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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검사들의 엑소더스…검찰은 왜 공감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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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검사들의 엑소더스…검찰은 왜 공감을 잃었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5-11 09:16:0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검사들이 떠나고 있다. 퇴직과 휴직이 이어지고 경력 법관 지원자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검 파견으로 현장 인력은 더 빠져나갔다. 일부 지청에서는 실제 근무 인원이 정원의 절반 수준이라는 하소연도 들린다. 검찰 내부에서는 “10월 조직 개편 전에 먼저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검사는 오랫동안 가장 선망받는 법조 직역 가운데 하나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막강한 권한은 검찰 조직을 대한민국 권력 지형의 중심 가까이에 올려놓았다. 정권도 긴장했고 기업도 부담스러워했다. 사회 고위층 비리 수사 때마다 검찰은 스스로를 “법치의 최후 보루”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 국민 반응은 묘하게 차갑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직 붕괴를 걱정하지만 사회 전체가 함께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검찰의 어려움을 이야기해도 “왜 여기까지 왔는지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금 검찰이 마주한 가장 불편한 현실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검찰은 오랫동안 누구보다 강한 권한을 누려온 조직이었다.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직접수사와 기소를 모두 쥔 기관이었다. 그 힘이 큰 만큼 더 엄격한 절제와 자기 통제가 요구됐다. 그러나 검찰은 그 기대를 끝내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정치수사 논란은 검찰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어떤 사건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고 어떤 사건은 몇 년째 잠잠하다는 인식도 누적됐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유독 조심스럽고 정권이 바뀌면 칼끝 방향도 달라진다는 냉소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특수수사 중심 문화 속에서 실적 경쟁은 강해졌고 압수수색은 때로 수사보다 장면으로 소비됐다.
 

형사사건을 오래 다뤄본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나왔다. 검찰권은 법률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고. 국민이 공정하다고 믿지 않는 순간 아무리 강한 권한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검사들의 이탈 역시 단순한 인력 이동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 내부 구성원들조차 검찰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력 법관 지원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탈락할 경우 조직 내 시선과 인사상 부담을 의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 자체가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정치권 책임도 작지 않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체제 전환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 직접수사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 역시 검찰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다만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개편론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검찰 스스로 쌓아온 불신 역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다수가 과거처럼 검찰 조직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검찰은 오랫동안 권력을 수사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국민은 검찰 역시 또 하나의 권력처럼 바라보기 시작했다. 법 집행 기관인지 정치의 한 축인지 헷갈린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검찰이 잃은 것은 단지 인력만이 아니다. 스스로 축적해온 공정성과 권위였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을 마냥 반길 일만도 아니다. 형사사법 체계의 혼란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력 유출과 특검 파견, 조직 개편이 동시에 이어지면 현장 수사 공백 우려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범죄 피해자는 정치 구호가 아니라 실제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기다린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검찰을 없애느냐 남기느냐가 아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형사사법 체계를 다시 세울 수 있느냐다. 이름이 검찰청이든 공소청이든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선택적 수사와 정치 논란이 반복된다면 어떤 조직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지금 검찰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조직 축소가 아닐 수 있다. 국민이 더 이상 검찰을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여기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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