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른다. 거대한 공장의 굉음과 태양광 패널 위로 쏟아지는 햇살, 송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류의 이면에는 언제나 자본의 흐름이 맥박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흐름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게 통제하며 제조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선박을 가득 채운 컨테이너는 오랫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가장 확실한 부의 이정표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제조 자본은 전례 없는 경직성의 벽에 직면해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원자재 확보, 인프라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한 번 공장을 짓고 원자재를 비축하면 그 자본이 다시 현금으로 회수되기까지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한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물리적 자산에 자본이 장기간 묶이는 현상은 기업의 기동성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이 단단한 하드웨어 자산을 왜 정체된 상태로 두어야 하는가. 이 경직된 자본을 다시 흐르게 할 방법은 없는가.
그 해답은 산업 자산의 디지털화, 즉 실물자산 토큰화(RWA·Real World Assets)와 토큰증권(STO)에 있다. STO는 단순한 투기성 코인이나 실체 없는 디지털 자산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도로 정교화된 금융공학이자 산업 현장의 물리적 가치와 디지털 신뢰를 결합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혁신적인 자산 유동화 플랫폼이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자산 유동화는 대기업이나 자산운용사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복잡한 유가증권 발행 절차와 높은 금융 비용, 규제 장벽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STO는 자산의 소유권과 수익권을 세밀하게 분할할 수 있다. 이는 공장 설비와 비축 원자재는 물론 미래에 발생할 에너지 발전 수익까지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해 유동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조 강국 코리아가 직면한 자본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드는 제조업 국가에서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전 세계 자본이 대한민국 산업 인프라에 실시간으로 투자되고 정산되는 자산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하드웨어의 강점이 디지털 금융의 유연성과 결합할 때 대한민국 산업 자본은 새로운 성장 동력과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리는 새로운 경제 지도 위에서 자본은 더 이상 공장 부지나 창고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자본은 데이터의 형태로, 신뢰의 가치로, 국경을 넘나드는 유동성으로 끊임없이 순환할 것이다. 원자재라는 업스트림에서 출발해 에너지 인프라라는 다운스트림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가치사슬을 관통하는 자본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뉴노멀 시대, 제조 강국 대한민국이 설계해야 할 다음 단계의 경쟁력은 산업 자산과 디지털 금융을 연결하는 지능형 인프라 구축에 있다.
[필자 소개]
구교성 | 클레버스(CLEBUS) 의장
2001년 ‘질문·답변을 통한 정보 제공 방법’ 및 ‘대표 키워드 검색’ 등 원천 특허를 출원하며 일찍이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와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시대를 예견했다. 국경 없는 가치 공유와 결제 생태계를 목표로 2006년 클레버스를 설립했다.
이후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의 도래와 함께 무형의 지식 자산을 넘어 실물 자산과 에너지 인프라를 토큰화하는 혁신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현재 클레버스를 통해 실물자산(RWA) 거래소를 포괄하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선박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부터 공공 자산에 이르는 디지털 트윈 및 STO 인증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글로벌 실물자산 금융화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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