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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공항 피격이 울린 경고음…에너지 안보가 곧 국익이다
[경제일보] 중동의 불길이 세계 경제의 급소를 겨누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관문인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운항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석유 시설과 주요 해상 수송로까지 위협받으면서 지역의 안보 불안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커지고 있다. 민간 항공 인프라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에너지 생산과 수송의 핵심 거점 역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또 하나의 국지적 무력 충돌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중동의 안보 불안이 국제유가의 변동성과 해상 운임, 보험료 상승 압력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력으로 민간 시설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국제사회는 민간인의 안전과 국제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규탄 성명만으로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는 출렁이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거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 에너지 가격은 실제 수급 악화 이전부터 움직인다. 시장의 불안이 물가를 밀어 올리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며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연쇄 충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에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 기반이 취약하고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올해 들어 수입선 다변화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원유 수입의 절반을 웃돈다. 주요 해상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 지역 분쟁이 장기화하면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운송비와 생산비용을 통해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번진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까지 겹친다면 같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는 데 더 많은 원화를 지출해야 한다. 중동의 안보 위기가 우리 경제의 물가와 성장, 민생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위기가 터진 뒤 유가 동향을 살피고 임시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친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안보는 가격이 급등한 뒤 대응하는 사후 관리가 아니라 공급 차질을 가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국가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로의 위험 수준을 상시 점검하고, 비상 상황별 원유 수급 계획과 부처 간 대응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략 비축유의 규모뿐 아니라 방출 기준과 실행 절차, 실제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검해야 한다. 위기 때 꺼내 쓸 수 없는 비축유는 장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중동 의존도를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다른 산유국 등으로 도입선을 넓히고 공급 계약과 수송 경로를 분산해 특정 지역의 위기가 국가 전체의 공급 위기로 번지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와 핵심 원자재 역시 공급망 취약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전·재생에너지 등 국내 에너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일도 장기적인 대응책이다. 에너지 전환은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을 함께 따지는 현실적 원칙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 기업과 시장의 대응을 뒷받침할 정교한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등 에너지 가격과 수송 차질에 민감한 업종의 위험 노출을 점검하고,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과 자금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담합이나 부당한 가격 인상은 엄정하게 감시하되, 시장 가격을 무리하게 억누르는 방식으로 공급을 위축시켜서도 안 된다. 취약계층 지원은 대상을 명확히 하고 한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재정 부담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외교·안보 역시 경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주요 우방국과 정보 공유, 해상교통로 보호, 공급망 안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확보하고 에너지 공급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대한 정치적 구호에 매달리기보다 국제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실질적인 국익을 확보하는 실용 외교가 중요하다.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재다. 정치권도 정쟁을 멈추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초당적 과제로 다뤄야 한다. 비축 시설과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효율 투자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위기가 잠잠해지면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정부는 위기 때마다 국민에게 절약을 호소하기에 앞서 얼마나 치밀하게 대비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리야드 공항을 둘러싼 위기는 중동의 불안이 언제든 한국의 공장과 물류망, 국민의 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에너지 안보를 시장에만 맡길 수도, 정치적 구호로 해결할 수도 없다. 정부는 비축과 다변화, 외교와 산업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능력이 곧 경제의 경쟁력이고,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국가의 실력이다. 위기가 닥친 뒤 허둥대는 나라와 위기를 예상하고 대비한 나라의 차이는 평상시의 준비에서 결정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이 아니라 실행이고,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안보 체계다.
2026-10-13 1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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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물가 2.9%로 다시 2%대…유가·가공식품·IT기기 '불씨' 여전
[경제일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를 기록하며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휴대전화 요금 감면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석유류와 가공식품, 컴퓨터·휴대전화 등 내구재 가격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워 물가 불안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0.4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3.1%, 6월 3.2%까지 높아졌다가 7월 2.8%로 낮아졌고 8월 3.1%로 반등한 뒤 9월 다시 2%대로 내려왔다. 표면적인 상승률 하락에는 통신비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한시적인 휴대전화 요금 감면으로 비교 대상이 낮아지면서 올해 8월 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뛰어 보였던 효과가 9월에는 사라졌다. 국가데이터처는 해당 영향을 제외하면 8월 물가 상승률이 약 2.5%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9월 2.9%를 단순히 전월보다 물가 압력이 낮아진 것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서비스 가격의 오름폭은 둔화됐다. 공공서비스 상승률이 8월 6.5%에서 9월 1.5%로 크게 낮아지면서 전체 서비스 물가도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개인서비스는 3.5% 올랐고 이 가운데 외식은 2.5%, 외식 이외 개인서비스는 4.3%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는 13.4%, 해외단체여행비는 19.3% 올랐다. 반면 상품 쪽에서는 상승 압력이 커졌다. 공업제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라 전체 물가를 1.38%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석유류가 14.8%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0.56%포인트 높였다. 경유는 20.0%, 등유는 19.5%, 휘발유는 11.8%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통해 국제유가 상승분의 국내 전가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최고가격제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6%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했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상승률이 3.5%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는 정책 효과를 반영한 정부 추정치다. 가공식품 가격도 다시 꿈틀거렸다. 가공식품 물가는 2.1% 올라 8월 1.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빵과 즉석식품, 냉동식품 등의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추석 할인행사가 실제 판매가격 상승을 일부 누그러뜨렸지만 원가 인상 압력 자체는 남아 있는 셈이다. 전자제품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랐다. 컴퓨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4%, 휴대전화기는 8.3% 뛰었다. 반도체·전자부품 가격 상승과 신제품 출시 등이 영향을 미쳤다. 내구재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과 함께 근원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전월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8% 올라 8월 3.4%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도 3.1%에서 2.7%로 내려왔다. 다만 두 지표 모두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농축수산물은 전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보다 0.3% 하락했고 농산물은 4.0% 떨어졌다. 추석을 앞둔 과일 출하 증가와 정부 할인 지원 등이 영향을 줬다. 신선식품지수도 3.3% 하락했다. 반면 축산물은 3.7%, 수산물은 4.5% 상승했다.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는 각각 6.6%, 7.2% 올랐고 고등어 8.6%, 갈치 12.9% 등 일부 먹거리 가격은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산출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는 낮았지만 석유류와 축·수산물, 여행·보험 등 일부 생활밀착형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체감 부담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향후 물가의 최대 변수는 국제유가와 원가 상승의 파급 정도가 될 전망이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석유류뿐 아니라 운송비와 항공료, 제조원가를 거쳐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가공식품과 전자제품 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한국은행 역시 물가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 3.00%로 운용하고 있다.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해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9월 물가는 ‘2%대 복귀’와 ‘상방 압력 지속’이 동시에 나타난 지표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통신비 기저효과와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전체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석유류와 공업제품,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는 오히려 강해졌다”며 “연말 물가가 안정 흐름을 이어갈지는 국제유가와 환율, 기업들의 원가 전가 속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6-10-02 10: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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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미중회담,이번주 유엔총회에 세계 정상외교 '슈퍼위크'
[경제일보] 이란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 고유가와 미중 패권 경쟁이 맞물린 가운데 세계 정상들이 미국에 집결한다. 뉴욕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이어 워싱턴DC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22일(현지시간) 시작된다. 첫날 연단에 오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재확인하고 이란전쟁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이란전쟁 출구 제시할까 최대 관심사는 7개월째 이어지는 이란전쟁의 출구전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원유 공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왔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에서도 긴장이 커지면서 세계 물가와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쟁이 종결 국면으로 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정상들과도 만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등 이란 핵심 대표단의 유엔총회 참석을 허용했다. 다만 이동 범위를 유엔본부와 이란대표부, 공항 등으로 제한했다. 23일로 예정된 페제시키안 대통령 연설에서 미국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재개 메시지를 보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면 교착 상태인 북미 관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쿠바·베네수엘라 등 우호국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주장할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지가 관심이다. ◆ 트럼프, 공항서 시진핑 직접 영접 외교 무대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옮겨간다. 시 주석은 23일 미국을 방문하고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백악관 방문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맞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정상 영접 관례를 넘어선 예우로, 무역과 기술 협상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백악관 국빈 만찬에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경영진도 초청됐다. 회담의 핵심은 11월 만료되는 ‘무역 휴전’ 연장이다. 미국은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 확대를, 중국에는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 안정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비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와 첨단기술 수출통제 완화를 원하고 있다. 대만 문제와 이란전쟁, 북미 대화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기술 패권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군사적 오판이나 통제 불능의 위험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지가 관심이다. 이번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는 공동성명의 표현보다 실제 합의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란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틀과 미중 무역 휴전 연장, 희토류 공급 안정, AI 대화 채널 구축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결과를 내놓느냐가 향후 국제정세와 세계 경제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9-20 0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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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美 영토 선언"…이란 반발 속 유가·해상교통 긴장 고조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법상 영유권 주장이라기보다 미군의 해상 봉쇄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뉴욕주 롱아일랜드 연설에서 “이란을 완전히 패배시킨 뒤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가 그곳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어떤 배도 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 수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이후 해협 봉쇄를 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봉쇄와 제재가 해협 폐쇄의 원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핵무기 허용 못 해”…이란 “해협은 이란 통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과의 군사 충돌에 대해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다”며 “내가 원했던 것보다 군대를 조금 더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괜찮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도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경제 조치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폐 여부는 이란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바시즈 민병대의 호세인 타엡 신임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통제와 관리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 당국도 선박이 이란의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양측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은 해상 봉쇄와 군사력을 근거로 실질적 통제권을 강조하고 있고, 이란은 지리적·군사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국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용 압박 카드이자 국내 여론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협 통항 급감…유조선 피격에 긴장 확산 실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업체 자료를 인용해 최근 해협 통과 선박 수가 하루 8척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쟁 전 하루 130~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해상 물류가 마비에 가까운 수준으로 위축된 셈이다. 긴장은 유조선 공격으로도 번지고 있다. AP통신은 14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ADNOC이 운항하는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UAE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배후로 지목하며 “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보이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더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해협 재개방을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 ◆국제유가 다시 상승…세계 경제 부담 커져 호르무즈 리스크는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8.5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40달러로 각각 1달러 이상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주간 기준 상승세를 보였다. 유조선 공격과 미·이란 협상 교착, 러시아 수출 터미널에 대한 드론 공격 등이 겹치며 공급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도 의식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조금 더 높은 휘발유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장기전과 유가 상승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수입국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통로다.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운송비 상승과 공급선 전환 압박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일부 아시아 구매자들이 러시아산이나 미국산 원유로 대체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 교착…유럽 외교 채널도 가동 외교적 해법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오스트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과 접촉하며 외교 채널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국가이고, 그리스는 해운 이해관계가 큰 국가라는 점에서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역할이 거론된다. 다만 이란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포기와 해협 재개방, 지역 내 친이란 세력의 공격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미국 영토’ 발언이 실제 영토 편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군사적 봉쇄 장기화와 추가 제재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수사가 시장과 군사 현장에서 실제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국제정세 전문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목줄과 같은 곳”이라며 “미국과 이란이 통제권을 두고 정면 충돌할수록 유가, 해운, 보험료,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압박용인지 실제 봉쇄 장기화 신호인지가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2026-08-15 09: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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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값 뛰자 7월 수출물가 49.1%↑…교역조건도 24.7% 개선
[경제일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물가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뛰었다. 반면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으로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떨어졌다. 수출가격 상승폭이 수입가격을 크게 웃돌면서 교역조건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6년 7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1.0%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49.1%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0%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18.7%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전월보다 강세를 나타냈음에도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 가격 상승세가 환율 하락 영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497.43원으로 6월 1527.30원보다 2.0%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8.9% 높은 수준이다. 수출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였다. 이 품목의 수출물가는 6월보다 4.8% 상승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22.3% 뛰었다. 세부 품목에서는 D램의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D램 수출가격은 전월 대비 6.6%, 전년 동월 대비 270.3% 급등했다. 컴퓨터기억장치 역시 한 달 전보다 17.6% 올랐고 플래시메모리는 1년 전보다 248.1% 상승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도 전월 대비 4.8% 올랐다. 나프타가 6.2%, 경유가 11.2%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나프타는 76.2%, 경유는 71.3%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일부 품목은 가격이 내렸다. 농림수산품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1.7% 하락했고, 공산품 가운데 화학제품은 3.8%, 1차금속제품은 3.9% 떨어졌다. 운송장비도 1.9%, 전기장비는 1.2% 하락했다. 화학제품 가운데 폴리프로필렌수지는 전월 대비 5.9%, 프로필렌은 13.2% 각각 떨어졌고 1차금속제품에서는 은괴 가격이 14.0% 하락했다. 계약통화 기준으로 보면 7월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3.0%, 전년 동월보다 37.8%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국제유가와 환율 하락 영향으로 전월 대비 내림세를 보였다. 7월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76.75달러로 6월 79.45달러보다 3.4% 하락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8.3% 높은 수준이다. 용도별로는 원재료 수입물가가 전월보다 0.8% 상승했다. 원유 가격은 떨어졌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천연가스 수입가격은 한 달 새 24.8% 올랐고 원유는 4.8% 하락했다. 중간재는 석탄 및 석유제품과 1차금속제품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2.2% 하락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 가운데 프로판가스가 25.2%, 벙커C유가 7.8% 떨어졌다. 1차금속제품에서는 알루미늄정련품이 8.4% 하락했고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운데 시스템반도체도 9.9% 내렸다.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물가는 각각 전월 대비 1.8%, 0.1% 하락했다.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0.9%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4% 올랐다. 가격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증가했다. 7월 수출물량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0%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운송장비 등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25.2% 늘었다. 기계 및 장비는 10.5%, 운송장비는 6.9%, 전기장비는 4.9% 증가했다. 반면 석탄 및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9.3%, 농림수산품은 5.4% 각각 감소했다. 가격 상승과 물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4.2% 급등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금액지수는 154.2% 상승해 전체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수입물량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14.7% 상승했다. 광산품 수입물량이 27.8% 늘었고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31.4%, 기계 및 장비는 30.7% 증가했다. 전기장비도 15.5% 늘었다. 반면 석탄 및 석유제품 수입물량은 23.3%, 운송장비는 10.4% 감소했다. 수입금액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8% 상승했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교역조건도 개선됐다. 7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7% 상승했다. 수출가격이 36.8% 오른 반면 수입가격은 9.7%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품 한 단위의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기준시점과 비교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6.9% 하락했다. 수출물량까지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7% 상승했다. 순상품교역조건이 24.7% 개선된 데다 수출물량도 20.0% 늘어난 결과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2026-08-14 07:5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