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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톤 에틸렌이 온다…한국 석유화학 재편의 'X 변수'
S-OIL의 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Shaheen Project)'가 막바지 공정에 들어갔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던 정유사가 석유화학 원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2022년 11월 이사회에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석유화학 2단계 확장 사업이다. 총 투자비는 9조2580억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대 규모다. 완공 시 에틸렌 연산 180만톤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 기존 전체 에틸렌 생산량 176만톤을 웃도는 규모다. 4월 말 기준 EPC(설계·조달·시공) 공정률은 96.9%로, 6월 말 기계적 완공 이후 올해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다.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원천 기술로,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 기존 설비 대비 원료 수율이 3~4배 높고, 에너지 강도 지수 기준 업계 상위 25%(1분위) 수준으로 설계됐다. 파일럿 플랜트 단계부터 수년간 검증을 거쳤으며, 샤힌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 상업 적용 사례가 된다. S-OIL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정유업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정제마진 변동성이 크고, 전기차 확산으로 장기적인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조3546억원에서 2024년 4222억원, 2025년 2356억원으로 2년 만에 82% 줄었다. S-OIL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고 했다. 원가 경쟁력 앞세운 포트폴리오 전환 샤힌 완공 시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S-OIL은 "'정유사에서 화학사로의 전환'이 아닌 '정유에서 화학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원가 경쟁력의 핵심은 TC2C와 수직계열화 구조다. 기존 정유시설의 부생가스·중질유 등 저부가가치 원료를 공정에 투입하고, 아람코와의 원유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나프타 외부 구매 의존도를 줄인다. 연간 생산 에틸렌 180만톤 가운데 132만톤은 자체 폴리머 설비에서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HDPE 44만톤)으로 가공된다. 잔여 약 58만톤과 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기초유분은 울산·온산 산단 내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세계 첫 상업 적용에 따른 기술 리스크에 대해 S-OIL 관계자는 "FEED(기본설계)·EPC 단계를 통해 충분한 검증을 마쳤고, 수십 년간 축적한 플랜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 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미·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아시아 NCC(납사분해설비) 업체들의 가동률이 최대 20~3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S-OIL은 아람코 계열사 지위를 활용해 정유설비 가동률 90% 수준을 유지했고,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2311억원으로 반등했다. 경쟁사들이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샤힌 프로젝트의 초기 시장 진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공급 과잉·재무 부담은 변수 가장 큰 변수는 업황이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설비 감축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대산·울산 산단에서는 기업 간 설비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산 180만톤 신규 설비 진입은 부담 요인이다. 잔여 에틸렌 58만톤의 외부 공급을 두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등과의 공급 경쟁도 불가피하다. 재무 부담도 누적됐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8.7%에서 2025년 말 198.8%로 단계적으로 올랐고, 2026년 1분기 말에는 201.7%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6조660억원, 총차입금은 7조5353억원에 달한다. 아람코가 대여금 6억달러·한도대출 5억38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3년 산업시설자금대출 1조원, 2025년 샤힌 관련 회사채 6800억원도 조달했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수익을 내야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 S-OIL 관계자는 "시황의 부침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수십 년을 내다본 투자인 만큼 TC2C 기반 원가 경쟁력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샤힌은 2010년대부터 검토해온 투자로, 글로벌 최신 설비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울산 지역은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구조조정 논의가 더디다"며 "S-OIL 입장에서는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신규 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26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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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사 첫 파업 기로…플랫폼 업계 노사 긴장 확산
카카오 노사가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을 앞두고 창사 첫 본사 파업 가능성이라는 중대 기로에 섰다.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본사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희망퇴직 추진까지 겹치며 노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도 근무·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하고 있어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긴장감이 번지는 분위기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노사는 27일 오후 3시 경기지노위 중재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카카오 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동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이번 조정이 결렬되면 본사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돼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 앞서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은 지난 2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모두 찬성으로 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를 제외한 4개 법인은 이미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본사까지 27일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연쇄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과 보상 기준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수십억원대 보상을 받는 동안 직원들에게는 불투명한 기준이 적용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20일 판교역 결의대회에서 경영 쇄신과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 보편적 복지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갈등은 게임 계열사 구조조정 문제로도 번졌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추진하자 카카오 노조는 26일 성명을 내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엑스엘게임즈는 MMORPG ‘아키에이지’ 시리즈를 개발한 중견 게임사다. 노조는 “사업 실패와 경영 판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 등 강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엑스엘게임즈는 이미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카카오 본사 조정 결과와 무관하게 단독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카카오 전체 노사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노조는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 공동체의 사업 전략과 투자 방향 속에서 운영돼 온 만큼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가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시점이 부담스럽다. 회사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전환과 조직 재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본사는 카카오톡 운영과 AI 전략의 중심에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서비스 운영 자체가 즉각 멈출 가능성은 낮더라도 장애 대응과 신규 서비스 개발, 하반기 AI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도 이번 공동 파업 가능성이 카카오의 지배구조 재편과 AI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긴장감은 다른 플랫폼 기업에서도 감지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인 우아한유니온은 최근 회사의 ‘골든타임’ 캠페인과 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했다. 노조는 회사가 서비스 안정화와 평가 객관성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매각설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 부담을 구성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든타임’ 캠페인은 중요 상황에서 빠르게 공유하고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회사 측은 실시간 플랫폼 서비스 특성상 장애와 위기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배달의민족은 2020년 크리스마스 주문 폭증으로 앱이 약 4시간 멈추는 장애를 겪은 바 있다. 다만 노조는 퇴근 후와 휴식 시간까지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하는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아한유니온은 2024년 11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로 출범했다. 당시 노조는 권익 보호와 근무 조건 개선, 평가·보상 시스템 투명성 확보, 복지와 인사제도 안정성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출범 이후 플랫폼 기업 내부에서도 평가와 보상, 근무 강도, 조직개편을 둘러싼 노동 의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의 노사 갈등은 제조업과는 결이 다르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생산라인 중단이 곧바로 물리적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지만 메신저·배달·결제·게임 같은 서비스는 장애 대응과 운영 품질이 신뢰의 핵심이다.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면 이용자 서비스보다 먼저 개발 속도, 조직 몰입도, 핵심 인력 이탈, 신사업 실행력이 흔들릴 수 있다. 카카오와 배민 사례는 플랫폼 기업 노동 이슈가 임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성과급 배분의 투명성, 경영진 보상과 책임, 구조조정 과정의 고용 안정, 실시간 서비스 대응을 명분으로 한 근무 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기에는 속도와 실행력을 앞세웠지만 시장 성숙기와 매각·재편 국면에서는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보상의 균형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27일 카카오 본사 조정은 플랫폼 업계 노사관계의 상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파업 위기는 일단 봉합되겠지만 성과 보상과 고용 안정에 대한 불신까지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 첫 파업과 계열사 연쇄 쟁의 가능성이 열리며 그 파장은 다른 플랫폼 기업의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6-05-26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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