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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별감찰관 10년 공백, 방치한 정치권부터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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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별감찰관 10년 공백, 방치한 정치권부터 책임져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2026-10-23 09:53:06
사무실 출근하는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사무실 출근하는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권력은 스스로를 감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권력자의 선의가 아니라 법과 제도로 권력을 통제한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제도는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런데 이 제도가 10년 가까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감시받아야 할 권력은 감시 장치 없이 국정을 운영했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권은 제도의 정상화보다 정파적 이해득실을 앞세웠다. 이제 특별감찰관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말만으로 책임을 덮을 수는 없다. 누가 공백을 초래했고, 누가 방치했으며, 누가 정상화를 지연시켰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특별감찰관 공백의 직접적인 원인은 임명 절차를 책임 있게 마무리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 특별감찰관은 법률에 따라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따라서 국회는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추천 절차를 진행할 책임이 있고, 대통령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임명권을 행사할 책임이 있다. 어느 한쪽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상대방의 결정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면 제도는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여야가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있어도, 그 결과까지 국민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특히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친족 등 권력 핵심부를 감찰하는 제도다. 감찰 대상과 가까운 권력이 제도의 가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해충돌에 대한 의심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감시하는 장치가 불편하더라도 이를 보장해야 할 헌법적·정치적 책임이 있다. 집권 여당 역시 대통령실을 무조건 방어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국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권력 감시를 외부의 압박으로만 받아들이는 태도는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 어긋난다.

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 추천 절차를 정쟁의 지렛대로 활용하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후보자 추천을 지연한다면 제도 공백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감찰관을 권력형 비리 예방을 위한 독립적 기구가 아니라 상대 진영을 압박할 수단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여당은 대통령실의 방패가 되고 야당은 감찰관 인선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국민이 기대하는 권력 감시는 시작도 하기 어렵다. 양쪽 모두 감시 제도를 정쟁에 종속시킨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장기 공백을 막을 제도적 안전장치가 허술했다는 점이다. 추천과 임명 절차에 기한이 명확하지 않거나 지연에 대한 설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장치가 부족하면, 정치권은 합의를 미루는 것만으로도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 특별감찰관 공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회 추천 절차의 진행 기한과 지연 사유 공개, 후보자 추천 협의의 의무를 법률에 구체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명 절차 역시 법률상 기한과 처리 원칙을 명확히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절차가 지연될 경우 그 사유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임명권과 국회 추천권의 헌법적 범위를 존중하면서 실효적인 절차를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특별감찰관의 임명 여부만으로 제도의 성공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독립적인 예산과 인력, 법률에 근거한 조사 권한, 감찰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 정기적인 활동 실적 공개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 공백을 메우는 데 그치지 말고 감찰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완성해야 한다. 국회는 공백의 원인과 경과를 점검하고, 정부는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추천·임명 지연의 경위와 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진리와 정의는 책임을 묻는 데서 시작한다. 권력 감시의 공백을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은 임명과 독립성 보장에 책임을 다하고, 여당은 권력 방어보다 제도 정상화를 우선해야 한다. 야당도 추천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감찰을 정쟁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제도 공백을 초래한 과정과 개선 과제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특별감찰관 10년 공백은 단순한 인사 지연이 아니라 권력 감시의 책임을 정치권이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다. 책임 주체를 흐린 채 제도만 복원하면 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 있다. 누가 지연시켰는지 밝히고, 왜 막지 못했는지 따지며, 다시는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절차를 고쳐야 한다. 권력은 감시를 피할 권리가 없고, 정치권은 감시 장치를 멈춰 세울 면책특권이 없다. 그것이 진리와 정의, 기본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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