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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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만으론 부족하다"…유통업계, '브랜드 경험' 디자인
[경제일보] 좋은 제품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시대다. 유통업계는 디자인과 리브랜딩, 공간 연출, 브랜드 축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감성까지 전달하는 '브랜드 경험'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감성과 경험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험을 공유하고 브랜드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에 더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에 이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2관왕에 올랐다. 수상작인 '소비뇽레몬블랑하이볼'은 원물 사진을 강조하던 기존 주류 패키지와 달리 곡선과 여백만으로 제품의 특징을 표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패키지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하이볼 카테고리 판매 1위에 올랐으며 누적 판매량도 200만 캔을 넘어섰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부문장은 "디자인은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GS25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서는 디자인을 브랜드 경험 전반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한우 전문점 창고43은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창고43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뿐 아니라 공간 디자인과 패키지, 메뉴북, 테이블웨어, 고객 동선까지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연결했다. 한옥 처마와 나이테에서 착안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고 공간 곳곳에 공예 작품을 배치하는 등 식사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심사에서도 시각적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공간과 서비스 접점까지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구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찬진 다이닝브랜즈그룹 디자인담당 이사는 "브랜드가 오래 쌓아온 시간을 어떻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옮길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였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머무는 모든 순간에 브랜드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감성을 전달하는 경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영국 왕실 티 브랜드 '포트넘 앤 메이슨'의 국내 론칭 9주년을 맞아 한정 기획 세트를 선보이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디카페인 얼그레이 신제품과 기프트 세트, 매장 프로모션을 통해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역사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을 모으던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도 확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월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2026 이슬라이브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음악 공연과 함께 브랜드 체험 프로그램, 신제품 시음, 다양한 먹거리 부스를 운영해 소비자가 참이슬과 테라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실제 얼리버드 티켓 1000장은 판매 시작 직후 모두 매진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관계자는 "올해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관람객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참이슬이 지향하는 깨끗함과 즐거움을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자인이 더 이상 제품의 외형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패키지와 공간, 문화 콘텐츠까지 브랜드 경험을 일관되게 설계할수록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어지고 브랜드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무게중심은 이제 제품 중심에서 브랜드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디자인과 리브랜딩, 공간,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고객 경험 설계가 소비자 접점 확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2026-08-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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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신약 '케르티올', 각질 개선 만족도 99% 外
[경제일보] JW신약은 프랑스 제약사 피에르파브르의 화장품 브랜드 듀크레이 ‘케르티올 컨센트레이트 크림’이 인플루언서 대상 설문에서 각질 개선 효과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케르티올은 각질과 건조 등 피부 고민을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저자극 포뮬러와 성분 조합을 통해 피부를 매끄럽게 가꿔준다. 끈적임 없는 사용감과 빠른 흡수력을 갖췄으며 하루 2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뷰티 매거진 ‘싱글즈’와 함께 인플루언서 100명을 대상으로 2주간 사용 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99%가 각질 개선을 체감했으며 전원이 지인 추천 의사를 밝혔다. 특히 93%는 1주일 이내 각질 완화를 느꼈고 이 중 48%는 1~3일 내 변화를 경험했다. 체감 효과로는 각질 개선(75%)이 가장 많았고 건조함 개선(52%), 피부결 개선(23%), 가려움 완화(16%) 순으로 나타났다. 사용 부위는 발뒤꿈치·팔꿈치·무릎이 73%로 가장 많았으며, 63%는 산뜻한 흡수감을 장점으로 꼽았다. JW신약 관계자는 “실사용자 평가를 통해 제품 만족도를 확인했다”며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마케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극 줄이고 개운함 높였다...동아제약, ‘듀오버스터 맥스프레시 치약’ 출시 동아제약은 구강케어 브랜드 ‘듀오버스터’가 신제품 ‘맥스프레시 치약’을 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구강 관리가 위생을 넘어 자기관리 영역으로 확장되며 기능성과 사용감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치약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자극은 줄이면서도 구취 제거와 상쾌함이 오래 지속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맥스프레시 치약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자극은 낮추고 개운함은 오래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듀오버스터의 핵심 기술인 ‘듀얼 포뮬러’를 적용해 녹색층과 흰색층의 이중 구조로 설계됐다. 녹색층에는 녹차엑스, L-멘톨, 유칼립투스 오일 등을 담아 구취 제거와 상쾌함을 강화했고 흰색층에는 카모마일 유래 성분과 비타민B6를 넣어 부드러운 사용감을 구현했다. 여기에 불소 1450ppm을 함유해 충치 예방 효과도 높였다. 듀오버스터는 지난해 ‘민트볼’ 제품으로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하며 시장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신제품을 통해 ‘듀얼’ 콘셉트를 치약으로 확장하고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강한 자극 중심의 기존 치약과 달리 편안하면서도 지속적인 상쾌함을 구현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구강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리스모, CLDN6 바인더 확보…고형암 CAR-T 확장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유펜)와의 공동 연구로 신규 고형암 표적 바인더를 확보하며 KIR-CAR 기반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베리스모는 암세포 표면 항원 클라우딘6(CLDN6)을 인식하는 바인더를 자사 KIR-CAR 플랫폼에 적용해 CLDN6 발현 고형암을 대상으로 전임상 개발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바인더는 공동창업자인 도널드 시겔 박사 연구팀이 발굴한 것으로 혈액암 CAR-T 후보물질 SynKIR-310에 이어 유펜과 협력해 확보한 두 번째 성과다. CLDN6는 다양한 암에서 발현되지만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 차세대 면역치료 표적으로 주목받는다. CAR-T, ADC, 이중특이성 항체 등에서 항종양 활성이 확인되며 임상 잠재력도 부각되고 있다. 베리스모는 CLDN6 바인더와 멀티체인 KIR-CAR 구조를 결합해 치료 지속성을 높이고 고형암에서 보다 안정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현재 SynKIR-110(고형암)과 SynKIR-310(혈액암) 임상 1상을 유펜과 MD앤더슨 등에서 진행 중이다. SynKIR-110은 AACR에서 공개된 중간 결과에서 초기 코호트 기준 안전성과 종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2026-07-21 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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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하이 WAIC서 'AI 기술자립·글로벌 질서' 동시 선언
[경제일보] 중국이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무대로 인공지능(AI) 기술 자립 성과와 글로벌 AI 질서 주도 의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서 자체 칩과 오픈소스 모델,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면에 배치하는 한편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끌어안는 별도의 국제협력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19일 중국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능 파트너,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한 ‘2026 WAIC 및 AI 글로벌 거버넌스 고위급 회의’가 지난 17일 상하이에서 개막해 20일까지 이어진다. 행사는 상하이 엑스포와 장장, 시안(웨스트번드) 등 3개 권역에서 진행된다. 전시 면적은 처음으로 10만㎡를 넘어섰으며 1100여개 기업이 3000여개 기술과 제품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300여개 제품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포럼은 140여개, 해외 참석 인사는 1400여명 규모다. ◆시진핑 “AI는 공공재”…기술 봉쇄에 정면 대응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WAIC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막식에 직접 참석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AI와 첨단기술의 교류를 제한하거나 특정 국가가 기술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중 반도체·AI 수출통제와 기술 동맹 확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오픈소스 AI를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공공재로 규정하고 기술 격차로 인해 새로운 불평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개발도상국 관계자 5000명에게 AI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아세안과 아프리카연합, 아랍연맹, 브릭스 등과 국제 AI 응용 협력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AI 기술과 인프라가 부족한 글로벌 사우스를 지원해 미국 중심의 기술 질서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개막 전날인 16일 중국 주도로 추진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에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29개국이 서명했다. WAICO는 상하이에 본부를 두고 AI 기술 협력과 역량 강화, 국제 규범 논의를 추진하는 독립적인 정부 간 기구를 지향한다. 중국이 AI 규칙과 표준을 논의하는 상설 다자기구를 출범시킴으로써 미국 주도의 기술·공급망 연대에 대응하는 별도의 축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 ‘슈퍼노드’ 첫 공개…칩 한계, 시스템으로 돌파 산업 전시장에서는 중국의 ‘AI 자립’ 전략이 구체적인 제품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어센드 AI 가속기를 기반으로 만든 대규모 AI 컴퓨팅 시스템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수천개의 어센드 프로세서를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자원처럼 작동하도록 설계한 장비다. 미국의 수출통제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일 칩의 성능 격차를 대규모 클러스터와 네트워크 기술로 보완하려는 중국식 해법이다. 화웨이는 이를 통해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자체 생태계 안에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서버 기업 수곤도 중국산 가속기 10만개를 연결한 AI 슈퍼클러스터 ‘수곤 8000’을 전시했다. 화웨이뿐 아니라 서버와 네트워크, 냉각장치,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까지 중국산 공급망으로 묶으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거대언어모델 경쟁도 한층 격화됐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는 총 2조8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공개형 AI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키미 K3는 미국 빅테크의 폐쇄형 모델과 달리 개발자가 모델 구조와 가중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의 연산장비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모델 개발과 오픈소스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AI 에이전트도 행사장의 주요 축을 이뤘다. 유니트리를 비롯한 중국 로봇 기업들은 보행과 물체 운반, 작업 협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선보였다. 중국 당국은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연간 생산량이 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 8곳 참가…“직접 보고 경쟁력 점검해야”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창업 지원기관인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가 전시 부스를 마련했으며 국내 중소기업 8곳이 참가했다. 김종문 KIC 중국 센터장은 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WAIC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기술 전시회에 직접 와서 상황을 봐야 한다”며 “세계와 중국 시장에서 자사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의 빠른 제품 개발과 공급망 경쟁력에도 주목했다. 그는 “시제품을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 테스트하려면 중국 공급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현재 개발 속도로는 중국 기업들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전시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연구개발 초기 단계의 기술부터 실제 상용 제품까지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기업 간 협업 사례도 대거 제시했다는 평가다. 과거 중국 기업들이 핵심 기술과 제품 사양 공개에 소극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술력을 외부에 알리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시장은 기회인 동시에 강력한 경쟁 공간이다. 제조 공급망과 방대한 내수시장, 빠른 실증 환경을 활용할 수 있지만 가격 경쟁과 제품 출시 속도, 현지 기업 간 협업 능력에서 밀릴 경우 한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중국의 핵심 AI 산업 규모는 지난해 1조2000억위안을 넘어섰으며 관련 기업은 6200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중국 대형 제조기업의 30% 이상이 AI를 도입했고 주요 스마트공장은 공정의 70% 이상에 AI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중국 측은 추산하고 있다. ◆‘기술 전시회’ 넘어 미·중 AI 질서 경쟁 무대로 이번 WAIC는 단순한 산업 전시회를 넘어 미·중 AI 패권 경쟁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안전한 공급망을 중심으로 동맹국을 묶는 전략을 추진한다면 중국은 오픈소스 모델과 저비용 AI 서비스, 개발도상국 역량 지원을 앞세워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여전히 미국에 뒤처져 있지만 대규모 칩 연결 기술과 데이터센터, 응용서비스, 로봇 등 ‘풀스택’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개별 제품의 최고 성능보다 자체 공급망 안에서 칩과 모델, 소프트웨어, 로봇을 연결하는 데 힘을 싣는 모습이다. 다만 WAICO가 실제 국제규범을 만드는 영향력 있는 기구로 자리 잡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참여국이 중국·러시아와 신흥국 중심으로 구성된 데다 AI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국가 통제 등 핵심 의제에 대한 국가별 입장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WAIC를 통해 기술과 산업, 외교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도 중국 AI를 단순한 추격자나 저가 경쟁자로 평가하기보다 기술 수준과 공급망, 사업화 속도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중국 기술을 무조건 경계하거나 의존하는 선택이 아니다. 활용할 공급망과 협력 분야는 찾되 반도체와 AI 모델, 데이터, 로봇 등 핵심 분야에서 독자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별적 협력’ 전략이 요구된다”며 “올해 상하이 WAIC는 중국 AI의 약점보다 중국이 그 약점을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메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6-07-19 14: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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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 던지는 '신뢰'의 청구서… 멈추는 순간, 초일류도 멈춘다
[경제일보]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미세 공정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반도체 팹(Fab)에서 ‘정지’는 단순한 일시정지가 아니다. 그것은 곧 ‘사멸’을 뜻한다. 1초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진공의 클린룸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18일간의 장기 파업’이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인 평택과 기흥 사업장에 전례 없는 정적이 예고된 것이다. 이 정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차질은 단순히 웨이퍼 몇 장을 덜 찍어내고 마는 산술적인 손실이 아니다. 이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백 개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에 가하는 거대한 충격파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뢰 자본’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는 행위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차가운 의심의 눈초리로 묻고 있다. “세계 최고의 수율과 기술력을 자랑해 온 삼성이, 과연 약속한 납기일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조직인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칼럼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내부적 노사 갈등은 경쟁국들에게 뜻밖의 호재(unexpected boon)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증명해 낸 ‘역대급 실적’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시장에 내놨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올라탄 DS(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전사의 94%에 육박한다. 노조의 요구는 바로 이 화려한 숫자에 근거하고 있다. 기본급 7% 인상, 성과급(OPI) 산정 기준의 투명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라는 주장은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받겠다’는 선명한 명분을 띠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끊임없이 비교되는 보상 체계는 이제 단순한 돈의 문제를 넘어 직원들의 자존심 문제로 번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익의 본질과 성격’을 차갑고 냉철하게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5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은 결코 현재 팹을 지키는 인력들만의 오롯한 성과물이 아니다. 이는 과거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은 경영진의 과감한 설비 투자, 밤을 지새운 연구원들의 피땀, 그리고 AI 사이클이라는 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빚어낸 종합적 결과물이다. 이를 오로지 현재 인력의 몫으로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급변하는 반도체 사이클의 겨울을 버텨낼 ‘기초 체력’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갉아먹는 위험한 근시안적 도박이 될 수 있다. 전체 직원의 70%에 달하는 9만명의 조합원.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노조는 한국 노동 운동사에 유례가 없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파업 찬성률 93%라는 압도적 수치는 사측의 일방통행식 소통과 보상 체계에 대한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미 임계점을 돌파했음을 방증한다. 다만, 이 거대 조직의 외양 뒤에는 ‘내부의 소외’라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 부문 노조가 최근 공동투쟁본부를 이탈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철저하게 DS 부문의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투쟁 방식과 보상 요구안은 결과적으로 같은 ‘파란 피’를 나눈 동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노조가 부르짖는 정의가 진정으로 보편적인 공감을 얻으려면, 그것은 특정 부문의 이익주의를 넘어 조직 전체의 상생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내부 구성원의 지지조차 온전히 결집하지 못하는 투쟁은 결국 ‘반쪽짜리 외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는 잔혹하리만치 냉정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7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삼성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인 동시에 치명적인 위기다.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삼성의 명운을 쥐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에게 납품 단가보다 수백 배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정성(Stability)’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AI 칩 공급망에서 단 한 번의 납기 지연은 고객사의 1년 단위 제품 출시 로드맵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듯, 한 번 멈춘 라인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면 다시 돌릴 수 있지만, 신뢰를 잃고 한 번 떠난 고객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라인이 노사 갈등으로 휘청이는 그 짧은 찰나, 대만의 TSMC나 미국의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안정적 공급망’이라는 무기를 들고 하이에나처럼 삼성의 고객을 가로챌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최근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복합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경영진 역시 ‘파업은 합법적 권리’라는 원론적이고 방어적인 태도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이 사태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 나아가 국가 경제 펀더멘털에 미칠 파급력을 직시하고 전향적인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자의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성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자유와 권리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 무게가 뒤따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단순한 일개 사기업이 아니다. 수천 개의 중소 협력업체와 연관 산업의 생존, 그리고 국가 수출의 막대한 비중을 짊어진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8일 전면 파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는 단기적인 협상의 지렛대로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자칫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구조적 침몰로 이끄는 자폭 버튼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정글에서 노사가 다투는 사이, 경쟁국들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일류 기업의 생존과 쇠락을 가르는 마지막 보루는 결국 ‘신뢰’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며, 직원과의 약속이고, 국가 경제와의 약속이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가 벌이는 벼랑 끝 전술 속에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가치는 진리와 상식이다. ‘일한 만큼 정당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명징한 진리, 그리고 ‘기업의 둑이 무너지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터전도 흔적 없이 휩쓸려 간다’는 냉혹한 상식 말이다. 파업이 남기고 갈 가혹한 청구서는 결코 삼성전자라는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경제 전체의 문 앞을 두드릴 것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파국을 멈추고 미래를 향한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숨죽인 클린룸이 아니라, 24시간 눈부시게 회전하는 웨이퍼의 궤적 위에서만 삼성의 초격차와 대한민국 경제의 생동하는 내일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멈추는 순간, 초일류의 자격도 함께 멈춘다.
2026-05-07 16: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