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최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의대와 전통 공대 중심의 진학 구조에 반도체 계약학과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는 가운데, 인력 부족이 지속돼 온 산업 특성상 중장기 수급 불균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업 실적과 보수 수준을 반영한 단기적 기대에 기반한 선택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진로 결정의 '시간차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등 주요 계약학과의 수시 합격 내신은 개설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의 경우 종합전형 합격선은 지난 2021학년도 3.10등급에서 2026학년도 1.79등급까지 크게 상승했고 2024학년도 신설된 교과전형 역시 2026학년도 1.14등급을 기록하며 최상위권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려대 역시 종합전형 합격 내신이 2021학년도 2.40등급에서 2026학년도 1.47등급까지 상승하며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반도체 산업 호황과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가 커졌고 자연스럽게 '고연봉·취업 안정성'이 입시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선택지에서 의대와 서울대 공대 중심 구조에 연세대·고려대 반도체 계약학과가 새롭게 편입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계약학과는 등록금 지원과 채용 연계 구조를 바탕으로 사실상 '선(先)채용 트랙'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업이 교육 과정 설계에 직접 관여하고 졸업 후 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대학 교육이 기업 맞춤형 인력 양성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산업 특성과 맞물려 중장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통상 2~4년 주기의 경기 변동성이 큰 대표적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기에는 대규모 투자와 채용이 이뤄지지만 불황기에는 감산과 투자 축소가 반복돼 왔다.
입시는 최소 10년 이상의 커리어 경로를 전제로 한 선택인 반면 산업 경기는 단기 사이클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단기 호황을 기준으로 유입된 인재가 졸업 시점에는 업황 하락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호황기에는 관련 학과 지원자가 급증했지만 2010년대 중반 업황 급락과 함께 취업난이 심화됐고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정보기술(IT) 분야와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 바이오 분야 역시 산업 기대와 현실 간 격차가 반복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정 산업의 단기 성장세가 교육 선택에 반영됐다가 경기 변동과 함께 선호도가 급변하는 흐름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약학과 확대 역시 변수로 꼽힌다. 오는 2027학년도 기준 반도체 계약학과 선발 인원은 총 46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향후 업황 둔화 시 기업 채용 규모가 축소될 경우 취업 보장이라는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 경영 성과에 따라 채용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 고용 간 연결 고리가 절대적 안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취업 가능성과 업황 호황에 따른 높은 보수 기대가 맞물리며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도가 의대와 경쟁하거나 일부에서는 이를 앞서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산업 환경과 보상 수준을 기준으로 한 진로 선택이 장기적인 커리어 안정성과 괴리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대학 입시까지 확산된 현상은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이자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호황이 장기 인재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현재의 선택이 10년 뒤에도 유효할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인재 쏠림이 곧바로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선택 동기의 단기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력 부족이 지속돼 온 만큼 최상위권 인재 유입이 과잉이나 미스매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최근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가 산업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과 보수 수준을 반영한 측면이 강한 만큼 단기적인 시야에 기반한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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