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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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보안도 '진짜 사장' 책임…노동위원회, 원청 사용자성 잇단 인정
[경제일보] 구내식당·통근버스 운영 직원에 대해서도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이번 결정으로 인해 비핵심 외주 업무까지 교섭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노동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한화오션에 대해, 같은 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하청노동자 단체교섭과 관련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잇따라 인정했다. 두 건 모두 생산공정을 넘어 지원 업무까지 교섭 책임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제조업체들은 구내식당·청소·경비 등 비핵심 업무를 협력업체에 맡기고, 해당 업체가 소속 근로자의 임금과 노사관계를 책임지는 도급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한화오션 또한 거제사업장에서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를 도급업체 웰리브에 맡겨 왔다. 다만 중노위는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산업안전·작업환경 의제에 한정해 인정했다. 중노위는 "한화오션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위가 사용자성의 핵심 근거로 삼은 것은 원청의 '시설 승인권'이다.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 작업장의 노후 시설과 설비 개선은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협조·승인 없이 웰리브가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다. 원청이 임금이나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더라도 작업환경에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울산지노위의 현대차 판단은 적용 범위가 더 넓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울산·아산·전주공장 사내하청을 비롯해 구내식당·보안·판매대리점 노동자 등 금속노조 산하 하청노조 10곳, 조합원 1675명이 교섭 요구 대상이다. 다만 어떤 직군과 의제가 인정됐는지는 약 한 달 뒤 나올 결정문에서 확인된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교섭 요구가 산업 안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협상에서 임금·성과급·복리후생 등으로 의제가 확대되고, 경비·보안·시설관리 등 원청 사업장 내 외주 업무 전반에 유사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웰리브지회는 앞서 한화오션에 노동환경 개선, 근무시간 조정, 성과급 동일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번 판단이 노동부 해석지침과 엇갈린 점은 산업계의 가장 큰 부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서 공장 구내식당 등을 도급·위임 계약상 일반적 지시권이 인정되는 영역으로, 원청의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예시했다"며 "지원 업무까지 교섭 상대방을 확대하면 산업 전반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중노위에는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고려아연, 현대제철, 동희오토, CJ대한통운 등 주요 기업의 사용자성 재심 사건이 줄줄이 계류 중이어서 파장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결정문을 송달받은 이후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도 "결정서 송달 이후 법 절차와 규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2026-06-17 1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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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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