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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의 한국행, 공짜 투자는 없다
[경제일보] 미국 빅테크의 투자를 한국으로 끌어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등을 만난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 총수들도 함께한다. 청와대는 단순한 양해각서를 넘어 전략적 제휴, 장기계약,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출국을 앞두고 이번 방문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늘리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강화하도록 만드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브로드컴과 오픈AI, 앤트로픽,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에 돈을 들고 찾아가는 외교에서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외교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의미다. 방향은 옳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 기반, 빠른 통신망,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반도체와 기계·장비 수출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제를 떠받쳤다는 것은 한국 산업의 힘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도체는 강하지만, 국내 투자와 내수의 온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연구소, 클라우드 거점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투자는 애국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오픈AI가 한국을 좋아해서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정상과 기업인이 악수했다고 공장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 인허가 속도, 세금, 인재, 시장 접근성, 데이터 규제를 계산한다. 한국이 경쟁국보다 더 나은 수익과 더 적은 불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빅테크의 돈은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중동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내줘야 할까. 먼저 내줄 것은 속도다. 공장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까지 몇 년씩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나라에 초대형 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환경과 안전 기준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내는 행정,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규제, 허가 일정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빅테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엄격한 규제보다 예측할 수 없는 규제다. 두 번째로 내줄 것은 전력과 기반시설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반도체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막대한 전기와 냉각용수, 통신망, 변전소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외치면서도 송전망 건설과 전력 공급 결정을 미룬다면 투자 유치 구호는 공허해진다. 전력을 기업에 싸게 퍼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부담할 비용과 정부가 구축할 기반시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력조달 방식, 지역사회에 돌아갈 이익을 사전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시장이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에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 거점을 두면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의료·제조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공공부문의 AI 도입을 국내 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조건 막아도 안 되고, 반대로 해외 플랫폼에 통째로 넘겨서도 안 된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공동으로 제품을 만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경쟁국들이 법인세 감면과 부지, 전력, 정책금융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시장원리를 외치며 빈손으로 기다릴 수는 없다. 다만 보조금은 투자 발표가 아니라 투자 이행에 지급해야 한다. 공장 착공과 고용, 국내 조달, 공동 연구개발 등 약속이 실제 집행되는 단계마다 혜택을 나누는 방식이 옳다. 일자리도 기술도 남기지 않는 서버 건물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과 전력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임대업에 가깝다. 내주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하다. 첫째는 데이터 주권이다. 의료와 금융, 공공행정, 산업기술 데이터가 해외 기업의 폐쇄된 플랫폼 안에 갇히면 한국은 AI를 사용하는 나라는 될 수 있어도 AI를 통제하는 나라는 되기 어렵다. 민감정보의 저장 위치와 처리 방식, 제3국 이전, 정부의 감독권은 협상 가능한 부수 조건이 아니다. 둘째는 규제 면책특권이다. 빅테크의 투자가 크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나 공정경쟁, 저작권, 소비자 보호 기준까지 면제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에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면서 해외 기업에는 투자 유치를 이유로 예외를 준다면 시장은 기울어진다. 규제는 단순해야 하지만 공평해야 한다. 셋째는 국내 산업의 성장 기회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 시장과 전력,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국내 클라우드·소프트웨어·AI 스타트업을 하청업체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투자 협약에는 국내 기업의 공급망 참여,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국내 인재 채용과 교육,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한국이 제공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모두 본사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투자액이 아무리 커도 국익은 작다. 노자는 ‘도덕경’ 36장에서 “장차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將欲取之 必固與之)”고 했다. 투자를 얻으려면 한국도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한국이 줘야 할 것은 신속한 행정과 안정적인 전력, 예측 가능한 세제, 매력적인 시장이다. 내줘서는 안 될 것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과 공정한 경쟁질서, 국내 산업이 성장할 몫이다. 전자는 투자의 기반이고, 후자는 국가의 주권이다.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빅테크 투자 유치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외국 기업의 건물과 서버를 대신 지어주는 사업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를 투자금액 한 줄로 발표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짓는지, 전력과 물은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 국내 기업은 어떤 공급망에 참여하는지, 몇 명을 고용하고 어떤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투자 유치의 성적표는 협약서에 적힌 달러가 아니라 한국에 남은 기술과 일자리, 세수와 수출로 작성돼야 한다. 미국 빅테크의 한국 투자는 구걸할 대상도, 두려워할 대상도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거래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업, 시장과 인재라는 귀한 카드를 갖고 있다. 그 카드를 헐값에 내주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빅테크를 불러오는 데 공짜 점심은 없다. 그렇다고 식당과 주방까지 넘길 필요도 없다. 문은 열되 집문서는 지키는 협상, 그것이 AI 정상외교가 갖춰야 할 국익의 원칙이다.
2026-07-24 07: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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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이 다시 한국 찾는 이유…삼성·네이버·카카오에 꽂힌 AI 승부수
[경제일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다시 찾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에 이어 글로벌 AI 리더들의 한국행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가 AI 패권 경쟁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오는 14일 오후 방한해 15일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경영진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SK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협력을 논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기업 방문보다 AI 인프라와 서비스 확장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올트먼 CEO가 한국을 다시 찾는 배경에는 오픈AI의 세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차세대 AI 모델을 구동할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다. 둘째는 챗GPT를 기업 업무와 일상 서비스 안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아시아 주요 시장과 연결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다. 가장 큰 축은 삼성전자다. 올트먼 CEO는 15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DX 인사이트 토크’에 참석해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삼성전자 DX부문이 챗GPT,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업무에 공식 도입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생성형 AI 도입을 통해 업무 생산성과 조직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전자·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삼성 내부에서 챗GPT 활용 사례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 이후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DX부문장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의 회동에서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한 메모리 공급, HBM 등 AI 반도체 협력, 디바이스 기반 AI 서비스 확대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와의 만남은 이용자 접점이 핵심이다. 올트먼 CEO는 같은 날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카카오톡에서 챗GPT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ChatGPT for Kakao’를 출시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카카오톡 대화 맥락과 챗GPT 연계성을 강화하고 선물하기·지도·멜론 등 카카오 서비스와 AI 기능을 결합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네이버와의 회동은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검색·기업용 AI 협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역량을 축적해온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이다. 오픈AI와 네이버가 협력할 경우 기업용 AI, 클라우드 인프라, 검색·콘텐츠 서비스에서 새로운 접점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네이버가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해온 만큼 협력과 경쟁의 경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방한의 기대효과는 기업별로 다르다.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 협력과 내부 AI 전환을 통해 메모리·디바이스·업무 혁신을 동시에 부각할 수 있다. 카카오는 챗GPT를 카카오톡 안에 더 깊이 넣어 이용자 체류와 서비스 확장성을 높일 기회를 얻는다. 네이버는 자체 AI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AI 기업과의 인프라·기업용 서비스 협력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시장 시선은 선언보다 구체적 결과에 쏠린다. 스타게이트 협력이 실제 메모리 공급 계약과 데이터센터 투자로 이어질지, 카카오톡 안의 챗GPT가 이용자 경험과 매출 개선으로 연결될지, 네이버가 독자 AI와 글로벌 협력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트먼의 방한은 한국 기업들이 AI 시대의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공급망과 서비스 전선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는 AI의 심장이고, 플랫폼은 AI가 사람에게 닿는 통로다. 이제 남은 것은 글로벌 AI 리더와의 회동을 산업의 실체로 바꾸는 일이다. 한국 기업의 AI 동맹은 명함 교환이 아니라 계약과 제품, 이용자 경험으로 증명돼야 한다.
2026-06-11 15:5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