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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동맹 중요하지만 국익도 계산하라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동안 신중론을 펴던 정부가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 속에 파병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의 파견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가의 군사적 판단이 국제정세와 동맹의 요구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외교·안보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잘못된 선택 못지않게 원칙 없는 정책 변화다. 파병 여부를 결정한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부정할 국민은 많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은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전략자산이다. 그렇다고 동맹국의 요구라면 우리의 군대를 어디든 보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동맹에도 각자의 국익이 있고 각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위험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하듯 대한민국 역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냉정하게 따져야 할 것은 경제적 손익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이곳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가 흔들리면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 등이 뛰어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분명 대한민국의 중요한 국익이다. 그러나 해협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군사적 충돌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군의 파병이 실제로 항행의 안전을 높이는지, 아니면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키워 유가와 해상보험료를 오히려 끌어올리는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군사적 대립의 한쪽으로 인식되면서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원유 수급을 안정시키려던 파병이 오히려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도 간단하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중동 곳곳에서 건설·플랜트·에너지·물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제적 관계가 군사적 선택 하나로 흔들릴 가능성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현지 교민과 기업의 안전 역시 정부가 우선적으로 따져야 할 변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얻는 외교적 이익이 파병에 따른 경제적 위험과 장병의 안전 문제를 상쇄할 만큼 큰지 국민 앞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정말 파병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미국이 무엇을 요구했는지, 우리에게 어떤 외교·안보상의 실익이 있는지, 원유 수송과 에너지 안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파병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한다. 우리 장병의 임무와 교전 상황 발생 시 대응 범위, 교민과 기업 보호 대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호르무즈 문제를 한미동맹의 충성도 시험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동맹은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관계가 아니다. 동맹을 지키는 것과 동맹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어려운 사안에서 우리의 국익과 국민적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협상하는 것이 성숙한 동맹의 모습이다. 지금 세계는 자국의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국익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자국의 이익을 철저하게 계산한다. 대한민국만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손익계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군사적 파병은 명분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끝까지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기여하는 방법이 반드시 우리 군의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외교적 협력과 국제적 해상안전 활동은 물론 원유 수입선 다변화, 비축유 확대, 대체 수송로 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군함 한 척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지키는 종합 전략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파병 여부는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할 사안인 만큼 충분한 설명과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파병 검토의 배경과 실익을 국회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제 미국의 표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손익계산서를 펼쳐놓고 결정해야 한다.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당당하게 추진하면 된다. 반대로 위험과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면 동맹국에도 그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방식의 기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권국가의 외교다. 호르무즈 파병 논란은 정부 외교의 시험대다. 동맹을 중시하되 동맹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되 군사적 위험을 무분별하게 떠안아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 장병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 국가 경제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외교적 명분은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정치적 유불리에 흔들리지 말고 분명한 원칙과 냉정한 손익계산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2026-09-07 10: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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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마이웨이' 전쟁에 동맹국 줄세우기…한국, 중동 파병 딜레마 빠지나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에 한국 등 동맹국의 파병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규모와 원유 수입 의존도 등 사실과 다른 수치까지 동원하며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향후 한미 간 파병 및 방위비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본과 한국에 각각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우리가 이 나라들을 방어해주고 있는데, 호위 작전 동참을 요구하면 그들은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4만5천명)는 실제(약 2만8천500명)와 큰 차이가 있다. 주일미군 역시 5만명 수준이다. 또한 그는 "일본은 원유의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미국은 1% 미만"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는 60%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수치 인용 이면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고 중동의 원유가 아쉽지 않지만, 동맹국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파병을 강제하거나, 파병을 거부할 경우 향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다른 형태의 비용 청구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도와야 한다"며 동맹국들을 향해 "빠르고 열정적으로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프랑스 등 나토(NATO) 동맹국들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내며 글로벌 동맹 체제를 자국의 이익(America First)에 복무하도록 줄 세우고 있다. ◆ 韓 정부의 깊어지는 딜레마… 파병이냐, 중동 관계 악화냐 한국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생명줄인 만큼 항행의 자유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참수 작전'에 군사적으로 동참할 경우, 1962년 수교 이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과의 외교적 단절은 물론, 중동 내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해 현지 교민과 기업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앞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압박이 있었으나, 당시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한시적으로 넓히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이란 영토와 지도부를 직접 타격하는 전면전 양상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우회적 파병'이 통할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17일째를 맞은 이란과의 전쟁 전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합동 공습 당시 표적이 됐던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 "한쪽 다리를 잃고 심하게 다쳤거나 죽었을 수도 있다"며 "누가 이란의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전 개시 이후 이란의 7000개 이상 목표물을 타격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능력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최대 불안 요소인 국제 유가 급등에 대해서는 "이번 작전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이란의 주요 정유 시설 타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제3차 오일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마이웨이' 중동 전쟁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게 경제적 피해(유가 상승)와 외교·안보적 부담(파병 압박)을 동시에 안겨주는 거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정교한 외교적 줄타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6-03-17 08: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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