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중동에서 다시 총성이 울리자 국제 원유 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서며 1년 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전투 상황이 아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츠 해협(Strait of Hormuz)의 불안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이 흔들리는 순간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한다.
전쟁이 벌어지는 곳은 중동이지만 경제적 충격은 훨씬 넓게 퍼진다. 국제 유가가 움직이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에너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장바구니다. 한국 경제는 특히 그렇다. 한국은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다. 국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운송비와 전기요금 가스요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식품과 생활필수품 가격에 영향을 준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가 약 0.1%에서 0.2%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대형마트의 식품 가격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평온함을 안정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물가에는 항상 시간차가 존재한다.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있다. 원유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정유 제품 가격이 상승한다. 이어 운송비와 제조 비용이 올라가고 마지막 단계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 물가가 상승한다. 지금의 조용함은 충격이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유가 상승이 생활 물가로 이어지는 경로는 분명하다. 농산물은 대표적인 사례다. 농산물 가격의 상당 부분은 유통 과정에서 결정된다. 유류 가격이 오르면 물류비가 상승하고 이는 곧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으로 이어진다. 가공식품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유가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결국 식탁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연쇄 반응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전쟁의 지속 기간이다. 군사 충돌이 단기간에 마무리되면 유가 상승 역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이 장기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제 유가는 새로운 가격 수준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세계 경제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부 시장 분석에서는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시나리오다.
전쟁은 멀리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는 지리적 거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동에서 시작된 불안은 국제 유가를 통해 세계 경제로 번지고 결국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식탁으로 도달한다. 국제 유가 그래프는 단순한 금융 지표가 아니다. 그것은 장바구니 가격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지금 장바구니는 조용하다. 그러나 그 조용함이 오래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제 유가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전쟁의 충격은 처음에는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생활 속으로 스며든다. 물가의 변화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다.
전쟁은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 그러나 경제적 충격은 훨씬 늦게 그리고 더 넓게 퍼진다. 장바구니가 진짜로 흔들리는 순간은 전쟁이 시작될 때가 아니라 전쟁이 길어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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