·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 ‘영남 방어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전국 확장에는 한계를 드러낸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후보가 우위를 지키며 TK 방어선의 한 축을 세웠고 대구에서는 추경호 후보가 김부겸 후보를 눌렀다. 경남에서도 개표 중반 이후 박완수 후보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의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보수 정당의 전국 경쟁력에는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구는 이겼지만 안심하기 어려웠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대구다. 대구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가장 안정적으로 기대 온 정치 기반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막판까지 추경호 후보와 접전 구도를 만들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추 후보 49.9%, 김 후보 49.1%로 두 후보 간 격차가 0.8%포인트에 불과했다. 실제 개표에서는 추 후보가 승리했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대구에서 이 정도 접전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구 접전은 후보 개인 간 승부로만 보기 어렵다. 지역경제 침체, 청년 유출, 산업 전환 지연, 수도권 집중에 대한 피로감이 기존 정당 지지와 별개로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보수 지지층의 막판 결집은 여전히 작동했지만 과거처럼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이 대구에서 이겼더라도 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는 “왜 보수 텃밭에서 이토록 접전이 됐느냐”는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부겸 후보의 선전도 국민의힘에는 부담이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오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승리하지 못했더라도 보수 핵심 지역에서 막판까지 승부를 끌고 간 것은 민주당의 장기 확장 전략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는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인물 경쟁력과 지역 현안 대응력이 보수 성향의 고정표만큼 중요해졌다는 신호다. ◆ 경북은 방어, 경남은 마지막까지 접전 경북은 국민의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방어한 지역이다. 이철우 후보의 우세는 TK 전체가 완전히 흔들린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경북의 방어가 국민의힘 전체 성적표를 덮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북 승리는 전통 지지층 유지의 의미를 갖지만 수도권과 부울경에서 드러난 확장력 약화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경남은 국민의힘이 마지막까지 방어를 시도한 핵심 지역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와 달리 개표 중반 이후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표차가 크지 않은 만큼 경남을 일방적인 보수 우세 지역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창원과 김해·양산권, 서부경남의 표심은 지역별로 다른 성격을 보였고 산업과 일자리, 청년 문제에 대한 민심도 선거 과정에서 강하게 드러났다. 결국 국민의힘의 문제는 방어선 자체가 아니라 방어선 밖의 선거다.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접전을 벌였더라도 서울에서 초접전을 허용하고 부산을 내준 상황이라면 전국 선거에서 우위를 말하기 어렵다. 선거는 어느 지역을 지켰는지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어디에서 얼마나 잃었고 어느 유권자층을 설득하지 못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 부산 탈환·서울 초접전…보수 확장력의 한계 부산의 결과는 국민의힘에 가장 큰 충격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3선에 도전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당선이 확실시되며 민주당의 부산시장직 탈환을 눈앞에 뒀다. 부산은 보수 정당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 온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 요구가 더 크게 작용했다. 부산 선거에서는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 재편, 청년 유출, 지역경제 회복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권자들이 정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보다 생활 현안과 도시의 미래 전략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부산 패배를 후보 경쟁력 문제로만 돌리기 어렵다. 부울경 전체에서 보수 정당의 지역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 초접전도 부담이다. 서울은 전국 민심의 방향을 가늠하는 정치적 지표다.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확실한 우위를 만들지 못하고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을 허용했다면 중도층 회복에 한계를 보였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강남권 등 기존 지지 기반만으로는 서울 전체를 장악하기 어렵고 청년층, 무당층, 중도층을 설득할 정책 메시지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울산 흐름도 국민의힘에는 가볍지 않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 민주당 후보 우세가 예측되면서 국민의힘의 부울경 방어 전략에는 부담이 커졌다. 부산과 울산의 변화는 영남권 안에서도 산업도시와 항만도시, 청년층이 많은 지역의 표심이 기존 정치 지형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지도부 책임론과 쇄신 논의 불가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선거 이후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선거 기간 보수 결집과 정권 견제론을 앞세웠지만 수도권과 부울경의 중도 표심을 충분히 끌어오지 못했다. 대구·경북 방어선은 지켰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고 대구마저 접전 양상을 보였다면 지도부의 선거 전략, 공천, 메시지 관리, 중도층 대응이 모두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의 기존 공식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보수층 결집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국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대구에서는 가까스로 결집이 작동했지만 서울과 부산에서는 중도층 설득력이 더 중요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방어 논리만 앞세운다면 선거 후폭풍을 줄이기 어렵다. 인물 경쟁력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등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지역 현안과 행정 경험, 세대 교체론을 결합한 선거 전략을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 지지층 결집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새로운 유권자층을 끌어오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가 접전을 만든 것도 인물 경쟁력이 지역의 고정 지지 구도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 보수 결집만으로는 부족해졌다 국민의힘이 받아든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보수 결집력의 회복이다. 대구에서 막판 결집이 작동했지만 과거와 같은 압도적 지지는 아니었다. 둘째는 중도층 확장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밀리거나 접전을 허용한 것은 중도층 설득력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셋째는 지역 의존 탈피다. TK와 경남을 지키는 것만으로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에는 정권 안정론을 뒷받침할 정치적 동력이 생겼다. 수도권과 부산에서 성과를 냈고 대구에서도 접전 구도를 만든 만큼 이재명 정부는 지방 권력 재편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낼 명분을 얻게 된다. 특히 부산 탈환과 서울 초접전, 대구 접전은 민주당이 영남과 수도권에서 동시에 확장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선거 이후가 더 어려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근소한 우세 흐름을 보였지만 전국 판세에서 밀렸다면 지도부 쇄신론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당내에서는 선거 책임을 둘러싼 공방과 함께 당 노선, 인물 교체, 지역 전략 재정비 요구가 동시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당이 더 이상 영남 결집만으로 전국 선거를 버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대구와 경북을 지켰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밀렸고 대구에서도 예상 밖 접전을 치렀다. 영남 방어선은 남았지만 전국 정당으로서의 확장력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선거 이후 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인물 교체, 지역 전략 재정비, 중도층 회복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가 남긴 메시지는 한 가지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다음 선거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6-06-04 08: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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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 흐름 속 대구는 재역전…서울·부산 우세, 평택을은 끝까지 안갯속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가 자정을 넘기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4일 0시45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흐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우세한 흐름이다. 시·도지사 16곳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다수 지역에서 1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경북과 경남에 이어 대구에서도 재역전 흐름을 만들며 영남 방어선 사수에 나서고 있다. 개표 초반부터 민주당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강원·충청권 일부와 호남·제주에서 앞서가며 ‘전국 정당’ 구도를 다시 확인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경북에서 우위를 유지했고, 경남과 대구에서는 개표가 진행될수록 보수 결집세가 반영되며 접전 또는 역전 흐름을 만들고 있다. 특히 대구는 개표 초반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개표율 44.86% 시점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50.02%로 김 후보 48.93%를 앞서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수도권 3곳 민주 우세…서울 정원오, 경기 추미애, 인천 박찬대 선두 가장 상징성이 큰 곳은 서울이다. 4일 0시45분 개표 흐름에서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60%대 득표율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서울시장 선거는 개표율 29.19%에서 정 후보 60.00%, 오 후보 37.43%였다.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개표율 41.38%에서 추 후보는 55.02%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흐름을 보였고, 양 후보는 39.46%에 그쳤다. 인천시장 선거도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흐름이다. 서울의 의미는 단순한 광역단체장 1곳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서울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이자 중도층의 방향을 보여주는 정치 지표다. 정 후보의 우세가 최종 승리로 굳어진다면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수도권 민심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 부산 민주 우세, 대구는 추경호 재역전…영남 민심은 ‘균열과 결집’ 동시 표출 부산과 대구의 흐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 지역은 선거 전부터 보수 결집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혔다. 개표 초반에는 민주당 후보들이 부산과 대구에서 모두 앞서며 영남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개표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부겸 민주당 후보를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개표율 60.94% 시점에서 전 후보는 52.02%, 박 후보는 46.44%를 기록했다. 부산은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 재편, 청년 유출 문제가 선거 내내 핵심 쟁점이었다. 전 후보의 우세가 유지된다면 부산 유권자가 보수 정당의 안정론보다 변화론과 지역경제 재설계론에 더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대구시장 선거는 개표 중반 최대 접전지로 바뀌었다. 앞서 개표율 41.91%에서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49.56%,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49.39%로 불과 0.17%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이후 개표가 더 진행되면서 추 후보가 재역전했다. 개표율 44.86% 시점에서 추 후보는 50.02%, 김 후보는 48.93%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09%포인트에 불과하다. 대구의 재역전은 이번 선거의 영남 민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김 후보가 대구에서 5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민주당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대목이다. 동시에 추 후보가 개표 중반 재역전에 성공한 것은 TK 보수층의 막판 결집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구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아성의 균열’과 ‘전통 지지층의 재결집’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대구는 단순히 국민의힘이 지키느냐, 민주당이 뚫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 침체, 청년 유출, 산업 전환 지연에 대한 불만이 기존 정치 구도에 균열을 냈고, 동시에 보수층은 막판 결집으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대구는 이번 선거 이후 양당 모두가 가장 깊이 들여다봐야 할 전략 지역이 됐다. 경남도 끝까지 봐야 한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개표율 50.25% 시점에서 박 후보는 51.90%, 김 후보는 48.09%다. 이후 개표가 진행되면서 창원권, 김해·양산권, 서부경남 표심이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마지막 투표함까지 확인해야 하는 핵심 접전지로 남았다. 재보선도 민주 우위…부산 북갑·평택을은 마지막까지 변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대체로 민주당 우세 흐름이지만, 일부 지역은 막판까지 예단하기 어렵다. 부산 북갑, 충남 공주·부여·청양, 울산 남갑, 경기 하남갑 등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는 흐름이 보이고 있다. 부산 북갑은 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대결 구도가 선거 내내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3일 오후 9시20분 기준 부산 북갑은 개표율 5.06%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53.96%,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8.35%,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7.68%를 기록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하 후보 42.6%, 한 후보 41.6%, 박 후보 15.8%로 나타나 두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에 불과했다. 경기 평택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변수 지역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31.1%,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30.6%, 김용남 민주당 후보 30.3%로 세 후보 간 격차가 모두 1%포인트 미만이었다. 초반 개표에서는 후보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권 안정론’에 힘 실린 개표 흐름…국민의힘은 영남 방어선 사수 여부가 관건 이번 선거의 1차 의미는 ‘정권 안정론’의 우세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다수 지역과 재보선 상당수에서 앞서는 흐름이 유지된다면, 유권자는 정권 출범 이후 첫 전국 선거에서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여당의 국정 안정론에 더 무게를 둔 셈이 된다. 특히 서울과 부산 등 상징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 것은 여권에 강한 국정 추진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대구의 재역전은 국민의힘에 최소한의 반격 명분을 제공한다. 추경호 후보가 개표율 44.86% 시점에서 김부겸 후보를 1.09%포인트 차로 앞선 것은 TK 보수층이 막판에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경북의 확실한 우세, 대구의 재역전, 경남의 초박빙 흐름을 묶어 영남 방어선을 지키는 것이 선거 후폭풍을 줄이는 최소 조건이 됐다. 국민의힘에는 여전히 뼈아픈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충청권, 부산 등에서 밀리는 흐름이 굳어진다면 지도부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수도권과 중도층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특히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대구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50%에 육박한 것은 보수 정당의 지역 기반 전략과 세대 확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호다. 다만 최종 판세는 아직 ‘확정’보다 ‘윤곽’에 가깝다. 서울은 강남권 개표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선관위 설명, 대구는 후반 개표 흐름, 경남은 막판 표차, 평택을과 부산 북갑은 재보선 특유의 낮은 표본·작은 표차가 변수다. 개표율이 더 올라가면 초반 흐름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접전지는 마지막 투표함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교체 여부를 넘어 향후 정국 주도권을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민주당이 현재 흐름대로 압승에 가까운 결과를 얻는다면 이재명 정부의 개혁·경제정책 추진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도부 쇄신, 중도층 회복, 영남 의존 탈피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대구의 재역전은 보수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김부겸 후보의 선전은 보수 아성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2026-06-04 01: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