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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정론직필] 말의 책임을 잃은 사회 — 황교안 사태가 남긴 말의 교훈
전직 국무총리 황교안 씨가 내란 선동 혐의로 구속되고, 특별 내란수사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된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법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언어 윤리와 책임 의식을 깊이 되묻게 한다. 황 전 총리는 정치적 견해를 넘어선 격한 발언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반복하며 사회의 분열과 불신을 키워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의 말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행동을 자극하는 선동의 도구로 변질되었다. 그 결과, 진실은 왜곡되고 사회적 평화는 상처 입었다. 다석 유영모 선생은 “말은 생명이다”라고 하셨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불경(佛經)에서도 말의 그릇됨을 큰 죄로 경계한다. 거짓말(妄語), 이간질(兩舌), 남을 비난하는 악구(惡口), 헛된 말을 일삼는 기어(綺語)는 모두 공동체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입의 죄’, 곧 구업(口業)이라 했다. 거짓된 말은 단지 남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 자신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총이나 칼이 아니라, 진실을 가리는 말의 폭력이다. 분노와 혐오, 왜곡과 선동이 넘치는 시대에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생명을 살리고 마음을 잇는 말이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자신의 말 한마디가 사회의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성찰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 또한 그 말의 진위를 분별하고, 진실에 무게를 두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말은 흘러가지만, 그 말의 결과는 오래 남는다.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거짓과 선동의 말은 결코 사람을 살릴 수 없다. 이제는 모든 말이 다시 생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실을 향한 말, 사랑을 품은 말만이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울 수 있다.
2025-11-13 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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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의 법과 철근] 조두순을 통제하지 못하는 나라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또다시 무단 외출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거주지를 벗어난 시간대는 등하교 시간대와 야간 금지시간대이며 이는 모두 외출 금지 명령이 적용되는 구간이다. 보호관찰관이 입구에서 제지하지 않았다면 그의 이동은 더 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재택감독 장치가 파손된 사실까지 드러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일탈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국가 관리 체계가 이미 균열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조두순은 2023년에도 야간 외출 금지를 어겨 징역형을 받았고 올해 3월부터 6월 초까지 초등학생 하교 시간대에 네 차례 외출했다. 최근 들어 정신 이상 증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립법무병원의 감정 결과는 치료감호 필요 의견이다. 이는 범죄 위험성이 개인 통제만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판단이며,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단계임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기에 있다. 가해자의 인권, 피해자의 인권, 그리고 공익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국가는 개인의 기본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공익과 집단 안전, 피해자 보호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 고위험군 아동 성폭력 범죄자는 단순한 감독으로는 통제되지 않는다. 위험성을 제거할 실효적 조치가 없다면 지역사회와 피해 예측 대상자들은 계속 불안 속에 놓이게 된다. 이때 국가가 지켜야 하는 우선순위는 예방, 그리고 피해자 보호다. 조두순을 지금처럼 제한된 외출 금지 조항만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이미 효력을 잃었다. 불안정한 정신 상태, 반복되는 이탈, 감시 장치 손상 등 위험 요소들이 겹치는 상황에서 단순 보호관찰만으로는 공익을 지켜낼 수 없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위험을 관리할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의 영역을 넘어 공공 시스템 전체가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주거지 앞에서는 보호관찰관과 경찰, 시 관계자들이 24시간 상주하며 감시를 이어간다. 그러나 이는 예방의 단계가 아니라 사후 대비에 가깝다. 반복되는 위반은 이미 기존 체계의 한계를 입증했고, 치료감호 등 보다 강도 높은 처분 결정을 재판부가 검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8년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다시는 같은 위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권의 균형을 정교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해자의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피해자 보호와 공익이 위협받는 순간 국가가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는 명확하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위험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 국가 책임의 핵심이다.
2025-11-13 10: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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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취임 1년… 외형은 키웠지만 '약속 리스크'가 회사를 흔든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이달 말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다. 도시정비·원전이라는 두 축을 앞세워 외형 성장에는 분명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분양 현장에서 불거진 약속 불이행 및 책임 회피 논란은 회사의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더 거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선임돼 올해 1월 공식 취임했다. 1994년 입사 이후 현대건설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통 ‘현대맨’으로, 취임 직후 도시정비 수주 확대와 해외 원전 사업 선점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8조6000억원 규모의 도시정비 사업을 따내 업계 1위를 기록했으며, 핀란드 신규 원전 사전업무착수계약(EWA)에 이어 미국 원전 해체 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겉으로는 외형 확장에 성공했지만, 내부에선 정반대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오산세마 현대프리미어캠퍼스 사태가 그 상징적 사례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분양대금의 70~80퍼센트를 대출해 주겠다”는 안내를 믿고 계약했으나, 실제 금융권에서는 감정가 기준 50퍼센트 수준의 대출만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등기율도 떨어지고 입주 지연이 확산되자 수분양자들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건설의 책임을 촉구했다. 법률대리인 박휘영 변호사는 “분양 당시 제시된 안내와 현실이 크게 달라 수분양자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중도금 원리금 상환까지 요구해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은 “관련 자료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입주 기간이 지났지만 등기율은 낮고 빈 사무공간이 곳곳에 보였다. 공인중개사들은 “이 시기라면 등기 신청으로 북적여야 하지만 유령도시처럼 비어 있다”고 전했다. 분양대행사는 등기율을 높이기 위해 ‘등기 시 납부금액의 일정 비율 환급’ 행사를 내걸었지만 상황 개선은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은 책임을 선 그었다. 회사는 “지식산업센터 대출은 금융기관이 최종 판단하는 사안이며, 당사는 시공사일 뿐 대출 주선 업무를 주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다만 분양 상담 과정에서 잔금 납부·대출·중도금 무이자 조건 등 전반적 안내를 제공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현대건설은 “시장 상황 변화로 수분양자와 시행사, 시공사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대건설이 홍보 단계에서는 적극적이지만, 약속 이행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면 책임이 모호해지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반복된 ‘기망 논쟁’이 현대건설 브랜드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앞서 이 대표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관련 공사비 대납 의혹으로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회사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내부 감찰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논란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재무 성과도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건설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회사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형 확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주 확대는 단기 성과지만 신뢰는 장기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속 불이행 논란이 누적되면 브랜드 신뢰가 무너지고, 결국 도시정비·민간 수주 경쟁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취임 1년은 외형 성장을 기록한 해였지만, 동시에 현대건설이 약속을 지키는 회사인가라는 보다 근본적 질문을 남겼다. 내년 현대건설의 성패는 외형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25-11-13 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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