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2건
-
-
세 로펌을 합쳐 만든 '최연소 빅6'…화우 23년의 승부
[경제일보] 2002년 12월 4일 법무법인 우방과 화백이 합병을 결정했다.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에 강했던 우방과 송무로 이름을 알린 화백의 결합이었다. 우방은 변호사 40명, 화백은 60명 안팎이었다. 양측은 기존 인력을 내보내지 않는 대등 합병을 택했다. 이듬해 2월 법무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이름은 화백의 ‘화’와 우방의 ‘우’를 따왔고 ‘화목한 집안’이라는 뜻도 담았다. 출범 당시 변호사는 90명을 넘어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에 이은 국내 5위 규모였다. 작은 법률사무소가 조금씩 몸집을 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조직이 한꺼번에 합쳐져 대형 로펌 시장에 들어왔다. 23년이 지난 현재 화우는 국내 대형 로펌을 일컫는 ‘빅6’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2812억원으로 전년보다 12.5% 늘었고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포함하면 301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매출은 약 35% 증가했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화우의 성장사는 합병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전문분야를 붙여온 과정이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묶었고 3년 뒤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최근에는 금융과 기업형사에 더해 M&A와 중대재해, AI·데이터까지 사람을 늘리고 있다. ◆ 자문 우방과 송무 화백이 만났다 화우의 한쪽 뿌리인 우방은 윤호일 변호사가 1989년 세운 법률사무소에서 출발했다. 윤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노트르담대 로스쿨과 베이커앤드맥켄지 등을 거치며 19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다. 귀국 뒤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 공정거래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화백은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중심이었다. 노경래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송무에서 이름을 쌓았다. 우방이 계약과 거래를 다뤘다면 화백은 분쟁이 법정으로 넘어간 뒤의 대응에 강했다. 두 조직은 같은 기업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맡는 일이 달랐다. 2000년대 초 국내 로펌 시장에서는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M&A가 늘었고 해외 거래와 분쟁도 복잡해졌다. 기업은 계약서만 검토하거나 소송만 맡기는 로펌보다 자문과 송무를 함께 처리할 조직을 찾기 시작했다. 윤호일 우방 대표와 노경래 화백 대표도 서로의 빈 곳을 알고 있었다. 우방에는 송무가 필요했고 화백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이 필요했다. 오랜 기간 독자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온 두 로펌이었지만 규모와 업무 영역을 동시에 넓히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1대1 합병 합병 과정에서 양측이 정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기존 인력을 줄이지 않는 것이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인수하는 방식도 피했다. 변호사 수에서는 화백이 더 컸지만 두 조직은 1대1 합병을 택했다. 규모보다 대등한 통합을 앞세운 결정이었다. 문제는 합친 뒤였다. 우방과 화백은 10년 넘게 각자 조직을 운영하면서 보수와 사건 배분, 인사 방식도 달라져 있었다. 합병 당시 윤호일 변호사도 서로 다른 기업문화와 업무 분야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합병을 되돌리지는 않았다. 기업자문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가 같은 고객을 함께 맡도록 업무를 연결했고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조직을 모았다. 한쪽의 이름을 없애는 대신 두 이름의 첫 글자를 합쳐 새 간판을 달았다. 화우는 광장보다 2년 늦게 대형 합병을 했다. 광장이 기업자문 한미와 송무 광장을 합쳐 두 축을 결합했다면 화우는 여기서 한 번 더 움직였다. 출범 3년 뒤 또 다른 로펌을 받아들였다. ◆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을 보강했다 2006년 화우는 김·신·유 법률사무소와 합병했다. 김·신·유는 1967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로펌으로 지식재산권과 외국계 기업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화우보다 역사가 훨씬 긴 조직이었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갖췄다면 두 번째 합병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김·신·유 출신 변리사들도 대거 합류했고 같은 해 특허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기업의 거래와 분쟁에 특허와 상표 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룰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2003년 우방과 화백, 2006년 김·신·유까지 세 조직의 경험이 차례로 한 법인 안에 들어왔다. 화우가 다른 빅6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빠른 시간 안에 종합로펌의 체계를 갖춘 배경이다. 기업자문과 송무에 지식재산권까지 더하면서 다룰 수 있는 사건의 폭도 넓어졌다. 이후에는 큰 로펌을 다시 합치지 않았다. 2010년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고 2013년 관세법인, 2017년 세무법인을 세웠다. 해외에서는 200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시작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냈다. ◆ 화우의 오래된 두 축, 금융과 송무 화우의 업무 가운데 오랫동안 이름을 알려온 분야는 금융과 송무다. 금융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감독기관에서 근무한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명수 대표변호사도 금융감독원에서 10년간 법무팀장과 기업공시팀장 등을 지낸 금융규제 전문가다. 이 대표는 2010년 화우에 합류한 뒤 금융회사 검사·제재와 인허가, M&A, 불공정거래 등의 업무를 맡았다. 최근에도 금융감독원과 글로벌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금융회사 검사와 제재가 복잡해지고 회계감리와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얽히면서 감독기관과 회계 실무를 경험한 인력이 필요해졌다. 송무에서는 기업 경영권 분쟁과 금융소송, 기업형사 사건을 다뤄왔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한앤컴퍼니의 주식양도청구 소송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DB하이텍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에 참여했다. ELS 불완전판매 소송에서는 금융회사를 대리했고 바이오기업 메디톡스를 둘러싼 영업비밀·특허 분쟁에도 참여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 화우는 국내 송무와 기업·M&A, 공정거래에서 각각 Band 2에 올라 있다. 송무에서 출발한 화백과 기업자문을 맡았던 우방의 경험이 20년이 지난 현재의 업무 구성에도 남아 있다. ◆ 송무·금융에서 M&A로 최근 화우가 힘을 더 싣는 분야는 M&A다. 2025년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와 효성화학 네오켐 사업부 매각, 한화생명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 등을 자문했다. 금융과 송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자문 분야에 사람을 집중적으로 넣기 시작했다. 2026년 들어 성과도 나타났다. 네이버의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 칼라일의 KFC코리아 인수, NXC 해외 계열사 지분 매각, 하림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등에 참여했다. 더벨의 2026년 상반기 M&A 법률자문 순위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이명수 대표는 올해도 기업·금융 전문가 영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5년 신입을 제외하고 80명이 넘는 외부 인재를 데려온 데 이어 M&A와 공정거래, 개인정보, 상법 관련 자문을 보강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수출통제, 에너지·인프라, AI·데이터·플랫폼 규제도 투자 분야로 잡았다. 화우가 기업자문을 키우는 방식은 처음 합병 때와 닮은 부분이 있다. 잘하는 금융과 송무를 그대로 두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에 외부 인력을 붙인다. 조직 전체를 다시 합치는 대신 사람과 팀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2년 동안 35% 성장…1인당 매출은 선두권 최근 숫자는 화우의 변화를 보여준다. 화우의 법무법인 매출은 2023년 2082억원에서 2024년 2500억원, 2025년 2812억원으로 늘었다.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치면 지난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2년 동안 총매출이 약 35% 증가했다. 절대 매출로는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에 뒤진다. 대신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2025년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율촌 7억6000만원, 태평양 7억3800만원, 세종 7억2400만원, 광장 7억1300만원보다 높았다. 인력을 늘리면서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최근 5년 동안 화우의 변호사 수는 15% 넘게 늘었지만 매출은 약 40%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등 비변호사 전문가를 사건에 투입하고 고부가가치 사건의 비중을 늘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5위 로펌과의 외형 차이는 아직 크다. 2025년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이 모두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화우가 최근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더라도 매출 3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 합병으로 큰 로펌, 이제는 생산성으로 승부 화우도 몸집만 키우는 방식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2003년에는 변호사 40명의 우방과 60명의 화백을 한꺼번에 합쳤고 2006년에는 김·신·유를 다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빠른 방법이었다. 지금은 수백명의 변호사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202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명수 대표 체제에서 화우는 금융과 송무라는 기존 기반에 M&A와 신산업 규제를 붙이고 있다. 2026년 9월에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강북사무소도 열었다. 삼성동 본사에서만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기업과 금융회사, 정부기관이 몰린 도심으로 접점을 다시 넓힌 것이다. 과거에는 로펌을 합쳐 규모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고객과 가까운 곳에 거점을 두고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붙이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화우는 빅6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대신 출발부터 기존 조직 세 곳이 쌓은 경험을 한꺼번에 가져왔다. 우방에서 기업자문을, 화백에서 송무를, 김·신·유에서 지식재산권을 받아들였다. 2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로펌을 합치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데려오고 기존 강점과 연결한다. 두 번의 합병으로 만든 로펌이 이제는 사람 한 명, 팀 하나의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갔다.
2026-09-21 08:41:15
-
-
삼성화재, AI 활용 '완전판매 행사' 실시…불완전판매 예방 강화 外
[경제일보] 삼성화재가 영업 현장을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준수사항을 점검하는 '완전판매 행사'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보험 판매 과정에서 준수해야 하는 약관 전달과 주요 내용 설명 등 소비자보호 관련 사항을 영업조직이 다시 점검하도록 마련됐다. 삼성화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만화와 노래를 배포하고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완전판매 핵심 내용을 담은 '완판Song'도 제작해 영업 현장에서 소비자보호 수칙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고객중심 경영 실천 3단계 Series'의 마지막 단계다. 1단계는 소비자정책팀, 2단계는 전사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 수행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3단계에서는 영업조직으로 대상을 넓혔다. 삼성화재는 소비자보호 활동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보호 부서가 상품 개발 단계부터 상품 구조와 약관 문구, 계약 관련 서류, 보상 지침 등을 검토하고 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항은 관련 부서와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판매 중인 상품에서 소비자 불만 증가 등 이상징후가 나타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판매 중지 기준과 절차도 마련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불만 가운데 예방 가능한 사항은 시스템과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고객의 불편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우려되는 사항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는 예방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품 개발부터 판매, 보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고객 중심의 소비자보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손보, 고대 안암병원에 정신건강 특화 병원학교 '다숨교실' 개소 한화손해보험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함께 정신건강 입원학생을 위한 병원학교 '다숨교실' 개소식을 열고 환아와 가족을 대상으로 통합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다숨교실은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 인가를 받아 고려대 안암병원에 문을 연 정신건강 특화 병원학교다. 정신건강 치료로 입원한 학생들이 치료 기간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련됐다. 입원학생들은 병원학교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교과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음악·스포츠 활동과 전문 심리상담 등 심리·정서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한다. 한화손보는 환아 보호자를 대상으로 '보호자 웰니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마음건강 선별검사를 시작으로 맞춤형 심리상담과 부모 교육, 보호자 지지 모임 등을 제공해 장기간 돌봄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퇴원을 앞둔 학생에게는 전문 의료사회복지사가 학교 복귀 상담을 제공해 치료 이후 학교생활 적응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의료기관, 교육기관 그리고 기업이 각자의 전문성을 모아 미래 세대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뤄낸 뜻깊은 사례"라며 "치료를 넘어 아이들의 배움이 멈추지 않게 하고 환아와 가족 모두가 함께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웰투게더(We’ll-together)'의 가치를 실현하며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삼성생명, 10년 확정이율 4.40% '굴려받는연금보험' 출시 삼성생명이 목돈을 한 번에 납입해 노후 연금을 준비할 수 있는 디지털 전용 상품 '삼성 굴려받는연금보험'을 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상품은 가입 시 보험료를 일시납하고 최소 10년간 운용한 뒤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 이달 기준 가입 후 10년간 확정이율 4.40%가 적용된다. 사업비를 차감한 금액에 연복리로 이자가 붙으며 10년 이후에는 회사의 운용자산이익률과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공시이율이 적용된다. 상품은 기본형과 연금강화형으로 나뉜다. 연금강화형을 장기 유지하면 가입 5년과 10년 시점에 각각 유지보너스 기준금액의 5%씩 총 10%의 유지보너스가 가산된다. 다만 유지보너스 발생일 이전에 계약을 해지하면 해당 시점까지 적립된 유지보너스는 지급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이달 기준 55세 남성이 연금강화형에 일시납 보험료 1억원으로 가입하면 10년 뒤 적립액은 약 1억5000만원이다. 관련 세법상 비과세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보험차익에 대한 이자소득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가입 연령은 20세부터 80세까지며 최소 가입금액은 200만원이다. 계약을 유지하면서 해약환급금의 최대 95%까지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하거나 적립액 일부를 중도 인출할 수도 있다. 중도 인출 이후 적립액은 기본보험료의 3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인출 금액만큼 향후 적립액과 유지보너스, 연금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0년간 정해진 이율이 적용되는 만큼, 금리 변동에 대한 부담 없이 목돈을 노후 연금 재원으로 준비하려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환경에서 쉽고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0 08:57:06
-
-
-
-
-
-
-
-
국회 원구성 답보…법사위 싸움에 민생경제 볼모 잡혔다
[경제일보]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또다시 멈춰 섰다. 국회 의장단은 선출됐지만 정작 국회를 굴러가게 할 상임위원장 배분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막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과제와 민생입법을 뒷받침하려면 법사위원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입법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고 맞선다. 여기에 정무위원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경제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얽히면서 협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또 자리 싸움에 갇혔다. 여당은 책임정치를 말하고, 야당은 견제정치를 말한다. 말만 놓고 보면 둘 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정치권의 권력 계산일 뿐이다. 국민에게 더 절박한 것은 대출금리, 장바구니 물가, 전기요금, 일자리, 집값, 세금이다. 국회가 상임위원장 명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줄지 않고 기업의 투자 결정은 미뤄지며 정부 정책은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선다. 법사위는 국회 입법의 수문장이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간다. 그래서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여당은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면 국정과제 입법이 막힐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은 여당이 법사위까지 장악하면 입법 독주를 막을 장치가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양쪽 모두 나름의 논리는 있다. 그러나 법사위가 입법 품질을 높이는 관문이 아니라 정쟁의 병목으로 변질된다면 그 논리는 국민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상임위 공백이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금융시장과 공정거래 질서를 다루는 핵심 상임위다. 재경위는 세제와 재정, 거시경제 정책을 좌우한다. 산자위는 반도체, 에너지, 통상, 산업경쟁력의 최전선이다. 예결위는 정부 예산의 마지막 문턱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구조개혁과 경기 대응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자본시장 밸류업,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정리, 금융소비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반도체·AI·에너지 투자, 세수 관리, 민생 예산 조정이 모두 국회 논의와 맞물려 있다. 국회가 멈추면 경제정책도 멈춘다. 그 피해는 가장 먼저 가계로 간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 서민금융 보강, 전세사기 피해 지원, 소상공인 채무조정, 통신비·에너지비 부담 완화 같은 민생 법안은 상임위가 열려야 논의된다. 여야가 법사위 명패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서민은 이자 고지서를 먼저 받는다. 국회의 하루 공전은 정치권에는 협상 전략일지 몰라도 가계에는 생활비 압박이다.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가 정작 민생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기업도 피해자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세법이 어떻게 바뀔지, 산업지원 예산이 유지될지, 금융규제가 풀릴지 조여질지, 노동·환경·공정거래 규정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으면 투자를 미룬다. 투자가 늦어지면 고용도 늦어진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처럼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 신호에 민감하다. 정치권이 상임위 배분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해외 경쟁자는 투자 속도를 높인다. 국회의 정쟁은 기업에는 비용이고 국가경제에는 기회 손실이다. 정부도 발목이 잡힌다. 정부는 예산과 법률이라는 두 바퀴로 움직인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도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종이 위 계획에 머문다. 경기 대응책을 내놓아도 입법과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가 국회를 우회하려 하면 행정 독주 논란이 생기고 국회가 정부를 무조건 막으면 국정 마비가 된다. 여당은 다수의 힘을 절제해야 하고 야당은 견제의 이름으로 국회 정상화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의 대치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양쪽 모두 국민경제 앞에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국회가 지금 밝아야 할 것은 자리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이다. 상임위원장 자리가 권력 배분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순간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당 간 점령지가 된다. 법사위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법사위가 국민을 위해 작동하느냐다. 정무위가 어느 당 몫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질서가 제대로 논의되느냐다. 정치권은 원구성 협상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는 어렵다기보다 염치가 없어 보인다. 국회는 다수결만으로 움직여서도 안 되지만 소수의 발목잡기로 멈춰서도 안 된다. 다수당은 책임 있게 의제를 추진하되 야당의 견제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야당은 견제하되 국회 공백을 협상 카드로 써서는 안 된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일 수 있지만 국회 마비는 협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계산해야 할 것은 의석수가 아니라 손실이다. 국회가 하루 늦어질 때 민생 법안은 얼마나 밀리는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얼마나 커지는가. 기업 투자 결정은 얼마나 지연되는가. 정부 예산 심사는 얼마나 압박받는가. 이런 비용표를 국민 앞에 내놓는다면 여야가 지금처럼 쉽게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 국민은 법사위원장 이름보다 자신의 대출금리를 더 걱정한다. 정무위원장 배분보다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방지를 더 원한다. 예결위원장 몫보다 내년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를 더 궁금해한다. 기업은 어느 당이 상임위를 차지했는지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정부는 정쟁의 승리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국정 동력을 필요로 한다. 국회는 싸우라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싸움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문을 열고 회의를 열고 법안을 올리고 예산을 따져야 한다. 그다음에 치열하게 다투면 된다. 문도 열지 않은 채 열쇠를 누가 쥘지만 다투는 정치는 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다. 국회를 열지 않는 정치는 견제가 아니라 직무유기다.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은 단순한 자리 싸움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정치 리스크를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여야가 법사위와 경제 상임위를 놓고 끝까지 힘겨루기를 벌인다면 그 비용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낸다. 가계는 이자로 내고 기업은 투자 지연으로 내며 정부는 정책 실기라는 이름으로 낸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회가 멈춰도 시장은 움직이고 국회가 싸워도 국민의 청구서는 날아온다. 여야가 정말 민생을 말하려면 원구성부터 끝내야 한다. 권한을 나누는 협상보다 책임을 나누는 합의가 먼저다. 국회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 상식을 잊는 순간, 원구성 싸움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위험이 된다.
2026-06-29 16:08:2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