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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청문회가 또 부동산 검증장 됐다…정책능력은 언제 묻나
[경제일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것은 북한 핵도 전시작전통제권도 아니었다. 집과 상가였다. 16일 강신철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은 서울 천왕동 철거민 특별공급과 장남의 7억원대 상가 매입, 재산신고 누락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강 후보자는 특별공급은 정상적인 보상이었고 장남 상가를 신고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시간을 공방으로 보냈다. 검증할 사안이다.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부동산을 어떤 방법으로 취득했는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특혜를 받은 것은 없는지, 재산을 빠뜨리지 않고 신고했는지는 따져야 한다. 국방부 장관이라고 예외일 이유도 없다. 다만 청문회는 거기서 끝날 수 없다. 국방부 장관에게 맡길 것은 7억원짜리 상가가 아니라 군과 국방예산이다. 북한 핵·미사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작권 전환을 어떻게 볼지, 병력 감소와 초급간부 부족을 어떻게 풀지까지 같은 강도로 물었어야 한다. 하루 전 열린 청문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17년 동안 보유한 과천 아파트에 실제 거주한 기간이 약 4개월이라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서울 홍제동 아파트를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고 보유한 문제가 따라붙었다. 당사자들의 해명과 여야의 반박이 이어졌고 부동산은 두 청문회의 중심 쟁점이 됐다. 경제부총리라면 부동산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세금과 주택정책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후보자의 주택 보유 방식과 정책 사이에 모순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러면 경제도 그만큼 물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확장재정과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기업 투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묻는 것이 경제부총리 청문회다. 중기부 장관에게도 집을 언제 샀는지만 물을 수는 없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벤처 투자 위축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사면서 금융기관과 장모에게 돈을 빌린 과정이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토부 장관이라면 자신의 집을 어떻게 사고 보유했는지가 정책 판단과 무관할 수 없다. 그와 함께 서울 집값을 어떻게 안정시킬지, 주택 공급을 어디서 얼마나 늘릴지, 교통과 철도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도 따져야 한다. 국토부 장관 청문회가 아파트 매입 경위만 묻고 끝난다면 그것도 반쪽짜리 검증이다. 국회는 이미 17년 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09년 우리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도덕성과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공직 수행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와 비교하면서 한국은 후보자의 과거를 살피는 ‘회고적 평가’에 치우친 반면 미국은 정책과 향후 계획을 따지는 ‘전망적 평가’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후보자를 도덕성·정책능력·리더십이라는 세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17년 전 국회가 스스로 내놓은 진단이다. 당시 보고서는 의원의 질의 방식도 문제로 들었다. 주어진 발언시간 대부분을 의원이 사용하면서 후보자가 충분히 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후보자의 답보다 의원의 폭로가 앞서는 청문회가 되기 쉽다는 뜻이다. 정책을 캐묻으려면 의원도 공부해야 한다.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군 구조개편을 묻고 답변의 허점을 파고들려면 국방정책을 알아야 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성장정책을 검증하려면 숫자와 경제정책을 들여다봐야 한다. 부동산 등기부 한 장에서 시작하는 공방보다 품이 많이 든다. 재산 검증은 당연히 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나 탈세, 위장전입, 특혜, 허위 재산신고가 있다면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은 장관을 검증하는 한 항목일 뿐이다. 청문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집이 몇 채인지, 얼마에 샀는지만 알고 청문회장을 나선다면 국민은 후보자의 재산 상태는 알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장관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장관 한 사람이 움직이는 예산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고 수많은 공무원과 산하기관이 그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국방장관의 판단 하나는 안보와 군의 운용을 바꾸고 경제부총리의 판단 하나는 기업과 가계에 영향을 준다. 중기부 장관의 결정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존과도 연결된다. 장관 후보자에게 필요한 검증은 과거의 부동산 거래만이 아니라 앞으로 내릴 판단의 수준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질문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후보자가 몇 채를 가졌는지, 얼마에 샀는지, 몇 달을 살았는지는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또렷하게 남는다. 정작 그 사람이 장관이 되면 무엇을 할지는 잘 남지 않는다. 집을 어떻게 샀는지는 끝까지 캐묻는다. 나라 일을 어떻게 할지는 그만큼 묻지 않는다. 지금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빈틈은 거기에 있다.
2026-09-17 09: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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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 정책 신뢰의 문제다
[경제일보]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이 15일 국회 인사청문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부부 공동명의로 경기 과천 아파트를 보유했지만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 정부가 실수요와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할 후보자의 주택 보유 형태가 정부 정책 방향과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과천 아파트를 2009년 매입해 약 17년간 보유했지만 실제 전입해 거주한 기간은 두 차례, 모두 합쳐 4개월가량이다. 2012년 기획재정부의 세종시 이전 이후 거주지를 옮겼고 2015년부터 3년 동안은 세계은행으로 해외 파견을 나갔다. 이후에도 다른 지역에서 임차해 생활했다. 해당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현재 멸실된 상태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장기간 거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투기 주택’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이 후보자 역시 국회 서면답변에서 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투기적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리가 있다. 주택 취득 시기와 목적, 직장 이동, 가족 사정, 임대 경위 등을 살피지 않고 거주 여부 하나만으로 투기와 실수요를 가를 수는 없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평범한 1주택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경제부총리는 세제와 금융,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후보자는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시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도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낮추는 방안은 철회했지만 실거주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고, 보유기간 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 방향은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적용하려는 원칙이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 적용될 때도 같은 논리가 성립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것은 위법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후보자가 주택을 보유하면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집 한 채를 오래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흠결일 수도 없다. 오히려 직장 이동이 잦거나 지방·해외 근무를 하는 사람이 집 한 채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투기자로 취급받는다면 그것 역시 불합리하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실거주 중심’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실거주와 비거주에 세제상 차이를 둔다면 그 이유부터 분명해야 한다. 투기 억제가 목적이라면 장기 보유 1주택자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주택 보유를 같은 잣대로 다뤄서는 곤란하다. 직장 이전이나 해외 근무, 부모 봉양, 자녀 교육, 재건축처럼 실제 거주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수 있다. 실거주라는 한 가지 기준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제약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사례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비거주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국민에게도 같은 예외와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반대로 정부가 비거주 주택에 실거주 주택보다 높은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정책 책임자 역시 같은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정책의 신뢰는 말보다 일관성에서 나온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그렇다. 역대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주택 규제와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다시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실거주를 강조하면서도 공급이나 거래가 위축되면 규제를 다시 손질했다.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상황에 따라 기준이 흔들린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실제로 어떤 원칙이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본다. 경제부총리에게 요구되는 것도 같은 기준이다. 국민에게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에 그친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의 사례를 통해 현행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합리적인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논란은 오히려 정책을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5일 인사청문회도 ‘17년 보유, 4개월 거주’라는 숫자만 놓고 투기 여부를 몰아붙이는 정치공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야당은 매입 자금과 취득 목적, 임대 경위, 실제 거주하지 않은 이유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 후보자 역시 세종 이전과 해외 근무 등 불가피한 사정만 설명할 게 아니라 장기간 비거주 주택의 보유·임대 경위와 그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자신이 추진할 실거주 중심 세제에서 자신의 사례는 어떻게 취급돼야 한다고 보는지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집 한 채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집에서 사는 사람을 어떤 원칙으로 바라볼 것인가. 투기 수요인가, 실수요인가. 아니면 각각의 사정을 따져 판단할 것인가.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터 차등하면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공직자의 재산을 검증하는 이유는 집을 가진 것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다.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자신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자는 비거주 사실만으로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원칙은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정부가 실거주를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직장이나 가족 사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정책은 국민에게만 엄격하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관대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집 한 채가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요구하는 원칙을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신뢰가 생긴다.
2026-09-14 09: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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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 상식으로 돌아가자
[경제일보]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제도다. 집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금이 조금만 바뀌어도 매매와 보유, 증여와 상속 계획이 흔들린다. 그만큼 부동산 세제는 신중하고 일관되게 설계돼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보유에는 더 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주택을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에 적정한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방향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세제는 선의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세 부담이 커졌을 때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지, 오히려 거래가 잠길지 살펴야 한다. 고가 주택 보유자가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장기보유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한 고령자나 장기 임대사업자, 지방 근무자 등이 과도한 부담을 지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세제를 발표하는 데서 끝낼 것이 아니라 거래량과 매물, 임대료, 지역별 가격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집값에 따라 세율과 규제를 바꾸는 일을 반복해 왔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와 양도세를 높이고 대출을 조였다. 거래가 얼어붙으면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의 기준이 달라졌고 공제 방식도 수차례 손질됐다. 그 결과 세법은 전문가조차 해석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국민은 집을 사거나 팔 때마다 세무 상담부터 받아야 했다. 같은 주택을 보유해도 취득 시기와 지역, 보유 기간, 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 세제가 조세 원칙보다 정책 목적에 따라 누더기처럼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장 나쁜 것은 높은 세금만이 아니다. 앞으로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세율이 다소 높더라도 기준이 명확하고 장기간 유지된다면 국민은 자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집값 움직임에 따라 세금을 수시로 바꾸면 거래자는 결정을 미루고 시장은 얼어붙는다. 부동산은 공급과 수요, 금리와 유동성, 교통과 교육, 일자리와 지역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세금 하나로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접근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불안은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고, 일자리와 교육·문화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선호 지역의 주택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양도세를 높인다고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세 부담이 과도하면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증여를 선택해 거래 가능한 주택이 줄 수 있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동안 공급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격 불안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은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 과정의 세 부담이 무거운 편이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급격히 높아지면 집을 보유하기도 어렵고 처분하기도 어려운 구조가 된다. 시장의 이동성이 떨어지고 매물이 잠기면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보유에 적정한 부담을 지우는 대신 정상적인 거래를 가로막는 세금은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투기성 단기 거래에는 무거운 책임을 묻되 장기 보유자가 주거와 생애 계획에 따라 집을 옮기는 과정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세금은 시장을 봉쇄하는 장벽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인 이동을 돕는 장치가 돼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호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오랫동안 거주한 집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조세 정의와 거리가 있다. 과세 이연이나 납부 유예, 고령·장기보유 공제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라고 모두 투기 세력으로 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기 임대인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는 구분해야 한다. 주택 수만으로 선악을 나누는 과세는 시장 현실을 왜곡하고 임대 공급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세제 중심에서 종합 처방으로 전환돼야 한다.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을 합리적으로 촉진하고, 역세권과 산업 거점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인허가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실제 입주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교통망과 학교, 의료와 돌봄 시설도 주택 공급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에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대학, 문화와 의료가 함께 있는 생활권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결국 국토와 산업, 교육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금융정책도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해야 한다. 갭투자와 과도한 차입은 엄격히 관리하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의 내 집 마련 기회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소득과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지키면서도 획일적인 규제로 실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 좋은 세금은 많이 걷는 세금이 아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세금이다. 과세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고 비슷한 경제적 능력에는 비슷한 세 부담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를 바꿀 때는 충분한 예고 기간을 두고 기존 보유자의 신뢰도 보호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를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를 편 가르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조세는 특정 계층을 응징하는 수단이 아니다. 부담 능력에 따라 공공서비스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고 시장의 왜곡을 줄이는 제도다. <논어>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는 ‘정자정야(政者正也)’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도 시장을 억지로 끌어내리거나 떠받치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고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와 정책의 역할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등락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세제를 신뢰할 수 있게 했는지,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했는지, 공급과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한 성적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필요한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세금도 이 원칙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세금은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시장을 바로 세우기 위한 수단이다. 부동산도 세금도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세제와 충분한 공급, 실수요 중심의 금융정책이 함께 갈 때 국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도 가능하다.
2026-08-07 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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