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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증시와 AI 대전환, 금융의 기본과 상식부터 바로 세워라
[경제일보]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의 파고에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의 급락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겹친 결과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 시장을 흔들 수는 있어도 시장의 체력과 감독 체계의 허점을 대신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식 처방이나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위험을 직시하고 기본과 상식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기둥은 신뢰와 공정성이다.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투자자가 같은 정보와 규칙 아래 경쟁하며 위험이 합리적으로 관리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자본이 모인다. 이 토대가 무너지면 주가 부양책을 쏟아내도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은 지수를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규칙을 세우고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무겁다. 외국인 자금 흐름과 시장 유동성,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위험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이 금융회사와 투자자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위기 징후를 놓친 뒤 대책을 내놓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뒷북이다. 불공정 거래와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시장 안정 조치는 신속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원칙과 투명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정책 방향이 흔들리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응마저 미온적이라면 당국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허무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대전환이다. 이번 증시 급락을 일시적인 수급 충격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AI가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 구조, 글로벌 자본의 투자 지형을 동시에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형주가 증시를 이끄는 상황에서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국내 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안주한 채 AI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놓친다면 시장의 불안은 산업 경쟁력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경고음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승부는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와 서비스 혁신이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 인재 양성, 안정적인 전력 공급, 규제 개선을 아우르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혁신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산업 생태계도 정비해야 한다. 지원금만 늘리고 낡은 규제와 경직된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재정 낭비다. 기업의 책임도 막중하다. 정부 지원이나 시장의 기대에 기대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연구개발과 사업 구조 전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주주와 투자자에게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유행하는 기술에 편승하거나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경영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를 만들 수 없다. 자본시장 역시 투기적 기대보다 기업의 실력과 미래 현금흐름을 평가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는 방임과 동의어가 아니다. 공정한 규칙과 책임 있는 감독이 뒷받침돼야 자유로운 경쟁이 혁신을 낳고 자본도 생산적인 곳으로 흐른다. 정부는 시장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기업은 기술과 실적으로 답하며, 금융당국은 감독의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정치권도 주가 상승을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제도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위기 때마다 대책만 늘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흔들리는 증시를 바로잡는 출발점은 지수 방어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시장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고 AI 대전환에 필요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단기 충격을 넘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 금융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채 기술 혁신만 외쳐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2026-10-16 09: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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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청문회가 또 부동산 검증장 됐다…정책능력은 언제 묻나
[경제일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것은 북한 핵도 전시작전통제권도 아니었다. 집과 상가였다. 16일 강신철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은 서울 천왕동 철거민 특별공급과 장남의 7억원대 상가 매입, 재산신고 누락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강 후보자는 특별공급은 정상적인 보상이었고 장남 상가를 신고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시간을 공방으로 보냈다. 검증할 사안이다.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부동산을 어떤 방법으로 취득했는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특혜를 받은 것은 없는지, 재산을 빠뜨리지 않고 신고했는지는 따져야 한다. 국방부 장관이라고 예외일 이유도 없다. 다만 청문회는 거기서 끝날 수 없다. 국방부 장관에게 맡길 것은 7억원짜리 상가가 아니라 군과 국방예산이다. 북한 핵·미사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작권 전환을 어떻게 볼지, 병력 감소와 초급간부 부족을 어떻게 풀지까지 같은 강도로 물었어야 한다. 하루 전 열린 청문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17년 동안 보유한 과천 아파트에 실제 거주한 기간이 약 4개월이라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서울 홍제동 아파트를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고 보유한 문제가 따라붙었다. 당사자들의 해명과 여야의 반박이 이어졌고 부동산은 두 청문회의 중심 쟁점이 됐다. 경제부총리라면 부동산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세금과 주택정책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후보자의 주택 보유 방식과 정책 사이에 모순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러면 경제도 그만큼 물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확장재정과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기업 투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묻는 것이 경제부총리 청문회다. 중기부 장관에게도 집을 언제 샀는지만 물을 수는 없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벤처 투자 위축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사면서 금융기관과 장모에게 돈을 빌린 과정이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토부 장관이라면 자신의 집을 어떻게 사고 보유했는지가 정책 판단과 무관할 수 없다. 그와 함께 서울 집값을 어떻게 안정시킬지, 주택 공급을 어디서 얼마나 늘릴지, 교통과 철도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도 따져야 한다. 국토부 장관 청문회가 아파트 매입 경위만 묻고 끝난다면 그것도 반쪽짜리 검증이다. 국회는 이미 17년 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09년 우리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도덕성과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공직 수행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와 비교하면서 한국은 후보자의 과거를 살피는 ‘회고적 평가’에 치우친 반면 미국은 정책과 향후 계획을 따지는 ‘전망적 평가’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후보자를 도덕성·정책능력·리더십이라는 세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17년 전 국회가 스스로 내놓은 진단이다. 당시 보고서는 의원의 질의 방식도 문제로 들었다. 주어진 발언시간 대부분을 의원이 사용하면서 후보자가 충분히 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후보자의 답보다 의원의 폭로가 앞서는 청문회가 되기 쉽다는 뜻이다. 정책을 캐묻으려면 의원도 공부해야 한다.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군 구조개편을 묻고 답변의 허점을 파고들려면 국방정책을 알아야 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성장정책을 검증하려면 숫자와 경제정책을 들여다봐야 한다. 부동산 등기부 한 장에서 시작하는 공방보다 품이 많이 든다. 재산 검증은 당연히 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나 탈세, 위장전입, 특혜, 허위 재산신고가 있다면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은 장관을 검증하는 한 항목일 뿐이다. 청문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집이 몇 채인지, 얼마에 샀는지만 알고 청문회장을 나선다면 국민은 후보자의 재산 상태는 알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장관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장관 한 사람이 움직이는 예산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고 수많은 공무원과 산하기관이 그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국방장관의 판단 하나는 안보와 군의 운용을 바꾸고 경제부총리의 판단 하나는 기업과 가계에 영향을 준다. 중기부 장관의 결정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존과도 연결된다. 장관 후보자에게 필요한 검증은 과거의 부동산 거래만이 아니라 앞으로 내릴 판단의 수준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질문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후보자가 몇 채를 가졌는지, 얼마에 샀는지, 몇 달을 살았는지는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또렷하게 남는다. 정작 그 사람이 장관이 되면 무엇을 할지는 잘 남지 않는다. 집을 어떻게 샀는지는 끝까지 캐묻는다. 나라 일을 어떻게 할지는 그만큼 묻지 않는다. 지금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빈틈은 거기에 있다.
2026-09-17 09: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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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 정책 신뢰의 문제다
[경제일보]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이 15일 국회 인사청문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부부 공동명의로 경기 과천 아파트를 보유했지만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 정부가 실수요와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할 후보자의 주택 보유 형태가 정부 정책 방향과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과천 아파트를 2009년 매입해 약 17년간 보유했지만 실제 전입해 거주한 기간은 두 차례, 모두 합쳐 4개월가량이다. 2012년 기획재정부의 세종시 이전 이후 거주지를 옮겼고 2015년부터 3년 동안은 세계은행으로 해외 파견을 나갔다. 이후에도 다른 지역에서 임차해 생활했다. 해당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현재 멸실된 상태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장기간 거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투기 주택’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이 후보자 역시 국회 서면답변에서 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투기적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리가 있다. 주택 취득 시기와 목적, 직장 이동, 가족 사정, 임대 경위 등을 살피지 않고 거주 여부 하나만으로 투기와 실수요를 가를 수는 없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평범한 1주택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경제부총리는 세제와 금융,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후보자는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시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도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낮추는 방안은 철회했지만 실거주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고, 보유기간 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 방향은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적용하려는 원칙이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 적용될 때도 같은 논리가 성립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것은 위법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후보자가 주택을 보유하면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집 한 채를 오래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흠결일 수도 없다. 오히려 직장 이동이 잦거나 지방·해외 근무를 하는 사람이 집 한 채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투기자로 취급받는다면 그것 역시 불합리하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실거주 중심’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실거주와 비거주에 세제상 차이를 둔다면 그 이유부터 분명해야 한다. 투기 억제가 목적이라면 장기 보유 1주택자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주택 보유를 같은 잣대로 다뤄서는 곤란하다. 직장 이전이나 해외 근무, 부모 봉양, 자녀 교육, 재건축처럼 실제 거주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수 있다. 실거주라는 한 가지 기준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제약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사례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비거주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국민에게도 같은 예외와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반대로 정부가 비거주 주택에 실거주 주택보다 높은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정책 책임자 역시 같은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정책의 신뢰는 말보다 일관성에서 나온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그렇다. 역대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주택 규제와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다시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실거주를 강조하면서도 공급이나 거래가 위축되면 규제를 다시 손질했다.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상황에 따라 기준이 흔들린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실제로 어떤 원칙이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본다. 경제부총리에게 요구되는 것도 같은 기준이다. 국민에게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에 그친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의 사례를 통해 현행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합리적인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논란은 오히려 정책을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5일 인사청문회도 ‘17년 보유, 4개월 거주’라는 숫자만 놓고 투기 여부를 몰아붙이는 정치공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야당은 매입 자금과 취득 목적, 임대 경위, 실제 거주하지 않은 이유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 후보자 역시 세종 이전과 해외 근무 등 불가피한 사정만 설명할 게 아니라 장기간 비거주 주택의 보유·임대 경위와 그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자신이 추진할 실거주 중심 세제에서 자신의 사례는 어떻게 취급돼야 한다고 보는지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집 한 채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집에서 사는 사람을 어떤 원칙으로 바라볼 것인가. 투기 수요인가, 실수요인가. 아니면 각각의 사정을 따져 판단할 것인가.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터 차등하면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공직자의 재산을 검증하는 이유는 집을 가진 것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다.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자신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자는 비거주 사실만으로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원칙은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정부가 실거주를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직장이나 가족 사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정책은 국민에게만 엄격하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관대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집 한 채가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요구하는 원칙을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신뢰가 생긴다.
2026-09-14 09: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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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참사가 경제를 망친다, 검증 시스템부터 뜯어고쳐라
[경제일보] 또 인사 참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가 만사”라고 외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사가 망사”라는 국민의 냉소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 편법 절세, 세금 문제, 도덕성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걸러내지 못했다면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논란이 재연된다.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사전에 걸러내기보다 언론 보도와 야당의 문제 제기로 드러난 뒤 해명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이것은 검증이 아니라 사후 수습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청문회가 대통령실의 부실 검증을 대신하는 장치인가. 국민이 묻는 것은 청문회에서 무엇이 밝혀질지가 아니라 왜 이런 사람이 애초에 후보자 명단에 올랐느냐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처럼 법치와 사법 질서를 책임지는 자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준법·도덕성 논란조차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어떻게 공정과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고위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흠잡기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인사 실패는 정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와 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은 결국 사람이 집행한다. 장관의 전문성과 리더십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사가 흔들리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를 늦출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압력,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저성장 등 복합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가 인사 논란으로 국정 역량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치명적인 것은 잘못된 정책만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장관이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며 대통령실이 해명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되면 기업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정책의 지속성과 행정 능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관료사회도 위축된다.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보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경제가 속도전을 벌여야 할 때 정부 조직이 인사 논란에 발목 잡히면 그 비용은 결국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후보자 몇 명을 교체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부동산·세금·병역·논문뿐 아니라 이해충돌, 직무 전문성, 정책 역량, 공직 수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발견하고도 묵인하거나 축소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드 인사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정치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참모가 아니라 “이 사람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통령과 국정을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도 결단해야 한다. 한번 지명한 사람을 끝까지 감싸는 것이 대통령의 권위는 아니다. 잘못된 인사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것이 오히려 강한 리더십이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라면 최종 인사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업은 정부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정책과 예측 가능한 행정을 요구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인사의 실패가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정책의 실패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번 인사 논란을 또 하나의 정치적 소란으로 넘긴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람만 바꿔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시스템과 책임 구조, 인사의 기준을 함께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은 더 이상 변명과 방어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부실 검증의 책임을 인정하고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흠결 있는 후보자는 과감히 철회하고 검증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인재 풀도 백지에서 다시 짜야 한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도 무한정 용서하지 않는다. 인사에서 무너지면 정책이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시장의 신뢰도 무너진다. 지금이 인사 시스템을 환골탈태시킬 마지막 기회다.
2026-09-09 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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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검증의 출발선" 청와대 사전 검증은 무엇을 했나
[경제일보]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검증을 대신하는 절차가 아니다. 국회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마지막 문턱에 가깝다. 그 문턱에 누구를 세울 것인지를 먼저 가려내는 일은 인사권자의 몫이다. 이 둘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청문회는 검증 장치가 아니라 잘못된 인사를 뒤늦게 수습하는 무대가 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청와대가 내놓은 설명은 그래서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 제도 자체가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검증 과정”이라며 두 후보자가 “인사위원장의 책임 아래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인 만큼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민 눈높이에 부족함이 없도록 인사 검증체계를 갖추고 강화하겠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사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 공개 검증 절차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고, 청문회를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다만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했다면서 왜 곧바로 검증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김 후보자에게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청탁 의혹과 과거 음주운전 문제가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도 민원 전달 과정에는 신중했어야 했다고 밝혔고,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용 후보자에게는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의 겸직 문제, 당 운영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각각의 의혹과 적격성은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더 따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명 전 어디까지 검토됐느냐는 것이다. 이미 알고도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청와대가 그 판단에 책임을 지면 된다. 반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사전 검증에 구멍이 있었다는 뜻이다. 둘 중 어느 경우든 “청문회에서 검증하자”는 말만으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국회법은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에게서 후보자를 고르는 책임을 넘겨받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이후 국회가 공직 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을 공개적으로 다시 검증하는 견제 장치다. 사전 검증과 인사청문은 순서만 다른 같은 검증이 아니다. 책임의 주체부터 다르다. 청와대 검증은 대통령의 책임이고, 국회 청문회는 국회의 책임이다. 이 단순한 구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후보자의 재산과 세금, 범죄·징계 이력, 이해충돌 가능성, 과거 행적과 정무적 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한 뒤 “이 정도 문제를 감안해도 국정을 맡길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지명이다. 청문회는 그 판단에 누락이나 왜곡이 없는지 국민 앞에서 다시 따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전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문제가 지명 직후 쏟아지고, 그때마다 “청문회에서 보자”는 답이 반복되면 인사의 책임 구조가 거꾸로 선다. 대통령이 고르고 청와대가 검증했는데, 최종적으로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발견하고 판단하는 책임은 국회와 언론,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방식이 반복될 때 생기는 ‘지명의 관성’이다. 후보자를 발표한 뒤에는 철회 비용이 커진다. 인사 실패를 인정해야 하고 야당의 공세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이미 지명했다는 이유 자체가 후보자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되기 쉽다. 검증의 판단 기준이 ‘공직에 적합한가’에서 ‘청문회를 버틸 수 있는가’로 바뀌는 순간이다. 제대로 된 사전 검증은 흠결을 하나도 없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현실 정치에 거의 없다. 핵심은 어떤 흠결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기준을 미리 세우는 것이다. 음주운전이나 세금 체납, 부동산 투기, 연구윤리 위반, 갑질, 이해충돌, 수사·징계 이력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검증 항목부터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공직의 성격에 따라 어느 정도의 흠결을 결격으로 볼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전문성의 기준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제는 탈락 사유였던 문제가 오늘은 해명 가능한 문제가 되는 것도 곤란하다. 법적 결격과 정치적·윤리적 부적격을 구분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장관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장관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인지 무죄인지만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정책의 준수를 요구하고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법률상 임명 가능성과 국민이 기대하는 공직 윤리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그때그때 여론을 보며 판단해서는 인사 원칙이 생기지 않는다. 책임선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 인사는 인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후보 추천과 검증, 정무적 판단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인사수석실까지 신설됐지만 후보자 논란이 반복되면서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누가 후보자를 추천했는지까지 모두 공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인사에는 보안이 필요하다. 후보군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명 이후 중대한 문제가 드러났다면 최소한 내부적으로는 추천 단계에서 놓쳤는지, 검증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는지, 알고도 정무적으로 수용했는지를 구분하고 책임을 남겨야 한다. 알고도 선택했다면 대통령과 인사위원회가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몰랐다면 검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상서’ 고요모에는 ‘지인즉철 능관인(知人則哲 能官人)’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지혜이며, 그래야 사람을 제대로 벼슬에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수천 년 전에도 국정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를 ‘사람을 알아보는 일’에서 찾았다. 인사가 어려운 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고 완벽한 후보자는 없다. 사생활과 공적 검증의 경계를 어디에 둘지도 쉽지 않다. 지나치게 가혹한 검증은 유능한 인재가 공직을 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준이 필요하다. 정권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느슨하고 반대편 사람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아니라, 어느 정부에서든 대체로 예측할 수 있는 기준 말이다. 청와대가 이번에 인사 검증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강화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같은 문제가 다음 개각에서 다시 돌아온다. 검증 항목을 표준화하고, 중대한 결격 사유와 해명 가능한 사안을 구분하며, 추천·검증·정무 판단의 책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명 뒤 예상하지 못한 중대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어떤 단계에서 놓쳤는지 복기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또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인사청문회는 청와대 검증의 실패를 대신 책임지는 곳이 아니다. 국회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제대로 검증하는 것은 그보다 먼저 존재하는 권한이자 책임이다.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확인하겠다면 사전 검증은 형식이 된다. 반대로 청와대가 자신 있게 검증을 마쳤다면 논란이 불거졌을 때 “청문회에서 보자”에 앞서 왜 그 문제를 감수하고도 지명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의 신뢰는 흠결 없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왜 골랐고, 무엇을 확인했으며,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분명할 때 생긴다. 청문회는 검증의 시작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국민 앞에서 확인하는 마지막 문턱이어야 한다.
2026-09-08 09: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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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라인 갈아치우면 정책도 달라지나
[경제일보]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해 온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물러났다. 김 실장은 지난달 31일 사의를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사표를 수리했다. 이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부동산과 산업정책, 대미 관세협상 등을 조율해 온 핵심 참모가 출범 1년3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도 단행했다.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4~28일 전국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8.9%로 나타났다.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왔고 7주 연속 하락했다. 조사기관은 집값과 전월세 불안 등을 지지율 하락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정권이 국정 동력을 잃을 때 인적 쇄신은 오래된 처방이다. 장관과 참모를 바꾸면 국민에게 변화의 신호를 줄 수 있고 조직에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정책 실패에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인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사람을 바꾸면 정책도 달라지느냐다. 김 정책실장 개인의 공과를 따지는 것만으로는 최근의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 부동산과 세제, 금융, 재정 같은 핵심 정책은 정책실장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여당, 관료조직이 함께 논의하고 대통령의 최종 판단을 거쳐 실행된다. 결과가 좋을 때는 ‘정부의 성과’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장관이나 참모 한두 명의 책임으로 정리한다면 같은 오류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목표 자체에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공급과 금융, 세제 정책이 시장에 어떤 신호를 줬는지다. 대출을 억제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실수요 지원을 확대하고, 공급을 강조하면서도 재건축·재개발이나 토지 활용 문제를 놓고 정책 메시지가 엇갈리면 시장은 혼란스러워진다. 정책을 만든 사람을 바꾸기 전에 이런 엇박자가 왜 생겼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세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시장이 움직일 때마다 세율과 공제, 대출규제를 꺼내 들면 국민은 정책의 원칙보다 다음 규제가 무엇일지를 먼저 생각한다. 정책이 시장의 기대를 안정시키는 대신 정부 발표 때마다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드는 구조라면 담당 장관 교체만으로 신뢰가 회복되기 어렵다. 재정정책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생산적 재정을 내세우며 AI와 미래산업, 청년과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필요한 방향이다. 그러나 지출 확대와 국가채무 관리, 기존 사업 구조조정의 원칙이 동시에 제시되지 않으면 결국 돈을 더 쓰겠다는 메시지만 시장에 남을 수 있다. 산업정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와 AI부터 SMR·양자·우주·바이오까지 정부가 미래산업을 선정하고 금융과 세제, 연구개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전략산업 육성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산업의 승자를 모두 골라주려 하면 민간의 판단과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 어느 선까지 정부가 개입하고 어디서부터 시장에 맡길 것인지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책 하나하나보다 정책을 만드는 방식에 있을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실로 정책 결정이 집중되기 쉽다. 장관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책임자지만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전달되는 순간 다른 의견을 내기 어렵다. 청와대가 방향을 정하면 부처는 세부안을 만드는 집행기관으로 밀리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책실장과 장관을 아무리 유능한 인물로 바꿔도 한계가 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올라가는 조직에서는 정책 실패가 반복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이 정책은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속도를 늦춰야 한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빠르게 실행하는 참모만큼 그 정책의 위험을 냉정하게 경고하는 참모도 필요하다. 장관 역시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아 적는 자리가 돼선 곤란하다. 경제부처 장관이라면 시장과 기업, 가계의 현실을 근거로 대통령에게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국토부 장관은 집값이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면 그 원인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정책 수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수정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한번 발표한 정책을 고치는 것을 실패나 후퇴로 받아들이면 잘못된 정책을 오래 끌고 가게 된다. 상황이 달라졌거나 부작용이 확인됐다면 빨리 수정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 있는 정부다. 다만 여론이 나빠질 때마다 정책을 뒤집는 것도 답은 아니다. 수정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이라면 집값과 거래량, 입주 물량, 가계대출과 전월세 가격 등 사전에 정한 지표를 기준으로 정책을 평가할 수 있다. 재정사업이라면 투자 대비 생산성과 민간투자 유발 효과, 일자리 창출 같은 성과를 측정하면 된다. 정책을 발표할 때부터 어떤 결과가 나타나면 유지하고, 어떤 결과가 나타나면 수정하겠다는 기준을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의 체면보다 정책 효과를 앞세우는 구조다. 여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집권당이 정부 정책을 무조건 방어하면 민심의 경고가 대통령실에 전달될 통로가 사라진다. 여당은 야당보다 먼저 정부 정책의 허점을 찾아내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이번 인사가 책임 회피용이라는 뜻은 아니다. 김 정책실장이 스스로 사의를 밝혔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만큼 새로운 경제라인이 정책을 다시 정비할 기회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장관과 참모들이 기존 정책을 원점에서 점검한다면 인적 쇄신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얼굴만 바꾸고 정책 결정 구조가 그대로라면 개각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지지율 38.9%라는 숫자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 차례 여론조사를 국정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7주 연속 하락이라는 흐름은 정부가 국민이 느끼는 불안을 돌아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 그 신호에 대한 답이 사람 몇 명을 바꾸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정권의 실패는 흔히 사람과 정책,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만든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르고 눈에 잘 보인다. 정책을 고치는 것은 더 어렵고,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렵다. 그렇지만 어려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같은 장면을 다시 보게 된다. 이번 개각과 정책실장 교체가 진정한 쇄신이 되려면 새 경제팀에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주고 대통령실도 다른 목소리를 듣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체면을 따지지 않고 수정하고, 효과가 없는 사업은 접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누가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뉴스만이 아니다. 집값과 생활비 부담이 줄고 일자리가 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것이다. 인사의 성패도 결국 그 결과에서 판가름 난다.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국정 쇄신은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또 다른 인사만 기다리게 된다. 이번 개각이 남겨야 할 진짜 변화는 새 얼굴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스스로 발견하고 고칠 수 있는 정부 시스템이다.
2026-09-01 12: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