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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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한 달 김용범, 왜 다시 '국채'를 꺼냈나
[경제일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경제정책의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는 부동산도, 증시도 아니다. 국채다. 김 전 실장이 최근 쓴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의 출발점은 글로벌 금리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장기금리 상승을 단순한 인플레이션 후유증이 아니라 지난 15년간 이어졌던 저금리 체제의 변화로 봤다. 글만 놓고 보면 채권시장 분석이다. 그러나 작성 시점과 김 전 실장의 현재 위치를 함께 놓으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김 전 실장은 지난 9월 1일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정부 출범 후 15개월 만이었다. 한미 통상협상과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휘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부동산·세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책임론도 동시에 받았다. 퇴임 이후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며 김 전 실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다만 현재까지 제기된 내용은 정치권의 의혹과 고발 단계다. 10월 1일 정무위가 채택한 증인 명단에는 김 전 실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이 선택한 주제가 국채와 반도체, 그리고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그의 정책실장 재임기를 상징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두고 “아주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이 모일 것”이라며 청년·미래·지역·교육에 활용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자리에서 물러난 9월 1일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정책실장 임기는 끝났지만 그가 밀었던 정책은 오히려 제도화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글에서 김 전 실장이 “정부에서 일하며 호황기 세수가 가진 중력을 여러 번 봤다”고 회고한 대목도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세수가 늘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교육청마다 쓸 이유가 생기고, 한 번 늘어난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미래대응기금을 설명하면서 ‘의지만으로는 이 중력을 이기기 어렵다. 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숫자는 그의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000억원으로 다시 추산했다. 추경예산보다 63조2000억원 많다. 반도체 호황과 특별배당, 증시 활성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9월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63% 증가했다.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반도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 전 실장이 이번 글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도 현재의 고금리 자체보다는 반도체 호황이 끝났을 때의 한국 경제다. 지금은 반도체 수출과 기업이익이 성장과 세수, 외환수급을 동시에 받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상황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성장과 세수가 둔화되고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로벌 장기금리마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 경제가 쓸 수 있는 완충재는 줄어든다. ◇ 왜 지금 ‘국채’인가 글의 또 다른 축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를 넘어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미국 고용이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졌지만 장기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라면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났을 때 국채 금리는 먼저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채 공급이 늘고 있는 데다 AI 투자 붐까지 자본시장 수요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의 돈을 쓰고 있다. 올해 들어 AI 관련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 금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돈을 필요로 하는 구조다. 일본도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3%를 기록해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장기간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의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가 확대됐고,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도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재정, AI 투자, 인플레이션, 지정학이라는 네 가지 요인을 국채 금리 상승 원인으로 나눈 배경이다. 결국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2010년대의 초저금리가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시장 분석인가, 정책 유산에 대한 설명인가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회고가 이례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 김 전 실장은 재임 당시에도 SNS에 장문의 경제정책 글을 꾸준히 올렸다. 정책실장이 직접 증시와 부동산, 산업정책을 설명하면서 시장이 그의 표현 하나하나에 반응하기도 했다. 이번 글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의 글이었다면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정책 설계자의 글이다. 그래서 “좋을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장 전망인 동시에 자신의 정책 선택에 대한 설명으로도 읽힌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그렇다. 정부는 내년 기금에 162조3000억원을 적립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45조4000억원을 쓰고 나머지는 국채 발행 축소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도가 출범하기도 전에 논쟁은 시작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가·초과 세수를 기금에 적립한 뒤 필요할 경우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구조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약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수 있다며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글에서 “기금의 입법도 중요하지만 꺼내 쓰는 원칙을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오히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기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용범의 진단, 어디까지 맞을까 큰 방향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이 그의 진단과 상당 부분 겹친다. 글로벌 국채금리가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전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은 이미 뚜렷하다. 정부 부채 증가와 AI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에 반도체라는 강력한 완충재가 있다는 분석 역시 현재 숫자만 보면 설득력이 있다. 올해 세수 증가와 기록적인 수출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한국 경제의 위험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잘될수록 성장률도 높아지고 세수도 늘어난다. 정부의 정책 여력도 커진다. 반대로 반도체가 흔들리면 그 효과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쟁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호황으로 생긴 돈을 지금 쓸 것인가. 다음 불황을 위해 남길 것인가. 아니면 AI와 인재,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인가. 김 전 실장은 세 번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다만 그 답이 미래대응기금 하나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통제, 지방재정과의 관계, 투자 사업의 선정 기준, 기금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엄격하게 정하느냐가 남았다. 기금이 미래 투자를 위한 완충장치가 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거대한 지출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도 아직 정치권에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새로운 공직은 없다. 그럼에도 그가 다시 시장과 정책에 대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적어도 글 안에서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이 정부 안에서 보았던 호황기의 재정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자신이 추진했던 미래대응기금이 왜 필요했는지를 다시 말하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 복귀 신호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정책실장에서 경제정책 논객으로 위치가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 한 달 전까지 정책을 만들던 사람이 이제 그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밖에서 설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장은 그의 글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채금리는 오르고 있고, AI 투자는 더 많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 전례 없는 호황을 가져왔다. 미래대응기금의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앞으로 볼 대목은 김용범 개인보다 정책이다.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더 많은 의무지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신산업과 인재, 재정의 완충력이 남을 것인가. 한편 김 전 실장이 던진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라는 문제의식의 끝에는 결국 이 질문이 있다. 좋을 때 번 돈을 어떻게 쓰는가. 호황이 끝난 뒤 국가의 실력은 거기서 드러난다.
2026-10-03 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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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중 새 무역합의 도달"…대만문제엔 '신중 처리' 촉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며 협력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핵심 사안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신중한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는 양국 산업계와 국민,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협력은 양방향"이라며 "중미(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는 협력 목록을 늘리는 동시에 문제 목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측이 서로 양보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중미 경제무역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긍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이 그간 '침해 불가'의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온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신중한 처리를 거듭 요청했다. 그는 "미국 측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 중미 간 전략적 협력과 양국 관계 발전에 튼튼한 기초를 다지기를 바란다"며 "국가 통일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이란전쟁과 관련, 미국과 이란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각국의 주권·안보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왔으며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다"며 미국·이란이 6월 종전안 등을 담아 체결했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로 복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조속히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궤도로 복귀해, 최종적으로 핵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인 합의를 이루고 조속히 평화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양국이 규제 문제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국과 미국 모두 AI 대국으로, 양측 사이에는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 또한 가능하며, 서로를 경계·방어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또 "양측은 AI 대화를 지속해 위험과 이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오용과 악용을 공동으로 방지해야 한다"며 "AI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를 유지하고, 인간 중심적이고 선의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해 AI가 인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에 대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미중 관계의 현실을 반영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구현했다"며 "양국이 올바로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양국이 이러한 비전을 행동으로 옮겨서,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미중 관계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양국 정상이 반년도 안 되는 시간에 상호 방문을 실현했다. 이는 미중 관계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방식으로 소통을 유지하며, 함께 미중 관계라는 큰 배의 항로를 이끌고 키를 잡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와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위기 등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2026-09-25 07: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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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셀렉스까지…매일유업이 57년간 찾은 '영양의 빈칸'
[경제일보] 매일유업은 지난 57년간 소비자에게 부족한 영양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해왔다. 1969년 우유가 부족하던 시기 낙농사업으로 출발해 1974년 영유아용 조제분유 생산에 나섰고 이후에는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까지 개발하며 영양 수요를 세분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아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 수요에는 '셀렉스'를 선보였으며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두유와 오트음료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질환·연령·소화 능력·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미충족 수요를 찾아 영양 설계와 유가공 기술로 제품화해온 것이다. 우유와 분유에서 시작한 기술이 50여년 뒤 중장년·고령자·환자의 영양관리까지 이어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낙농보국'에서 시작한 57년…우유·분유로 식품사업 기반 구축 출발점은 우유였다. 매일유업의 전신 한국낙농가공은 1969년 2월 '낙농보국'을 창업정신으로 출범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김복용 창업주가 각각 절반씩 출자해 자본금 3억원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공급할 낙농 기반 확보가 먼저였다. 매일유업은 1972년 미국산 처녀우 850마리와 호주산 임신우 850마리를 들여왔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젖소를 비행기로 수송하며 원유 공급 기반을 넓혔다. 이렇게 확보한 낙농 기반을 바탕으로 1973년 호남공장을 준공해 테트라팩 우유 생산에 들어갔으며 1974년에는 중부공장을 가동해 조제분유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생산 기반을 갖춘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1981년 매일분유를 중동에 수출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유가공 역량을 해외시장으로 연결했다. 우유와 분유에서 쌓은 식품 제조·유통 역량은 냉장주스, 발효유, 컵커피와 같은 인접 식품군으로 이어졌다. 1992년 국내 최초 냉장주스 '썬업'을 출시한 데 이어 컵커피·발효유·두유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소비자의 다양한 식음 수요를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이 반복해온 방식은 단순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과 식생활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찾아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 구조를 재편했다. 기존 매일유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로 바뀌고 우유와 분유 등 유가공 사업은 새로 출범한 매일유업이 맡는 방식으로 분리됐다. 회사의 법인 구조는 달라졌지만 생산시설과 브랜드, 유가공 사업의 역사는 1969년 창립 때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락토프리까지…작은 영양 수요도 제품으로 매일유업의 사업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매출 규모가 큰 우유나 커피보다 1999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용 특수분유에서 찾을 수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는 특정 아미노산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와 일반 분유는 물론 고기와 쌀밥 같은 일상적인 식품도 자유롭게 섭취하기 어렵다. 매일유업은 이런 환아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성분은 보충한 특수 유아식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렇게 시작한 특수분유 생산은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특수분유는 효율성이 높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는 약 350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일반 제품과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때마다 일반 분유 공정을 멈추고 설비를 별도로 세척한 뒤 소량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수익성보다 반드시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는 이 같은 방식은 매일유업이 강조해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실제 제품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특정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섭취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출시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미세한 필터로 유당을 제거하는 UF(Ultra Filtration) 공법을 적용했다. 출시 당시 국내에서는 락토프리라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유당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닐슨 집계 기준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2019년 300억원대에서 2023년 약 8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같은 시기 시장점유율 44%로 1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출시 19년 만에 누적 판매량 8억개를 넘어서는 등 우유 섭취에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를 새로운 유제품 수요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선보인 상하목장은 소비자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원료와 생산 방식, 품질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겨냥했다. 일반 백색우유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유기농 원유와 생산 과정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층을 공략하면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다. 락토프리 우유가 소화 여부에 따른 수요를 겨냥했다면 상하목장은 원료와 생산 방식에 대한 선호를 제품에 반영해 동일한 우유 시장 안에서도 소비 기준을 한층 세분화한 사례다. 분유 기술을 중장년·환자까지…셀렉스·메디웰로 '평생 영양' 공략 인구구조 변화는 매일유업이 공략해야 할 영양 수요의 방향도 바꿨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우유와 분유 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사이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는 커졌고 매일유업은 이에 맞춰 분유에서 축적한 영양 설계 역량을 중장년층으로 확장했다. 2018년 선보인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해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설립해 중장년층의 근육과 단백질 섭취를 연구했다. 이후 △분말형 단백질 △RTD 음료 △프로틴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셀렉스 누적 매출은 지난해 5월 5000억원을 넘어섰다. 분유가 성장기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을 설계한 제품이었다면 셀렉스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과 영양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영양 설계는 고령자와 환자로도 이어져 매일유업은 전문 균형영양식 '메디웰'을 통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이 사업을 한 단계 더 세분화하며 한림대학교의료원, 푸드테크 기업 슈팹과 환자·고령자 맞춤형 영양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의료기관의 임상 역량과 식품 기술을 결합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연령과 상태에 맞춰 분유를 설계했던 방식이 중장년, 고령자, 환자의 상태별 영양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새로운 영양 수요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유가공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 국산 우유를 UF 공법으로 3배 농축한 단백질 RTD 음료 '퓨어틴'을 출시했다. 330㎖ 한 팩에 단백질 23g을 담으면서 유당은 제거했다. 2005년 락토프리 우유에 활용했던 여과 기술을 최근 커지는 단백질 음료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영양의 빈칸은 식습관에서도 나타났다. 건강과 환경, 소화 문제 등을 이유로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일유업도 콩, 아몬드, 귀리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기존 매일두유에 아몬드브리즈를 더한 데 이어 2021년 귀리를 활용한 '어메이징오트'를 선보였다. 유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매일유업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까지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8월에는 상하목장 브랜드의 첫 두유 제품인 '콩물두유' 3종도 출시했다. 국산 서리태를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유기농 유제품 중심이던 상하목장 브랜드를 식물성 음료까지 확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매일유업이 식물성 음료를 주요 성장 품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신제품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깝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매일유업의 고객은 점차 연령과 원료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일유업은 영유아용 분유부터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 중장년층 대상 단백질 제품, 환자·고령자용 균형영양식, 식물성 음료까지 고객별 생애주기와 식습관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뉴트리션 영업익 338%·수출 26% 증가…백색우유·해외 수익성은 과제 이러한 전략은 올해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매일유업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9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54.3%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으로 각각 4.8%, 64.4% 증가했다. 특히 조제분유와 성인영양식 등이 포함된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뉴트리션 매출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2.7%로 높아졌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338.3% 늘었고 2분기만 보면 매출 632억원으로 16.4%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억원에서 27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가공 부문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뉴트리션 사업이 매일유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유 사업에는 최근 출생아 반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4만58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도 2만3111명으로 15.6% 증가해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일유업도 출생아 증가에 따른 조제분유 판매 호조를 상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에 맞춰 조직 구조도 재정비했다. 매일유업은 2021년 헬스앤뉴트리션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100%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올해 5월 다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뉴트리션 사업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영업과 상품개발, 마케팅 역량을 한데 묶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별도 법인에서 키워온 셀렉스 사업을 본체로 편입해 기존 유가공·영양 연구 역량과 판매조직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영양 제품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일유업의 수출액은 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늘어 같은 기간 2.5% 증가에 그친 내수 매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6%에서 5.6%로 높아지면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매일두유와 셀렉스 등 8개 제품을 미국 올리브영 패서디나점과 온라인몰에 입점시키며 현지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저당·고단백 두유와 콜라겐 제품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 세분화해온 식물성·건강관리 수요를 미국의 'K-웰니스' 소비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수분유 역시 해외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건강을 통해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를 현지에 공급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내 수백명의 환자를 위해 유지해온 제품을 해외 희귀질환 환자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별 해외 판매 접점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쳤고 지난해 해외 종속기업인 북경매일유업유한공사와 매일호주유한회사는 각각 7억원과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판매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현지 사업 기반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향후 해외사업의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사업인 백색우유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원유 공급과잉으로 백색우유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포장재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말 매일유업의 원유 매입가격은 ℓ당 1359.97원으로 지난해 말 1357.71원, 2024년 말 1343.9원보다 높아졌다. 백색우유 소비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원유 매입 부담은 쉽게 낮추기 어려워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은 하반기 백색우유의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조제분유와 셀렉스 등 뉴트리션, 식물성 음료의 국내외 판매를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영양의 빈칸'을 발견하는 감각보다 그 빈칸을 충분한 규모의 시장으로 키워내는 힘이다. 국내 유업시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의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높이고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 경쟁력을 안착시켜야 한다. 지난 57년간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를 제품으로 구현해온 역량이 향후 시장 확대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매일유업의 다음 성장 곡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영양 수요를 발굴해 보다 건강한 식음료로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50년 이상 축적한 영양 설계 기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소비자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온 진정성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와 성인·장노년층 영양식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조제분유와 식물성 음료, 셀렉스 등을 판매하고 미국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등 수출 활로를 확보해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31 1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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