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유통·식품기업이 상품 판매 중심에서 브랜드 발굴·육성과 신규 사업화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외부 브랜드에는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 진출을 돕고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브랜드는 고객 반응을 토대로 전개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조직 내부에서는 사내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인큐베이팅 체계도 강화하면서 기업의 역할이 판매 채널에서 '성장 파트너'로 넓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LF·풀무원은 각각 해외 판로 확대,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 사내벤처 사업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삭토스트와 손잡고 면세점에서 확인한 K-푸드 수요를 해외 시장으로 연결한다. 회사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신세계디에프 본사에서 이삭토스트와 '글로벌 시장 확대와 동반 성장을 위한 양사 상생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이삭토스트 브랜드의 면세 판매 활성화와 해외 고객 대상 판매 채널 공동 발굴, 면세 전용 상품 개발, 양사 유통 채널을 활용한 협력 확대 등을 추진한다.
두 회사의 협업은 지난 4월 인천공항 1터미널점에서 시작됐다. 이후 5월 명동점과 온라인몰, 7월 인천공항 2터미널점으로 판매처를 순차적으로 늘리며 국내외 여행객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면세점이라는 유통 채널을 활용해 상품의 시장성을 먼저 확인한 뒤 협업 범위를 해외 판로와 상품 기획까지 넓히는 방식이다. 실제 해외 수출용으로 제작된 '이삭토스트 시그니처 소스'는 신세계면세점을 통해 면세 채널에 입점했으며 온라인몰 입점 이후 식품 카테고리 판매 상위권을 기록했다.
다음 단계는 해외 시장으로 신세계면세점은 면세·해외 유통 운영 경험과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삭토스트의 북미·오세아니아·유럽 판매 채널 진출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면세 고객에 특화한 전용 상품과 패키지 개발도 함께 검토한다.
단순 입점에서 시작한 관계가 상품 개발과 해외 유통으로 이어지면서 면세점의 역할도 판매 공간을 제공하는 데서 브랜드의 시장 확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면세점에서 시작한 이삭토스트와의 협업을 상품 개발과 글로벌 유통까지 확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경쟁력 있는 K-푸드 브랜드를 발굴하고 국내외 고객 접점과 유통 역량을 활용해 해외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했다.
LF 프리미엄 편집숍 '라움(RAUM)'은 브랜드를 선택해 판매하는 편집숍 본연의 역할을 넘어 국내 고객층을 함께 만드는 인큐베이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라움은 매 시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정해 매장 메인 공간에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이후 판매와 재구매 등 실제 고객 반응을 분석해 다음 시즌 바잉 규모와 브랜드 전개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
이번 2026 FW 시즌 주력 브랜드로는 2025년 FW부터 국내에 전개해 온 일본 여성복 브랜드 '마메 쿠로구치(Mame Kurogouchi)'를 선정해 라움 웨스트 메인 조닝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실제 고객 반응도 뚜렷했다. 마메 쿠로구치의 2026년 SS 시즌 매출은 전 시즌 대비 30% 증가했고 구매 고객의 재구매율도 80%를 웃돌았다. 라움은 이 같은 성과를 반영해 2026 FW 시즌 바잉 규모를 40% 이상 확대했다.
앞서 육성한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아키라나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2024년 SS 시즌 첫 입점 이후 매 시즌 구매 고객 가운데 70% 이상이 재구매 고객으로 나타났으며 1인당 평균 구매 객단가도 2024년 SS 대비 2026년 SS 약 30% 증가했다.
개별 브랜드에서 확인된 고객 충성도는 라움 전체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약 53% 증가했고 신규 고객 구매금액도 전년 대비 50% 늘었다. 29세 이하 신규 고객 수는 전년 보다 120% 증가했으며 최근 3년간 재구매율은 60~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의 기존 인지도보다 디자인 철학과 제품 경쟁력을 먼저 평가한 뒤 고객 반응을 축적하고 이를 다음 시즌의 바잉 확대와 마케팅으로 연결해 국내 시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다.
LF 관계자는 "라움은 좋은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편집숍을 넘어 국내 고객층을 함께 만들고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성장 파트너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며 "차세대 럭셔리로 성장할 가능성을 지닌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브랜드에서 시작된 육성 전략은 기업 내부의 신사업 발굴로도 이어지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수서 본사에서 사내벤처 프로그램 'P:Cell 2기' 최종 발표 평가회를 열고 조직 내부에서 나온 신규 사업 아이디어와 사업화 계획을 검토했다.
'P:Cell'은 임직원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사내벤처 제도다. 지난해 1기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 2기는 실제 사업 확장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재설계했다.
모집 분야도 AX 기반 비즈니스 모델, 밸류체인 혁신, 신소재·신기술 및 오프라인 혁신 등으로 구체화했다. 접수된 아이디어 가운데 사내외 전문가 검토를 거쳐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별하고 선정 팀에는 교육과 리허설을 제공해 사업 모델을 구체화했다.
풀무원은 이번 평가에서 사업성이 확인된 과제를 후속 인큐베이팅을 거쳐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지난해 P:Cell 1기에서 선정된 아이디어가 이미 사업화 단계에 들어간 만큼 이번 2기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후속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1기 선정 아이디어는 'Age-Tech 사업팀'에서 사업화를 진행 중이며 올해 가족 건강관리 앱을 첫 결과물로 선보일 예정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올해 P:Cell의 목표는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있지 않고 실제로 사업이 되는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며 "논의되는 아이디어가 발표로 끝나지 않도록 사업화에 필요한 자원과 인큐베이팅 과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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