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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공방, 검찰도 경찰도 아닌 국민을 보라
[경제일보] 수사는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다. 확보하지 못한 영상 하나,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한 명, 잘못 해석한 진술 한 줄이 사건의 결론을 바꾼다.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 수사를 교정할 최소한의 권한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형사사법제도는 한번 바꾸면 수많은 사건과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출범 시점을 오는 10월 2일로 정해 놓고도 형사절차의 핵심인 보완수사 구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조직을 먼저 나눈 뒤 그 조직들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할 것인지를 뒤늦게 논의하는 순서가 됐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은 구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추가 조사하는 권한이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전면 폐지론은 검사에게 직접 조사권을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고 본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세워 송치된 혐의와 관계없는 사실까지 들여다보거나 별건 수사로 확대할 위험도 지적한다. 검찰은 이런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과도한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출 논란을 반복했다.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었다. 과거와 같은 포괄적 수사권을 검사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문제와 경찰 수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없애는 문제는 같지 않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실제 수사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처음 수사를 부실하게 한 수사관에게 같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빠진 증거가 저절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같은 조직에 보완수사를 맡기는 방식만으로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다. 검사가 경찰 수사기록만 검토해서는 기록 밖에 있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영상,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누락한 압수물은 기록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나 참고인을 직접 만나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 수사의 빈틈이 드러나는 사건도 있다.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런 우려를 보여줬다. 경찰은 피의자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수사팀 내부에서 중요 증거 확보와 보고를 막고 수사 내용을 축소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개별 사건 하나로 모든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 수사 축소나 증거 누락이 발생했을 때 같은 경찰 조직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검찰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것처럼 경찰의 내부 감찰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대신하기 어렵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사라진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자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종속돼 있거나 보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술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주변 정황과 디지털 증거, 반복되는 범행의 구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면 피해자는 같은 일을 여러 번 진술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바뀔 때마다 피해 사실을 다시 설명하고, 뒤늦게 발견된 증거가 이미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사 한 사람의 권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문제다. 피의자의 권리도 다르지 않다. 경찰이 혐의를 과도하게 구성하거나 불리한 진술만 골라 기록했다면 검사의 재검토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보완수사는 유죄 증거를 추가로 찾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가 공판에 넘길 만큼 충분하고 적법한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채 직접 보완수사까지 하면 유죄 판단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반대로 기소를 결정하는 검사가 증거의 신빙성과 수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부실한 경찰 수사가 그대로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입법자는 두 위험을 함께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택지는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뿐이 아니다. 검사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금지하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제한된 범위에서만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대규모 민생침해 범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누락이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예외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처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두면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우회적으로 복원하는 통로가 된다. 수사 범위도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은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는 공소청장이나 상급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보완수사의 사유와 범위, 조사 내용은 모두 기록에 남겨 피의자와 변호인이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 기간과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위법한 별건 수사로 취득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하고 수사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 전면 폐지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공소청에 보내 다시 검토받도록 하는 전건송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공소청이 다시 심사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기록을 형식적으로 훑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전건송치는 중대범죄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부터 적용하거나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논의도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검찰 기득권 옹호나 개혁 후퇴로 몰아서는 안 된다. 수사 실무를 경험한 법조인과 범죄피해자 지원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검찰 조직을 지키자는 요구가 아니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피해자가 기댈 절차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경찰의 부실수사 사례를 검찰권 복원의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잘못했다고 과거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려면 별건 수사와 과잉수사를 막을 구체적인 통제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일도 아니다. 잘못된 수사를 줄이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형사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수사기관의 권한은 어느 기관이 더 신뢰받느냐에 따라 배분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고 법원과 변호인이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대신 권한의 범위와 책임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정치권은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일을 정해 놓고도 보완수사 구조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시행일이 다가온다는 사정이 졸속 입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입법이 늦어진 책임을 피하려고 충분한 검토 없이 전면 폐지나 현행 유지를 선택한다면 그 부담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국민이 떠안는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사에게서 몇 개의 권한을 빼앗았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줄었는지, 억울하게 묻힌 사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지, 무고한 사람이 잘못 기소되는 일을 막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공방에서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은 검사도 경찰도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상과 명예, 때로는 삶 전체가 달라지는 피해자와 피의자다. 정치권이 그들의 권리를 외면한 채 수사기관의 권한만 나눈다면 검찰청의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더라도 개혁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2026-07-16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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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력의 몰락 , 78년 체제의 붕괴
[경제일보] 올해 10월 2일,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검찰청이 78년 만에 간판을 내린다. 대통령을 구속하고 재벌 총수를 소환하며 전직 총리와 장관을 법정에 세웠던 조직이다. 권력의 실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온 기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가고,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권력을 만들어낸 것도 법이고, 이를 해체한 것도 법이다. 이번 변화는 조직 개편을 넘어선다. 형사사법 체계 전체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은 거꾸로 짚어야 또렷하게 보인다. 한국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쥔 드문 체계를 유지해왔다. 사건을 직접 인지해 수사를 시작하고, 기소 여부를 단독으로 판단하며, 공소를 유지하는 전 과정을 장악했다. 경찰이 처리한 사건도 전건 검찰로 넘어갔고, 검사는 그 위에서 지휘권을 행사했다. 이 체계에서는 검찰의 판단 없이는 누구도 법정에 서기 어려웠다. 특수부 검사의 위상은 이 권한 집중에서 비롯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존재만으로 기업을 긴장시키는 조직이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는 시장의 일반 기준을 벗어났고, 퇴직 직후 특정 사건이 따라 움직이는 관행도 낯설지 않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변화는 짧은 시간에 이어졌다. 2021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확보했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은 사라졌고,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만 검찰에 넘기게 됐다. 혐의 없음 사건은 자체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수십 년 이어진 수직 관계가 이 시점에서 균열을 보였다. 이듬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와 경제 범죄로 줄었다. 기존 6개 범죄 영역에서 2개로 축소됐다. 검찰이 사건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크게 좁아졌다. 이어 정부조직 개편이 추진되면서 검찰청 폐지가 결정됐다. 수사는 중수청으로, 기소는 공소청으로 나뉜다. 5년 사이 형사사법 체계의 축이 이동했다. 제도 변화 속도는 현장을 앞질렀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과 처리 편차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보완책이 뒤따랐지만 인력과 조직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사건이 경찰로 집중되면서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통계는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검찰의 무고사범 처리 인원은 수사권 조정 직후 크게 줄었고 이후 일부 회복됐지만 이전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수사 주체가 바뀌면서 사건 처리 방식도 달라졌다.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공소청 검사에게 어느 수준까지 보완수사 권한을 부여할지, 경찰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관 간 관할 충돌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 권력 약화는 정치적 선택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권한 집중에 따른 피로가 누적된 결과다. 수사와 기소가 한 기관에 묶여 있을 때 권력은 빠르게 작동하지만, 통제는 쉽지 않다. 정권 교체 때마다 수사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반복되면서 신뢰 기반이 흔들렸다. 경찰은 준비를 이어왔다.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 수사 영역을 넓혔다. 경제범죄와 사이버 범죄 대응 역량을 키웠고, 군사경찰 사건과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으며 관할 범위를 확대했다. 권력 이동은 제도 변화와 맞물려 진행됐다. 다만 권력이 이동했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보와 수사가 한 기관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견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기존의 문제가 다른 형태로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청 이후 형사사법 체계는 세 갈래로 나뉜다. 공소청은 기소를 담당하고, 중수청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다. 경찰은 일반 사건을 처리한다. 권력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기소권이 수사를 좌우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수사권을 쥔 기관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명한 변화는 권력이 한 기관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책임의 경계는 더 흐려질 수 있다. 사건을 맡을 기관이 나뉘면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형사사법 체계는 지금 재편 과정에 있다. 권력은 이동했고, 새로운 균형은 아직 자리 잡지 않았다.
2026-04-09 10: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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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 절차에서 구속은 예외로 설정돼 있다.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역시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뚜렷한 경우에만 구속을 허용하고 있다. 재판을 받기 전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취지다. 현실의 수사는 이 원칙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건은 판결이 아니라 구속으로 시작됐고, 수사는 그 이후에 전개됐다. 구속이 예외가 아니라 출발점처럼 작동하는 장면은 오랜 시간 반복돼 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관행의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별건구속’을 지목해 왔다. 본래 수사 대상인 핵심 혐의로는 당장 구속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상대적으로 입증이 쉬운 다른 혐의를 적용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구속 상태를 유지한 채 수사는 본래 의심하던 사건으로 옮겨간다. 검찰은 별건구속이라는 표현 자체에 선을 그어왔다. 구속은 언제나 개별 범죄 혐의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며, 수사의 편의를 위해 신병을 확보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역시 영장 단계에서는 구속된 혐의 자체에 상당한 이유와 필요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 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속이 본래 사건과는 다른 수사를 염두에 두고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구속은 특정 사건의 수사를 위한 수단이다. 구속은 그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 이와 달리 별도의 사건을 염두에 두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은 적법절차 원칙과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누적돼 왔다. 별건구속이 법률상 명시적으로 허용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라기보다 오랜 관행의 문제로 다뤄져 왔다. 구속이 신병 확보의 문제라면, 기획수사는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의 문제에 가깝다.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은 상당 부분 경찰로 넘어갔고, 국회는 최근 검찰청을 폐지한 뒤 기소 기능과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각각 기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도는 바뀌는 길로 들어섰지만 부패·경제 범죄 등 일부 중대 사건에서는 여전히 강제 수사가 집중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건 수는 줄었지만 선택된 사건 하나하나의 무게는 더 커졌다는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기획수사의 성격도 달라졌다.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 인력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수사는 장기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초기 단계에서 설정된 문제의식이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은 빠르게 축적되지만, 다른 방향의 자료가 충분히 검토되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구속이 가져오는 영향은 수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직장은 유지되기 어렵고, 가족의 일상은 흔들린다. 혐의가 알려지면서 사회적 평판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남는다. 이후 무죄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이미 흘러간 시간과 손실은 되돌릴 수 없다. 구속 자체가 사실상의 형벌처럼 작동해 왔다는 평가가 반복되는 이유다. 수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방식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피의사실 공표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구속 사실과 혐의 내용이 동시에 전해지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여론의 판단이 먼저 형성되고, 법원의 결론은 그 뒤에 도달하는 모습이 이어져 왔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초기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다. 국회가 검찰청 폐지와 기능 분리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누적돼 있다. 권한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오랜 수사 관행이 사법 신뢰를 잠식해 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도는 바뀌는 길로 들어섰다. 다만 구속을 둘러싼 관행과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까지 함께 정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사는 진실을 향한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구속은 그 출발선에 놓여 있었다. 제도 개편 이후에도 이 질문이 유효한 이유다.
2026-01-29 10: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