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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보물 지정 부결에 끊이지 않는 논란… 국감 쟁점으로
[경제일보] 고려 금속활자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부결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심의위원들에게 부결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2011년 문화재청 고위 공무원의 권유로 지정 신청이 이뤄졌다는 증도가자는 6년 뒤 보물 지정이 부결됐다. 이후 감사원 조사에서 핵심 심의자료의 누락과 왜곡 문제가 드러났지만 국가유산청은 통계청의 분석 방법을 문제 삼으며 기존 판단을 사실상 유지하고 있다. 22일 국회와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3일 국가유산청 등을 대상으로 종합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앞서 지난 8일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2017년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근거로 당시 심의 간사의 부결 종용 의혹을 제기했다. 국가유산을 찾아 보존해야 할 기관의 태도로 적절하냐는 질의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잘못된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가 권유로 신청했는데 6년 뒤 부결…처음부터 불거진 심의 공정성 논란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신청은 2011년 10월 이뤄졌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에 따르면 당시 엄승용 문화재청 정책국장이 같은 달 3일경 직접 찾아와 조속한 문화재 지정 신청을 권유했다. 김 회장 측은 사흘 뒤인 10월 6일 금속활자 101점의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김 회장은 엄 국장이 두세 차례 방문해 지정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 지정 업무를 총괄하던 고위 공무원이 먼저 신청을 권유했지만 문화재청은 약 6년간 결론을 미루다가 결국 보물 지정을 부결했다는 것이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다. 실제 이 책을 찍은 활자로 확인되면 제작 시기는 1239년 이전으로 올라간다. 현존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인 1377년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선 시기의 금속활자 실물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문화재청은 2017년 4월 13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에서 보물 지정을 부결했다. 서체와 주조 방식, 조판 실험 등을 근거로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고 관련 유물과의 비교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부결 사유에 포함됐다. 그러나 당시 문화재청이 구성한 지정조사단은 분석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문화재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결 결정을 내린 과정에 담당 공무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심의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2017년 부결 이전부터 있었다. 박문열 당시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장은 2013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소장자가 고미술상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장사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게 아무리 좋다 해도 (문화재 지정으로) 값이 뛰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 측은 소장자의 직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2014년 4월 30일에는 박 전 위원장을 지정 심의에서 배제해 달라는 기피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은 2017년 증도가자 보물 지정 심의에 참여했다. 박 전 위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당시 청와대 인사와의 관계로도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박 전 위원장 사이에 유착설까지 제기된 것이다. 김 회장은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와의 관계가 증도가자 보물 지정 심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두 사람의 관계와 외부 개입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의자료 핵심 수치 누락…'사료됨'이 '확인됨'으로 바뀐 경위도 의혹 2017년 부결 당시 문화재위원회 간사는 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이었다. 황 과장은 지정조사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하는 업무에 관여했으며, 심의가 끝난 지 불과 한 시간가량 지난 오후 4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도 직접 부결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두 쪽 분량의 보도자료와 100여 장의 발표자료를 준비했다. 남권희 교수는 방대한 발표자료가 심의 직후 공개된 점을 들어 부결 결론을 사전에 정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회장 측도 당시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부결 처리일이 실제 심의·발표일보다 하루 늦은 4월 14일로 기재됐다며 행정 처리 경위를 문제 삼고 있다. 부결 판단의 근거가 된 조사자료에서는 더욱 중대한 문제가 드러났다. 김 회장 측의 감사 제보를 검토한 감사원은 2025년 9월 관련 사안을 국가유산청에 이첩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1월 자체감사를 벌여 2017년 심의자료의 작성과 보고 과정 등을 살폈다. 핵심은 금속활자를 실제 책의 글자 자리에 배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조판 실험이었다. 당시 조사자료에는 활자본과 이를 본떠 목판에 다시 새긴 책 사이에 크기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속명의록'은 0.3~0.5㎝, '석보상절'은 0.8㎝의 차이가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속명의록은 크기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됐고 석보상절의 0.8㎝ 수치도 빠졌다. 문화재위원회는 활자를 책의 글자 자리에 배열했을 때 약 0.45㎝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요 부결 근거로 삼았다. 당시 측정자료에 있던 0.8㎝의 차이는 보고 과정에서 빠졌지만, 그보다 작은 0.45㎝의 부족분은 보물 지정을 거부하는 근거로 사용된 셈이다. 국가유산청이 올해 국가유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당시 발표자료의 치수 차이 등에 관한 왜곡 설명과 추가 조사자료의 검토 시간 부족 문제가 감사원 지적사항으로 기재돼 있다. 조사자료의 표현이 바뀐 정황도 문제로 제기됐다. 김 회장 측에 따르면 주조 관련 원 조사자료에는 상하를 분할한 목형으로는 주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문화재청의 대외 자료에서는 '확인됨'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사료됨'은 조사자의 판단을 나타내지만 '확인됨'은 사실관계가 확정됐다는 의미를 담는다. 김 회장 측은 전문가의 추정이 확정적인 조사 결과로 바뀐 경위와 이 표현이 실제 심의위원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보물 지정 신청 대상도 아닌 유물의 제출을 요구한 점도 논란이 됐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와 함께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청동 수반과 초두의 비교조사를 요구했지만, 두 유물이 실제로 함께 출토됐다는 근거는 물론 소유자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이들 유물과 비교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물 지정 부결 사유에 포함했다. 감사원 조사자료에는 신청인 소유로 확인되지 않은 유물의 제출을 요구한 것이 과도하며 관련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담겼다. 2017년 부결 결과를 신청인에게 공식 통보하기까지 약 6년이 걸린 행정 처리 역시 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지적에도 기존 판단 유지…당시 심의 관계자들 다시 관여 논란 감사원은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분석을 토대로 조판 실험 결과도 다시 검토했다. 통계청 분석에서는 홈형 활자 15자를 배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존 심의에서 조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근거와 다른 결과였다. 그런데 국가유산청은 외부 용역을 통해 통계청의 분석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신청된 활자가 증도가 인쇄에 사용된 전체 활자를 대표하는 표본이라고 보기 어렵고, 자료의 분포 특성도 통계청이 적용한 검정 방법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통계분석의 적정성과 별개로 당시 심의자료에서 중요한 수치가 빠지고 원래의 표현이 달라진 경위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이 제출한 공식 자료에도 핵심 수치 누락과 발표자료의 왜곡 설명 문제가 감사원 지적사항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8월 13일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상정된 증도가자 보물 지정 관련 자체감사 후속 조치 검토 안건을 부결했다. 안건에는 통계청의 조판 가능성 분석을 지정 심사에 반영할지, 청동 수반과 초두를 추가로 확보해 비교조사할지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반면 같은 회의에서 국가유산청이 제출한 증도가자 계열 금속활자 일괄공모 계획은 보고 안건으로 접수됐다. 과거 심의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후속 검토는 부결된 가운데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넓히는 새로운 계획이 제시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심의 관계자들의 재참여 문제도 불거졌다. 2017년 증도가자 심사에 관여했던 정제규 전문위원은 현재도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정 전문위원은 올해 감사원 지적과 관련해 열린 국가유산청 회의에도 두 차례 참석했다. 문제는 과거 부결 심사에 참여했던 인사가 당시 판단의 적정성을 다시 살피는 논의에도 관여했다는 점이다. 현행 '국가유산위원회 규정' 제11조는 해당 안건에 직접 관여한 위원이나 전문위원을 조사·심의·의결에서 제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 전문위원이 올해 회의에서 맡은 역할과 향후 재검증 참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국감에서 임오경 의원 역시 과거 심의 관계자들의 새로운 검증 참여 문제를 지적했다. 허민 청장은 전문위원에게 최종 결정권은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해당 전문위원의 제척 필요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김 회장은 황권순 국장과 박문열 전 위원장, 정제규 전문위원 등을 지목하며 이른바 '문화계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황 국장은 2017년 심의 간사로 조사자료 보고에 관여했으며, 올해 1월 무형유산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6개월여 만인 8월 7일 자연유산국장으로 전보됐다. 감사 후속 조치 안건을 다룬 국가유산위원회 회의를 불과 엿새 앞둔 시점이었다. 박 전 위원장은 기피 신청에도 보물 지정 심의에 참여했고, 정 전문위원은 과거 부결 심사에 이어 최근 감사 관련 논의에도 관여했다. 김 회장은 이들의 역할과 인적 관계가 증도가자 지정 심사와 후속 검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들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증도가자를 역사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지적에 맞서 기존 판단을 유지하는 국가유산청 공무원들과 전문위원들을 향해서도 어느 나라 공무원인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찬경 양심선언에 60억원 회유 의혹…형사책임 검토까지 김 회장은 증도가자의 진위를 둘러싼 과거 논란에도 외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개입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중국 단둥에서 가짜 금속활자를 제작했다는 주장이 확산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사동 고미술상 정찬경은 증도가자를 중국에서 만든 가짜 활자로 몰아가는 데 자신이 관여했다는 양심선언을 했다. 정씨는 다른 고미술상 등의 회유를 받아 중국 단둥에서 모조 금속활자와 공장을 섭외하고, 방송 취재진을 현장으로 안내해 김종춘 회장의 증도가자가 중국산 가짜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채무 10억원의 변제와 사업자금 50억원 등 총 60억원을 제공받기로 약속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양심선언을 근거로 증도가자 진위 논란의 배후에 금전적 이해관계에 따른 조직적인 음해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법적 대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 조사자료의 '주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사료됨'이 대외 자료에서 '확인됨'으로 바뀐 경위와 심의 간사의 부당한 개입 의혹이 핵심이다. 허위공문서작성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가 법률적 쟁점으로 거론된다. 김 회장 측은 당시 회의록과 조사보고서 등을 근거로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감에서는 국가유산청의 일괄공모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임오경 의원은 이미 2017년 조사자료와 감사원 조사 결과가 있는데도 기존 신청 활자 101점부터 다시 검증하지 않고 새로운 공모를 추진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임 의원이 일괄공모를 '꼼수'라고 지적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과거 부결의 근거가 잘못됐다는 감사원 지적부터 검토하지 않은 채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넓히면 기존 신청 유물에 대한 판단이 다시 늦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같은 당 조계원 의원도 기존 활자 101점의 과학적 재검증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 청장은 출토 경위가 불분명하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활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어 폭넓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사이 중국 일부 학계에서는 이미 해당 금속활자를 송·원대 유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증도가자의 역사적 가치를 가리는 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중국 학계가 자국 유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증도가자가 처음 공개된 지 16년이 흘렀지만 2017년 부결 판단의 근거로 사용된 자료가 왜 다르게 보고됐는지, 과거 심의 관계자들이 새로운 검증에 어디까지 관여하는지에 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23일 종합국정감사에서는 기존 금속활자 101점의 검증 일정과 감사원 지적 이후 국가유산청의 후속 조치, 당시 심의 관계자들의 역할 등이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22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10-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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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난장판, 제도부터 뜯어고쳐 정쟁의 고리를 끊어라
[경제일보] 국회의 가을이 사라졌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 저성장으로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여의도는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정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국정감사가 폭로와 고성, 막말과 증인 채택 공방으로 얼룩졌다. 국민이 맡긴 권한을 민생 해결에 쓰기는커녕 정파의 유불리를 따지는 데 탕진하는 국회라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의원 개개인의 자질에만 있지 않다. 정쟁을 유도하고 보상하는 국정감사 운영 방식 자체가 개혁 대상이다. 증인 채택은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질의는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기보다 자극적인 장면을 만드는 데 치중한다. 감사가 끝나면 지적 사항은 보고서에 남지만 정부가 이를 실제로 개선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허술하다. 국감을 내실 있게 치르는 것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증인·참고인 채택 기준부터 객관화해야 한다. 출석 요구의 목적과 안건과의 관련성, 확인할 사실, 대체 가능한 자료의 유무를 사전에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와 판단 근거를 기록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책 검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인물을 망신 주기 위해 부르는 관행도 차단해야 한다. 정당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사실 확인의 필요성이 증인 채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국감 질의도 정책 검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상임위원회는 감사에 앞서 핵심 정책과제를 선정하고, 의원들은 질의 자료와 요구 사항을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도 사업별 예산 집행과 성과,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표준화된 자료로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반복적인 자료 요구와 일회성 폭로를 줄이고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심사해야 한다. 국감 성과 역시 질의 시간이나 폭로 건수가 아니라 예산 낭비 방지, 제도 개선, 정책 오류 시정 등 실질적인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자료 제출 거부와 허위 답변에 대한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지연하거나 핵심 내용을 누락하면 그 사유를 서면으로 밝히도록 하고, 고의적인 허위 답변이나 자료 은폐가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원의 의혹 제기 역시 증거와 사실관계에 근거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해서는 안 되지만, 고의적인 허위 주장이나 왜곡이 확인되면 정정과 해명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국감은 무책임한 폭로와 무책임한 은폐 모두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감사 결과에 대한 사후 점검도 의무화해야 한다. 상임위원회별로 지적 사항과 시정 요구, 담당 기관, 이행 기한을 명시한 관리대장을 만들고 정부가 조치 결과와 미이행 사유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연도 국감에서는 전년도 지적 사항의 이행 여부부터 점검해야 한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다시 지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예산 심사와 법률 개정,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국감이 매년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는 연례행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국감 운영의 투명성과 의원의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 상임위원회별 감사계획과 주요 질의 주제, 감사 결과, 정부의 후속 조치를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정쟁으로 회의가 파행되거나 핵심 현안에 대한 심사가 무산됐다면 그 경위와 책임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의원의 활동을 단순한 출석률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정책 분석의 충실성, 제도 개선 성과, 후속 조치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물론 제도만 바꾼다고 정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야 지도부가 국감을 정파적 동원과 지지층 결집의 무대로 활용하는 한 어떤 규정도 편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당은 정부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지 말아야 하고, 야당은 폭로 자체를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제도 개혁과 함께 정치권 스스로 정책 경쟁을 우선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감 이후 예산안 심사와 민생 입법은 여야의 실력을 가늠할 시험대다. 경제 위기 대응과 취약계층 보호, 미래 산업 투자, 재정 건전성 등 핵심 과제를 놓고 근거와 대안으로 경쟁해야 한다. 예산과 법안을 정쟁의 인질로 삼는다면 국회는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정치적 쇼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과 권한으로 정부를 검증하는 헌법적 장치다. 증인 채택은 객관적으로, 질의는 정책 중심으로, 지적 사항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여야는 정쟁을 부르는 낡은 운영 방식을 뜯어고치고 국감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국회의 경쟁력은 상대를 얼마나 몰아붙였느냐가 아니라 잘못된 국정을 얼마나 바로잡았느냐로 증명돼야 한다.
2026-10-12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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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분쟁조정 피해구제율 83.6%…자율규제위, 예방 조치도 긍정 평가
[경제일보] 네이버가 운영하는 소비자 분쟁조정센터의 피해구제율이 83.6%로 집계됐다.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는 분쟁 해결과 판매자 제재 등 예방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분류 체계 개선과 외부 상담기관 협력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2025년 네이버에 접수된 소비자 분쟁 데이터를 전수 분석하고 외부 소비자상담 데이터와 교차 검토한 연구 결과를 6일 밝혔다. 최난설헌 연세대 교수,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분석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네이버가 2017년부터 운영해온 분쟁조정센터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원회의 개선 권고도 꾸준히 반영·이행하고 있다고 봤다. 분쟁 예방 조치 가운데 지난해 도입한 판매자 연락두절 제재 강화, 허위송장 페널티 자동화, 국내 출고로 위장한 해외배송 제재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분쟁이 접수된 뒤 중재하는 절차와 함께 문제 판매자의 행위에 대응하는 관리 정책도 점검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위원회가 지속해온 분쟁조정 개선 논의의 연장선이다. 2023년 9월 출범한 위원회는 2024년 3월 약관 위반 판매자에 대한 서비스 제한·중지와 계약 해지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고, 미해결 분쟁 사례를 공유해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5월에는 외부 기관과의 협력 및 소비자 불편 원인 분석을 권고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서 분쟁 대부분이 판매자의 연락두절이나 거부와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 금액과 상품군, 접수 경로에 따라 해결 난이도가 달랐으며, 단순변심·상품 개봉·반품 수거·판매자 응답·증빙 확보 여부도 함께 작용했다. 이에 판매자 대응과 구매자 요청, 분쟁 원인과 세부 쟁점을 나눠 기록하는 새로운 분류 체계를 제안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 항목을 선택하도록 해 복합적인 분쟁 원인을 파악하고, 처리 결과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는 취지다. 외부 소비자상담센터와의 교차검증·협업을 확대해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할 것도 권고했다. 내부에 접수된 분쟁과 외부 상담 정보를 함께 살펴 피해 징후를 파악하고, 예방 정책과 사후 대응에 활용하도록 하자는 방향이다. 연구진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의 특성상 분쟁 해결에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짚었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판매자 관리와 소비자 보호 정책을 보완하는 협력적 자율규제 모델을 제안했다. 최난설헌 교수는 “네이버 데이터를 전수 분석하고 외부 소비자상담센터의 데이터와 비교·검토한 결과, 네이버의 분쟁조정 기능이 소비자분쟁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봉석 네이버 책임경영 담당(CRO)은 “앞으로도 자율규제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반영해 나가며 더 나은 소비자·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10-06 10: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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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정보 2만5000명 유출·173억 대출사기…흔들리는 신한은행 정상혁號
[경제일보] 신한은행이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외부 공격으로 고객 2만5000여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앞서 발생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 사고 규모도 조사 과정에서 173억원까지 확대됐다. 두 사건 모두 은행 임직원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개인정보 유출은 외부 비인가자의 공격, 대출사기는 외부인의 사기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만 외부에서 발생한 위험을 은행의 보안·여신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신속하게 탐지하고 차단했는지가 금융당국의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는 최근 외부 비인가자가 인증 절차를 우회해 일부 서비스에 접근하면서 약 2만5000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일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범위, 신한은행의 정보보호 체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출모집인 서비스가 공격 통로…금감원 조사 착수 이번 사고는 신한은행의 핵심 전산망이나 고객용 모바일뱅킹 시스템이 아닌 대출모집인이 사용하는 별도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서비스는 대출모집인이 자신이 접수한 고객의 대출 진행 상황 등을 조회하는 데 사용된다. 외부 공격자는 정상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우회해 고객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공격 방식과 보안상 취약점, 이상접속 탐지·차단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전산망이나 모바일뱅킹 시스템 자체가 침해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2일에는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에서 중국어 기반 오픈소스 인공지능(AI) 침투테스트 도구와 관련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해당 도구가 실제 공격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사고 인지 이후 외부 IP를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사과문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이번 사고로 고객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사기 29억→69억→173억원…사고 규모 계속 늘어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외부인이 개입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도 발생했다. 신한은행이 최종 정정 공시한 사고 금액은 173억4355만원이다. 지난해 12월 최초 공시 당시 29억6440만원이었던 사고 규모는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올해 6월 69억6890만원으로 늘었고, 8월 다시 173억4355만원으로 확대됐다. 최초 공시액의 약 5.9배다. 신한은행은 조사 과정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추가로 확인돼 사고 금액을 정정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외부인이 허위 서류 등을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기 사건으로 신한은행 역시 피해자다. 다만 사고 금액이 조사 과정에서 세 차례 확대되면서 대출심사와 이상거래 탐지, 사고 발생 이후 유사 거래 점검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대출사기는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발생했다. 공개된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은행·상호금융권에서 확인된 관련 사고는 136건, 1091억원 규모다. 금융회사별로는 IBK기업은행 182억원, 신한은행 173억원, 우리은행 99억원, KB국민은행 36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사고 책임과 별도로 허위 분양·재직·소득서류 등을 이용한 이른바 '작업대출'에 대한 은행권 여신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 실효성도 도마…정상혁 행장 연말 임기 만료 최근 사고는 신한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2024년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정 행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화한 제도다. 금융사고 발생 자체보다 담당 임원이 자신의 책무 범위에서 필요한 관리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대출모집인 관련 서비스의 보안점검과 접근권한 관리, 이상접속 탐지체계 등이 적절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연말 신한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정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추가 연임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향후 인선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 행장 개인의 책임이나 제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출석 여부도 관심사다. 정 행장은 금융권 관련 1차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와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가 남아 있어 여야 협의 결과에 따라 증인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신한은행의 외부채널 보안과 개인정보 접근권한, 이상거래 탐지 체계 등이 금융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출모집인 등 외부채널을 통한 고객정보 접근 관리와 이상접속 차단, 대출 과정에서 반복되는 비정상 거래 탐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2026-10-02 15: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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