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9건
-
코스피 6400선 붕괴…지수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일보]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6400선이 무너진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도 4.83% 하락한 849.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락 폭을 나흘로 넓혀보면 충격은 더 크다.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619.50포인트, 8.8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4%대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루의 주가 하락을 곧바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급락 자체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주식시장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받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가계의 소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주가 하락과 위험회피 심리의 확산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단기 부양책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특정 지수의 유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점검하고 신용융자와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강제 매도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되 개입의 기준과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 급락을 곧바로 경제위기로 규정해 불안을 키워서도 안 된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35.1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상승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진단할 때도 막연히 고환율과 고금리를 나열하기보다 실제 지표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 시장의 유동성, 제도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기반도 넓어진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으로는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기업 전반으로 보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실적과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은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적인 정책 경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경기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제도 정비도 정쟁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급락이 한국 경제의 모든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으로 증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고, 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주체가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하락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일이다. 코스피가 언제 7000선을 되찾을지보다 한국 경제가 다음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수의 회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기초체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할 때 지속될 수 있다.
2026-10-13 09:40:36
-
-
-
자본시장 흔든 'ETF 참사', 감독당국 책임 피할 생각부터 버려라
[경제일보] 연휴 직후 국내 증시가 급락세에 휘말리면서 자본시장이 또다시 깊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한 증시 조정이나 투자자의 판단 착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일부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등을 둘러싸고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고위험 상품이 어떤 검증과 감독을 거쳐 시장에 진입했는지조차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에는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자기 책임이라는 말이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 상품의 위험을 사전에 걸러내고, 투자자에게 위험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감독할 책무가 있다. 시장이 무너진 뒤 “투자자도 위험을 알고 투자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감독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도대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해당 상품의 시장 진입을 허용했느냐는 것이다. 상품 구조의 복잡성과 손실 확대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했는지, 시장 급변 상황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사전에 점검했는지, 일반 투자자가 위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됐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허술한 심사나 감독상 중대한 과실이 확인된다면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조직 뒤에 숨어 책임을 분산시키거나 “제도상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 감독 실패에는 감독 책임자가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만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위험을 관리해야 할 기관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더욱이 금융 시장에서 반복되는 사고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점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사고가 터지면 긴급점검을 벌이고, 대책을 발표하고, 제도 개선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감독당국의 대책 발표는 시장에서 아무런 신뢰도 얻지 못한다. 사고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감독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조사 방식부터 달라야 한다. 상품 하나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승인·심사 과정, 감독 기관의 내부 검토, 거래소와 운용사의 위험관리 체계, 투자자 설명 및 판매 과정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뿐 아니라 누가 알고도 방치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왜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 책임 소재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단순한 주의나 경고, 형식적인 인사 조치로 끝내서는 안 된다. 중대한 감독상 과실이 확인된다면 직위와 직급을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금융당국 내부에도 “잘못된 감독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이 선다. 제도 개선 역시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 고위험·복잡 금융 상품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고, 시장 충격 가능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상품 출시 이후에도 가격 급변과 유동성 악화, 기초 자산과의 괴리 등 이상 징후를 상시 감시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가 상품 이름만 보고 위험을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면 정보 제공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제 ‘시장 활성화’와 ‘금융혁신’이라는 명분을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혁신은 투자자 보호를 희생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절대선이 아니다. 신뢰가 무너진 금융시장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도 금융혁신이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있지 않다. 위험을 걸러내야 할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 그리고 작동하지 않았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에 있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책임 회피성 해명이나 땜질식 대책으로 시간을 벌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제도 전면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투자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번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시장은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너진 것은 단지 일부 투자상품의 가격이 아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다. 그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
2026-09-29 10:32:47
-
KBW2026, 코인 거래 넘어 금융판 키울까…거래소 넘어 월가·AI 거물까지
[경제일보]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의 관심이 개인 투자자의 코인 거래에서 기관금융과 결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BW2026)’도 글로벌 금융·블록체인 업계 주요 인사를 한자리에 모아 디지털자산 시장의 다음 성장축을 모색한다. KBW2026 주최사 팩트블록은 9일 업비트와 0G, BRV, 비트고, 스테이블, 트리아 등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다. 업비트는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한다. 오경석 업비트 대표가 연사로 나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와 한국 시장의 역할을 설명한다. 첫날인 29일에는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초청 행사 ‘업비트 인스티튜셔널 서밋’이 열리고,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메인 콘퍼런스가 이어진다. 글로벌 주요 인사도 무대에 오른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이자 가상자산 투자사 메일스트롬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서 헤이즈, 이더리움 공동창업자이자 컨센시스 창업자 조셉 루빈, 비트마인 회장 톰 리, ‘네트워크 스테이트’ 저자인 발라지 스리니바산 등이 연사 명단에 포함됐다. 아서 헤이즈와 톰 리는 글로벌 유동성과 디지털자산 시장 전망을, 조셉 루빈은 이더리움 생태계와 금융자산의 온체인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공동체와 새로운 국가·경제 모델을 제시해왔다.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의 제프 얀 CEO도 참여해 중앙화 거래소와 온체인 금융 간 경쟁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금융 부문에서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비트고가 공식 인스티튜셔널 스폰서로 나선다. 마이크 벨시 공동창업자 겸 CEO가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과 수탁 인프라에 대한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비트고의 참여는 국내 시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비트고코리아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수리했다.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이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지 않고 국내에 신규 법인을 세워 신고를 마친 첫 사례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비트고코리아 지분을 각각 약 25%, 10% 보유하고 있다. AI와 스테이블코인 기업도 핵심 의제를 맡는다. 마이클 하인리히 0G랩스 공동창업자 겸 CEO는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이용하고 거래하는 ‘에이전트 경제’와 탈중앙화 인프라를 설명한다. 브라이언 멜러 스테이블 CEO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전송 인프라를, 존 릴릭 트리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기업과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다중 블록체인 금융과 스테이블코인 네오뱅크 전략을 소개한다. 이번 연사와 파트너 구성은 디지털자산 산업의 무게중심이 거래 수수료에서 기관 수탁과 결제, 온체인 자본시장, AI 기반 자동거래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거래소에도 기관 고객을 위한 보관·결제·자산관리 서비스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정책 환경도 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회사와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이용자 상환권을 다룰 2단계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번 글로벌 연사의 담론이 국내 사업으로 연결되려면 법인 실명계좌와 자금세탁방지 기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가 구체화돼야 한다. KBW2026의 성과도 유명 인사의 참석을 넘어 국내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 간 계약, 투자 및 실증 성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2026-09-09 10:23:56
-
한컴위드, 두바이에 금 RWA JV 설립…'금광부터 토큰까지' 공급망 묶는다
[경제일보] 한컴위드가 두바이에 금 실물자산 토큰화(RWA) 합작법인을 세우고 중동 디지털금융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지난 4월 금 토큰 플랫폼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탄자니아 금광과 두바이 유통망을 사업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며 실물 금 조달부터 토큰 발행·상환까지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는 전략이다. 한컴위드는 UAE 금 거래기업 알 다프라 알 가르비아 골드 트레이딩(ADGT), 글로벌 사업개발 기업 캐스트홀딩스와 두바이 현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총자본금은 80만달러로 한컴위드와 ADGT가 각각 40%, 캐스트홀딩스가 20%를 보유한다. 지난 7월 3사가 금 RWA 사업 협약을 맺은 지 약 두 달 만에 실제 법인 설립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ADGT는 탄자니아 금광 프로젝트와 UAE 유통망을 기반으로 금 조달·정련·보관을 맡고, 한컴위드는 토큰 발행과 상환 체계를 구축한다. ADGT는 현재 두바이와 탄자니아에 사업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JV의 의미는 실물 공급망 확보다. 금 RWA는 블록체인 기술보다 토큰에 대응하는 실물 금이 실제 존재하는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필요할 때 상환할 수 있는지가 신뢰의 핵심이다. 한컴위드는 지난 4월 관계사 에이비랩스와 금 토큰화 플랫폼 ‘온토리움(Ontorium)’을 출시했다. 순도 99.99%의 LBMA 인증 금을 기반으로 OXAU를 발행하고, 토큰과 실물 금을 1대1로 연결하는 구조다. 골드바 일련번호까지 온체인에 기록해 어떤 금과 연결돼 있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술 플랫폼은 마련했지만 대규모 사업으로 키우려면 안정적인 금 공급과 보관망이 필요하다. 이번 합작법인은 이 부분을 탄자니아 광산과 두바이 유통망으로 보완하는 성격이 크다. 두바이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하다. 두바이복합상품센터(DMCC)에 따르면 UAE의 2024년 귀금속 교역액은 1700억달러에 육박했고, 두바이는 스위스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실물 금 거래 허브다. DMCC는 세계 금 거래의 약 15%가 두바이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이미 금 거래·보관·정련·파생상품 인프라가 갖춰진 만큼 실물 금과 디지털자산을 결합하기에 유리한 시장이다. 두바이 역시 상품 토큰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DMCC와 두바이가상자산규제청(VARA)은 지난해 금·다이아몬드 등 상품 토큰화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합작법인 설립이 곧 사업 허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VARA 규정상 금과 연동되는 RWA 토큰은 자산연동형 가상자산(ARVA)에 해당하며, 구조에 따라 Category 1 발행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실물 금 등 준비자산과 발행량의 일치, 정기 감사와 공시, 상환 체계도 규제 대상이다. VARA는 금 연동 토큰을 직접 사례로 제시하면서 충분한 금 준비자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금 기반 토큰 시장은 테더의 XAUT와 팍소스의 PAXG가 주도하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토큰화 상품 시장 규모는 올해 1분기 55억달러까지 커졌고, 성장의 대부분을 금 기반 토큰이 차지했다. 한컴위드의 승부처는 ‘토큰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실물 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준비금과 상환 구조를 투명하게 증명하며, VARA 인가를 받아 실제 유통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에 있다. 송상엽 한컴위드 대표는 “지난 7월 협약이 방향성을 설정한 단계였다면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사업을 실제 실행할 조직과 체계를 완성한 것”이라며 “중동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VARA 인가와 OXAU 실제 발행·유통이 이뤄진다면 한컴위드는 국내 블록체인 기술기업 가운데 드물게 실물 금 공급망부터 발행·상환까지 직접 연결한 사례를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규제 승인과 준비금 검증, 유동성 확보가 지연될 경우 JV 설립 자체만으로는 사업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2026-09-03 09:34:19
-
상장 안 한 OpenAI도 ETF로 산다…월가, 비상장 AI 투자 장벽 허문다
[경제일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OpenAI와 Anthropic에 개인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서 열렸다. 비상장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기업의 가치 변동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ETF에 편입하는 구조다. 그동안 일부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유니콘 투자가 ETF 시장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상품 경쟁은 물론 국내 ETF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일 본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Yorkville America의 상품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미국 자산운용사 Yorkville America Equities는 지난달 31일 ‘Yorkville America MANGOS Plus Index ETF’를 출시했다. 티커는 ‘FRUT’이며 NYSE Arca와 NYSE Texas에 상장된다. 총보수는 연 0.50%다. 이 상품이 기존 인공지능(AI) ETF와 다른 점은 포트폴리오 안에 비상장 AI 기업인 OpenAI와 Anthropic을 사실상 투자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OpenAI·Anthropic, 주식 대신 파생상품으로 투자 FRUT의 핵심 투자 대상은 Yorkville America가 이른바 ‘MANGO Companies’로 분류한 6개 기업이다. 메타플랫폼스와 엔비디아, 알파벳, SpaceX, OpenAI, Anthropic이다. 여기에 샌디스크와 마벨테크놀로지, 마이크론, 인텔, 델테크놀로지, AMD,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메모리·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7곳을 ‘Parabolic 7’으로 묶었다. 전체 순자산의 최소 80%를 이들 ‘MANGO Plus’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노출하도록 설계했다. 눈에 띄는 것은 OpenAI와 Anthropic을 편입하는 방법이다. 두 회사는 아직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 일반 ETF가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일 수 없다. Yorkville America는 이 문제를 퍼페추얼 선물(perpetual futures)과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우회했다. 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OpenAI와 Anthropic에 대한 경제적 노출을 주로 퍼페추얼 선물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직접 비상장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지만 두 회사 비상장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합산 순자산의 5% 이하로 제한한다. 퍼페추얼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실제 OpenAI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OpenAI의 평가가치 움직임을 반영하도록 계약을 설계하면 가격 상승과 하락에 투자할 수 있다. 상품 출시 자료에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노출을 주로 스왑 계약을 통해 확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수 자체에는 OpenAI와 Anthropic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 ‘OpenAI 주식을 가진 ETF’라기보다 ‘OpenAI 기업가치 움직임에 투자하는 ETF’에 가깝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비상장 유니콘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IPO 기다리지 않는다’…비상장 기업 ETF 시대 열리나 지금까지 개인투자자가 OpenAI나 Anthropic 등 대형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려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나 사모펀드, 특수목적기구(SPV) 등을 이용해야 했다.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고 최소 투자금액도 높은 경우가 많아 일반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ETF가 비상장기업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ETF 한 주를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비상장기업의 가치 상승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미 비상장 AI 기업을 ETF에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EC에는 최근 Anthropic을 기초로 한 Direxion의 일일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신고됐고, Tuttle Capital은 SpaceX와 Anthropic 등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Harbor ETF Trust도 OpenAI와 Anthropic을 각각 테마로 한 ‘AI Lab Ecosystem ETF’를 등록했다. ETF 시장의 경쟁축이 기존 상장주식에서 ‘누가 먼저 유망 비상장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상품화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초 일부 자료에서 비상장기업으로 분류됐던 SpaceX는 현재 상황이 다르다. SpaceX는 올해 6월 IPO를 마쳤기 때문에 현재 FRUT에서는 상장기업으로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상품에서 파생상품을 통한 비상장기업 투자라는 의미가 가장 큰 대상은 OpenAI와 Anthropic이다. ◆트럼프 테마 ETF에서 종합운용사로…12개 상품 추가 예고 FRUT를 출시한 Yorkville America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Truth Social 브랜드를 활용한 ETF를 운용하며 이름을 알렸다. ‘America First’ 투자철학을 앞세워 미국 방산과 에너지, 미국 대표기업 등에 투자하는 ETF를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 테마를 넘어 AI와 디지털자산, 거시경제 등으로 상품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Yorkville America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12개의 ETF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별도계좌(SMA)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거래는 9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SEC에 제출된 자료에는 MANGOS Plus ETF 이외에도 2배 레버리지와 2배 인버스 MANGOS 상품, 프리미엄 인컴 상품, 차세대 메모리 ETF, 우주산업 ETF 등 다수의 상품이 포함돼 있다. Yorkville America가 단순한 ‘트럼프 테마 운용사’에서 종합 ETF 운용사로 외연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격…OpenAI ‘진짜 가치’ 누가 정하나 비상장기업 ETF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위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발견이다. 상장기업은 증권시장에서 매 순간 주가가 형성되지만 OpenAI나 Anthropic 같은 비상장기업은 그렇지 않다. 최근 투자유치 가격이나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기업가치 평가모델 등을 토대로 적정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SEC에 제출된 FRUT 투자설명서도 비상장기업 가격 산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비상장기업은 상장사보다 정보공개 의무가 적고 재무·경영정보도 제한적이어서 실제 IPO나 인수·합병 시 실현되는 가치와 파생상품에 반영된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도 문제다. OpenAI나 Anthropic을 기초로 한 퍼페추얼 선물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거래가 충분하지 않으면 ETF가 원하는 가격에 포지션을 만들거나 청산하기 어렵다. 기초기업의 가치와 파생상품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Yorkville America 역시 투자설명서에서 비상장기업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시장이 기존 상장주식이나 전통적인 선물시장보다 유동성이 낮고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며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 ETF 시장도 ‘비상장 빅테크’ 압력 커질 듯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이번 상품은 관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국내 ETF와 해외 ETF 사이의 상품 규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잇따라 손질하고 있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우량주를 대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의 길을 열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ETF 쏠림을 줄이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OpenAI처럼 공식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해외 비상장기업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국내 ETF가 편입하는 문제는 한 단계 더 복잡하다. 기초자산의 적정가격 산출과 공정가치 평가, 파생상품 거래상대방 위험, 유동성 관리, ETF 기준가격(NAV) 산정 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평가가치와 파생상품 시장가격 간 괴리가 커질 경우 ETF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식 상품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기초자산의 가격 투명성과 파생상품시장 유동성, 공시체계 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비상장기업 투자와 ETF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운용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ETF의 경쟁력은 낮은 보수와 지수 추종 능력에서 갈렸다. 최근에는 레버리지, 커버드콜, 가상자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며 “이제 월가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아직 상장하지 않은 미래의 초대형 기업을 얼마나 빨리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을 시작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OpenAI와 Anthropic이 상장하기 전에 이미 이들의 기업가치를 사고파는 ETF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ETF 시장의 경계가 다시 한번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9-02 06:00:00
-
-
코인 과세 5개월 앞두고 '2년 유예' 청원…주식과 다른 과세체계 논란
[경제일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미뤄달라는 국민청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과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부터 부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과 비교해 개인 투자자의 세 부담 구조가 지나치게 다른 것 아니냐는 ‘과세 형평성’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27일 국회 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시작된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닷새 만에 동의자 1만명을 넘어섰다. 9월 20일까지 5만명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가상자산 과세 첫 신고 시점이 2028년 5월로 총선 직후인 만큼 정치적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며 2028년까지 유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이미 두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국회는 2024년 12월 소득세법을 개정해 시행 시점을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으로 2년 연기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 가운데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20%의 세율이 적용되며 다음 해 5월 신고한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실질 세 부담은 22%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논쟁은 ‘과세할 것이냐’보다 ‘지금 시행할 준비가 됐느냐’에 가깝다. 국세청은 이미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을 위한 서식과 세원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고, 과세 기준과 취득가액 산정 방식도 법령에 담았다. 즉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과세를 추진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 해외 플랫폼을 오가는 현실에서 거래내역을 정확하게 통산하고 취득가격을 입증하는 문제는 여전히 제도 운용의 핵심 과제로 남는다. ◆ 시장도 ‘폭발적 호황’과는 거리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보면 과세를 서둘러야 할 정도로 시장이 일방적인 호황 국면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의 2025년 하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8% 감소했고, 일평균 거래규모도 5조4000억원으로 15% 줄었다.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3% 늘었지만 100만원 미만을 보유한 계정이 826만개에 달했다. 거래소 영업손익도 6178억원에서 3807억원으로 38% 감소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도 변수다. 타이거리서치와 체이널리시스는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을 분석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규모가 약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만 약 168조원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는 온체인에서 식별 가능한 경로를 대상으로 한 추정치여서 국내 투자자 전체의 실제 자금 이동을 의미하는 공식 통계는 아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해외 이동이 국내에서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제한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이 현물거래 중심에 머무는 동안 해외에서는 파생상품과 스테이블코인, 예측시장 등으로 활용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과세가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추가적인 비용과 행정 부담을 키울 경우 일부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왜 코인만 먼저?”…주식과 과세 형평성 논쟁 가장 민감한 쟁점은 주식과의 형평성이다. 현재 국내 상장주식은 소액주주가 장내에서 거래해 얻은 양도차익에는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주식은 대주주가 과세 대상이며, 2026년 기준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은 종목별 보유액 5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지분율 이상이다. 반면 가상자산은 투자 규모와 관계없이 연간 소득 250만원을 넘으면 과세하는 구조다. 물론 두 자산의 법적·경제적 성격이 다르고 국내 주식 거래에는 증권거래세 등 별도의 과세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만으로 ‘불공정하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투자자가 동일하게 자본이득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가상자산에만 상대적으로 낮은 과세 문턱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정책적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과세 유예론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세금을 걷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 해외거래 추적, 취득가액 검증, 손익 산정 등 제도를 먼저 보완한 뒤 과세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현행 제도는 연간 손익을 통산하지만 가상자산의 복잡한 거래 구조를 고려한 세부적인 납세 편의와 해외거래 대응이 실제 시행 과정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가 선택해야 할 것은 ‘과세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다. 이미 법률상 시행시점이 정해져 있고 국세청의 준비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유예 주장 역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 반대로 시장 규모와 투자자 행태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둔 채 시행부터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부가 거래자료 확보와 해외거래 대응,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얼마나 촘촘하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자리 잡으려면 과세의 속도보다 과세체계의 완성도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6-08-27 08:58:33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