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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 정책 신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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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 정책 신뢰의 문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09-14 09:18:46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이 15일 국회 인사청문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부부 공동명의로 경기 과천 아파트를 보유했지만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 정부가 실수요와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할 후보자의 주택 보유 형태가 정부 정책 방향과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과천 아파트를 2009년 매입해 약 17년간 보유했지만 실제 전입해 거주한 기간은 두 차례, 모두 합쳐 4개월가량이다. 2012년 기획재정부의 세종시 이전 이후 거주지를 옮겼고 2015년부터 3년 동안은 세계은행으로 해외 파견을 나갔다. 이후에도 다른 지역에서 임차해 생활했다. 해당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현재 멸실된 상태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장기간 거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투기 주택’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이 후보자 역시 국회 서면답변에서 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투기적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리가 있다. 주택 취득 시기와 목적, 직장 이동, 가족 사정, 임대 경위 등을 살피지 않고 거주 여부 하나만으로 투기와 실수요를 가를 수는 없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평범한 1주택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경제부총리는 세제와 금융,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후보자는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시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도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낮추는 방안은 철회했지만 실거주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고, 보유기간 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 방향은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적용하려는 원칙이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 적용될 때도 같은 논리가 성립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것은 위법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후보자가 주택을 보유하면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집 한 채를 오래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흠결일 수도 없다. 오히려 직장 이동이 잦거나 지방·해외 근무를 하는 사람이 집 한 채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투기자로 취급받는다면 그것 역시 불합리하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실거주 중심’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실거주와 비거주에 세제상 차이를 둔다면 그 이유부터 분명해야 한다. 투기 억제가 목적이라면 장기 보유 1주택자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주택 보유를 같은 잣대로 다뤄서는 곤란하다. 직장 이전이나 해외 근무, 부모 봉양, 자녀 교육, 재건축처럼 실제 거주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수 있다. 실거주라는 한 가지 기준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제약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사례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비거주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국민에게도 같은 예외와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반대로 정부가 비거주 주택에 실거주 주택보다 높은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정책 책임자 역시 같은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정책의 신뢰는 말보다 일관성에서 나온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그렇다. 역대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주택 규제와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다시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실거주를 강조하면서도 공급이나 거래가 위축되면 규제를 다시 손질했다.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상황에 따라 기준이 흔들린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실제로 어떤 원칙이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본다.
 
경제부총리에게 요구되는 것도 같은 기준이다. 국민에게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에 그친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의 사례를 통해 현행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합리적인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논란은 오히려 정책을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5일 인사청문회도 ‘17년 보유, 4개월 거주’라는 숫자만 놓고 투기 여부를 몰아붙이는 정치공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야당은 매입 자금과 취득 목적, 임대 경위, 실제 거주하지 않은 이유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 후보자 역시 세종 이전과 해외 근무 등 불가피한 사정만 설명할 게 아니라 장기간 비거주 주택의 보유·임대 경위와 그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자신이 추진할 실거주 중심 세제에서 자신의 사례는 어떻게 취급돼야 한다고 보는지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집 한 채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집에서 사는 사람을 어떤 원칙으로 바라볼 것인가.
 
투기 수요인가, 실수요인가. 아니면 각각의 사정을 따져 판단할 것인가.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터 차등하면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공직자의 재산을 검증하는 이유는 집을 가진 것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다.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자신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자는 비거주 사실만으로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원칙은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정부가 실거주를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직장이나 가족 사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정책은 국민에게만 엄격하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관대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집 한 채가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요구하는 원칙을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신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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