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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재계 총수 연쇄회동…'3대 메가' 이제는 실행력 시험대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실행 속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데 이어 이번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회동을 조율 중이다. 비공개 회동인 만큼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업 현장의 투자 애로와 정부 지원책을 직접 점검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동의 배경에는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피지컬AI,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밝힌 국내 중장기 투자계획은 각각 2655조원, 2100조원으로 합계 4755조원에 달한다. 다만 이 숫자는 기존 투자와 수도권을 포함한 계열사 투자까지 포함한 기업별 중장기 계획으로, 정부가 3대 프로젝트에 직접 집계한 1461조원과는 산정 범위가 다르다. ◆ 호남 반도체 800조·용인 가속화…‘돈’보다 인프라가 관건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은 호남권과 용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는 계획을 내놨고, 투자 규모는 약 800조원이다. 용인에서는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투자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고, 정부는 부지·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지원을 과제로 제시했다. 청와대 역시 7월과 8월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 클러스터와 용인 투자 가속화를 집중 논의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는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실제 착공과 생산라인 가동을 앞당길 조건이 중요하다. 반도체 팹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인허가를 포함한 기반시설 확보가 일정의 핵심 변수다. 정부가 ‘슈퍼 패스트’ 수준의 행정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의선 회장과의 회동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5조8000억원을 투입하고 로봇·에너지 사업을 함께 묶는 구조다. 정부도 최근 새만금 개발계획을 수정하면서 현대차그룹 투자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2026년 8월 현대차그룹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 종합보세구역을 지정했고, 2027년 3월 AI 데이터센터 착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美 투자 압박 속 ‘국내 vs 미국’ 균형도 시험대 대미 통상도 빼놓기 어렵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월 마이크론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대미 전략투자 후보 사업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반도체 투자가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결정됐다는 일부 관측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연쇄 회동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대규모 투자와 미국 현지 투자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려면 전력·용수·부지·인허가 등 국내 투자 장애물을 얼마나 신속하게 해소하고, 대미 투자 과정에서 기업 부담과 통상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최 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과 비공개 소통을 이어가는 것도 결국 발표된 투자계획을 실제 착공·고용·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실행 단계로 해석된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숫자 경쟁을 넘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애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2026-08-26 07: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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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조 원 AI 메가프로젝트, 선언보다 실행이 국가의 운명을 가른다
[경제일보] 국가의 흥망은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을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석유가 20세기 세계 질서를 재편했다면, 21세기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기지 조성을 포함한 1600조 원 규모의 'AI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감안할 때 결코 늦지 않은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사업을 챙기며 신속한 집행을 강조한 것도 국가적 절박함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거대한 숫자가 아니다. 16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이 실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행력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국가 프로젝트를 화려하게 발표했지만, 정치 일정에 밀리고 예산 확보에 실패하거나 지역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이번 프로젝트만큼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AI와 반도체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이 아니다. 제조업은 물론 금융, 의료, 국방, 교육, 물류에 이르기까지 국가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기반이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반도체 지원 정책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으며,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AI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첨단 산업 육성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국제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머뭇거리는 순간 미래 산업의 주도권은 영원히 다른 나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방향이 옳다 해도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가 전략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먼저 검증되어야 할 것은 재원 조달 방안이다. 1600조 원이라는 규모는 정부 재정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민간 투자와 정책금융, 연기금, 해외 투자자본을 어떻게 유치하고 결합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투자 주체와 재원 조달 방식, 사업 추진 일정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장은 숫자만 거창한 계획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역시 정치적 상징성보다 경제적 실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공장을 유치했다고 첨단 산업 생태계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기반시설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며, 초순수 용수 확보는 생산라인의 생명줄과도 같다.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등 물류망은 물론 연구개발 시설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특히 전력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송전망 확충과 발전 설비 증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장만 지어 놓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용수 공급 또한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산업용수 확보 계획은 사업 초기부터 철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성공 조건은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다. 대기업 몇 곳이 공장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설계 기업, 연구기관, 대학, 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금융 지원, 인력 양성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국가 산업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있다.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성과를 과장하기 위한 정치적 홍보도 모두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여야는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재원 조달과 실행 방안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생산적 경쟁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정치에 기대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다. 국가의 미래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치밀한 계획과 흔들림 없는 추진, 그리고 초당적인 협력이 있을 때 비로소 거대한 비전은 현실이 된다. AI와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다음 50년을 책임질 산업이다. 이번 1600조 원 AI 메가프로젝트가 역사에 남을 국가 대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인지, 또 하나의 거창한 청사진으로 끝날 것인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2026-06-30 07: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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