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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막자 지수형 ETF로…고위험 자금 이동
[경제일보]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문턱을 높이자 고위험 투자 자금이 지수형 ETF(상장지수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는 수천억원대 자금이 유입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몰렸던 투기성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작은 지수형 상품으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변동성은 일부 진정됐지만 레버리지 투자 선호가 구조적으로 낮아졌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 시행일인 지난 7월 31일 이후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 CHECK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수형 ETF 네 종목에 순유입된 자금만 1조원을 훌쩍 넘는다. KODEX 레버리지가 448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ODEX 코스닥150 4237억원, KODEX 200 3827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181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같은 기간 자금이 빠져나갔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가 2002억원 순유출로 이탈 규모가 가장 컸고,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214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도 1025억원이 빠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서 빠진 돈, 지수형 ETF로 자금 흐름은 규제 시행 전후로 뚜렷하게 갈렸다. 7월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두 배로 베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SK하이닉스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 거래대금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규제 시행 이후에는 판도가 뒤집혔다. 거래대금 상위권은 KODEX 200, KODEX 레버리지, KODEX 인버스, KODEX 200선물인버스2X,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같은 지수형 상품으로 채워졌다. 한때 거래대금 1위를 다투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순위는 지난 7일 13위까지 내려앉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별 종목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분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기본예탁금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매수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며 “다만 고위험 성향 투자자금이 완전히 빠져나갔다기보다 지수형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일반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상장지수증권)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할 경우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보유하도록 했다. 기존 기본예탁금 1000만원에서 문턱을 세 배로 높인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과열 양상을 보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장의 수요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지난 7월 31일로 앞당겨 시행한다고 밝혔다. ◆거래대금 급감…당국 규제 1차 효과 당국 조치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키움증권 분석을 인용해 금융당국 조치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비중이 지난 7월 30일 코스피 거래대금의 33.4%에서 7월 31일 6.6%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거래 비중이 하루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매수 수요를 빠르게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거래가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하루 수익률의 두 배 안팎을 추종하는 구조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도 빠르게 확대된다. 특히 기초자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코스피 내 비중이 큰 종목일 경우 레버리지 ETF의 매매와 헤지 수요가 다시 현물 주가와 지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기본예탁금 상향, 신규 상장 제한, 광고 제한 등 보완 조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대형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의 레버리지 ETF 청산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한국 증시에서 레버리지 ETF 청산이 완료됐고 헤지펀드 디레버리징도 약 90% 진행됐다고 봤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을 약 387억달러로 추정했다. ◆풍선효과인가, 정상화인가 다만 지수형 ETF로의 자금 이동을 모두 단일종목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 시행 이후 전체 ETF 시장의 거래대금이 함께 줄어든 데다, 최근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강하게 반등하면서 코스닥 지수형 상품의 투자 매력이 커진 측면도 있어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KODEX 코스닥150과 코스닥150레버리지로 자금이 들어온 것은 단일종목 규제의 영향도 있지만, 코스닥 반등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봐야 한다”며 “모든 자금 이동을 규제 회피성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수형 ETF는 단일종목 상품보다 분산 효과가 있다.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은 여러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특정 기업 실적이나 뉴스에 따른 급등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보다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레버리지 구조 자체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수형 레버리지 ETF도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손실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특히 장기 보유 시에는 기초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변동성 누적으로 수익률이 기대와 달라질 수 있다. ◆레버리지 선호가 끝났나 이번 규제의 1차 효과는 개별 종목 쏠림 완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거래가 줄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던 일부 수급 요인은 완화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위험을 낮춘 것인지, 위험의 종류를 바꾼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지수형 ETF와 인버스 상품으로 옮겨간다면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거래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지수형 상품은 단일종목보다 분산돼 있지만, 시장 급등락 국면에서는 오히려 지수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했지만, 고위험 투자 수요가 지수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며 “상품별 규제보다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의 손익 구조와 장기 보유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국 입장에서도 과제는 남아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는 시장 과열을 누그러뜨리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 그러나 자금이 다른 고위험 상품으로 옮겨가는 상황까지 관리하려면 판매 과정의 위험 고지, 투자자 적합성 확인, 상품 구조 설명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특정 종목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시장 안정 효과와 자금 이동 양상을 함께 보면서 필요하면 추가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자본시장 전망은? 8월 증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효과와 반도체주 수급 안정 여부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 조치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비중은 급감했고,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고위험 자금이 지수형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거래가 다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글로벌 변수도 부담이다. 로이터는 10일 아시아 증시가 소폭 상승했지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67% 안팎에서 움직이고 대규모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금리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와 환율, 미국 기술주 흐름이 다시 흔들릴 경우 외국인 수급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증시의 부담 요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줄면서 시장의 급격한 쏠림은 완화됐지만, 지수형 레버리지와 인버스 거래가 늘면 변동성의 형태만 달라질 수 있다”며 “8월 코스피는 반도체 실적 기대, 외국인 수급, 레버리지 자금 이동을 함께 보면서 당분간 6000선 초반에서 6500선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6-08-10 14: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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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오른 증시, 반도체 때문에 무너졌다
[경제일보]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했다. 지난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84% 내린 6023.66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낙폭은 11.3%까지 커졌고 시장 전체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4% 넘게 떨어졌다. 외국인은 약 5조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은 4조원가량을 받아냈다. 거래 종목 917개 가운데 오른 종목은 36개에 불과했다. 직접적인 충격은 글로벌 반도체주 매도세였다. 중국 메모리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공적인 증시 상장과 중국의 노광장비 기술 진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인공지능 투자 과열과 반도체 수요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도 매도세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번 폭락을 중국 반도체 기업이나 외국인 매도, 공매도 세력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외부 충격이 거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충격을 코스피 전체의 붕괴로 키운 것은 한국 증시의 편중된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두 종목이 흔들리면 업종과 실적이 다른 수백 개 기업까지 함께 추락하는 구조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호황을 타고 빠르게 올랐다. 코스피는 지난 6월 9114.55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반도체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과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34% 밀렸다. 7월 하락률만 29%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의 월간 하락 폭까지 넘어섰다. 상승할 때는 반도체가 시장 전체를 끌어올렸지만 하락할 때도 같은 종목들이 지수 전체를 끌어내린 것이다. 특정 산업의 경쟁력이 증시를 이끄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미국 증시도 대형 기술기업의 영향력이 크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하고 시장을 떠받칠 만한 두 번째, 세 번째 성장축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자동차와 바이오, 조선, 방산, 콘텐츠, 금융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이 존재하지만 기업가치와 주주 신뢰를 높여 장기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외국인 수급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도하면 이를 받아줄 국내 장기투자 기반이 취약하다. 개인투자자는 시장이 급락할 때 저가 매수에 나서지만 단기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제한적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공모펀드 등 장기자금은 경직된 운용규정과 낮은 주식 비중, 투자자 불신에 묶여 있다. 외국인 자금이 빠질 때마다 환율과 주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천수답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장기투자자가 부족한 것은 단순히 자금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지배구조와 주주환원, 회계 투명성에 대한 불신도 장기투자를 가로막는다. 실적이 좋아도 지배주주의 결정에 따라 합병과 분할, 자사주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면 투자자는 장기 보유보다 단기 차익을 택하게 된다. 증시 안정은 매매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기업이 주주의 신뢰를 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최근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키웠는지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대형주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상승장에서 수익을 키우지만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공매도를 금지하거나 가격 제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공매도 불법행위와 시세조종은 엄벌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가격 발견 기능까지 막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불신과 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다. 서킷브레이커도 공포를 진정시키는 안전장치이지 주가 하락 자체를 막는 수단은 아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주가 수준을 떠받치려 하기보다 구조적 취약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반도체 이외의 성장기업이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산업정책과 자본시장 정책을 연결해야 한다. 성장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하되 부실기업의 우회 상장과 과도한 공모가 책정은 엄격히 걸러내야 한다. 퇴직연금과 연기금 등 장기자금이 국내 우량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주주환원 확대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자사주 제도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시장이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세제 혜택만 확대한다고 장기투자가 늘지는 않는다. 기업들도 반도체 호황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과 인재,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주와 시장에 기술 격차와 투자 성과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부상을 단순한 저가 공세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생산능력과 기술 자립 속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비해야 한다. <서경>의 ‘거안사위(居安思危)’는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가 사상 최고치를 끌어올릴 때 편중의 위험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 이제 시장이 무너진 뒤 투기세력과 공매도만 탓한다면 같은 충격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반도체는 한국경제와 증시의 강력한 엔진이다. 그러나 하나의 엔진에만 의존하는 시장은 그 엔진이 멈추는 순간 전체가 흔들린다. 코스피 10% 폭락이 보여준 것은 반도체 산업의 실패가 아니라 반도체밖에 믿을 것이 부족한 증시의 취약성이다. 시장을 살리는 길은 주가를 임시로 떠받치는 데 있지 않다. 산업을 다변화하고 장기자금을 키우며 기업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2026-07-29 10: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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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팔던 연기금, 7월엔 샀다…SK하이닉스 순매수 1위
[경제일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재개가 ‘매도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이달 연기금 수급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상반기 매달 순매도를 이어가던 흐름과 정반대다. 코스피 조정으로 국내 주식 평가액이 줄어든 가운데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은 이달 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84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순매수 흐름을 보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연기금 등은 상반기 내내 매도 우위를 보여 왔다. 지난 1월 1조8911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2월 6816억원, 3월 7648억원, 4월 8961억원, 5월 2조1617억원, 6월 2조337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상반기 매달 매도세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이달 들어서는 수급 방향이 바뀐 것이다. 거래일 기준으로도 변화가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순매도 거래일이 매달 과반을 차지했지만 이달에는 지난 24일까지 순매도 거래일이 6일에 그쳤다. 남은 거래일에 다시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흐름상 상반기와 같은 대규모 매도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연기금 등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규모는 4258억원으로 두 달 연속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와 고대역폭메모리 기대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정 국면에서 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도 2247억원 순매수되며 2위를 차지했다. 이어 S-OIL 1744억원, DB손해보험 1094억원, 셀트리온 953억원, 대한항공 899억원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반도체와 에너지, 보험, 바이오, 항공 등 업종 전반에 걸쳐 매수세가 분산됐다. 가장 많이 판 종목은 SK스퀘어였다. 연기금 등은 이달 SK스퀘어를 5757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기 3136억원, LG이노텍 1119억원, 삼성생명 1238억원, 삼성전자 1115억원도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그룹 계열사 일부가 매도 상위권에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당초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가 지난달 말 종료되면서 이달부터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최대 74조원 규모의 국내 주식 매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실제 수급은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순매수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 조정이 국민연금 수급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줄었고ㅡ이에 따라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한 매도 부담도 완화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민연금도 매도 우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앞서 연기금 매도 폭탄 우려에 대해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리밸런싱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운용 과정을 면밀히 보겠다고 밝혔다. 이달 연기금 수급은 국민연금 리밸런싱을 둘러싼 시장 우려가 실제 매매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국내 주식 비중 조정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코스피 흐름과 외국인 수급,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전략이 하반기 증시 수급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6-07-26 15: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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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리 인상, 한국 경제에 던진 세 가지 경고
[경제일보] 일본은행이 움직였다. 16일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올렸다.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결정 배경은 분명하다. 미국·이란 전쟁이 남긴 에너지 가격 충격, 호르무즈 해협 불안, 공급망 훼손, 그리고 기업 간 가격 전가가 소비자물가로 번질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이 중동발 인플레이션 위험과 엔화 약세를 금리 인상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전쟁은 총성과 함께만 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유조선 항로로 오고 해상보험료로 오고 원유 선물 가격으로 오며 중앙은행 회의장 의사봉 소리로 온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완화되고 유가가 하락했다는 소식도 있지만 그것이 곧 물가 위험의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브렌트유가 배럴당 78.96달러까지 떨어졌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공급 정상화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문제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일본만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에는 적어도 세 가지 경고가 담겨 있다. 첫째는 환율 경고다. 둘째는 물가 경고다. 셋째는 금리 경고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 금리와 달러 흐름에 주로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일본이 저금리 시대의 끝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동아시아 자금 흐름도 달라진다. 엔화 금리가 오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약해진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던 돈의 일부는 되돌아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신흥시장 통화와 주식, 채권은 변동성을 맞는다. 원화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일본 금리 1.0%는 여전히 미국이나 한국보다 낮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절대 수준보다 방향이다. 일본은행이 “더 이상 무제한 완화의 시대에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순간, 시장은 일본 자금의 귀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한국 채권시장에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수급 불안으로, 외환시장에는 원·엔, 원·달러 변동성 확대로 나타날 수 있다. 물가에도 경고음을 울렸다. 한국은 일본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낮다고 말하기 어렵다. 원유와 LNG,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기업 원가가 먼저 오른다. 이어 전기요금, 운송비, 항공료, 식품 가격, 외식 가격으로 번진다. 이미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2년여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석유류 가격과 국제항공료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전망을 2.2%에서 2.7%로 올렸고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가가 무서운 것은 한 번 오르면 제자리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 데 있다. 원유 가격이 내려도 물류비와 인건비, 가공비를 거쳐 소비자가격에 붙은 인상분은 남는다. 일본은행이 우려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기업 간 거래에서 시작된 가격 전가가 소비자 단계의 광범위한 품목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행 결정을 보면 원유 가격 상승이 기업 간 가격 전가를 빠르게 만들고 이것이 소비자물가로 파급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길목에 서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은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리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경고는 정책의 착시다. 유가가 하루 이틀 떨어졌다고 해서 물가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는 속도보다 공급망의 상처가 아무는 속도는 느리다. 에너지 인프라가 손상됐고 보험료와 운임, 재고 확보 비용은 이미 기업 장부에 반영됐다. 유럽중앙은행 인사들도 중동 긴장이 완화된 뒤에도 에너지 가격 압력이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딜레마는 여기서 깊어진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와 내수에 부담이 간다. 금리를 묶어두면 물가와 환율이 흔들린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크고 자영업 경기의 회복력도 약하다. 그렇다고 물가를 방치할 수도 없다. 중앙은행이 물가 기대를 놓치면 훗날 더 큰 금리 인상으로 되갚아야 한다. 지금의 0.25%포인트는 고통스럽지만 뒤늦은 1%포인트는 더 잔인하다. 기업에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일본 금리 인상은 단순한 금융 뉴스가 아니다. 에너지 조달, 원자재 재고, 환헤지, 차입 구조, 해외 생산망을 다시 점검하라는 경고장이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항공, 해운 등 에너지와 환율에 민감한 업종은 ‘전쟁 이후’가 아니라 ‘전쟁의 비용이 장부에 남는 시간’을 봐야 한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실적 격차도 커질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심성 보조금 경쟁이 아니다. 에너지 취약계층과 물류·운송·중소 제조업에 대한 정밀 지원, 전략 비축, 수입선 다변화, 전력망 투자, 환율 급변 대응 장치가 필요하다. 통화정책이 물가 기대를 붙잡는다면 재정정책은 충격이 가장 약한 곳으로 몰리지 않도록 완충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브레이크를 밟고 정부는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 동양 고전 <춘추좌씨전>에는 ‘안거위사(安居危思)’라는 말이 있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유가가 조금 내렸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이웃 나라 중앙은행이 위험을 먼저 본 것이다. 한국이 그 경고를 남의 일로 흘려듣는다면 다음 차례는 원화와 물가와 가계 이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묻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 남긴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가.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는 충분한가. 환율과 자본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는가. 답은 어렵지 않다. 지금은 낙관보다 대비가 필요한 시간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이 끝났다고 믿는 착각이다.
2026-06-17 17: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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