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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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법 301조 관세, 대미 투자로 면죄부 살 수는 없다
[경제일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추가 관세 결정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았다. 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통상 현안과 대미 전략투자, 조선·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 기업의 관세 부담을 줄이고 한미 교역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 약속을 계속 확대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를 늘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수익성과 국내 산업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에 국민 자본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관세 감면을 대가로 부실 투자 위험을 떠안는다면 통상 협상이 아니라 손해 보는 거래를 한 것이다. 미국은 강제노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추가 관세를 검토해 왔다. 최종 세율과 대상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철강·배터리·기계 등 대미 수출 업종에는 큰 부담이다. 정부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업종별 피해와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대규모 대미 전략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 제약, 조선 등 미국 전략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상업성이 있는 사업을 선별하겠다고 하지만 안보와 공급망을 이유로 경제성이 낮은 사업까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미 투자 규모가 크다고 국익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현지 생산과 고용은 늘어난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발주가 줄면 한국의 산업 기반과 일자리는 약해질 수 있다. 대기업 생산시설 하나가 해외로 이동하면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대미 투자 사업별 예상 수익과 회수 기간, 미국 측 분담 비율, 정부 보증과 정책금융 규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손실을 부담하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전략적 필요’나 ‘동맹 강화’라는 추상적인 명분만으로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투자 심사도 정부 부처의 재량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산업·금융·통상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심사체계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 보증이나 정책금융이 투입되는 사업은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후 수익률과 국내 고용 효과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에는 국내 산업을 지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미국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더라도 핵심 연구개발과 설계, 소재·부품 생산은 국내에 남겨야 한다. 해외 공장과 국내 협력업체 간 장기 공급계약을 유도하고, 대기업이 국내 인력 양성과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전환에도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도 기존 합의의 예측 가능성과 상호성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이 대규모 투자와 조선·에너지 협력을 약속한 뒤에도 새로운 조사와 관세가 반복된다면 안정적인 교역 질서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맹은 한쪽이 관세를 위협하고 다른 쪽이 투자를 내놓는 관계가 아니다. <손자병법>에는 “먼저 이길 수 있는 형세를 갖춘 뒤 싸움을 구한다”는 뜻의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 나온다. 통상 협상도 마찬가지다. 관세 결정이 임박한 뒤 투자 약속을 서둘러 내놓을 것이 아니라 업종별 피해와 대응 수단, 투자 원칙과 손실 방지 장치를 먼저 갖춰야 한다. 통상 협상의 목적은 관세율을 몇 퍼센트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협력업체, 일자리를 지키고 국민 자본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정부는 대미 투자를 관세 면제권을 사기 위한 백지수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관세는 협상할 수 있지만 국민의 세금과 산업 기반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26-07-23 1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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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대미 투자 '시동'…한미, 조선·원전·LNG 프로젝트 본격 협의
[경제일보] 한미 양국 정부가 3500억달러, 우리 돈 약 523조원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이행을 위한 고위급 협의에 본격 착수했다. 조선,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등 산업·에너지 분야가 핵심 협력 축으로 떠오른 가운데, 첫 투자 사업은 오는 6월 대미투자특별법 발효 이후 구체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장관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및 양국 산업·통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장관은 8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이후 한국 측 후속 법령 제정과 추진 체계 구축 상황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양측은 조선·에너지 등 상호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그동안 논의해온 프로젝트 구상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추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의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가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이 합의에 따라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특별법 발효 전까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정비하고, 미국 측과 투자 후보 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첫 투자 사업인 이른바 ‘1호 프로젝트’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한 뒤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LNG 수출 터미널 건설 사업과 신규 원전 건설 등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에너지 프로젝트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한국 기업의 기술·시공 역량이 맞물릴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조선 분야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는 이번 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를 통해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한미 조선협력센터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 정책 동향 공유, 양국 기업 간 협력 지원을 맡는다.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개선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2028년까지 추진되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참여한다. 올해 예산은 66억원 규모다. 조선은 이번 대미 투자 구상의 핵심 분야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가 조선 분야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재건과 해양 안보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해양플랜트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조선 협력은 단순한 산업 협력을 넘어 공급망·안보 협력 성격까지 띠고 있다. 김 장관은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 OMB 국장과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이 추진 중인 ‘마스가’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프로젝트로, 미국 내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한국의 투자와 기술 협력을 결합하는 구상이다. 에너지 분야 협의도 이어졌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협력 진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원전은 한미 양국 모두 전략적 이해가 큰 분야다. 미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고 있고, 한국은 원전 설계·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김 장관은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아웃리치 활동도 병행했다. 대표적 지한파 의원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테네시주 연방 상원의원과 화상 면담을 진행해 원전 협력과 디지털 이슈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원전 등 상호 관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디지털 이슈 등에 대한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선언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대규모 투자 합의를 통해 산업·에너지 협력의 큰 틀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그 틀 안에서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기관이 투자하고 협력할지를 조율하는 단계로 들어선 셈이다. 다만 실제 프로젝트 추진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3500억달러라는 투자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재원 조달 구조, 투자 수익성, 한국 기업의 참여 방식, 미국 내 인허가 절차, 현지 정치 변수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조선과 원전, LNG 인프라 사업은 장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해 초기 협의 이후에도 세부 조건 조율이 중요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 확대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갖는다. 미국 시장에서 산업 기반을 넓히고 에너지·조선·원전 분야의 협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막대한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향할 경우 국내 산업 투자와의 균형, 기업 부담,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향후 미국 측과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지속하면서 한미 산업·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통상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는 한미 경제협력이 기존의 교역 중심에서 투자·산업·에너지 안보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가 조선·원전·LNG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경우, 한미 경제동맹의 무게중심은 단순한 수출입 관계를 넘어 전략산업 공동 구축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026-05-10 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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